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론스타ISDS]⑧ 성공한 수사?…15년째 “범죄인인도 진행 중”

입력 2022.09.22 (14:16) 수정 2022.09.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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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06년 직접 수사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당시 기소 중지된 론스타 임원 3명에 대해 범죄인인도 청구를 해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마이크 톰슨 론스타 법무 부사장은 KBS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더이상 인도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 절차 진행 상황을 묻는 KBS와 국회의 질문에 15년째 ‘진행 중’이라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 한동훈 장관 "10년 인생 건 사건"

법무부는 6일 론스타와 한국정부 간 ISDS(국제투자분쟁) 판정 요지서를 내면서 중재판정부의 판단을 이렇게 요약해 공개했습니다.

- 론스타의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관련,
피청구국(한국 정부)은 4억 3,300만 달러 가격 인하에 있어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 론스타는 피청구국과 함께 4억 3,300만 달러 손해에 동등하게 기여

-법무부, ISDS 판정 요지서

법무부의 요지서에는 중재판정부가 ▲ 론스타의 범죄가 없었다면 하나금융에 대한 주식매각은 2011.3.16일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더 지연되지 않고 인하 전 가격(주당 13,390원)으로 승인됐을 것이다 ▲ 론스타의 위법행위가 금융위의 위법행위를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론스타 손해의 절반은 론스타 책임으로 판단했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론스타의 위법행위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말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10년 동안 인생을 걸고 한 사건”이라고 언급한 사건입니다. 한 장관은 “주가 조작 비리 사건이 유죄가 선고돼 실형이 선고됐고, 그것 때문에 중재재판에서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론스타 펀드의 마이크 톰슨 법무 부사장과 엘리스 쇼트 부회장에 대해 범죄인인도 청구를 해둔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론스타' 3개 사건 대검 100명 투입… 무죄· 기소중지

론스타와 관련해 검찰이 벌인 수사는 크게 외환은행 매각 비리 사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탈세 및 업무상 배임 사건 3가지입니다. 2006년 3월부터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 20명, 수사관 80명 등 모두 100여 명이 투입돼 연인원 630여 명을 소환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의 적법성을 살핀 <매각 비리 사건>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 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 4명을 기소했지만 배임 등 주요 혐의에서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아 실패한 수사로 꼽힙니다.

<론스타 펀드 수익률 조작 및 탈세 사건>은 론스타 펀드 한국대표인 스티븐 리가 해외로 도피해 기소 중지되면서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하나가 한 장관이 직접 참여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입니다.

론스타가 싼값에 외환카드를 흡수합병하려고 허위 감자설을 퍼뜨려 외환카드의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은 1심에서 유죄, 2심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011년 3월 10일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하는 이유로 작용합니다. 같은 해 10월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자 론스타는 재상고를 포기하고 벌금 250억 원을 냅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2006. 12. 검찰, 중간수사결과 발표
2008. 02. 서울중앙지법, 1심 유죄 판결
2008. 02. 서울고등법원, 2심 무죄 판결
2011. 03. 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
2011. 10. 서울고법, 유죄 판결 (론스타 재상고 포기 유죄 확정)

■ 범죄인인도 절차 15년째 ‘진행 중’?

이 사건에서 론스타 관계사 대표인 유 모 씨는 최종 유죄가 확정돼 3년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유 씨와 공모했다고 본 론스타 관계자, 3명이 더 있었습니다.

〈외환은행 매각 비리 등 사건 중간수사 결과〉 2006.12.7. 대검찰청〈외환은행 매각 비리 등 사건 중간수사 결과〉 2006.12.7. 대검찰청

검찰은 2006년 12월 7일 외환은행 매각 비리 등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처리 현황도 발표합니다. 검찰은 공범인 마이크 톰슨, 엘리스 쇼트, 스티븐 리 등 론스타 펀드 관계자 3명에 대해 범죄인인도 청구를 하고, 송환 노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법무부가 2012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3명의 론스타 관계자에 대해 2007년 10월 31일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대법원 파기환송 후에는 이 판결문을 번역해 미국 법무부에 보냈다고 돼 있습니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

하지만 지난달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김승원 의원실)에는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사건이라며 인터폴 수배 등 현재 상태도, 진행 상황도 답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수차례 같은 질문을 했지만, 범죄인인도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외교 관계상 비밀 유지의무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는 답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법무부의 답변으로 보면 범죄인인도 청구 절차가 15년 가까이 ‘진행 중’인 겁니다.

법무부가 범죄인인도를 요청한 마이크 톰슨 론스타 법무 부사장과 엘리스 쇼트 부회장은 지난 2015년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ISDS 증인신문, 2018년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ICC 중재 증인신문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미국 법무부에서 범죄인인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건 이 때문입니다.

■ 마이크 톰슨 론스타 법무부사장 “인도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마이크 톰슨 론스타 법무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KBS 탐사보도부와 이메일로 주고 받은 질문에서 “한국 검찰이 더 이상 범죄인인도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며 “ 2006년 기소 중지된 뒤 한국검찰로부터 연락이 없어 어떤 상태인지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As for my status in Korea, I actually am not sure. As you noted, the SPO suspended their inquiry into Mr. Short, Mr. Lee and myself in 2006 or 2007 as to the KEB Card bailout in 2004, and I have had no further communication from them since. As far as I know they did not pursue extradition of me from the US (or anywhere), and I am not concerned that they will.
마이크 톰슨 이메일 답변 2022.8

마이크 톰슨 부사장은 지난 2020년 5월 KBS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 100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며 “더이상 질문할 필요가 있는지, 이 시점에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또 당시 서울고법의 유죄판결에 대해서는 “판결이 잘못됐다고 확신했지만, 금융당국이 재판 결과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거래 승인을 위해 항소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KBS는 지난달에도 범죄인인도 청구와 관련한 현재 상황에 대해 법무부에 공식 질의했습니다.

법무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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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론스타ISDS]⑧ 성공한 수사?…15년째 “범죄인인도 진행 중”
    • 입력 2022-09-22 14:16:43
    • 수정2022-09-22 18:43:40
    탐사K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06년 직접 수사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당시 기소 중지된 론스타 임원 3명에 대해 범죄인인도 청구를 해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마이크 톰슨 론스타 법무 부사장은 KBS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더이상 인도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 절차 진행 상황을 묻는 KBS와 국회의 질문에 15년째 ‘진행 중’이라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 한동훈 장관 "10년 인생 건 사건"

법무부는 6일 론스타와 한국정부 간 ISDS(국제투자분쟁) 판정 요지서를 내면서 중재판정부의 판단을 이렇게 요약해 공개했습니다.

- 론스타의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관련,
피청구국(한국 정부)은 4억 3,300만 달러 가격 인하에 있어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
- 론스타는 피청구국과 함께 4억 3,300만 달러 손해에 동등하게 기여

-법무부, ISDS 판정 요지서

법무부의 요지서에는 중재판정부가 ▲ 론스타의 범죄가 없었다면 하나금융에 대한 주식매각은 2011.3.16일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더 지연되지 않고 인하 전 가격(주당 13,390원)으로 승인됐을 것이다 ▲ 론스타의 위법행위가 금융위의 위법행위를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론스타 손해의 절반은 론스타 책임으로 판단했다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론스타의 위법행위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말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10년 동안 인생을 걸고 한 사건”이라고 언급한 사건입니다. 한 장관은 “주가 조작 비리 사건이 유죄가 선고돼 실형이 선고됐고, 그것 때문에 중재재판에서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론스타 펀드의 마이크 톰슨 법무 부사장과 엘리스 쇼트 부회장에 대해 범죄인인도 청구를 해둔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론스타' 3개 사건 대검 100명 투입… 무죄· 기소중지

론스타와 관련해 검찰이 벌인 수사는 크게 외환은행 매각 비리 사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탈세 및 업무상 배임 사건 3가지입니다. 2006년 3월부터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 20명, 수사관 80명 등 모두 100여 명이 투입돼 연인원 630여 명을 소환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의 적법성을 살핀 <매각 비리 사건>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 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 4명을 기소했지만 배임 등 주요 혐의에서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아 실패한 수사로 꼽힙니다.

<론스타 펀드 수익률 조작 및 탈세 사건>은 론스타 펀드 한국대표인 스티븐 리가 해외로 도피해 기소 중지되면서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하나가 한 장관이 직접 참여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입니다.

론스타가 싼값에 외환카드를 흡수합병하려고 허위 감자설을 퍼뜨려 외환카드의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은 1심에서 유죄, 2심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011년 3월 10일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하는 이유로 작용합니다. 같은 해 10월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자 론스타는 재상고를 포기하고 벌금 250억 원을 냅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2006. 12. 검찰, 중간수사결과 발표
2008. 02. 서울중앙지법, 1심 유죄 판결
2008. 02. 서울고등법원, 2심 무죄 판결
2011. 03. 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
2011. 10. 서울고법, 유죄 판결 (론스타 재상고 포기 유죄 확정)

■ 범죄인인도 절차 15년째 ‘진행 중’?

이 사건에서 론스타 관계사 대표인 유 모 씨는 최종 유죄가 확정돼 3년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유 씨와 공모했다고 본 론스타 관계자, 3명이 더 있었습니다.

〈외환은행 매각 비리 등 사건 중간수사 결과〉 2006.12.7. 대검찰청
검찰은 2006년 12월 7일 외환은행 매각 비리 등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처리 현황도 발표합니다. 검찰은 공범인 마이크 톰슨, 엘리스 쇼트, 스티븐 리 등 론스타 펀드 관계자 3명에 대해 범죄인인도 청구를 하고, 송환 노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법무부가 2012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3명의 론스타 관계자에 대해 2007년 10월 31일 미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대법원 파기환송 후에는 이 판결문을 번역해 미국 법무부에 보냈다고 돼 있습니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
하지만 지난달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김승원 의원실)에는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사건이라며 인터폴 수배 등 현재 상태도, 진행 상황도 답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수차례 같은 질문을 했지만, 범죄인인도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외교 관계상 비밀 유지의무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는 답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법무부의 답변으로 보면 범죄인인도 청구 절차가 15년 가까이 ‘진행 중’인 겁니다.

법무부가 범죄인인도를 요청한 마이크 톰슨 론스타 법무 부사장과 엘리스 쇼트 부회장은 지난 2015년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ISDS 증인신문, 2018년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ICC 중재 증인신문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미국 법무부에서 범죄인인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건 이 때문입니다.

■ 마이크 톰슨 론스타 법무부사장 “인도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마이크 톰슨 론스타 법무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KBS 탐사보도부와 이메일로 주고 받은 질문에서 “한국 검찰이 더 이상 범죄인인도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며 “ 2006년 기소 중지된 뒤 한국검찰로부터 연락이 없어 어떤 상태인지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As for my status in Korea, I actually am not sure. As you noted, the SPO suspended their inquiry into Mr. Short, Mr. Lee and myself in 2006 or 2007 as to the KEB Card bailout in 2004, and I have had no further communication from them since. As far as I know they did not pursue extradition of me from the US (or anywhere), and I am not concerned that they will.
마이크 톰슨 이메일 답변 2022.8

마이크 톰슨 부사장은 지난 2020년 5월 KBS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 100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며 “더이상 질문할 필요가 있는지, 이 시점에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또 당시 서울고법의 유죄판결에 대해서는 “판결이 잘못됐다고 확신했지만, 금융당국이 재판 결과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거래 승인을 위해 항소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KBS는 지난달에도 범죄인인도 청구와 관련한 현재 상황에 대해 법무부에 공식 질의했습니다.

법무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 최문호 기자 bird@kbs.co.kr 송명희 기자 thimble@kbs.co.kr
촬영 김성현 기자 neptune@kbs.co.kr 허용석 기자 godup@kbs.co.kr
자료조사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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