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인사청탁 의혹’ 추적…구속력 없는 ‘부기’와 안보실의 전화

입력 2022.10.23 (10:00) 수정 2022.10.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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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부는 국가안보실에서 국방을 총괄하다 갑자기 물러난 신인호 전 2차장이 현직 때 산하기관인 방위사업청장에게 '인사 청탁성 전화'를 했다는 내용을 보도( 2022년 10월 13일, 뉴스9) 했습니다.

방위사업청 국정감사가 열렸던 지난 13일 오전, 방사청장은 신 전 차장으로부터 인사 청탁성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는데 KBS의 관련 보도 ( [단독/탐사K]국가안보실 前 2차장 “특정 직원 ‘승진 여부’ 확인 요청”…“적당한 자리 없냐”)이후 3시간여 만에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번복했습니다.

엄동환 방사청장이 "신중치 못한 발언에 죄송하다"며 앞선 진술을 뒤집어 위증 논란까지 불거졌고, 야당은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와 공수처 등 관련 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A 씨의 승진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을 되짚어보고, 추가로 확인된 쟁점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방사청 前 차장 "'A 씨 우선 고려'...소신껏 자필 기재 "…방사청 "부기, 반드시 반영 의무 없어"

지난 2월 방사청 보통승진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차장이 직접 기재한 ‘※차기 승진심사 시 A 씨를 우선 고려’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자료제공: 민주당 김영배 의원실)지난 2월 방사청 보통승진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차장이 직접 기재한 ‘※차기 승진심사 시 A 씨를 우선 고려’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자료제공: 민주당 김영배 의원실)

' 차기 승진심사 시 A 사무관 우선 고려'

지난 2월 승진심사(5급 사무관→4급 서기관) 당시 방사청 차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부기의 내용입니다. 방사청 전 차장은 A 씨에 대한 '부기'를 단 이유에 대해 "자신의 소신"에 따라 썼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의 보고서도 체크했고 (업무를) 잘하는 것 같아서 소신 있게 달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승진 심사 위원들과 의견이 갈려서 당시 A 씨를 승진시키지는 못했으나 위원들의 동의 하에 부기를 기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방사청 측은 부기에 대해 "부기가 규정된 절차는 아니고, 부기에 따라 다음에 꼭 승진을 시켜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취지로 국회에 설명했습니다. 승진 심사 위원회가 "아깝게 탈락"한 대상자라고 여기는 경우, 이 같은 기록을 남기는 사례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승진심사(6급→5급)에서는 직원 2명에 대해 "추후 승진심사 시 우선 고려"라는 부기를 달았으나, 다만 해당 인물들은 이듬해 심사에서도 승진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 前 차장 '부기 확인' 전화 이후 "걱정 마라"...방사청 전 차장, 통화 내용은 답변 거부

그런데 신 전 차장은 6월 말쯤 방사청 차장에게 전화로 부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난 뒤 A 씨에게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이제 그 (승진) 심사 직전에 제가 확인을 해봤죠. 확인을 해보니까 ○○○ 방사청 차장이 ‘실제 부기(附記)가 되어있다'고 확인을 했습니다.…(중략)… '부기가 되어있다'고 (A에게) 말하고 '승진도 그렇게 신경 쓰지 마. 걱정하지 마라.' 그런 이야기까지 했죠."

취재진은 방사청 전 차장에게 신 전 차장이 '부기 확인'을 하면서 정확히 어떤 식으로 질문을 했는지, 방사청 전 차장은 뭐라고 답했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나 방사청 전 차장은 "말하기 어렵다"면서 해당 내용에 대해 답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지난달 경기도 모처로 찾아가 신 전 차장의 ‘청탁 의혹’ 관련 추가 입장을 재차 물었으나 별다른 답변을 얻지 못했다.취재진은 지난달 경기도 모처로 찾아가 신 전 차장의 ‘청탁 의혹’ 관련 추가 입장을 재차 물었으나 별다른 답변을 얻지 못했다.

방사청 "A 씨 승진, 통상적 절차"...올해에는 '상반기'에만 5급→4급 심사 2차례 실시


방사청은 지난 13일 KBS 보도에 대해 "업무 능력, 직무 태도, 현 직급 임용일 등을 종합 고려"해 승진 여부를 결정하고, "A 씨의 경우에도 심사위원회에서 숙고를 거쳐 통상적인 절차를 통해 선발됐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KBS 보도 이후 A 씨의 7월 인사를 두고 "A씨가 같은 근무성적평정으로 심사를 두 번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방사청 확인 결과, A씨의 2월과 7월 각각 승진심사 당시 근무평정이 같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방사청은 상반기와 하반기 한 번씩 근무평정을 한 뒤 승진 심사를 각각 합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A씨가 속한 5급 사무관 승진이 2월과 7월 두 차례 이뤄졌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간 방사청의 5급→4급 승진심사 내역을 민주당 김영배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매년 두 차례 (5월, 10월) 실시되던 것이 올해에는 2월과 7월(승진심사 계획은 6월 20일 공지), 다시 말해 '상반기'에 승진심사가 두 차례 실시됐습니다.

■ 7월 승진심사, 누가 제안했나?

A 씨는 7월 4일 심사에서 승진하게 됐습니다. A 씨는 " 진급을 일단 했기 때문에 (민간)회사랑 얘기하는데 조건이 아주 좋아졌다. 그래서 지금쯤 옮길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때 (퇴직 시점을) 판단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신 전 차장은 A 씨가 공무원 퇴직 이후 이직할 민간업체를 알아봤던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몇 군데 취업처를 알아봤다고 이야기 들었어요. 나중에 이제 사기업 하나, 방산기업 하나 이런 데서 옛날에 이야기해놓은 곳도 있다."

방사청은 지난 6월 '상반기 5급 이하 공무원 승진심사 계획 보고'에서 "5급→4급에서는 승진 인원의 지속적 감소로 승진 소요 연수가 증가 추세"라며 결원 2석에 대한 승진인사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취재진은 이 같은 판단을 누가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시 보통승진심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방사청 전 차장에게 다시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상반기에 5급→4급 승진심사를 두 차례 개최한 사유는 무엇인지, 7월 승진심사 개최는 누가 제안했는지 재차 물었으나 부기는 '소신껏' 했다고 밝혔던 그는 "퇴직자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기 적절치 않다"며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 군 관련 인사들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계속해서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tam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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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인사청탁 의혹’ 추적…구속력 없는 ‘부기’와 안보실의 전화
    • 입력 2022-10-23 10:00:31
    • 수정2022-10-23 13:39:25
    탐사K

KBS 탐사보도부는 국가안보실에서 국방을 총괄하다 갑자기 물러난 신인호 전 2차장이 현직 때 산하기관인 방위사업청장에게 '인사 청탁성 전화'를 했다는 내용을 보도( 2022년 10월 13일, 뉴스9) 했습니다.

방위사업청 국정감사가 열렸던 지난 13일 오전, 방사청장은 신 전 차장으로부터 인사 청탁성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는데 KBS의 관련 보도 ( [단독/탐사K]국가안보실 前 2차장 “특정 직원 ‘승진 여부’ 확인 요청”…“적당한 자리 없냐”)이후 3시간여 만에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번복했습니다.

엄동환 방사청장이 "신중치 못한 발언에 죄송하다"며 앞선 진술을 뒤집어 위증 논란까지 불거졌고, 야당은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와 공수처 등 관련 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A 씨의 승진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을 되짚어보고, 추가로 확인된 쟁점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방사청 前 차장 "'A 씨 우선 고려'...소신껏 자필 기재 "…방사청 "부기, 반드시 반영 의무 없어"

지난 2월 방사청 보통승진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차장이 직접 기재한 ‘※차기 승진심사 시 A 씨를 우선 고려’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자료제공: 민주당 김영배 의원실)
' 차기 승진심사 시 A 사무관 우선 고려'

지난 2월 승진심사(5급 사무관→4급 서기관) 당시 방사청 차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부기의 내용입니다. 방사청 전 차장은 A 씨에 대한 '부기'를 단 이유에 대해 "자신의 소신"에 따라 썼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의 보고서도 체크했고 (업무를) 잘하는 것 같아서 소신 있게 달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승진 심사 위원들과 의견이 갈려서 당시 A 씨를 승진시키지는 못했으나 위원들의 동의 하에 부기를 기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방사청 측은 부기에 대해 "부기가 규정된 절차는 아니고, 부기에 따라 다음에 꼭 승진을 시켜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취지로 국회에 설명했습니다. 승진 심사 위원회가 "아깝게 탈락"한 대상자라고 여기는 경우, 이 같은 기록을 남기는 사례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승진심사(6급→5급)에서는 직원 2명에 대해 "추후 승진심사 시 우선 고려"라는 부기를 달았으나, 다만 해당 인물들은 이듬해 심사에서도 승진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 前 차장 '부기 확인' 전화 이후 "걱정 마라"...방사청 전 차장, 통화 내용은 답변 거부

그런데 신 전 차장은 6월 말쯤 방사청 차장에게 전화로 부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난 뒤 A 씨에게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이제 그 (승진) 심사 직전에 제가 확인을 해봤죠. 확인을 해보니까 ○○○ 방사청 차장이 ‘실제 부기(附記)가 되어있다'고 확인을 했습니다.…(중략)… '부기가 되어있다'고 (A에게) 말하고 '승진도 그렇게 신경 쓰지 마. 걱정하지 마라.' 그런 이야기까지 했죠."

취재진은 방사청 전 차장에게 신 전 차장이 '부기 확인'을 하면서 정확히 어떤 식으로 질문을 했는지, 방사청 전 차장은 뭐라고 답했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나 방사청 전 차장은 "말하기 어렵다"면서 해당 내용에 대해 답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지난달 경기도 모처로 찾아가 신 전 차장의 ‘청탁 의혹’ 관련 추가 입장을 재차 물었으나 별다른 답변을 얻지 못했다.
방사청 "A 씨 승진, 통상적 절차"...올해에는 '상반기'에만 5급→4급 심사 2차례 실시


방사청은 지난 13일 KBS 보도에 대해 "업무 능력, 직무 태도, 현 직급 임용일 등을 종합 고려"해 승진 여부를 결정하고, "A 씨의 경우에도 심사위원회에서 숙고를 거쳐 통상적인 절차를 통해 선발됐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KBS 보도 이후 A 씨의 7월 인사를 두고 "A씨가 같은 근무성적평정으로 심사를 두 번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방사청 확인 결과, A씨의 2월과 7월 각각 승진심사 당시 근무평정이 같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방사청은 상반기와 하반기 한 번씩 근무평정을 한 뒤 승진 심사를 각각 합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A씨가 속한 5급 사무관 승진이 2월과 7월 두 차례 이뤄졌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간 방사청의 5급→4급 승진심사 내역을 민주당 김영배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매년 두 차례 (5월, 10월) 실시되던 것이 올해에는 2월과 7월(승진심사 계획은 6월 20일 공지), 다시 말해 '상반기'에 승진심사가 두 차례 실시됐습니다.

■ 7월 승진심사, 누가 제안했나?

A 씨는 7월 4일 심사에서 승진하게 됐습니다. A 씨는 " 진급을 일단 했기 때문에 (민간)회사랑 얘기하는데 조건이 아주 좋아졌다. 그래서 지금쯤 옮길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때 (퇴직 시점을) 판단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신 전 차장은 A 씨가 공무원 퇴직 이후 이직할 민간업체를 알아봤던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신인호 전 안보실 2차장:
"몇 군데 취업처를 알아봤다고 이야기 들었어요. 나중에 이제 사기업 하나, 방산기업 하나 이런 데서 옛날에 이야기해놓은 곳도 있다."

방사청은 지난 6월 '상반기 5급 이하 공무원 승진심사 계획 보고'에서 "5급→4급에서는 승진 인원의 지속적 감소로 승진 소요 연수가 증가 추세"라며 결원 2석에 대한 승진인사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취재진은 이 같은 판단을 누가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시 보통승진심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방사청 전 차장에게 다시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상반기에 5급→4급 승진심사를 두 차례 개최한 사유는 무엇인지, 7월 승진심사 개최는 누가 제안했는지 재차 물었으나 부기는 '소신껏' 했다고 밝혔던 그는 "퇴직자가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기 적절치 않다"며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 KBS 탐사보도부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 군 관련 인사들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계속해서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kbstam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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