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팍타크로 女실업팀 나이로 출전 제한…“여대부 창단 위해 필요” VS. “기본권 침해 소지”

입력 2022.08.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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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구 신유빈·김나영,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 직행 선택
나이 아닌 실력으로 실업 대회 출전, 방통고 다니며 고교 과정 이수

한국 탁구의 샛별인 신유빈과 김나영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곧바로 실업팀 입단을 선택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19년부터 실업팀 진출을 예고했던 신유빈은 2020년 대한항공 탁구단에 입단했고, 한 살 아래 김나영은 지난해 포스코 에너지에 들어가 실업 선수로 뛰고 있다.

두 선수는 방송통신고등학교 온라인 수업과 1주일에 한 차례 등교 수업을 통해 고등학교 과정을 밟고 있다.

실업팀 입단과 대회 출전은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실력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나이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신유빈과 김나영의 실업팀 직행이다.

두 선수의 이 같은 행보는 모든 국민에게 허용된 직업 선택의 자유에도 해당된다. 이 권리는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돼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 곧바로 입단한 여자 탁구 신유빈과 김나영. 두 선수는 고교 진학이 아닌 실업팀 입단이 개인의 선택이며, 그 조건이 실력임을 입증하고 있다.중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 곧바로 입단한 여자 탁구 신유빈과 김나영. 두 선수는 고교 진학이 아닌 실업팀 입단이 개인의 선택이며, 그 조건이 실력임을 입증하고 있다.

■ 세팍타크로협회, 남대부 2개 팀+여대부 4개 팀 창단
'여자 실업팀 참가 자격 변경' 규정, 일부에서 반대 의견

최근 대한세팍타크로협회(회장 오주영)의 행보는 약간 다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오주영 회장은 임기 4년 동안 대학부 8개 팀을 창단하겠다는 것을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걸었다.

이후 송원대학과 중부대학 2개 팀을 창단한 협회는 남자 대학부가 모두 8개 팀이 되면서 내년 전국체전부터 일반부와 분리해 대회를 여는 게 가능하다고 알렸다. 여자 대학부는 4개 팀이 새로 창단됐다. 한국체육대학을 비롯해 충북보건과학대학과 송호대학, 대구한의대학이다. 기존 목원대학까지 합해 여자 대학팀은 5개로 늘었다.

여자 대학부 창단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세팍타크로협회가 지난 6월 초 이사회를 소집해 통과시킨 '여자 실업팀 참가 자격 변경'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자 실업팀으로 참가하는 선수는 내년 기준으로 2002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까지 가능하다'고 한 내용이다.


여대부 팀 창단에 합의한 한체대 안용규 총장과 세팍타크로 협회 오주영 회장. (사진 출처 : 세팍타크로협회)여대부 팀 창단에 합의한 한체대 안용규 총장과 세팍타크로 협회 오주영 회장. (사진 출처 : 세팍타크로협회)

■ "고교 졸업 후 여자 실업팀 입단 선수, 대부분 2년 동안 대회 출전 못 해"
"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출전 기회 박탈하면 평등권 침해"

이 규정에 따르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실업팀에 입단한 대부분의 선수는 만 21세가 될 때까지 2년 동안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일부 세팍타크로인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실업팀 입장에서는 대회에 곧바로 출전하지 못하는 고교 유망주를 선발할 근거가 약해지고, 이 때문에 여자 선수들이 진로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로앤리의 이지윤 변호사는 협회의 이 규정에 대해 '생물학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응시 단계부터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예로 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나이 제한 때문에 프로볼링 선수 선발전에 참가하지 못한 여성의 진정을 접수해 프로볼링협회에 시정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 변호사는 협회의 공지 내용은 또 여자 실업팀 입단 선수에 한해 적용되는 내용이어서 '성차별'에 해당되며, '학력 제한으로 인한 차별'로 해석될 여지도 상당하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또 협회가 준용하고 있는 '대한체육회 경기인 등록규정 및 협회 경기인 등록규정' 에서도 '일반부는 20세 이상 선수 중 대학생이 아닌 사람이 등록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나이 제한 규정 개정은 경기인 등록 규정과 충돌이 예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 탁구와 다른 종목 환경, 세팍타크로 협회 "지도자 간담회와 공청회 거친 결정"
"팀 수가 적은 대학팀 창단에 주력" VS "여자 실업팀 창단을 막는 규정"

협회는 이에 대해 "비인기 종목의 특성상 선수층이 매우 얇다. 고등학교나 실업에 비해 팀 수가 적은 대학팀 창단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학팀을 거쳐 실력을 쌓게 하는 것이 필요하고,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할 경우 2년 동안 출전을 제한하는 조치는 '한시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또 "공문을 발송하기 전에 여러 차례 지도자 간담회와 공청회를 열고 대학팀 활성화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한 것"이라며 이 규정이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협회의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선 지도자 가운데 일부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지도자는 "저변이 약하기 때문에 대학팀보다 고교팀과 실업팀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종목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지도자는 "대학팀 창단은 바람직하지만,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 직행한 선수가 나이 제한으로 일정 기간 출전하지 못하는 규정은 실업팀 운영의 폭을 좁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 "당장 2개팀 정도 실업팀을 창단하려는 곳이 있는데, 이런 상황이면 누가 여자 실업팀을 창단하겠느냐, 여자 실업팀 창단을 막는 규정이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낸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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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팍타크로 女실업팀 나이로 출전 제한…“여대부 창단 위해 필요” VS. “기본권 침해 소지”
    • 입력 2022-08-11 15:03:38
    스포츠K


■ 탁구 신유빈·김나영,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 직행 선택
나이 아닌 실력으로 실업 대회 출전, 방통고 다니며 고교 과정 이수

한국 탁구의 샛별인 신유빈과 김나영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대신, 곧바로 실업팀 입단을 선택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19년부터 실업팀 진출을 예고했던 신유빈은 2020년 대한항공 탁구단에 입단했고, 한 살 아래 김나영은 지난해 포스코 에너지에 들어가 실업 선수로 뛰고 있다.

두 선수는 방송통신고등학교 온라인 수업과 1주일에 한 차례 등교 수업을 통해 고등학교 과정을 밟고 있다.

실업팀 입단과 대회 출전은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실력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나이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신유빈과 김나영의 실업팀 직행이다.

두 선수의 이 같은 행보는 모든 국민에게 허용된 직업 선택의 자유에도 해당된다. 이 권리는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돼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 곧바로 입단한 여자 탁구 신유빈과 김나영. 두 선수는 고교 진학이 아닌 실업팀 입단이 개인의 선택이며, 그 조건이 실력임을 입증하고 있다.
■ 세팍타크로협회, 남대부 2개 팀+여대부 4개 팀 창단
'여자 실업팀 참가 자격 변경' 규정, 일부에서 반대 의견

최근 대한세팍타크로협회(회장 오주영)의 행보는 약간 다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오주영 회장은 임기 4년 동안 대학부 8개 팀을 창단하겠다는 것을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걸었다.

이후 송원대학과 중부대학 2개 팀을 창단한 협회는 남자 대학부가 모두 8개 팀이 되면서 내년 전국체전부터 일반부와 분리해 대회를 여는 게 가능하다고 알렸다. 여자 대학부는 4개 팀이 새로 창단됐다. 한국체육대학을 비롯해 충북보건과학대학과 송호대학, 대구한의대학이다. 기존 목원대학까지 합해 여자 대학팀은 5개로 늘었다.

여자 대학부 창단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에게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세팍타크로협회가 지난 6월 초 이사회를 소집해 통과시킨 '여자 실업팀 참가 자격 변경'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자 실업팀으로 참가하는 선수는 내년 기준으로 2002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까지 가능하다'고 한 내용이다.


여대부 팀 창단에 합의한 한체대 안용규 총장과 세팍타크로 협회 오주영 회장. (사진 출처 : 세팍타크로협회)
■ "고교 졸업 후 여자 실업팀 입단 선수, 대부분 2년 동안 대회 출전 못 해"
"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출전 기회 박탈하면 평등권 침해"

이 규정에 따르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실업팀에 입단한 대부분의 선수는 만 21세가 될 때까지 2년 동안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일부 세팍타크로인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실업팀 입장에서는 대회에 곧바로 출전하지 못하는 고교 유망주를 선발할 근거가 약해지고, 이 때문에 여자 선수들이 진로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로앤리의 이지윤 변호사는 협회의 이 규정에 대해 '생물학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응시 단계부터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예로 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나이 제한 때문에 프로볼링 선수 선발전에 참가하지 못한 여성의 진정을 접수해 프로볼링협회에 시정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 변호사는 협회의 공지 내용은 또 여자 실업팀 입단 선수에 한해 적용되는 내용이어서 '성차별'에 해당되며, '학력 제한으로 인한 차별'로 해석될 여지도 상당하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또 협회가 준용하고 있는 '대한체육회 경기인 등록규정 및 협회 경기인 등록규정' 에서도 '일반부는 20세 이상 선수 중 대학생이 아닌 사람이 등록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나이 제한 규정 개정은 경기인 등록 규정과 충돌이 예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 탁구와 다른 종목 환경, 세팍타크로 협회 "지도자 간담회와 공청회 거친 결정"
"팀 수가 적은 대학팀 창단에 주력" VS "여자 실업팀 창단을 막는 규정"

협회는 이에 대해 "비인기 종목의 특성상 선수층이 매우 얇다. 고등학교나 실업에 비해 팀 수가 적은 대학팀 창단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학팀을 거쳐 실력을 쌓게 하는 것이 필요하고,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할 경우 2년 동안 출전을 제한하는 조치는 '한시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또 "공문을 발송하기 전에 여러 차례 지도자 간담회와 공청회를 열고 대학팀 활성화를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한 것"이라며 이 규정이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협회의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선 지도자 가운데 일부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지도자는 "저변이 약하기 때문에 대학팀보다 고교팀과 실업팀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종목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지도자는 "대학팀 창단은 바람직하지만,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 직행한 선수가 나이 제한으로 일정 기간 출전하지 못하는 규정은 실업팀 운영의 폭을 좁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 "당장 2개팀 정도 실업팀을 창단하려는 곳이 있는데, 이런 상황이면 누가 여자 실업팀을 창단하겠느냐, 여자 실업팀 창단을 막는 규정이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낸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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