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건강보험료가 한꺼번에 720만 원…지역가입자 관리 ‘구멍’

입력 2022.08.22 (19:53) 수정 2022.08.2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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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건강보험료를 얼마 정도 내고 계신가요? 평소 수 십 만 원 정도 했던 건강보험료가 갑자기 700만 원이나 청구된다면 놀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 지역 가입자 일부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KBS가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50대 남성이 받은 건강보험료 고지서.50대 남성이 받은 건강보험료 고지서.

■ 건강보험료 700만 원 청구에 '황당'

지난 16일, KBS 취재팀이 강원도 춘천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상당히 격앙돼 있었습니다. 이 남성이 내민 건 고지서 한 장이었습니다. 고지서에는 납부할 금액이 '7,223,470원'라고 적혀있었습니다. 1년 5개월치 건강보험료가 한꺼번에 부과된 겁니다. 보통 한 달에 40만 원씩 냈는데, 한 번에 7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내라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된 사연은 2020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이 남성은 2020년 1 월, 베트남에 장기 체류를 결정하고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건강보험료 지급 정지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체류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4개월 만에 결국 한국으로 들어와야 했습니다.

한꺼번에 건강보험료 700만 원을 부과받은 50대 남성이 취재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한꺼번에 건강보험료 700만 원을 부과받은 50대 남성이 취재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남성은 이후 병원 치료를 위해 건보공단 해외체류 급여정지 해제를 신청하기까지 했습니다. 딸의 피부양자로 돼 있다 보니 최근까지도 건보료가 제때 빠져나간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올해 3월이 돼서 700만 원대의 고지서가 날아온 겁니다.

게다가, 건보공단은 그동안 건보료가 청구되지 않은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월별 청구 금액을 달라는 요청도 거절했습니다.

2020년 입국한 최수빈씨가 지난해 코로나19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서 확인한 내역.2020년 입국한 최수빈씨가 지난해 코로나19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서 확인한 내역.

■ 국내 입국자가 '해외 체류자'로…재산에 '0'을 2개 더 붙이기도

최수빈 씨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다 본인이 해외 체류자로 분류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석 달 정도 장기 여행을 다녀온 동안 건강보험 급여가 정지됐던 겁니다.

최 씨는 입국 후 이미 병원도 여러 번 이용했던 터라, 보험이 정지돼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최 씨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아니었다면, 계속 모르고 지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제보자도 하루아침에 40만 원이 늘어난 보험료에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평소 건보료가 10만 원 중반대였는데, 갑자기 50만 원대가 청구됐다는 겁니다. 이 제보자가 건보공단에 직접 확인해 보니, 재산 3,700만 원이 37억 원으로 잘못 기입돼 있던 걸 발견했습니다.

재산이 잘못 입력돼, 보험료가 많이 나온 사례재산이 잘못 입력돼, 보험료가 많이 나온 사례

이밖에 보증금과 월세금이 바뀌어 입력돼 보험료가 기존보다 훨씬 높게 책정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 전산오류 등은 대부분 '지역가입자'…원자료 오류 많아

이처럼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았거나안 잘못 책정된 사례 대부분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였습니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의 일정 비율로 보험료를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과 재산, 자동차 등 세 가지 요소로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입력할 자료가 많다보니 타 기관의 원자료가 잘못되거나 연계 과정에서 오류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직까지 이런 오류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는 겁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물 외경.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물 외경.

■ 보험공단 "보험료 오류 불가피"…시스템 구축해야

해당 뉴스가 보도된 뒤 댓글을 보면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극소수 누락이라니 저희도 겪은 일인데 한 번에 5백만 원 넘게 고지서 나오고 건보 실수 겪는 게 벌써 몇 번째인지"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도 얼마 전에 24개월 건보료 폭탄 나와서 공단에 전화하니 전산상 오류라고 밖에 말 못 하더라"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건보공단은 이에 대해 과도하게 부과된 보험료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걸러지는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워낙 많은 이들의 정보를 관리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결국, 지역가입자들은 건보료 확인을 본인이 철저하게 하는 게 답이라는 겁니다. 특히, 해외에 다녀온 사람은 급여 정지를 직접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법무부 등을 통해 출입국 내역을 받고는 있지만, 공단 자료를 연계하는 작업에서 오류가 발생해 그 자료가 누락되면 공단조차 모를 수 있단 뜻입니다.

공단 입장에서 보면 그저 한 번의 실수일지 모르지만 이를 시정하려는 개인에게는 큰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또, 매달 부과되는 보험료가 잘못 책정됐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국민을 불안하게 합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오류를 걸러내는 전산망 구축 이외에도 지금까지 이런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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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건강보험료가 한꺼번에 720만 원…지역가입자 관리 ‘구멍’
    • 입력 2022-08-22 19:53:40
    • 수정2022-08-22 19:53:54
    취재후·사건후
<strong>건강보험료를 얼마 정도 내고 계신가요? 평소 수 십 만 원 정도 했던 건강보험료가 갑자기 700만 원이나 청구된다면 놀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 지역 가입자 일부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KBS가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strong>
50대 남성이 받은 건강보험료 고지서.
■ 건강보험료 700만 원 청구에 '황당'

지난 16일, KBS 취재팀이 강원도 춘천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상당히 격앙돼 있었습니다. 이 남성이 내민 건 고지서 한 장이었습니다. 고지서에는 납부할 금액이 '7,223,470원'라고 적혀있었습니다. 1년 5개월치 건강보험료가 한꺼번에 부과된 겁니다. 보통 한 달에 40만 원씩 냈는데, 한 번에 7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내라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된 사연은 2020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이 남성은 2020년 1 월, 베트남에 장기 체류를 결정하고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건강보험료 지급 정지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체류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4개월 만에 결국 한국으로 들어와야 했습니다.

한꺼번에 건강보험료 700만 원을 부과받은 50대 남성이 취재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남성은 이후 병원 치료를 위해 건보공단 해외체류 급여정지 해제를 신청하기까지 했습니다. 딸의 피부양자로 돼 있다 보니 최근까지도 건보료가 제때 빠져나간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올해 3월이 돼서 700만 원대의 고지서가 날아온 겁니다.

게다가, 건보공단은 그동안 건보료가 청구되지 않은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월별 청구 금액을 달라는 요청도 거절했습니다.

2020년 입국한 최수빈씨가 지난해 코로나19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서 확인한 내역.
■ 국내 입국자가 '해외 체류자'로…재산에 '0'을 2개 더 붙이기도

최수빈 씨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다 본인이 해외 체류자로 분류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석 달 정도 장기 여행을 다녀온 동안 건강보험 급여가 정지됐던 겁니다.

최 씨는 입국 후 이미 병원도 여러 번 이용했던 터라, 보험이 정지돼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최 씨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아니었다면, 계속 모르고 지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제보자도 하루아침에 40만 원이 늘어난 보험료에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평소 건보료가 10만 원 중반대였는데, 갑자기 50만 원대가 청구됐다는 겁니다. 이 제보자가 건보공단에 직접 확인해 보니, 재산 3,700만 원이 37억 원으로 잘못 기입돼 있던 걸 발견했습니다.

재산이 잘못 입력돼, 보험료가 많이 나온 사례
이밖에 보증금과 월세금이 바뀌어 입력돼 보험료가 기존보다 훨씬 높게 책정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 전산오류 등은 대부분 '지역가입자'…원자료 오류 많아

이처럼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았거나안 잘못 책정된 사례 대부분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였습니다. 직장가입자는 소득의 일정 비율로 보험료를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과 재산, 자동차 등 세 가지 요소로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입력할 자료가 많다보니 타 기관의 원자료가 잘못되거나 연계 과정에서 오류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직까지 이런 오류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는 겁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물 외경.
■ 보험공단 "보험료 오류 불가피"…시스템 구축해야

해당 뉴스가 보도된 뒤 댓글을 보면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극소수 누락이라니 저희도 겪은 일인데 한 번에 5백만 원 넘게 고지서 나오고 건보 실수 겪는 게 벌써 몇 번째인지"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도 얼마 전에 24개월 건보료 폭탄 나와서 공단에 전화하니 전산상 오류라고 밖에 말 못 하더라"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건보공단은 이에 대해 과도하게 부과된 보험료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걸러지는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워낙 많은 이들의 정보를 관리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결국, 지역가입자들은 건보료 확인을 본인이 철저하게 하는 게 답이라는 겁니다. 특히, 해외에 다녀온 사람은 급여 정지를 직접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법무부 등을 통해 출입국 내역을 받고는 있지만, 공단 자료를 연계하는 작업에서 오류가 발생해 그 자료가 누락되면 공단조차 모를 수 있단 뜻입니다.

공단 입장에서 보면 그저 한 번의 실수일지 모르지만 이를 시정하려는 개인에게는 큰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또, 매달 부과되는 보험료가 잘못 책정됐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국민을 불안하게 합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오류를 걸러내는 전산망 구축 이외에도 지금까지 이런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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