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가을 해변 조심해야 할 ‘너울성 파도’…인명피해 잇따라

입력 2021.09.18 (08:00) 수정 2021.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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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해수욕장 운영이 끝나고, 어느덧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입니다. 바닷가를 찾는 피서객도 사라졌지만, 강원 동해안에는 가을 바다의 정취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여전합니다.

하지만 가을 바다를 즐기는 데 있어, 반드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너울성 파도와 역파도라고도 부르는 이안류입니다.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 모두, 위험을 미처 알기도 전에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요.

최근 강원 동해안에서는 이들로 인한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소라와 조개 채취하려다"… 사망사고 잇달아


이달들어 지난 16일 오후 사진 촬영과 갯바위 낚시로 유명한 속초시 영금정 인근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남녀 관광객이 갯바위 끝 쪽에서 함께 소라 등을 채취했는데요. 갑자기 솟아오른 너울성 파도에 모두 바다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양경찰이 여성을 구조했지만, 안타깝게도 50대 남성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영금정 갯바위는 평소에도 바다 이끼 탓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 등이 잦은 곳입니다. 이 때문에 해경에서 고용한 연안안전지킴이가 사고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관광객이 많은 때에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주변 관광객이 없었더라면, 사고 발생 신고조차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이틀 전인 지난 14일 오후 강릉 금진 해변에서도 수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50대 남성 관광객이 바다에 빠져 변을 당했습니다. 남성은 성인 허리 정도 깊이의 바다에서 일행과 조개를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파도가 밀려들었습니다. 일행은 앞서 몸을 피했지만, 남성은 순식간에 먼바다 쪽으로 휩쓸려 떠내려갔습니다. 사고를 목격한 서핑 애호가가 이 남성을 구조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목격자 진술과 인근 CCTV 등을 분석한 해경은 이 남성이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에 휩쓸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사망 사고 발생해도 '안전 불감증'은 여전

취재진이 당시 사고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속초 영금정 앞바다는 여전히 강한 파도로 출렁이고 있었는데요. 갯바위 위는 낚시를 즐기거나 사진을 찍는 많은 관광객으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순찰을 도는 해경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경이 위험을 알리며 피할 것을 권고해도, 일부 관광객들은 이를 무시한 채 30분 가까이를 버텼습니다.

강릉 금진해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파도가 높은 상황에도,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도 없이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풍랑특보 등이 내려지면 관광객들에게 위험을 알리기도 하지만, 곧이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한때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해변 차단벽을 세우거나, 출입구를 막아놓기도 했다는데요. 일부 관광객들은 이를 뛰어 넘거나 자물쇠를 부수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실 출입통제지역이 아닌 이상 출입통제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안전에 대한 주의를 주려다가,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면박을 듣는 경우까지 생긴다고 합니다.

조택성/ 속초시 동명동
"(해양경찰관도) 단속이 어려워요. 가버리면 또 호기심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위험한 걸 느끼지 못하죠. 그게 제일 참 답답하고"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의 한 해변에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의 한 해변에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사망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

운영을 끝낸 해수욕장이나 갯바위 등은 안전요원이 없거나 한시적으로 활동합니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해도 신속한 구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요. 해경이 순찰을 한다고 해도 모든 해변을 24시간 감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지난달 말부터 강원 동해안 해변과 갯바위 등에선 수난사고 12건이 잇따랐습니다. 10명이 구조됐지만, 4명은 숨지고 말았습니다.

김남일/속초해양경찰서 해양안전과 안전관리계 경사
"(너울성 파도나 이안류는) 예측이 어려우므로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예방하는 방법은 해안가, 방파제, 갯바위 등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 위험 지역에서 사진 찍고 있는 관광객들 사고 위험 지역에서 사진 찍고 있는 관광객들

제14호 태풍 찬투의 간접영향으로 강원 동해안은 당분간 높은 파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역시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 사고가 재발할 우려도 적지 않은데요.

추석 연휴 기간 귀성객과 관광객이 많이 몰릴 수 있어, 더 걱정입니다. 이에 해경은 풍랑특보가 해제될 때까지 강원 동해안 연안에 안전사고 위험 주의보를 발령하고, 갯바위와 방파제 등 위험지역을 출입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여행 와서 추억을 남기고, 즐거움을 느끼려고 무심코 한 행동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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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가을 해변 조심해야 할 ‘너울성 파도’…인명피해 잇따라
    • 입력 2021-09-18 08:00:15
    • 수정2021-09-18 08:00:25
    취재후·사건후


여름 해수욕장 운영이 끝나고, 어느덧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입니다. 바닷가를 찾는 피서객도 사라졌지만, 강원 동해안에는 가을 바다의 정취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여전합니다.

하지만 가을 바다를 즐기는 데 있어, 반드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너울성 파도와 역파도라고도 부르는 이안류입니다.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 모두, 위험을 미처 알기도 전에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요.

최근 강원 동해안에서는 이들로 인한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소라와 조개 채취하려다"… 사망사고 잇달아


이달들어 지난 16일 오후 사진 촬영과 갯바위 낚시로 유명한 속초시 영금정 인근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남녀 관광객이 갯바위 끝 쪽에서 함께 소라 등을 채취했는데요. 갑자기 솟아오른 너울성 파도에 모두 바다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양경찰이 여성을 구조했지만, 안타깝게도 50대 남성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영금정 갯바위는 평소에도 바다 이끼 탓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 등이 잦은 곳입니다. 이 때문에 해경에서 고용한 연안안전지킴이가 사고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관광객이 많은 때에 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주변 관광객이 없었더라면, 사고 발생 신고조차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이틀 전인 지난 14일 오후 강릉 금진 해변에서도 수난사고가 발생했습니다.

50대 남성 관광객이 바다에 빠져 변을 당했습니다. 남성은 성인 허리 정도 깊이의 바다에서 일행과 조개를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파도가 밀려들었습니다. 일행은 앞서 몸을 피했지만, 남성은 순식간에 먼바다 쪽으로 휩쓸려 떠내려갔습니다. 사고를 목격한 서핑 애호가가 이 남성을 구조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목격자 진술과 인근 CCTV 등을 분석한 해경은 이 남성이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에 휩쓸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사망 사고 발생해도 '안전 불감증'은 여전

취재진이 당시 사고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속초 영금정 앞바다는 여전히 강한 파도로 출렁이고 있었는데요. 갯바위 위는 낚시를 즐기거나 사진을 찍는 많은 관광객으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순찰을 도는 해경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경이 위험을 알리며 피할 것을 권고해도, 일부 관광객들은 이를 무시한 채 30분 가까이를 버텼습니다.

강릉 금진해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파도가 높은 상황에도,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도 없이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풍랑특보 등이 내려지면 관광객들에게 위험을 알리기도 하지만, 곧이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한때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해변 차단벽을 세우거나, 출입구를 막아놓기도 했다는데요. 일부 관광객들은 이를 뛰어 넘거나 자물쇠를 부수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실 출입통제지역이 아닌 이상 출입통제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안전에 대한 주의를 주려다가,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면박을 듣는 경우까지 생긴다고 합니다.

조택성/ 속초시 동명동
"(해양경찰관도) 단속이 어려워요. 가버리면 또 호기심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위험한 걸 느끼지 못하죠. 그게 제일 참 답답하고"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강원도 강릉시의 한 해변에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사망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

운영을 끝낸 해수욕장이나 갯바위 등은 안전요원이 없거나 한시적으로 활동합니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해도 신속한 구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요. 해경이 순찰을 한다고 해도 모든 해변을 24시간 감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지난달 말부터 강원 동해안 해변과 갯바위 등에선 수난사고 12건이 잇따랐습니다. 10명이 구조됐지만, 4명은 숨지고 말았습니다.

김남일/속초해양경찰서 해양안전과 안전관리계 경사
"(너울성 파도나 이안류는) 예측이 어려우므로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예방하는 방법은 해안가, 방파제, 갯바위 등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 위험 지역에서 사진 찍고 있는 관광객들
제14호 태풍 찬투의 간접영향으로 강원 동해안은 당분간 높은 파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역시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 사고가 재발할 우려도 적지 않은데요.

추석 연휴 기간 귀성객과 관광객이 많이 몰릴 수 있어, 더 걱정입니다. 이에 해경은 풍랑특보가 해제될 때까지 강원 동해안 연안에 안전사고 위험 주의보를 발령하고, 갯바위와 방파제 등 위험지역을 출입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여행 와서 추억을 남기고, 즐거움을 느끼려고 무심코 한 행동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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