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개구리 공주’에 환호하는 중국…그녀의 반응은?

입력 2022.01.23 (07:00) 수정 2022.01.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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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8살, 그녀는 프리스타일 스키 점프 선수입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1월 20일 입국했습니다.

2천 명 넘는 선수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오고 있지만, 중국의 관심은 유달리 그녀에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21일 중국CCTV는 구아이링 선수가 베이징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21일 중국CCTV는 구아이링 선수가 베이징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구아이링(谷爱凌, Gu Ailing), 영어 이름은 아일린 구(Eileen Gu)입니다.

'개구리 공주'는 구아이링이 자신의 중국 SNS 웨이보 계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별명입니다. 자신이 어려서 스키 헬멧에 씌우던 개구리 커버에서 따왔습니다.

중국CCTV는 '개구리 공주'의 일거수 일투족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이미 입국 소식을 전했고요. 제일 좋아하는 만두를 먹었다는 사진도 방송했습니다.

구아이링과 중국인 어머니 (출처: 바이두)구아이링과 중국인 어머니 (출처: 바이두)

외모도 그렇지만 구아리링의 국적은 원래 중국이 아니었습니다. 구아이링의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가 중국인이기 때문이죠. 2003년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습니다.

3살 때 처음 스키를 시작해 8살에는 프로 스키 선수로 스키팀에 입단했습니다. 9세에 처음으로 미국 주니어 챔피언십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50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구아이링 경기 모습 (출처: 바이두)구아이링 경기 모습 (출처: 바이두)

그런 그녀가 돌연 2019년 6월, 앞으로 중국을 대표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서겠다고 선언합니다. 중국 국적을 선택한 겁니다.

중국은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 국적은 포기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사실 구아이링이 중국을 대표해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결정했을 당시, 그녀는 이미 미국 대표팀의 시드를 받았고 미국은 이 때문에 그녀를 계속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2019년 미국 대표로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슬로프스타일에 참가해 우승하기도 했고요.

구아이링 선수에 열광하는 중국

중국은 환호했습니다.

중국을 대표할만한 스키 선수가 없던 중국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가 중국 국적을 달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녀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구아이링이 2020 SAT에서 상위 0.2%에 드는 성적을 거뒀다는 뉴스가 중국 SNS에서 화제가 됐다. (출처: 웨이보)구아이링이 2020 SAT에서 상위 0.2%에 드는 성적을 거뒀다는 뉴스가 중국 SNS에서 화제가 됐다. (출처: 웨이보)

구아이링이 스키 뿐만 아니라 축구, 승마 등 다양한 스포츠에 능하고 공부도 잘한다며 이른바 '엄친딸'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유창한 중국어도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했다는 소식부터, 지난 2020년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1,600점 만점에 1,580점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2020년 중국에서 발매된 잡지에 표지 모델이 된 구아이링 (출처: 바이두)2020년 중국에서 발매된 잡지에 표지 모델이 된 구아이링 (출처: 바이두)

그녀를 향한 중국인들의 관심에 곧 이어 글로벌 브랜드가 움직였습니다.

알려졌다시피 고가품 브랜드 최대 고객은 중국인들입니다. 중국 내 고가품 소비액은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36%나 증가했습니다.

2019년도 스폰서가 1개 뿐이었던 구아이링에게 2021년 20여 개 글로벌 브랜드가 몰려들었습니다. LV(루이뷔통), 티파니, 빅토리아 시크릿, 캐딜락, 오스트리아 레드불, 에스티 로더 등입니다. 안타, 징둥 같은 중국의 유명 기업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 구아이링 둘러싼 미·중 묘한 '신경전'…정작 그녀 반응은?

미·중 갈등이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미국인' 선수의 '국적 변경', 미국으로서는 썩 달갑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2021년 3월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구아이링은 살해 협박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는데요.

구아이링이 자신이 딴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바이두)구아이링이 자신이 딴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바이두)

지금도 구아이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묘한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월 11일 "중국의 스타 스키 선수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여전히 미국에서 살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중국은 중국대로 구아이링 선수를 '중국을 드높이는 인재'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방송된 뉴스가 대표적입니다.

관영방송 중국CCTV는 구아이링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조국인 중국을 위해 영광을 쟁취함으로써 젊은 여장부로서 인생의 꿈을 실현했습니다. "고 칭찬했습니다.

정작 그녀의 반응은 어떨까요?

구아이링은 자신이 중국 국적을 선택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엄마가 태어난 곳의 젊은이들, 특히 어린 소녀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입니다.
구아이링이 중국 국적 취득 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 (출처: 웨이보, 그래픽: KBS디지털뉴스부)구아이링이 중국 국적 취득 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 (출처: 웨이보, 그래픽: KBS디지털뉴스부)

또 프리스타일 스키를 통해 양국 국민이 교류하고 우의를 키워갔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는데요.

어쩌면 자부심을 느낄 중국과 '속이 쓰릴' 미국을 향해 Z세대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으면 미국인, 중국에 있으면 중국인이다."

경기 출전 때마다 중국 이름 '아이링(Ailing)'과 영어 이름 '아일린(Eileen)'을 동시에 함께 적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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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개구리 공주’에 환호하는 중국…그녀의 반응은?
    • 입력 2022-01-23 07:00:58
    • 수정2022-01-23 09:47:49
    특파원 리포트

올해 18살, 그녀는 프리스타일 스키 점프 선수입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1월 20일 입국했습니다.

2천 명 넘는 선수들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오고 있지만, 중국의 관심은 유달리 그녀에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21일 중국CCTV는 구아이링 선수가 베이징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구아이링(谷爱凌, Gu Ailing), 영어 이름은 아일린 구(Eileen Gu)입니다.

'개구리 공주'는 구아이링이 자신의 중국 SNS 웨이보 계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별명입니다. 자신이 어려서 스키 헬멧에 씌우던 개구리 커버에서 따왔습니다.

중국CCTV는 '개구리 공주'의 일거수 일투족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이미 입국 소식을 전했고요. 제일 좋아하는 만두를 먹었다는 사진도 방송했습니다.

구아이링과 중국인 어머니 (출처: 바이두)
외모도 그렇지만 구아리링의 국적은 원래 중국이 아니었습니다. 구아이링의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가 중국인이기 때문이죠. 2003년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습니다.

3살 때 처음 스키를 시작해 8살에는 프로 스키 선수로 스키팀에 입단했습니다. 9세에 처음으로 미국 주니어 챔피언십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50개 이상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구아이링 경기 모습 (출처: 바이두)
그런 그녀가 돌연 2019년 6월, 앞으로 중국을 대표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서겠다고 선언합니다. 중국 국적을 선택한 겁니다.

중국은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 국적은 포기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사실 구아이링이 중국을 대표해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결정했을 당시, 그녀는 이미 미국 대표팀의 시드를 받았고 미국은 이 때문에 그녀를 계속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2019년 미국 대표로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슬로프스타일에 참가해 우승하기도 했고요.

구아이링 선수에 열광하는 중국

중국은 환호했습니다.

중국을 대표할만한 스키 선수가 없던 중국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습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가 중국 국적을 달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녀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커졌습니다.

구아이링이 2020 SAT에서 상위 0.2%에 드는 성적을 거뒀다는 뉴스가 중국 SNS에서 화제가 됐다. (출처: 웨이보)
구아이링이 스키 뿐만 아니라 축구, 승마 등 다양한 스포츠에 능하고 공부도 잘한다며 이른바 '엄친딸'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유창한 중국어도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했다는 소식부터, 지난 2020년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1,600점 만점에 1,580점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2020년 중국에서 발매된 잡지에 표지 모델이 된 구아이링 (출처: 바이두)
그녀를 향한 중국인들의 관심에 곧 이어 글로벌 브랜드가 움직였습니다.

알려졌다시피 고가품 브랜드 최대 고객은 중국인들입니다. 중국 내 고가품 소비액은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36%나 증가했습니다.

2019년도 스폰서가 1개 뿐이었던 구아이링에게 2021년 20여 개 글로벌 브랜드가 몰려들었습니다. LV(루이뷔통), 티파니, 빅토리아 시크릿, 캐딜락, 오스트리아 레드불, 에스티 로더 등입니다. 안타, 징둥 같은 중국의 유명 기업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 구아이링 둘러싼 미·중 묘한 '신경전'…정작 그녀 반응은?

미·중 갈등이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미국인' 선수의 '국적 변경', 미국으로서는 썩 달갑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2021년 3월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구아이링은 살해 협박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는데요.

구아이링이 자신이 딴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출처: 바이두)
지금도 구아이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묘한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월 11일 "중국의 스타 스키 선수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여전히 미국에서 살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중국은 중국대로 구아이링 선수를 '중국을 드높이는 인재'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방송된 뉴스가 대표적입니다.

관영방송 중국CCTV는 구아이링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조국인 중국을 위해 영광을 쟁취함으로써 젊은 여장부로서 인생의 꿈을 실현했습니다. "고 칭찬했습니다.

정작 그녀의 반응은 어떨까요?

구아이링은 자신이 중국 국적을 선택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엄마가 태어난 곳의 젊은이들, 특히 어린 소녀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입니다.
구아이링이 중국 국적 취득 후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 (출처: 웨이보, 그래픽: KBS디지털뉴스부)
또 프리스타일 스키를 통해 양국 국민이 교류하고 우의를 키워갔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는데요.

어쩌면 자부심을 느낄 중국과 '속이 쓰릴' 미국을 향해 Z세대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으면 미국인, 중국에 있으면 중국인이다."

경기 출전 때마다 중국 이름 '아이링(Ailing)'과 영어 이름 '아일린(Eileen)'을 동시에 함께 적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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