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김연경과 그녀를 때리는(?) 사람…월드 클래스는 ‘소통 능력’도 최고

입력 2022.09.23 (08:10) 수정 2022.09.2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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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상황은 지난 21일 오후 6시쯤 경기도 용인시 흥국생명 연수원에서 일어났다. 흥국생명의 초청으로 지난 16일부터 입국해 합동 훈련을 한 일본 여자배구 JT마블러스와의 마지막 연습 경기가 끝난 뒤 진행한 인터뷰 도중 발생했다.

순간적으로 잡힌 한 장의 사진으로만 보면 마치 (기사 제목처럼) 누군가 김연경을 살며시 때리고 있고, 김연경이 눈치 보며 그저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그렇지는 않았다.

김연경과 스킨십을 하고 있는 사람은 JT 구단의 고위 관계자다. 과거 김연경이 JT에서 2009년부터 두 시즌 동안 뛰었을 당시 동료였던 다니구치 마사미 씨. 김연경과 다니구치는 좌우 윙백을 맡으며 함께 좋은 추억을 쌓은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현재 구단에서 총책임자 직함으로 넘버3 안에 속하는 중요 역할을 맡고 있다.

은퇴 뒤 행정가로 변신해 지금도 JT 구단에 소속된 다니구치 씨는 자신과는 다르게 올해 만 34세에도 여전히 선수로 뛰는 김연경을 보며 경기 내내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다니구치 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10여 년 전 김연경은 어떤 선수였는지 물었다. 김연경에겐 첫 해외 진출팀이 JT였고, 이 팀을 시작으로 터키 등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갔으며 지금의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그때부터 김연경은 슈퍼스타 기질이 보였을까?

다니구치 씨의 회상에 의하면 김연경이 가진 가장 특별한 능력은 놀랍게도 실력이 아니었다. 다니구치 씨의 대답은 '커뮤니케이션 ', 즉 소통 능력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연경 선수는 플레이는 물론 대단했고요.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성격이랄까, 아! 정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뛰어났어요."

소통 능력은 언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에게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소통인데, 입단 몇 달 만에 김연경은 이것에 대한 장벽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김연경의 JT 입단 6개월 뒤 현지 취재를 갔을 당시 열풍이라고 표현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김연경에 대한 인기와 현지 분위기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녀노소 다양한 팬층이 김연경에게 열광했는데 일본 방송에서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낼 정도였다. 당시 특집 방송에서 포착된 장면 하나. 김연경이 지역민과의 행사에서 대표 선수로 나와 인사를 하는데 주머니에서 종이 쪽지를 꺼냈다. 뭔가 쓰여있는데 더듬더듬 일본어로 읽어 내려갔다. 행사 시작을 알리고 즐거운 시간 보내자는 단 몇 줄을 읽는데 그 정성에 팬들이 박수를 쳤다.

 김연경에 대한 일본 특집 방송(화면 캡처) 김연경에 대한 일본 특집 방송(화면 캡처)

다니구치 씨가 말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바로 이런 노력이 바탕이 된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김연경은 실제로 일본 생활 때 엄청난 노력으로 일본어를 습득했다. 김연경은 다니구치 씨와 대화할 때 일본어를 구사하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영어도 마찬가지였다. 김연경은 중국과 터키에서 긴 해외리그 생활을 하면서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최대한 빨리 영어를 배웠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취재할 때 김연경의 영어 구사 능력을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팀 플레이가 중요한 단체 종목 특성상 언어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실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로 거듭나는 데에 언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례는 또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 토트넘 손흥민이다.

10대 시절 독일로 넘어가서 손흥민이 축구 못지 않게 많은 시간을 쏟은 부분이 독일어 공부였다. 독일에서 성공한 뒤 잉글랜드 무대로 넘어가서도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 그저 미소만 돋보였던 착한 소년, '스마일 보이'에서 영어 구사 능력까지 갖춘 뒤부터 손흥민은 리그에서 보여주는 결과물, 수치가 달라졌다.


토트넘 입단 첫 해 4골에 그쳤던 기록이 다음 시즌부터는 두 자릿수로 늘어나 계속 두 자릿수 대를 유지했고, 지난 시즌에는 23골로 EPL 득점왕 타이틀까지 품에 안았다. 실제로 과거 인터뷰 영상을 쭉 훑어보면 손흥민은 해를 거듭할수록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붙어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뻔한 표현이 아닌 다양한 단어와 표현을 쓰며 '대화'를 하고 상대방과 '소통'을 했다. 진행자와 농담을 하기도 했다. 훈련장에서 감독의 지시에 따르기만 했던 모습이 아니라 동료에게 먼저 말을 걸고 감독과 대화를 하고 적절한 감탄사와 짧은 말을 던지는 등 훈련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통역을 '거쳐서' 나누는 말과 '직접' 대화는 미묘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나의 상태가 현재 어떤지 어디가 아픈지 나의 장점은 무엇인지 그래서 동료와 무엇을 함께해냈으면 하는지. 다양한 것들을 직접 표현하는 것이 내가 가진 장점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결정적인 변수다.

다니구치 씨가 포착한 특급 선수 김연경의 성공 비결, 바로 '소통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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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치 보는 김연경과 그녀를 때리는(?) 사람…월드 클래스는 ‘소통 능력’도 최고
    • 입력 2022-09-23 08:10:28
    • 수정2022-09-23 08:11:20
    스포츠K

사진 속 상황은 지난 21일 오후 6시쯤 경기도 용인시 흥국생명 연수원에서 일어났다. 흥국생명의 초청으로 지난 16일부터 입국해 합동 훈련을 한 일본 여자배구 JT마블러스와의 마지막 연습 경기가 끝난 뒤 진행한 인터뷰 도중 발생했다.

순간적으로 잡힌 한 장의 사진으로만 보면 마치 (기사 제목처럼) 누군가 김연경을 살며시 때리고 있고, 김연경이 눈치 보며 그저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그렇지는 않았다.

김연경과 스킨십을 하고 있는 사람은 JT 구단의 고위 관계자다. 과거 김연경이 JT에서 2009년부터 두 시즌 동안 뛰었을 당시 동료였던 다니구치 마사미 씨. 김연경과 다니구치는 좌우 윙백을 맡으며 함께 좋은 추억을 쌓은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현재 구단에서 총책임자 직함으로 넘버3 안에 속하는 중요 역할을 맡고 있다.

은퇴 뒤 행정가로 변신해 지금도 JT 구단에 소속된 다니구치 씨는 자신과는 다르게 올해 만 34세에도 여전히 선수로 뛰는 김연경을 보며 경기 내내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다니구치 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10여 년 전 김연경은 어떤 선수였는지 물었다. 김연경에겐 첫 해외 진출팀이 JT였고, 이 팀을 시작으로 터키 등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갔으며 지금의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그때부터 김연경은 슈퍼스타 기질이 보였을까?

다니구치 씨의 회상에 의하면 김연경이 가진 가장 특별한 능력은 놀랍게도 실력이 아니었다. 다니구치 씨의 대답은 '커뮤니케이션 ', 즉 소통 능력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연경 선수는 플레이는 물론 대단했고요.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성격이랄까, 아! 정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뛰어났어요."

소통 능력은 언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에게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소통인데, 입단 몇 달 만에 김연경은 이것에 대한 장벽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김연경의 JT 입단 6개월 뒤 현지 취재를 갔을 당시 열풍이라고 표현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김연경에 대한 인기와 현지 분위기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녀노소 다양한 팬층이 김연경에게 열광했는데 일본 방송에서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낼 정도였다. 당시 특집 방송에서 포착된 장면 하나. 김연경이 지역민과의 행사에서 대표 선수로 나와 인사를 하는데 주머니에서 종이 쪽지를 꺼냈다. 뭔가 쓰여있는데 더듬더듬 일본어로 읽어 내려갔다. 행사 시작을 알리고 즐거운 시간 보내자는 단 몇 줄을 읽는데 그 정성에 팬들이 박수를 쳤다.

 김연경에 대한 일본 특집 방송(화면 캡처)
다니구치 씨가 말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바로 이런 노력이 바탕이 된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김연경은 실제로 일본 생활 때 엄청난 노력으로 일본어를 습득했다. 김연경은 다니구치 씨와 대화할 때 일본어를 구사하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영어도 마찬가지였다. 김연경은 중국과 터키에서 긴 해외리그 생활을 하면서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최대한 빨리 영어를 배웠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취재할 때 김연경의 영어 구사 능력을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팀 플레이가 중요한 단체 종목 특성상 언어를 바탕으로 한 소통이 실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로 거듭나는 데에 언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례는 또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 토트넘 손흥민이다.

10대 시절 독일로 넘어가서 손흥민이 축구 못지 않게 많은 시간을 쏟은 부분이 독일어 공부였다. 독일에서 성공한 뒤 잉글랜드 무대로 넘어가서도 영어 공부에 매달렸다. 그저 미소만 돋보였던 착한 소년, '스마일 보이'에서 영어 구사 능력까지 갖춘 뒤부터 손흥민은 리그에서 보여주는 결과물, 수치가 달라졌다.


토트넘 입단 첫 해 4골에 그쳤던 기록이 다음 시즌부터는 두 자릿수로 늘어나 계속 두 자릿수 대를 유지했고, 지난 시즌에는 23골로 EPL 득점왕 타이틀까지 품에 안았다. 실제로 과거 인터뷰 영상을 쭉 훑어보면 손흥민은 해를 거듭할수록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붙어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뻔한 표현이 아닌 다양한 단어와 표현을 쓰며 '대화'를 하고 상대방과 '소통'을 했다. 진행자와 농담을 하기도 했다. 훈련장에서 감독의 지시에 따르기만 했던 모습이 아니라 동료에게 먼저 말을 걸고 감독과 대화를 하고 적절한 감탄사와 짧은 말을 던지는 등 훈련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통역을 '거쳐서' 나누는 말과 '직접' 대화는 미묘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나의 상태가 현재 어떤지 어디가 아픈지 나의 장점은 무엇인지 그래서 동료와 무엇을 함께해냈으면 하는지. 다양한 것들을 직접 표현하는 것이 내가 가진 장점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결정적인 변수다.

다니구치 씨가 포착한 특급 선수 김연경의 성공 비결, 바로 '소통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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