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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22 대통령 선거
[여심야심] 윤석열-홍준표 만찬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22.01.20 (15:29) 수정 2022.01.24 (21:27) 여심야심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이 어제(19일) 저녁, 서울 모처의 한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경선 이후 두 번째로, 지난달 2일 첫 만남 이후 48일 만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 소식이 알려진 뒤, 회동 장소로 지목된 강남의 한 식당으로 기자들이 달려갔지만 두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후 기자들과 두 사람의 숨바꼭질이 이어졌지만 끝내 찾지 못했고, 회동은 철저히 비밀리에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2시간 반 동안의 회동 후폭풍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만찬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던 걸까요?

■ 권영세 말한 '구태' 주인공은 누구?

두 사람의 회동 후 오늘(20일) 오전 열린 선대본부 회의에서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당의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한 채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을 명심해야 한다" 라고요.

평소 권 본부장의 발언 수위가 세지 않았던 터라 이 말이 누구를 겨냥한 건지, 왜 그랬는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현재 당 내에 지도자급 인사가 손에 꼽히는 상황이라, 시점상 홍준표 의원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권 본부장은 이 발언의 맥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액면 그대로 이해해달라" 했고,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것이냐고 묻자, "그 부분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이준석 대표는 오늘 오전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보면 저는 얼마나 참 '사심 없는' 사람입니까? 세상에 어떤 사람이 지하철 인사하는 걸 요구 조건으로 걸겠습니까"라며 아리송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홍준표 의원이 만찬 회동에서 윤 후보에게 '사심 있는' 요구 조건을 내걸었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결국 권영세 본부장 발언의 발화점도 홍 의원의 요구 조건인 걸로 보입니다.

■ 홍준표의 세 가지 요구 조건

홍 의원은 어제 회동 직후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윤 후보에게 두 가지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첫째, 국정 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를 취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 둘째, 처가 비리는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만 해소되면 선대본부 상임고문으로 선거팀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홍 의원이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세 번째 요구 사항이 있었습니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 문제였습니다.

홍 의원은 재보선 대상 지역구 5곳 중 서울 종로에는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자신을 도왔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대구 중남구에는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을 전략공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세 번째 요구 사항이 문제가 됐습니다.

■ 尹 측 "징계감"…洪 "방자하다"

윤 후보는 홍 의원의 두 가지 요구 조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다만 세 번째 요구 사항에 대해선 권영세 사무총장 겸 선대본부장에게 뜻을 전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고 합니다.

하지만 윤 후보 측에선 격앙된 반응이 나왔습니다. "어이가 없다," "내부 총질해놓고 이거 해주면 도와주고 아니면 안 도와준다는 게 당 대표 2번이나 했던 사람이 할 태도냐"며 홍 의원을 맹비난했습니다.

"징계감"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권 본부장이 아침 선대본부 회의에서 '당원 자격'을 운운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아침 선대본부 비공개회의에서도 홍 의원이 공천을 요구한 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논란이 커지지 않도록 김기현 원내대표와 추경호 원내수석부 대표가 잇따라 홍 의원을 직접 찾아 수습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에 홍 의원은 "종로에 최재형 같은 사람을 공천하게 되면 깨끗하고, 행정 능력이 뛰어나고, 국정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라, 그런 사람들이 대선의 전면에 나서야지 선거가 된다는 취지로 요청한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걸 두고 자기들끼리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권영세 본부장을 향해선 "갈등을 수습해야 할 사람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그런 사람이 대선을 이끌어서 대선이 되겠느냐"고 직격했습니다.

또 "만약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해서 정리를 했어야지 어떻게 후보하고 이야기한 내용을 갖고 나를 비난하느냐"며,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맹공했습니다.

■ '공천 파열음'…'원팀' 물 건너가나?

결국 이번 사태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당초 목적이었던 '원팀'은 물 건너가는 걸까요? 꼭 그렇게만은 볼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당내에선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과거 대선 후보일 당시 총리직을 약속한 사람만 20명이 넘는다는 우스개소리와 함께 공수표가 오가는 게 선거철의 흔한 풍경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홍 의원이 그런 요구를 한 게 그리 놀랄 일도, 크게 비난할 일도 아니란 겁니다.

동시에 권 본부장이 공개적으로 홍 의원을 직격한 것과 관련해서도 공천관리위원회 역할을 침범한 데 대해 대외적인 경고 차원이라는 설명입니다. 현재 해당 지역구에서 준비하고 있는 다른 후보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도록 초기에 내홍의 싹을 자르려는 의도라고 당 관계자들은 말했습니다.

또 선대본부 차원에서는 원칙대로 강한 메시지를 내놓되, 물밑에선 윤 후보가 홍 의원을 설득하고 달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윤 후보 측 인사도 기분이 나쁘더라도 후보만큼은 홍 의원을 달래고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습니다.

윤 후보는 일단 공천 문제는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거리두기 중입니다. 공천 파열음이 나온다는 기자들 질문에도 자신은 들지 못했다며, "공정한 위원회를 구성해서 위원회에 맡기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홍 의원 측도 권영세 본부장의 발언이 윤석열 후보 뜻이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 일이 커지지 않겠냐"며, 가급적 윤 후보와 연관 짓지 않으려는 분위깁니다.

시작부터 험난한 '원팀'으로 가는 길. 그래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결론은 이번에도 윤 후보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겁니다.
  • [여심야심] 윤석열-홍준표 만찬에선 무슨 일이?
    • 입력 2022-01-20 15:29:42
    • 수정2022-01-24 21:27:49
    여심야심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이 어제(19일) 저녁, 서울 모처의 한 식당에서 만났습니다. 경선 이후 두 번째로, 지난달 2일 첫 만남 이후 48일 만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 소식이 알려진 뒤, 회동 장소로 지목된 강남의 한 식당으로 기자들이 달려갔지만 두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후 기자들과 두 사람의 숨바꼭질이 이어졌지만 끝내 찾지 못했고, 회동은 철저히 비밀리에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2시간 반 동안의 회동 후폭풍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만찬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던 걸까요?

■ 권영세 말한 '구태' 주인공은 누구?

두 사람의 회동 후 오늘(20일) 오전 열린 선대본부 회의에서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당의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한 채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을 명심해야 한다" 라고요.

평소 권 본부장의 발언 수위가 세지 않았던 터라 이 말이 누구를 겨냥한 건지, 왜 그랬는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현재 당 내에 지도자급 인사가 손에 꼽히는 상황이라, 시점상 홍준표 의원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권 본부장은 이 발언의 맥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액면 그대로 이해해달라" 했고,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것이냐고 묻자, "그 부분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이준석 대표는 오늘 오전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보면 저는 얼마나 참 '사심 없는' 사람입니까? 세상에 어떤 사람이 지하철 인사하는 걸 요구 조건으로 걸겠습니까"라며 아리송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홍준표 의원이 만찬 회동에서 윤 후보에게 '사심 있는' 요구 조건을 내걸었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결국 권영세 본부장 발언의 발화점도 홍 의원의 요구 조건인 걸로 보입니다.

■ 홍준표의 세 가지 요구 조건

홍 의원은 어제 회동 직후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윤 후보에게 두 가지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첫째, 국정 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를 취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 둘째, 처가 비리는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두 가지만 해소되면 선대본부 상임고문으로 선거팀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홍 의원이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은 세 번째 요구 사항이 있었습니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 문제였습니다.

홍 의원은 재보선 대상 지역구 5곳 중 서울 종로에는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자신을 도왔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대구 중남구에는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을 전략공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 세 번째 요구 사항이 문제가 됐습니다.

■ 尹 측 "징계감"…洪 "방자하다"

윤 후보는 홍 의원의 두 가지 요구 조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다만 세 번째 요구 사항에 대해선 권영세 사무총장 겸 선대본부장에게 뜻을 전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고 합니다.

하지만 윤 후보 측에선 격앙된 반응이 나왔습니다. "어이가 없다," "내부 총질해놓고 이거 해주면 도와주고 아니면 안 도와준다는 게 당 대표 2번이나 했던 사람이 할 태도냐"며 홍 의원을 맹비난했습니다.

"징계감"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권 본부장이 아침 선대본부 회의에서 '당원 자격'을 운운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아침 선대본부 비공개회의에서도 홍 의원이 공천을 요구한 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논란이 커지지 않도록 김기현 원내대표와 추경호 원내수석부 대표가 잇따라 홍 의원을 직접 찾아 수습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에 홍 의원은 "종로에 최재형 같은 사람을 공천하게 되면 깨끗하고, 행정 능력이 뛰어나고, 국정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라, 그런 사람들이 대선의 전면에 나서야지 선거가 된다는 취지로 요청한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걸 두고 자기들끼리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권영세 본부장을 향해선 "갈등을 수습해야 할 사람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그런 사람이 대선을 이끌어서 대선이 되겠느냐"고 직격했습니다.

또 "만약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해서 정리를 했어야지 어떻게 후보하고 이야기한 내용을 갖고 나를 비난하느냐"며,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맹공했습니다.

■ '공천 파열음'…'원팀' 물 건너가나?

결국 이번 사태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렇게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당초 목적이었던 '원팀'은 물 건너가는 걸까요? 꼭 그렇게만은 볼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당내에선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과거 대선 후보일 당시 총리직을 약속한 사람만 20명이 넘는다는 우스개소리와 함께 공수표가 오가는 게 선거철의 흔한 풍경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홍 의원이 그런 요구를 한 게 그리 놀랄 일도, 크게 비난할 일도 아니란 겁니다.

동시에 권 본부장이 공개적으로 홍 의원을 직격한 것과 관련해서도 공천관리위원회 역할을 침범한 데 대해 대외적인 경고 차원이라는 설명입니다. 현재 해당 지역구에서 준비하고 있는 다른 후보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도록 초기에 내홍의 싹을 자르려는 의도라고 당 관계자들은 말했습니다.

또 선대본부 차원에서는 원칙대로 강한 메시지를 내놓되, 물밑에선 윤 후보가 홍 의원을 설득하고 달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윤 후보 측 인사도 기분이 나쁘더라도 후보만큼은 홍 의원을 달래고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습니다.

윤 후보는 일단 공천 문제는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거리두기 중입니다. 공천 파열음이 나온다는 기자들 질문에도 자신은 들지 못했다며, "공정한 위원회를 구성해서 위원회에 맡기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홍 의원 측도 권영세 본부장의 발언이 윤석열 후보 뜻이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 일이 커지지 않겠냐"며, 가급적 윤 후보와 연관 짓지 않으려는 분위깁니다.

시작부터 험난한 '원팀'으로 가는 길. 그래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결론은 이번에도 윤 후보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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