[탐사K] 논문 표절 의심 신고해도…사후 조치는 ‘유야무야’

입력 2021.04.21 (21:35) 수정 2021.04.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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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의원 학위 논문 검증 보도, 마지막 순서입니다.

정치인 등의 학위 논문 표절 논란이 왜 반복되는지,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따져봅니다.

교육부 지침에 대학은 표절 의심 제보를 받거나, 인지했을 때 엄정히 조사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취재를 해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홍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 2008년 지방의 한 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을 하면서 한양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대학에 논문 표절 의심 제보가 접수됐고, 한양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 의원의 논문을 살펴봤습니다.

다른 대학 석사 논문과 문장, 표 등이 24쪽에 걸쳐서 일치합니다.

"상품의 하드적 가치"란 문구를 연달아 두 번 써놨는데, 다른 논문에서 줄 바꿔 쓴 부분을 복사해 붙이다가 생긴 오기로 보입니다.

KBS 의뢰로 논문을 검토한 연구 윤리 전문가는 한양대 결론과 달리 전형적 표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의원은 인용 표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 쓴 논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교육부의 연구 윤리 지침은 2007년에 만들어졌습니다.

한양대는 해당 조사 보고서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한양대학교 관계자 : "일체 사항은 비밀로 하되 국가 기관의 요구 등 상당한 공개 필요성이 있는 경우, 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할 수 있다고 (내부 규정에) 돼 있거든요."]

인사청문회에서 표절이나 부실 논문 의혹이 제기된 경우, 대학들의 후속 조치는 어땠을까.

KBS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회에서 표절 시비 등으로 문제가 된 논문 19건에 대해 후속 조치 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대학의 정식 조사가 이뤄진 건 6건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고의성이 없었다", "부정 정도가 경미하다"는 판정을 받아 논문 철회나 수정 조치로 이어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대학은 조사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청문회 당시에만 이야기를 했지 저희들한테도 (조사) 요청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같은 학위 논문이라도 전문 연구자가 아닌 정치인에 대해서는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는 잘못된 관행도 문젭니다.

[서이종/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서울대 생명 윤리 심의위원 : "'아카데미에서 일한 사람도 아닌데'라고 하는 그런 생각 때문에 조금 더 불철저하게 심의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연구 윤리 위반 조사와 사후 조치가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고 교육부에 보고할 의무도 없어 '봐주기 조사'를 해도 알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러다 보니 대학이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한 논문을 대법원이 표절이라고 판결한 경우까지 나왔습니다.

[이인재/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 : "작은 잘못이 계속 반복해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그게 고쳐지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큰 잘못을 해도 못 느끼거나 아니면 그것을 오히려 문제없다고 자기 정당화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서…"]

대학 교원들은 지난해 연구윤리 인식 조사에서 표절 조사가 공정하게 처리되지 못하는 이유로 연구자 간 온정주의(28.63%)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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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논문 표절 의심 신고해도…사후 조치는 ‘유야무야’
    • 입력 2021-04-21 21:35:29
    • 수정2021-04-21 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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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의원 학위 논문 검증 보도, 마지막 순서입니다.

정치인 등의 학위 논문 표절 논란이 왜 반복되는지,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따져봅니다.

교육부 지침에 대학은 표절 의심 제보를 받거나, 인지했을 때 엄정히 조사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취재를 해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홍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 2008년 지방의 한 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을 하면서 한양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대학에 논문 표절 의심 제보가 접수됐고, 한양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 의원의 논문을 살펴봤습니다.

다른 대학 석사 논문과 문장, 표 등이 24쪽에 걸쳐서 일치합니다.

"상품의 하드적 가치"란 문구를 연달아 두 번 써놨는데, 다른 논문에서 줄 바꿔 쓴 부분을 복사해 붙이다가 생긴 오기로 보입니다.

KBS 의뢰로 논문을 검토한 연구 윤리 전문가는 한양대 결론과 달리 전형적 표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의원은 인용 표시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을 때 쓴 논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교육부의 연구 윤리 지침은 2007년에 만들어졌습니다.

한양대는 해당 조사 보고서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한양대학교 관계자 : "일체 사항은 비밀로 하되 국가 기관의 요구 등 상당한 공개 필요성이 있는 경우, 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할 수 있다고 (내부 규정에) 돼 있거든요."]

인사청문회에서 표절이나 부실 논문 의혹이 제기된 경우, 대학들의 후속 조치는 어땠을까.

KBS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청문회에서 표절 시비 등으로 문제가 된 논문 19건에 대해 후속 조치 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대학의 정식 조사가 이뤄진 건 6건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고의성이 없었다", "부정 정도가 경미하다"는 판정을 받아 논문 철회나 수정 조치로 이어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대학은 조사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청문회 당시에만 이야기를 했지 저희들한테도 (조사) 요청이 들어온 것도 아니고…"]

같은 학위 논문이라도 전문 연구자가 아닌 정치인에 대해서는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는 잘못된 관행도 문젭니다.

[서이종/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서울대 생명 윤리 심의위원 : "'아카데미에서 일한 사람도 아닌데'라고 하는 그런 생각 때문에 조금 더 불철저하게 심의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연구 윤리 위반 조사와 사후 조치가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고 교육부에 보고할 의무도 없어 '봐주기 조사'를 해도 알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러다 보니 대학이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한 논문을 대법원이 표절이라고 판결한 경우까지 나왔습니다.

[이인재/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 : "작은 잘못이 계속 반복해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그게 고쳐지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큰 잘못을 해도 못 느끼거나 아니면 그것을 오히려 문제없다고 자기 정당화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서…"]

대학 교원들은 지난해 연구윤리 인식 조사에서 표절 조사가 공정하게 처리되지 못하는 이유로 연구자 간 온정주의(28.63%)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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