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뱃속에 타이어가?’ 목숨 위협받는 제주 방목 동물들

입력 2022.0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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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제주의 오름을 찾는 탐방객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름 탐방로에 깔아놓은 폐타이어나, 탐방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방목해 키우는 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정 때문에 치명적이라는 걸까요?


■ 소화불량으로 숨지는 소들…"폐타이어 먹었기 때문"

제주 동부지역의 오름은 탁 트인 한라산에 시원한 바다, 하얀 풍력발전기까지 그림처럼 어우러져 탐방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오름마다 탐방로가 조성돼 있는데, 이 탐방로가 방목해 키우는 동물들에게는 생명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제주시 구좌읍 동검은이오름 탐방로 타이어매트가 망가져 폐타이어 일부가 솟구쳐 있는 모습.지난 13일 제주시 구좌읍 동검은이오름 탐방로 타이어매트가 망가져 폐타이어 일부가 솟구쳐 있는 모습.

지난해 제주시 구좌읍 하도 공동목장에 풀어놓은 소들이 잇따라 폐사했는데, 이를 조사한 전문가는 폐타이어를 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탐방객들의 통행을 돕기 위한 '타이어 매트'가 소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는 겁니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호 수의사는 "소들이 미네랄을 섭취하기 위해 석유로 만든 망가진 폐타이어를 씹어 먹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소화가 안 되니까 만성 소화불량증에 걸려 결국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김 수의사는 이어 "수십 년째 소를 진료하고 있는 입장에서 폐타이어는 시한폭탄이자 살인 무기"라며 "
"타이어 매트를 모두 수거하고 친환경적인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 송아지 뱃속에 검은 비닐까지…양·알파카도 폐사

폐사한 송아지 위 속에서 나온 검은 비닐. 오른쪽은 비닐을 펼친 모습.(김재호 수의사 제공)폐사한 송아지 위 속에서 나온 검은 비닐. 오른쪽은 비닐을 펼친 모습.(김재호 수의사 제공)

제주 오름과 들판에 버려지는 쓰레기도 치명적입니다. 몇 년 전 김 수의사가 폐사한 송아지를 부검한 결과 위 속에서 검은 비닐이 발견됐는데, 비슷한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상도 공동목장에서 소를 키우는 정공삼 씨는 "탐방객들이나 고사리 채취객들이 도시락을 싸 와서 먹다가 비닐봉지를 아무 데나 버리고 가면 소가 먹어버린다"며 "위에 뭉친 채로 소화가 안 돼서 폐사하는 일이 간혹 나타나다 보니 축산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은 위가 네 개여서, 위가 하나인 다른 동물과 달리 소화가 안 되는 물체를 삼키면 배설물로 배출이 힘듭니다. 이런 쓰레기들을 삼키면 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인근 관광지에서 같은 반추동물인 양과 알파카도 소화불량으로 잇따라 폐사했는데, 플라스틱 재질의 인조잔디가 한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바다에 버린 해양쓰레기로 수중생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육상에서도 폐타이어와 버려진 쓰레기로 동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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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 뱃속에 타이어가?’ 목숨 위협받는 제주 방목 동물들
    • 입력 2022-01-15 08:00:35
    취재K

코로나19 시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제주의 오름을 찾는 탐방객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름 탐방로에 깔아놓은 폐타이어나, 탐방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방목해 키우는 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정 때문에 치명적이라는 걸까요?


■ 소화불량으로 숨지는 소들…"폐타이어 먹었기 때문"

제주 동부지역의 오름은 탁 트인 한라산에 시원한 바다, 하얀 풍력발전기까지 그림처럼 어우러져 탐방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오름마다 탐방로가 조성돼 있는데, 이 탐방로가 방목해 키우는 동물들에게는 생명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제주시 구좌읍 동검은이오름 탐방로 타이어매트가 망가져 폐타이어 일부가 솟구쳐 있는 모습.
지난해 제주시 구좌읍 하도 공동목장에 풀어놓은 소들이 잇따라 폐사했는데, 이를 조사한 전문가는 폐타이어를 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탐방객들의 통행을 돕기 위한 '타이어 매트'가 소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는 겁니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호 수의사는 "소들이 미네랄을 섭취하기 위해 석유로 만든 망가진 폐타이어를 씹어 먹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소화가 안 되니까 만성 소화불량증에 걸려 결국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김 수의사는 이어 "수십 년째 소를 진료하고 있는 입장에서 폐타이어는 시한폭탄이자 살인 무기"라며 "
"타이어 매트를 모두 수거하고 친환경적인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 송아지 뱃속에 검은 비닐까지…양·알파카도 폐사

폐사한 송아지 위 속에서 나온 검은 비닐. 오른쪽은 비닐을 펼친 모습.(김재호 수의사 제공)
제주 오름과 들판에 버려지는 쓰레기도 치명적입니다. 몇 년 전 김 수의사가 폐사한 송아지를 부검한 결과 위 속에서 검은 비닐이 발견됐는데, 비슷한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상도 공동목장에서 소를 키우는 정공삼 씨는 "탐방객들이나 고사리 채취객들이 도시락을 싸 와서 먹다가 비닐봉지를 아무 데나 버리고 가면 소가 먹어버린다"며 "위에 뭉친 채로 소화가 안 돼서 폐사하는 일이 간혹 나타나다 보니 축산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은 위가 네 개여서, 위가 하나인 다른 동물과 달리 소화가 안 되는 물체를 삼키면 배설물로 배출이 힘듭니다. 이런 쓰레기들을 삼키면 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인근 관광지에서 같은 반추동물인 양과 알파카도 소화불량으로 잇따라 폐사했는데, 플라스틱 재질의 인조잔디가 한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바다에 버린 해양쓰레기로 수중생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육상에서도 폐타이어와 버려진 쓰레기로 동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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