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으로 응어리진 ‘분단의 비극’…윤흥길 ‘장마’

입력 2022.01.02 (21:20) 수정 2022.01.0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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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죠.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2일)은 유명한 작품이죠,

윤흥길 작가의 '장마'입니다.

교과서에도 실렸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른바 분단 문학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김석 기자가 윤흥길 작가를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주인공 소년에겐 삼촌이 두 명입니다.

먼저, 국군 소위로 입대해 소대장이 된 외삼촌.

반대로, 붉은 완장을 차고 빨치산이 된 친삼촌.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좌우로, 남과 북으로 갈려버린 시대의 비극.

6·25전쟁이 낳은 이 잔인한 현실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윤흥길/소설가 : "장교로 참전해가지고 김화지구에서 전사한 외삼촌이 어린 시절에 제 영웅이었어요. 외할머니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기절하는 모습, 이런 거를 제가 직접 목격을 했어요."]

두 삼촌의 엇갈린 운명은 불행의 씨앗이 되어 끝내 파국을 부릅니다.

[영화 속 대사 : "이런 집에선 더 있으래도 안 있을란다. 이런 뿔갱이 집..."]

반공주의가 온 나라를 지배하다시피 하면서 글 쓰는 일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던 시절.

궁리 끝에 작가는 소설의 화자를 10살 어린이로 설정합니다.

[윤흥길/소설가 : "좌우익 이념을 모르는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순수하게 들어오는 대로, 느끼는 대로 그거를 서술해 놓는다면 뭔가 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집 나간 아들이 언제 돌아올까, 급기야 점쟁이를 찾아간 어머니.

아들이 집에 올 거라던 날, 대신 나타난 구렁이 한 마리.

이 구렁이를 달래서 보내는 무속적 행위를 통해 두 집안의 갈등은 극적으로 해소됩니다.

[윤흥길/소설가 : "우리가 이민족이 아니고 한민족이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거, 이것이 문학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통일에 대한 기여라고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언제 그칠지 모르는 장마처럼 암담하기만 한 시대 현실을 예리하게 통찰한 소설 ‘장마’.

1973년에 발표된 이후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명실상부 분단 문학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강진호/문학평론가·성신여대 교수 : "동질성의 회복을 통해서 외래적인 이데올로기를 물리치고 갈등을 봉합하는 그런 의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남북 간의 이질화가 심화되고 있고 또 적대관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오늘날도 여전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6·25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장편을 쓰고 있는 윤흥길 작가.

건강이 나빠져 집필이 많이 늦어졌지만, 다섯 권으로 완성될 이 소설이야말로 필생의 작품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윤흥길/소설가 : "어떻게 보면 불운하고 어떻게 보면 시련이 많고 그래서 이 작품이 완간돼서 나온다면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보상이 아닐까..."]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 조현관/영상편집:이재연/삽화제작:김현수/문자그래픽: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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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恨)으로 응어리진 ‘분단의 비극’…윤흥길 ‘장마’
    • 입력 2022-01-02 21:20:38
    • 수정2022-01-02 21:50:22
    뉴스 9
[앵커]

우리 시대의 소설입니다.

매주 이 시간 전하고 있죠.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는 시간입니다.

오늘(2일)은 유명한 작품이죠,

윤흥길 작가의 '장마'입니다.

교과서에도 실렸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른바 분단 문학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김석 기자가 윤흥길 작가를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주인공 소년에겐 삼촌이 두 명입니다.

먼저, 국군 소위로 입대해 소대장이 된 외삼촌.

반대로, 붉은 완장을 차고 빨치산이 된 친삼촌.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좌우로, 남과 북으로 갈려버린 시대의 비극.

6·25전쟁이 낳은 이 잔인한 현실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윤흥길/소설가 : "장교로 참전해가지고 김화지구에서 전사한 외삼촌이 어린 시절에 제 영웅이었어요. 외할머니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기절하는 모습, 이런 거를 제가 직접 목격을 했어요."]

두 삼촌의 엇갈린 운명은 불행의 씨앗이 되어 끝내 파국을 부릅니다.

[영화 속 대사 : "이런 집에선 더 있으래도 안 있을란다. 이런 뿔갱이 집..."]

반공주의가 온 나라를 지배하다시피 하면서 글 쓰는 일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던 시절.

궁리 끝에 작가는 소설의 화자를 10살 어린이로 설정합니다.

[윤흥길/소설가 : "좌우익 이념을 모르는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순수하게 들어오는 대로, 느끼는 대로 그거를 서술해 놓는다면 뭔가 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집 나간 아들이 언제 돌아올까, 급기야 점쟁이를 찾아간 어머니.

아들이 집에 올 거라던 날, 대신 나타난 구렁이 한 마리.

이 구렁이를 달래서 보내는 무속적 행위를 통해 두 집안의 갈등은 극적으로 해소됩니다.

[윤흥길/소설가 : "우리가 이민족이 아니고 한민족이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거, 이것이 문학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통일에 대한 기여라고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언제 그칠지 모르는 장마처럼 암담하기만 한 시대 현실을 예리하게 통찰한 소설 ‘장마’.

1973년에 발표된 이후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명실상부 분단 문학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강진호/문학평론가·성신여대 교수 : "동질성의 회복을 통해서 외래적인 이데올로기를 물리치고 갈등을 봉합하는 그런 의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남북 간의 이질화가 심화되고 있고 또 적대관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오늘날도 여전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6·25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장편을 쓰고 있는 윤흥길 작가.

건강이 나빠져 집필이 많이 늦어졌지만, 다섯 권으로 완성될 이 소설이야말로 필생의 작품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윤흥길/소설가 : "어떻게 보면 불운하고 어떻게 보면 시련이 많고 그래서 이 작품이 완간돼서 나온다면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보상이 아닐까..."]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 조현관/영상편집:이재연/삽화제작:김현수/문자그래픽: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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