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경고, 어촌 소멸]② ‘체험휴양마을’ 포기…운영할 주민 없어

입력 2022.06.29 (07:00) 수정 2022.06.29 (07: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입니다. 어촌 소멸이 임박했기 때문인데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3년 뒤 전국의 어촌마을 공동체 84.2%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KBS는 어촌 소멸을 경고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실태와 대책을 짚어보는 기획 '통계의 경고, 어촌 소멸'을 마련했습니다. 2편에서는 '고수온'으로 인한 수산자원 황폐화에 이어 '어촌체험휴양마을'의 운영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경남 남해군 항도마을에 있는 어촌체험휴양마을 안내판경남 남해군 항도마을에 있는 어촌체험휴양마을 안내판

마을 운영이 잘 돼 주민들의 소득이 늘면, 어촌 마을의 소멸을 막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데요. KBS는 어촌체험휴양마을의 운영 상황이 어떠한지 살펴봤습니다.

■ 방문객 줄고 주민 고령화…어촌체험휴양마을 '포기'

경남 남해군의 항도마을은 고즈넉한 풍경과 함께 문어가 잘 잡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여름 휴가철마다 이 작고 조용한 마을에 외지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하자 마을 주민들은 2011년부터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했습니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체험 활동을 위한 장비를 빌려주고 숙소를 제공해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2년 전, 운영은 중단됐습니다. 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으로 항도마을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주민들은 왜 9년 만에 생각을 바꿨을까요?

출처:경상남도 남해군출처:경상남도 남해군

■ '어촌체험휴양마을'도 막지 못한 고령화

어촌체험휴양마을이 고령화를 막거나 마을으로의 인구 유입을 촉진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을의 인구를 늘리고, 특히 젊은 층을 유입시키려면 어촌체험휴양마을이 인기를 끄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도마을 인근 바다에는 갯벌이 없어 어린아이들이 체험 활동을 하기 어려웠고, 점차 가족 단위 방문객이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고령이 된 주민들이 숙소와 체험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매일 관리하기 힘들어지자 결국 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을 포기했습니다.

2017년 항도마을의 인구는 78명, 이 가운데 47%가 65살 이상 고령층이었습니다. 3년 뒤인 2020년에는 주민 81명 가운데 고령층이 52%나 됐습니다.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면서 오히려 고령층 비율이 늘어난 겁니다.

경남 거제시의 외딴 섬, '이수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수도 주민들도 2019년 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을 포기했습니다. 운영한 지 5년 만이었습니다.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찾는 사람도 없었고, 마을 운영을 위해 섬으로 이주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수도 주민들은 주민들의 고령화로 개인 식당 운영과 어촌체험휴양마을 숙소 관리를 동시에 하기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고령화와 방문객 감소 등을 이유로 경남에서 어촌체험휴양마을을 포기한 곳은 모두 3곳입니다.

출처:경상남도출처:경상남도

■ 운영 중인 어촌체험휴양마을도 소득 '반 토막'

그렇다면 지금 운영되고 있는 어촌체험휴양마을은 문제가 없을까요? 취재진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경남지역 어촌체험휴양마을 26곳의 방문객과 체험객, 운영 소득 등에 관한 통계자료를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2016년 17곳이었던 어촌체험휴양마을은 해마다 조금씩 늘어 26곳이 됐습니다. 그러나 2016년 37억 원이었던 운영 소득은 지난해 17억 원으로 55%나 줄었습니다. 마을은 늘었지만, 전체 운영 소득은 계속 줄고 있는 겁니다. 해수부와 경상남도 등이 최근 6년 동안 이 마을 26곳에 지원한 돈은 60억 원가량인데요. 매년 내려오는 지원금도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출처:경상남도출처:경상남도

■ 체험객도 절반 넘게 줄어…"색다른 체험 활동 필요"

체험객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72만 명이었던 방문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에 52만 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55만 명으로 늘었는데요. 그러나 같은 기간에 갯벌이나 낚시 등을 한 체험객은 2019년 23만 명, 2020년 13만 명, 지난해 11만 명으로 51% 줄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탓도 있지만, 해외여행 규제로 국내여행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도 체험객이 줄어든 겁니다.

마을별로 보면 유명 관광지인 '바람의 언덕'이 있는 거제시의 도장포어촌체험휴양마을의 지난해 방문객은 17만여 명이었지만, 체험객은 4,000여 명에 그쳤습니다. 또, 남해군의 은점어촌체험마을의 지난해 방문객 2만여 명이었는데, 체험객은 겨우 9명뿐이었습니다.

마을이 위치한 바닷가를 방문한 관광객은 많지만, 체험 활동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는데요. 한 어촌체험휴양마을 관계자는 갯벌이 없는 곳은 아이들이 체험 활동을 하기 힘들어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은 "특색있는 마을 조성을 위해 체험 활동을 차별화하고, 전문 인력을 유입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갯벌 체험이나 물고기잡이 등 대다수 체험 활동이 비슷하다 보니 차별성이 없어 관광객들이 두 차례 이상 같은 마을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건데요. 박상우 부장은 "다양한 관광객들의 요구를 알아챌 수 있는 사무장이나 지역 활동가들이 유입돼 색다른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야 어촌마을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물 부족과 열악한 의료체계로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섬 지역의 실태를 살펴봅니다.

[연관 기사]
[통계의 경고, 어촌 소멸]① 뜨거운 바다 ‘텅 빈 물속’…어촌 소멸 위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6001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통계의 경고, 어촌 소멸]② ‘체험휴양마을’ 포기…운영할 주민 없어
    • 입력 2022-06-29 07:00:13
    • 수정2022-06-29 07:33:42
    취재K
<strong>올해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한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입니다. 어촌 소멸이 임박했기 때문인데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3년 뒤 전국의 어촌마을 공동체 84.2%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KBS는 어촌 소멸을 경고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해 실태와 대책을 짚어보는 기획 '통계의 경고, 어촌 소멸'을 마련했습니다. 2편에서는 '고수온'으로 인한 수산자원 황폐화에 이어 '어촌체험휴양마을'의 운영 실태를 취재했습니다.</strong><br />
경남 남해군 항도마을에 있는 어촌체험휴양마을 안내판
마을 운영이 잘 돼 주민들의 소득이 늘면, 어촌 마을의 소멸을 막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데요. KBS는 어촌체험휴양마을의 운영 상황이 어떠한지 살펴봤습니다.

■ 방문객 줄고 주민 고령화…어촌체험휴양마을 '포기'

경남 남해군의 항도마을은 고즈넉한 풍경과 함께 문어가 잘 잡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여름 휴가철마다 이 작고 조용한 마을에 외지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하자 마을 주민들은 2011년부터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했습니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체험 활동을 위한 장비를 빌려주고 숙소를 제공해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2년 전, 운영은 중단됐습니다. 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으로 항도마을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주민들은 왜 9년 만에 생각을 바꿨을까요?

출처:경상남도 남해군
■ '어촌체험휴양마을'도 막지 못한 고령화

어촌체험휴양마을이 고령화를 막거나 마을으로의 인구 유입을 촉진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을의 인구를 늘리고, 특히 젊은 층을 유입시키려면 어촌체험휴양마을이 인기를 끄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도마을 인근 바다에는 갯벌이 없어 어린아이들이 체험 활동을 하기 어려웠고, 점차 가족 단위 방문객이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고령이 된 주민들이 숙소와 체험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매일 관리하기 힘들어지자 결국 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을 포기했습니다.

2017년 항도마을의 인구는 78명, 이 가운데 47%가 65살 이상 고령층이었습니다. 3년 뒤인 2020년에는 주민 81명 가운데 고령층이 52%나 됐습니다.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면서 오히려 고령층 비율이 늘어난 겁니다.

경남 거제시의 외딴 섬, '이수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수도 주민들도 2019년 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을 포기했습니다. 운영한 지 5년 만이었습니다.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찾는 사람도 없었고, 마을 운영을 위해 섬으로 이주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수도 주민들은 주민들의 고령화로 개인 식당 운영과 어촌체험휴양마을 숙소 관리를 동시에 하기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고령화와 방문객 감소 등을 이유로 경남에서 어촌체험휴양마을을 포기한 곳은 모두 3곳입니다.

출처:경상남도
■ 운영 중인 어촌체험휴양마을도 소득 '반 토막'

그렇다면 지금 운영되고 있는 어촌체험휴양마을은 문제가 없을까요? 취재진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경남지역 어촌체험휴양마을 26곳의 방문객과 체험객, 운영 소득 등에 관한 통계자료를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2016년 17곳이었던 어촌체험휴양마을은 해마다 조금씩 늘어 26곳이 됐습니다. 그러나 2016년 37억 원이었던 운영 소득은 지난해 17억 원으로 55%나 줄었습니다. 마을은 늘었지만, 전체 운영 소득은 계속 줄고 있는 겁니다. 해수부와 경상남도 등이 최근 6년 동안 이 마을 26곳에 지원한 돈은 60억 원가량인데요. 매년 내려오는 지원금도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출처:경상남도
■ 체험객도 절반 넘게 줄어…"색다른 체험 활동 필요"

체험객도 마찬가지입니다. 2019년 72만 명이었던 방문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에 52만 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55만 명으로 늘었는데요. 그러나 같은 기간에 갯벌이나 낚시 등을 한 체험객은 2019년 23만 명, 2020년 13만 명, 지난해 11만 명으로 51% 줄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탓도 있지만, 해외여행 규제로 국내여행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도 체험객이 줄어든 겁니다.

마을별로 보면 유명 관광지인 '바람의 언덕'이 있는 거제시의 도장포어촌체험휴양마을의 지난해 방문객은 17만여 명이었지만, 체험객은 4,000여 명에 그쳤습니다. 또, 남해군의 은점어촌체험마을의 지난해 방문객 2만여 명이었는데, 체험객은 겨우 9명뿐이었습니다.

마을이 위치한 바닷가를 방문한 관광객은 많지만, 체험 활동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는데요. 한 어촌체험휴양마을 관계자는 갯벌이 없는 곳은 아이들이 체험 활동을 하기 힘들어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장은 "특색있는 마을 조성을 위해 체험 활동을 차별화하고, 전문 인력을 유입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갯벌 체험이나 물고기잡이 등 대다수 체험 활동이 비슷하다 보니 차별성이 없어 관광객들이 두 차례 이상 같은 마을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건데요. 박상우 부장은 "다양한 관광객들의 요구를 알아챌 수 있는 사무장이나 지역 활동가들이 유입돼 색다른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야 어촌마을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물 부족과 열악한 의료체계로 인구 소멸 위기에 놓인 섬 지역의 실태를 살펴봅니다.

[연관 기사]
[통계의 경고, 어촌 소멸]① 뜨거운 바다 ‘텅 빈 물속’…어촌 소멸 위기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6001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