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폐기’ 않고 ‘재사용’…공수표된 맥도날드의 약속?

입력 2021.08.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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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도날드 매장 점장은) 기간이 다 되면 재료가 아무리 남아도 폐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19년 11월 한 경제신문 기사

이른바 ‘햄버거병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맥도날드는 2019년, 매장 주방을 언론에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때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 바로 ‘2차 유효기간’입니다.

‘2차 유효기간’은 맥도날드가 자체적으로 정한 식자재 사용기간입니다. 맥도날드는 2차 유효기간이 찍힌 스티커를 식재료 겉봉지마다 붙여 사용 전에 확인하겠다고 했습니다. 2차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는 즉각 폐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공익 신고’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증거 영상과 함께 접수됐습니다. KBS는 이 영상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 폐기 대상 식자재를 스티커 덧붙여 또 사용...‘2차 유효기간’ 유명무실

공익 신고자가 권익위에 제출한 영상을 보면, 또띠아 겉봉지에 붙은 스티커를 떼자 그 밑에 또 하나의 스티커가 나옵니다. 유효기간이 지난 재료를 버리지 않고 계속 쓰기 위해, 유효기간 스티커만 새로 출력해 위에 덧붙인 겁니다.

(좌) 유효기간이 지난 햄버거 빵 봉지에 새로운 2차 유효기간 스티커가 붙어 있다. (우) 한 매장 직원이 ‘스티커 갈이’를 하고 있다.(좌) 유효기간이 지난 햄버거 빵 봉지에 새로운 2차 유효기간 스티커가 붙어 있다. (우) 한 매장 직원이 ‘스티커 갈이’를 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올해 1월 2일 밤 11시쯤 촬영된 영상의 일부분입니다. 햄버거 빵 겉봉지에 붙은 2차 유효기간 스티커에는 다음날인 1월 3일 새벽 5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스티커를 떼보니, 그 아래 또 다른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유효기간은 1월 2일 오전 7시 14분까지로 돼 있습니다. 2일 밤 11시에 촬영된 영상이니, 맥도날드의 약속대로라면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했어야 할 빵인 겁니다.

이런 ‘스티커 갈이’는 자정을 전후해 주로 마감 시간대에 이뤄졌다고 공익신고자는 KBS에 말했습니다.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임박한 식재료에 새로 스티커를 붙여 폐기하지 않고 다음 날 사용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영상은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수십 차례 촬영됐습니다. 한순간의 잘못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공익 신고자는 “이렇게 할 거면 왜 2차 유효기간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 의사를 표현한 동료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또 관리직원인 점장 등이 지시해 아르바이트생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맥도날드가 KBS 취재진에게 보낸 공식 입장한국맥도날드가 KBS 취재진에게 보낸 공식 입장

■ 전·현직 직원 “다른 매장에서도 있었다”...맥도날드 “특정 매장의 직원 문제”

맥도날드는 KBS에 보낸 답변서에서 “해당 매장에서 2차 유효기간 스티커를 다시 출력해 부착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스티커 갈이’를 시인한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팀 리더’ 직책의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팀 리더’는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이끄는 역할을 할 뿐, 급여에 별 차이가 없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합당한 인사 조처”를 하겠다고 했는데, 아르바이트생 1명을 최근 징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맥도날드는 매장 운영을 책임지는 점장과 부점장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은 “‘팀 리더’는 어차피 시급 알바생으로 크루(팀원)와 똑같다”며, “스티커 갈이를 지시할 권한도 없고,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스티커 갈이’는 다른 매장에서도 이뤄진다며, 버려야 할 식자재를 쓰라고 지시하는 사람은 점장이나 부점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매장마다 식자재에 대한 로스율(손실률)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리자들이 그런 것들에 관해 부담을 가져서 그렇게 결정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맥도날드는 KBS 취재가 시작되자, 2차 유효기간을 준수하도록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스티커 발급 기준을 지금보다 더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지난 식재료로 만든 제품을 몇 명이나 구매했는지, 또 어떤 조처를 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고객들은 유효기간이 지난 식재료로 만든 제품인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는데도, 맥도날드는 “고객센터로 연락을 주면 신속히 조치하겠다”는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맥도날드가 유효기간이 지난 식재료를 재사용했다는 공익신고를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관련 내용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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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고 폐기’ 않고 ‘재사용’…공수표된 맥도날드의 약속?
    • 입력 2021-08-04 07:00:05
    취재K

“ (맥도날드 매장 점장은) 기간이 다 되면 재료가 아무리 남아도 폐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2019년 11월 한 경제신문 기사

이른바 ‘햄버거병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맥도날드는 2019년, 매장 주방을 언론에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때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 바로 ‘2차 유효기간’입니다.

‘2차 유효기간’은 맥도날드가 자체적으로 정한 식자재 사용기간입니다. 맥도날드는 2차 유효기간이 찍힌 스티커를 식재료 겉봉지마다 붙여 사용 전에 확인하겠다고 했습니다. 2차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는 즉각 폐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공익 신고’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증거 영상과 함께 접수됐습니다. KBS는 이 영상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 폐기 대상 식자재를 스티커 덧붙여 또 사용...‘2차 유효기간’ 유명무실

공익 신고자가 권익위에 제출한 영상을 보면, 또띠아 겉봉지에 붙은 스티커를 떼자 그 밑에 또 하나의 스티커가 나옵니다. 유효기간이 지난 재료를 버리지 않고 계속 쓰기 위해, 유효기간 스티커만 새로 출력해 위에 덧붙인 겁니다.

(좌) 유효기간이 지난 햄버거 빵 봉지에 새로운 2차 유효기간 스티커가 붙어 있다. (우) 한 매장 직원이 ‘스티커 갈이’를 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올해 1월 2일 밤 11시쯤 촬영된 영상의 일부분입니다. 햄버거 빵 겉봉지에 붙은 2차 유효기간 스티커에는 다음날인 1월 3일 새벽 5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스티커를 떼보니, 그 아래 또 다른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유효기간은 1월 2일 오전 7시 14분까지로 돼 있습니다. 2일 밤 11시에 촬영된 영상이니, 맥도날드의 약속대로라면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했어야 할 빵인 겁니다.

이런 ‘스티커 갈이’는 자정을 전후해 주로 마감 시간대에 이뤄졌다고 공익신고자는 KBS에 말했습니다.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임박한 식재료에 새로 스티커를 붙여 폐기하지 않고 다음 날 사용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영상은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수십 차례 촬영됐습니다. 한순간의 잘못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공익 신고자는 “이렇게 할 거면 왜 2차 유효기간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 의사를 표현한 동료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또 관리직원인 점장 등이 지시해 아르바이트생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맥도날드가 KBS 취재진에게 보낸 공식 입장
■ 전·현직 직원 “다른 매장에서도 있었다”...맥도날드 “특정 매장의 직원 문제”

맥도날드는 KBS에 보낸 답변서에서 “해당 매장에서 2차 유효기간 스티커를 다시 출력해 부착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스티커 갈이’를 시인한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팀 리더’ 직책의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팀 리더’는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이끄는 역할을 할 뿐, 급여에 별 차이가 없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합당한 인사 조처”를 하겠다고 했는데, 아르바이트생 1명을 최근 징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맥도날드는 매장 운영을 책임지는 점장과 부점장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맥도날드에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은 “‘팀 리더’는 어차피 시급 알바생으로 크루(팀원)와 똑같다”며, “스티커 갈이를 지시할 권한도 없고,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스티커 갈이’는 다른 매장에서도 이뤄진다며, 버려야 할 식자재를 쓰라고 지시하는 사람은 점장이나 부점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매장마다 식자재에 대한 로스율(손실률)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리자들이 그런 것들에 관해 부담을 가져서 그렇게 결정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맥도날드는 KBS 취재가 시작되자, 2차 유효기간을 준수하도록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스티커 발급 기준을 지금보다 더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지난 식재료로 만든 제품을 몇 명이나 구매했는지, 또 어떤 조처를 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고객들은 유효기간이 지난 식재료로 만든 제품인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는데도, 맥도날드는 “고객센터로 연락을 주면 신속히 조치하겠다”는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맥도날드가 유효기간이 지난 식재료를 재사용했다는 공익신고를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관련 내용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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