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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 ‘물난리’라지만…“여긴 물이 없어요”
입력 2022.08.12 (07:00) 수정 2022.08.12 (20:45) 취재K

115년 만의 폭우. 지난 8일부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엔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고질적 침수 지역인 서울 강남 일대는 물에 잠겼고, 안타까운 인명 피해까지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내내 집중호우 때문에 말 그대로 ‘난리’를 겪었다면, 일부 지역에선 물이 없어 '난리'입니다. 특히 경북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농가 곳곳에선 '곡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도 농업 용수를 끌어오던 저수지는 비어있는 상태. 농가들은 비가 오지 않아 내년 농사도 망칠라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 "물이 없어요"…농민들의 눈물뿐


10여 년 전 귀농해 경북 의성군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구위회 씨. 고추밭에 들어서니 곳곳에 누렇게 바랜 잎과 말라비틀어진 고추들이 눈에 띕니다. 땅이 바싹 메말라 있어 나무 줄기를 살짝만 당겨도 뿌리째 뽑힙니다.

구 씨의 경우, 올해 고추 수확물 가운데 20~30%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버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않고 물을 직접 퍼서 밭에 뿌리기도 해봤지만 결국 소용없었다고 합니다. 구위회 씨의 목소리엔 시름이 묻어나왔습니다.

"수확해봤자 인건비라든가, 기름값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확을 아예 포기하는 거죠. 10년 넘게 고추 농사지으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올해 5,000만 원 이상 빚지는 겁니다. 밭 다 갈아엎고 10월 초쯤 파종해야 하는 마늘, 양파 후속 작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여기서 비가 오지 않는다면 그것조차도 힘들어지는 거죠. 농민들 사이에선 앞으로도 물이 이렇게 없으면 농사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경북 성주군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태호 씨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농사를 위해 심어둔 사과나무 대부분이 시들어버렸습니다. 지하수를 끌어오기 위해 관정을 파놓긴 했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서 사과나무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사과나무 180주 중에 160주가 고사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나무들 다 뽑아버리고 내년에 묘목 새로 심어야죠. 별 수 있나요. 인간으로서 해결할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메마른 저수지…손꼽아 기다리는 비

지난 8월 초까지 경북 지역의 강수량은 345mm. 평년 강수량이 671mm인 것을 감안하면 평소 절반 수준의 비만 내린 겁니다.

경북 의성의 한 저수지. 바닥을 드러낸 채 잡초가 무성하다경북 의성의 한 저수지. 바닥을 드러낸 채 잡초가 무성하다

경북 내 저수지 곳곳이 바닥을 드러낸 채 용수 공급기능을 잃었습니다. 의성군 내 100,000㎡를 훌쩍 넘는 저수지들도 지금은 잡초만 무성합니다. 구위회 씨는 "어렸을 때부터 이 동네에서 컸지만, 저수지가 이렇게 말라버린 것은 처음 본다"며 "원래 사람 키보다 깊은 저수지인데 올해부터 서서히 물이 사라지더니 지금은 아예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경북 지역 전체 5,300여 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달 초 약 49% 수준으로, 평년 저수율 69%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내 주요 댐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주요 식수원인 청도군의 운문댐도 가뭄 '심각' 단계를 보이는 데다 영천시 영천댐과 안동시 안동댐 등의 저수율도 2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북 안동시 등에서는 산간 일부 지역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비상 급수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현재 저수율이 현저하게 낮아진 상태"라면서 "올해 가을이나 내년 초까지 비가 내려 저수율이 평년만큼 올라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내년 봄 모내기 시기가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집중 호우와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를 꼽습니다. 그 여파를 실감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더 늦기 전 뭘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 아닐까요?
  • 전국 곳곳 ‘물난리’라지만…“여긴 물이 없어요”
    • 입력 2022-08-12 07:00:11
    • 수정2022-08-12 20:45:43
    취재K

115년 만의 폭우. 지난 8일부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엔 기상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호우가 쏟아졌습니다. 고질적 침수 지역인 서울 강남 일대는 물에 잠겼고, 안타까운 인명 피해까지 속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내내 집중호우 때문에 말 그대로 ‘난리’를 겪었다면, 일부 지역에선 물이 없어 '난리'입니다. 특히 경북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농가 곳곳에선 '곡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도 농업 용수를 끌어오던 저수지는 비어있는 상태. 농가들은 비가 오지 않아 내년 농사도 망칠라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 "물이 없어요"…농민들의 눈물뿐


10여 년 전 귀농해 경북 의성군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구위회 씨. 고추밭에 들어서니 곳곳에 누렇게 바랜 잎과 말라비틀어진 고추들이 눈에 띕니다. 땅이 바싹 메말라 있어 나무 줄기를 살짝만 당겨도 뿌리째 뽑힙니다.

구 씨의 경우, 올해 고추 수확물 가운데 20~30%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버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유는 단 하나.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않고 물을 직접 퍼서 밭에 뿌리기도 해봤지만 결국 소용없었다고 합니다. 구위회 씨의 목소리엔 시름이 묻어나왔습니다.

"수확해봤자 인건비라든가, 기름값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확을 아예 포기하는 거죠. 10년 넘게 고추 농사지으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올해 5,000만 원 이상 빚지는 겁니다. 밭 다 갈아엎고 10월 초쯤 파종해야 하는 마늘, 양파 후속 작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여기서 비가 오지 않는다면 그것조차도 힘들어지는 거죠. 농민들 사이에선 앞으로도 물이 이렇게 없으면 농사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경북 성주군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태호 씨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농사를 위해 심어둔 사과나무 대부분이 시들어버렸습니다. 지하수를 끌어오기 위해 관정을 파놓긴 했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서 사과나무에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사과나무 180주 중에 160주가 고사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나무들 다 뽑아버리고 내년에 묘목 새로 심어야죠. 별 수 있나요. 인간으로서 해결할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메마른 저수지…손꼽아 기다리는 비

지난 8월 초까지 경북 지역의 강수량은 345mm. 평년 강수량이 671mm인 것을 감안하면 평소 절반 수준의 비만 내린 겁니다.

경북 의성의 한 저수지. 바닥을 드러낸 채 잡초가 무성하다경북 의성의 한 저수지. 바닥을 드러낸 채 잡초가 무성하다

경북 내 저수지 곳곳이 바닥을 드러낸 채 용수 공급기능을 잃었습니다. 의성군 내 100,000㎡를 훌쩍 넘는 저수지들도 지금은 잡초만 무성합니다. 구위회 씨는 "어렸을 때부터 이 동네에서 컸지만, 저수지가 이렇게 말라버린 것은 처음 본다"며 "원래 사람 키보다 깊은 저수지인데 올해부터 서서히 물이 사라지더니 지금은 아예 바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경북 지역 전체 5,300여 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이달 초 약 49% 수준으로, 평년 저수율 69%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내 주요 댐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주요 식수원인 청도군의 운문댐도 가뭄 '심각' 단계를 보이는 데다 영천시 영천댐과 안동시 안동댐 등의 저수율도 2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북 안동시 등에서는 산간 일부 지역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비상 급수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현재 저수율이 현저하게 낮아진 상태"라면서 "올해 가을이나 내년 초까지 비가 내려 저수율이 평년만큼 올라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내년 봄 모내기 시기가 문제"라고 전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집중 호우와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를 꼽습니다. 그 여파를 실감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더 늦기 전 뭘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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