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끈 ‘서울대 공대 교수 성추행 의혹’ 사건…2심 선고는?

입력 2021.05.09 (08:00) 수정 2021.05.0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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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지도교수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대학원생의 신고 전화였습니다.

피해자는 다음날 구체적인 진술서를 제출했고, 인권센터의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 역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개시했습니다.

결국 같은 해 12월, 가해자로 지목된 이 모 교수는 재판에 넘겨집니다. ‘서울대 공대 교수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세간에 알려진 사건이 법정에 서게 된 순간입니다.


■ 1심, 성추행 4건만 유죄 인정…6건은 증거부족 ‘무죄’

꼬박 2년 2개월 동안의 재판을 거쳐서 1심 재판부는 일부 성추행 의혹을 사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6년 12월 말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제자인 피해자를 네 차례 성추행했습니다. 방식은 늘 비슷했습니다.

피해자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대화를 나눈 뒤, 용건을 마치고 나가려는 피해자를 불러세웠습니다 그리고는 피해자를 갑자기 껴안거나 볼과 이마에 입을 맞추는가 하면, 몸을 쓰다듬었다는 것이 유죄로 인정된 공소사실입니다.

특히 피해자가 인권센터에 신고하기 이틀 전에는, 피해자에게 입맞춤을 하면서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고 피해자의 옷 속에 손을 집어넣어 추행했다고 재판부는 인정했습니다.

격려 차원에서 가끔 피해자의 어깨나 등을 토닥여줬을 뿐 추행한 적이 없다는 이 교수의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가 2016년 12월 초·중순 당했다고 진술한 6차례의 성추행 피해에 대해선, 피해자가 일시를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등 범행 시점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 말미에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국공립대학 교수인 피고인이 자신의 제자로서 대학원생인 피해자를 4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적으면서, 이 교수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추행의 정도가 상당히 무겁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교수가 법정에 와서까지 변명을 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또 이 교수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지난해 4월 모두 항소했습니다.


■ ‘이상한 피해자’ 거듭 주장…“추잡한 행동 안했다” 호소

항소심에서도 무죄 입장을 고수한 이 교수 측 주장의 핵심, 피해자의 ‘이상 행동’이었습니다.

이 교수의 변호인은 피해자가 신고 당시 서울대 인권센터와의 통화에서 울기도 하지만 웃기도 하고, 주변 학생들에게 본인의 피해 진술서를 홍보하다시피 했다면서 이는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꾸준히 치료를 받아오던 피해자가 ‘일반인’도 힘들어하는 신고와 조사 과정에서 크게 고통스러워 하지 않았다며, 이 역시 이상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 학업에 대한 교수의 지적에 반감과 적개심을 품었고, 가짜 성추행 피해를 내세워 본인을 보호하려 한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는 이유로 그 말을 무조건 믿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도 지난달 6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제가 이런 추잡한 행동을 하진 않았다” “5년째 성추행범 꼬리를 달고 아무런 사회 생활도 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돼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지금 정년도 두 학기인가 세 학기, 2년도 채 남지 않았다”면서 “ 미천하나마 제가 그동안 가졌던 경험을 우리 후학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마지막 봉사의 기회를 주시기를 간절히 소원드린다”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 피해자 “변명에 냉소만 남아”…오는 13일 항소심 선고

이 교수 측 주장에 대해 피해자는 KBS 기자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변론에 대해선 냉소만 남았다. 본인부터 스스로 이치에 닿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면서 “더 이상 말을 보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건 이후 4년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건강상 문제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대학원 과정을 끝마치지 못하고 자퇴해야 했다며 “법정 경험은 많은 것을 앗아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법정에서의 판결이 보다 신속하게 진행됐다면, 고통이 다소 경감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이 교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오는 13일 오후 2시 반,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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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끈 ‘서울대 공대 교수 성추행 의혹’ 사건…2심 선고는?
    • 입력 2021-05-09 08:00:52
    • 수정2021-05-09 19:52:46
    취재K

2017년 1월,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지도교수에게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는 한 대학원생의 신고 전화였습니다.

피해자는 다음날 구체적인 진술서를 제출했고, 인권센터의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 역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개시했습니다.

결국 같은 해 12월, 가해자로 지목된 이 모 교수는 재판에 넘겨집니다. ‘서울대 공대 교수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세간에 알려진 사건이 법정에 서게 된 순간입니다.


■ 1심, 성추행 4건만 유죄 인정…6건은 증거부족 ‘무죄’

꼬박 2년 2개월 동안의 재판을 거쳐서 1심 재판부는 일부 성추행 의혹을 사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교수는 2016년 12월 말부터 이듬해 1월 초까지 제자인 피해자를 네 차례 성추행했습니다. 방식은 늘 비슷했습니다.

피해자를 자신의 연구실로 불러 대화를 나눈 뒤, 용건을 마치고 나가려는 피해자를 불러세웠습니다 그리고는 피해자를 갑자기 껴안거나 볼과 이마에 입을 맞추는가 하면, 몸을 쓰다듬었다는 것이 유죄로 인정된 공소사실입니다.

특히 피해자가 인권센터에 신고하기 이틀 전에는, 피해자에게 입맞춤을 하면서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고 피해자의 옷 속에 손을 집어넣어 추행했다고 재판부는 인정했습니다.

격려 차원에서 가끔 피해자의 어깨나 등을 토닥여줬을 뿐 추행한 적이 없다는 이 교수의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가 2016년 12월 초·중순 당했다고 진술한 6차례의 성추행 피해에 대해선, 피해자가 일시를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등 범행 시점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 말미에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국공립대학 교수인 피고인이 자신의 제자로서 대학원생인 피해자를 4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했다”고 적으면서, 이 교수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고 추행의 정도가 상당히 무겁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교수가 법정에 와서까지 변명을 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또 이 교수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지난해 4월 모두 항소했습니다.


■ ‘이상한 피해자’ 거듭 주장…“추잡한 행동 안했다” 호소

항소심에서도 무죄 입장을 고수한 이 교수 측 주장의 핵심, 피해자의 ‘이상 행동’이었습니다.

이 교수의 변호인은 피해자가 신고 당시 서울대 인권센터와의 통화에서 울기도 하지만 웃기도 하고, 주변 학생들에게 본인의 피해 진술서를 홍보하다시피 했다면서 이는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꾸준히 치료를 받아오던 피해자가 ‘일반인’도 힘들어하는 신고와 조사 과정에서 크게 고통스러워 하지 않았다며, 이 역시 이상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변호인은 피해자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 학업에 대한 교수의 지적에 반감과 적개심을 품었고, 가짜 성추행 피해를 내세워 본인을 보호하려 한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는 이유로 그 말을 무조건 믿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도 지난달 6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제가 이런 추잡한 행동을 하진 않았다” “5년째 성추행범 꼬리를 달고 아무런 사회 생활도 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돼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지금 정년도 두 학기인가 세 학기, 2년도 채 남지 않았다”면서 “ 미천하나마 제가 그동안 가졌던 경험을 우리 후학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마지막 봉사의 기회를 주시기를 간절히 소원드린다”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 피해자 “변명에 냉소만 남아”…오는 13일 항소심 선고

이 교수 측 주장에 대해 피해자는 KBS 기자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변론에 대해선 냉소만 남았다. 본인부터 스스로 이치에 닿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면서 “더 이상 말을 보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건 이후 4년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건강상 문제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대학원 과정을 끝마치지 못하고 자퇴해야 했다며 “법정 경험은 많은 것을 앗아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법정에서의 판결이 보다 신속하게 진행됐다면, 고통이 다소 경감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이 교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오는 13일 오후 2시 반,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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