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백신 지재권 면제” EU는 반대하는데 미국은 동의…진심일까?

입력 2021.05.09 (10:05) 수정 2021.05.0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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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달라"
전세계가 아우성입니다.

전세계가 코로나19에 잠식당한 지 1년이 넘어가며 백신이 게임체인저로 등장했습니다.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한 선진국들은 백신 부자가 되어, 마스크를 벗고 다닙니다. 미국의 경우 뉴욕에 오는 관광객들에게도 백신을 맞히겠다고 플렉스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 아직 백신을 단 한 개도 구하지 못한 나라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의 니카라과, 마다가스카 등 10개국은 단 한 차례도 백신을 맞은 적이 없고,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백신 접종률이 0.몇 퍼센트에 머물고 있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이른바 서방 선진국들의 백신 접종률은 하늘과 땅 차입니다.

세계는 지금 백신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백신을 개발할 능력이 되는 국가와 생산할 능력이 되는 국가, 구매할 여력이 있는 국가와 셋 다 안되는 국가로 나뉘어져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이 밝힌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동의 선언미국무역대표부(USTR)이 밝힌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동의 선언

세계무역기구(WTO)가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면제하자는 논의를 던졌을 때만 해도,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중론이었습니다. 내 돈 내고 내가 힘들게 개발한 건데, 그걸 공짜로 알려주라니,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를 굴러가게 해 온 전통적 방식을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거죠.
그런데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서 지식재산권 면제에 동의하면서 이 제안은 뜻밖에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들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 역사적으로 지식재산권 보호에 있어서는 가장 강력한 정책을 써왔던 나라가- 지식재산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놀라운 발표였습니다. 지식재산권이 풀리면 각국에서 백신 생산을 가속화하게 되고, 가난한 나라들도 백신을 맞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 발표였죠.

바이든 대통령이 던진 이 뜻밖의 지재권 포기 제안에 당장 독일 등 유럽연합의 나라들과 제약사들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제약사들의 반발은 당연합니다. 재산에 대한 포기니까요. 그런데 미국은 진심으로 지재권을 포기하고, 백신 노하우를 공유하자고 나선 걸까요? 그렇다면 독일 등 유럽연합이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백신 지재권이 면제되면 각국 정부가 노하우를 얻을 수 있나?

그렇습니다. 백신 지재권이 면제된다면 미국과 독일 등 보건당국이 백신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들여다본 정보들을 다른 나라들도 얻을 수 있습니다. 백신 안전성 평가 자료에는 백신의 성분 뿐 아니라 제조 공정, 세부사항, 백신 복제에 유용한 임상 시험 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더나처럼 백신 제조가 미국에서 이뤄지는 경우, 미 정부는 영업비밀을 넘기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고, 우리나라는 미국에 해당 정보를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자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독일이 국내 기업들에게 비밀 소스를 공개하도록 강요 혹은 압박할 수 있을까요?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재권 면제에 동의한다고 했지만, 큰 틀에서의 동의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독일이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백신 제조사들, 개발자들을 당장 압박한다는 건 국가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2. 정부가 복제 정보를 얻는다면 생산이 가능한가?

불확실합니다. 의약품을 제조하는 공정은 상당히 까다롭고, 특히 mRNA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공장설비를 새로 짓거나 전면 개조해야 할 겁니다. 반도체 수급이 전세계적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당장 반도체 설비를 늘리려면 한 라인을 증설하는 데 10조 가량의 돈이 들어서 설비를 증설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원료 문제도 있습니다. 이미 코로나 백신을 위해 필요한 원재료들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인도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져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지 못하는 것은 원재료 수급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안보보좌관은 이와 관련, 인도에 필요한 원재료들을 수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고 말했습니다. 원재료 수급 권한을 갖고 있는 것도 미국인 셈입니다.

또한 원재료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제조사들이 원래의 백신만큼 안전한 백신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도 어려운 문젭니다. 당장 미국의 볼티모어 공장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생산 공정에 문제가 생겨 생산량을 폐기한 바 있습니다. 이럴 경우, 백신을 생산해놓고 버리게 되면 원재료들을 낭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은 입을 모아 "미국이 수출 금지를 먼저 푸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관련 물자 생산을 전쟁에 준하는 물자생산법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전시 상황으로 물자 생산을 하는 만큼 수출이 규제되고 있고, 이 떄문에 백신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미국이 먼저 수출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게 EU의 요구입니다.

3. 중국만 좋은 일 시키는 거다?

원재료 수급이 가능하고, 생산공정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백신 레시피만 받으면 즉각 생산에 돌입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중국입니다. 중국도 시노팜, 시노백 백신을 생산해서 수출도 하고 있지만, 항체 형성률이 97%에 이르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백신 레시피를 공개하게 될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나라는 중국일 거라고 보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승인한 중국의 코로나19백신 시노팜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승인한 중국의 코로나19백신 시노팜

문제는 mRNA 방식의 백신이 코로나19 용으로 만들어져 처음 사용됐지만, 앞으로는 다른 질병에도 같은 방식이 시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실제로 제약사들은 mRNA 방식의 항체 형성을 이번에 경험하며 다른 전염병에 대한 백신도 새롭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화이자와 모더나 뿐 아니라 미국, EU 등 선진국들은 중국에서 잠재적 시장을 다 가져갈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실제로 한 EU 관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지재권을 면제해 mRNA 기술을 내준다면 아마 중국 공산당은 만세를 부를 것이다."

4. 그렇다면 미국은 진심일까?

위에서 말한 근거들을 들어, 일부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지재권 포기 발언이 휴머니즘에 기초한 세계 리더 국가로서의 발언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주장합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백신 지재권 포기 발표를 전하며, "그러나 이는 몇 달 이상 걸릴 논의다. 당장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제약사들에게 강제로 미 정부가 영업비밀을 내놓도록 압박해 백신 레시피를 공유한다 하더라도, 원재료 수급부터 생산 설비 마련, 생산된 백신에 대한 안전성 점검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더구나 백신의 핵심 특허는 화이자와 모더나만 보유한 게 아닙니다. mRNA 방식의 백신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특허기술이 사용되는데, 이 기술들을 제각각의 제약사나 연구자로부터 특허 사용을 얻는 것이어서 세계 각국이 백신 제조를 위해서는 또다시 해당 특허 보유자들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것은 확실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미국이 돌아왔다"는 구호를 내걸며 전세계에서 동맹들과 협력하겠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습니다. 중국과도 필요하다면 협조하겠다며 전세계가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는 메시지도 밝혀왔습니다. AP는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미 정부 내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지재권 포기를 결정한 배경에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이 세계 리더 국가로 확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대장 국가로 돌아오기 위해서인지, 진심으로 인권을 걱정하는 정부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바이든의 '백신 지재권 포기'가 말 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연결되는 지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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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9 10:05:49
    • 수정2021-05-09 19:52:45
    특파원 리포트

"백신을 달라"
전세계가 아우성입니다.

전세계가 코로나19에 잠식당한 지 1년이 넘어가며 백신이 게임체인저로 등장했습니다.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한 선진국들은 백신 부자가 되어, 마스크를 벗고 다닙니다. 미국의 경우 뉴욕에 오는 관광객들에게도 백신을 맞히겠다고 플렉스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 아직 백신을 단 한 개도 구하지 못한 나라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의 니카라과, 마다가스카 등 10개국은 단 한 차례도 백신을 맞은 적이 없고,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백신 접종률이 0.몇 퍼센트에 머물고 있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이른바 서방 선진국들의 백신 접종률은 하늘과 땅 차입니다.

세계는 지금 백신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백신을 개발할 능력이 되는 국가와 생산할 능력이 되는 국가, 구매할 여력이 있는 국가와 셋 다 안되는 국가로 나뉘어져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이 밝힌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동의 선언
세계무역기구(WTO)가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면제하자는 논의를 던졌을 때만 해도,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중론이었습니다. 내 돈 내고 내가 힘들게 개발한 건데, 그걸 공짜로 알려주라니,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를 굴러가게 해 온 전통적 방식을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거죠.
그런데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서 지식재산권 면제에 동의하면서 이 제안은 뜻밖에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들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 역사적으로 지식재산권 보호에 있어서는 가장 강력한 정책을 써왔던 나라가- 지식재산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놀라운 발표였습니다. 지식재산권이 풀리면 각국에서 백신 생산을 가속화하게 되고, 가난한 나라들도 백신을 맞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 발표였죠.

바이든 대통령이 던진 이 뜻밖의 지재권 포기 제안에 당장 독일 등 유럽연합의 나라들과 제약사들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제약사들의 반발은 당연합니다. 재산에 대한 포기니까요. 그런데 미국은 진심으로 지재권을 포기하고, 백신 노하우를 공유하자고 나선 걸까요? 그렇다면 독일 등 유럽연합이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백신 지재권이 면제되면 각국 정부가 노하우를 얻을 수 있나?

그렇습니다. 백신 지재권이 면제된다면 미국과 독일 등 보건당국이 백신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들여다본 정보들을 다른 나라들도 얻을 수 있습니다. 백신 안전성 평가 자료에는 백신의 성분 뿐 아니라 제조 공정, 세부사항, 백신 복제에 유용한 임상 시험 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더나처럼 백신 제조가 미국에서 이뤄지는 경우, 미 정부는 영업비밀을 넘기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고, 우리나라는 미국에 해당 정보를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자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독일이 국내 기업들에게 비밀 소스를 공개하도록 강요 혹은 압박할 수 있을까요?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재권 면제에 동의한다고 했지만, 큰 틀에서의 동의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독일이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백신 제조사들, 개발자들을 당장 압박한다는 건 국가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2. 정부가 복제 정보를 얻는다면 생산이 가능한가?

불확실합니다. 의약품을 제조하는 공정은 상당히 까다롭고, 특히 mRNA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공장설비를 새로 짓거나 전면 개조해야 할 겁니다. 반도체 수급이 전세계적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당장 반도체 설비를 늘리려면 한 라인을 증설하는 데 10조 가량의 돈이 들어서 설비를 증설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원료 문제도 있습니다. 이미 코로나 백신을 위해 필요한 원재료들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인도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져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지 못하는 것은 원재료 수급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안보보좌관은 이와 관련, 인도에 필요한 원재료들을 수급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고 말했습니다. 원재료 수급 권한을 갖고 있는 것도 미국인 셈입니다.

또한 원재료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제조사들이 원래의 백신만큼 안전한 백신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도 어려운 문젭니다. 당장 미국의 볼티모어 공장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생산 공정에 문제가 생겨 생산량을 폐기한 바 있습니다. 이럴 경우, 백신을 생산해놓고 버리게 되면 원재료들을 낭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은 입을 모아 "미국이 수출 금지를 먼저 푸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관련 물자 생산을 전쟁에 준하는 물자생산법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전시 상황으로 물자 생산을 하는 만큼 수출이 규제되고 있고, 이 떄문에 백신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미국이 먼저 수출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게 EU의 요구입니다.

3. 중국만 좋은 일 시키는 거다?

원재료 수급이 가능하고, 생산공정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백신 레시피만 받으면 즉각 생산에 돌입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중국입니다. 중국도 시노팜, 시노백 백신을 생산해서 수출도 하고 있지만, 항체 형성률이 97%에 이르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백신 레시피를 공개하게 될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나라는 중국일 거라고 보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승인한 중국의 코로나19백신 시노팜
문제는 mRNA 방식의 백신이 코로나19 용으로 만들어져 처음 사용됐지만, 앞으로는 다른 질병에도 같은 방식이 시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실제로 제약사들은 mRNA 방식의 항체 형성을 이번에 경험하며 다른 전염병에 대한 백신도 새롭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화이자와 모더나 뿐 아니라 미국, EU 등 선진국들은 중국에서 잠재적 시장을 다 가져갈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실제로 한 EU 관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지재권을 면제해 mRNA 기술을 내준다면 아마 중국 공산당은 만세를 부를 것이다."

4. 그렇다면 미국은 진심일까?

위에서 말한 근거들을 들어, 일부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지재권 포기 발언이 휴머니즘에 기초한 세계 리더 국가로서의 발언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주장합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백신 지재권 포기 발표를 전하며, "그러나 이는 몇 달 이상 걸릴 논의다. 당장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제약사들에게 강제로 미 정부가 영업비밀을 내놓도록 압박해 백신 레시피를 공유한다 하더라도, 원재료 수급부터 생산 설비 마련, 생산된 백신에 대한 안전성 점검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더구나 백신의 핵심 특허는 화이자와 모더나만 보유한 게 아닙니다. mRNA 방식의 백신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특허기술이 사용되는데, 이 기술들을 제각각의 제약사나 연구자로부터 특허 사용을 얻는 것이어서 세계 각국이 백신 제조를 위해서는 또다시 해당 특허 보유자들과 협상을 벌여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것은 확실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미국이 돌아왔다"는 구호를 내걸며 전세계에서 동맹들과 협력하겠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습니다. 중국과도 필요하다면 협조하겠다며 전세계가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는 메시지도 밝혀왔습니다. AP는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미 정부 내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지재권 포기를 결정한 배경에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이 세계 리더 국가로 확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대장 국가로 돌아오기 위해서인지, 진심으로 인권을 걱정하는 정부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바이든의 '백신 지재권 포기'가 말 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연결되는 지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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