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소환된 이름 ‘천공’…“명예훼손 고발” “입막음 시도”

입력 2023.02.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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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으로 알려진 일명 '천공'이라는 사람의 이름이 또다시 등장했습니다.

'지난 3월 천공이 김용현 당시 대통령직인수위 청와대 이전 TF 팀장(현 대통령 경호처장) 등과 함께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등을 둘러봤다'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은 대통령의 새 관저 후보로 거론되던 곳입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새 관저를 고르는 데 역술인이 개입했다는 주장인 셈입니다. '무학대사가 궁궐터를 골랐다'는 조선 시대도 아니고, 민주공화국의 공적 결정에 역술인이 개입했다는 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주장입니다.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용현 경호처장은 '천공'과 일면식도 없다면서,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적 프레임. 풍문이 정치적 목적으로 가공된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 "남영신 육군총장이 보고받았다고 했다"

이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의원도 같은 주장을 했었지만, 주장의 명확한 근거나 물증은 찾기 어려웠고, 대통령실이 '가짜뉴스'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의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해 12월보다 '정황'이 좀 더 구체적입니다. 주장은 내놓은 사람은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입니다.

"지난해 4월 1일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천공이 육군총장 한남동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라는 내용을 공관 담당자(부사관)로부터 보고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후 육군 관계자에게 따로 확인도 했는데 차량 종류 등 더 구체적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승찬 전 대변인은 3일 출간된 자신의 책에 이 같은 주장을 담았습니다.

여전히 '물증'은 없지만, '누가 어떤 상황을 어떻게 이야기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실명으로 담겨있습니다.

KBS는 남영신 당시 육군총장에게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 했지만 남 총장은 이를 피했습니다. 다른 언론과의 접촉에서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KBS는 당시 공관 담당자(부사관)와의 연락도 시도했지만 "군에 문의하라"는 답만 들었고, 군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 "들은 것을 들은 것을 들었다는 '떠도는 풍문'"

대통령실은 부승찬 전 대변인의 주장이 알려진 2일 '즉각' 반박했습니다. 대통령경호처는 "김용현 경호처장은 '천공'과 일면식이 없고,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을 둘러본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적 대응에도 곧바로 들어갔습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를 초기 보도한 매체 2곳의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한 겁니다.

"'천공이 왔다고 들은 것을 들은 것을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의 의혹을 책으로 발간했다. 객관적인 추가 사실확인도 없이 이를 최초 보도했다"라며 고발 이유를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여러 사람의 말로 전달된 풍문이 정치적 목적으로 가공될 때, 얼마나 허무맹랑해질 수 있는지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 사례를 통해 국민들께서 목도하셨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당초 부승찬 전 대변인뿐 아니라,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 남영신 전 육군총장, 심지어 당의 회의에서 이를 언급했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고발이 가능한지 살펴봤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 숱한 의혹 제기들이 있었지만, 주장 하루 만에 신속히 법적 대응에 나선 건 이례적입니다. 실무자 차원이기는 하지만, 야당의 회의 발언을 고발 가능한지 살펴본 것 또한 이례적인 일입니다. 대통령실이 이번 의혹 제기에 얼마나 민감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풍문이 정치적 목적으로 가공"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공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최재천, 김종대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습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로 선거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황들을 봤을 때,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의 주장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려는 시도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의혹을 정치적인 이유로 다시 꺼내니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승찬 전 대변인이) 책을 팔려고 대통령을 음해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대통령실이 강경 대응에 나선 건, 더 이상의 의혹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30%대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역술' 논란이 확산하는 건 대통령실로서는 피하고 싶은 일일 것입니다.

■ 野 "고발로 '천공 의혹' 입막음 시도…투명한 해명이 먼저"

야당은 이번 의혹을 계속 거론하며 '당시 CCTV를 공개하라',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라'고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오늘(3일) 논평을 내고 "떠도는 풍문인지, 가짜 뉴스인지는 확인해 보면 알 일"이라면서 "무조건 가짜라고 우기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고발해 입막음을 시도한다고 덮일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안 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보고가 생명인 군 특성상 육군 총장에게 허위 보고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남 전 총장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는 보고받은 것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지난해 11월경 다른 언론사의 통화 녹취 내용에는 부정하다가 기억이 안 난다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토론에 나오는 등 무속과 관련된 온갖 구설에 올랐던 대통령 부부라는 점에서 더더욱 투명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며 "차라리 CCTV 영상과 출입자 명단, 거명된 인사의 당일 행적을 신속히 공개하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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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소환된 이름 ‘천공’…“명예훼손 고발” “입막음 시도”
    • 입력 2023-02-03 16:33:31
    취재K

역술인으로 알려진 일명 '천공'이라는 사람의 이름이 또다시 등장했습니다.

'지난 3월 천공이 김용현 당시 대통령직인수위 청와대 이전 TF 팀장(현 대통령 경호처장) 등과 함께 서울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 등을 둘러봤다'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은 대통령의 새 관저 후보로 거론되던 곳입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새 관저를 고르는 데 역술인이 개입했다는 주장인 셈입니다. '무학대사가 궁궐터를 골랐다'는 조선 시대도 아니고, 민주공화국의 공적 결정에 역술인이 개입했다는 건,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주장입니다.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용현 경호처장은 '천공'과 일면식도 없다면서,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적 프레임. 풍문이 정치적 목적으로 가공된 것"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 "남영신 육군총장이 보고받았다고 했다"

이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의원도 같은 주장을 했었지만, 주장의 명확한 근거나 물증은 찾기 어려웠고, 대통령실이 '가짜뉴스'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의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해 12월보다 '정황'이 좀 더 구체적입니다. 주장은 내놓은 사람은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입니다.

"지난해 4월 1일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천공이 육군총장 한남동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라는 내용을 공관 담당자(부사관)로부터 보고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후 육군 관계자에게 따로 확인도 했는데 차량 종류 등 더 구체적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승찬 전 대변인은 3일 출간된 자신의 책에 이 같은 주장을 담았습니다.

여전히 '물증'은 없지만, '누가 어떤 상황을 어떻게 이야기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실명으로 담겨있습니다.

KBS는 남영신 당시 육군총장에게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 했지만 남 총장은 이를 피했습니다. 다른 언론과의 접촉에서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KBS는 당시 공관 담당자(부사관)와의 연락도 시도했지만 "군에 문의하라"는 답만 들었고, 군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 "들은 것을 들은 것을 들었다는 '떠도는 풍문'"

대통령실은 부승찬 전 대변인의 주장이 알려진 2일 '즉각' 반박했습니다. 대통령경호처는 "김용현 경호처장은 '천공'과 일면식이 없고, '천공'이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을 둘러본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적 대응에도 곧바로 들어갔습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를 초기 보도한 매체 2곳의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한 겁니다.

"'천공이 왔다고 들은 것을 들은 것을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의 의혹을 책으로 발간했다. 객관적인 추가 사실확인도 없이 이를 최초 보도했다"라며 고발 이유를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여러 사람의 말로 전달된 풍문이 정치적 목적으로 가공될 때, 얼마나 허무맹랑해질 수 있는지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 사례를 통해 국민들께서 목도하셨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당초 부승찬 전 대변인뿐 아니라,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 남영신 전 육군총장, 심지어 당의 회의에서 이를 언급했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고발이 가능한지 살펴봤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 숱한 의혹 제기들이 있었지만, 주장 하루 만에 신속히 법적 대응에 나선 건 이례적입니다. 실무자 차원이기는 하지만, 야당의 회의 발언을 고발 가능한지 살펴본 것 또한 이례적인 일입니다. 대통령실이 이번 의혹 제기에 얼마나 민감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 "풍문이 정치적 목적으로 가공"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공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최재천, 김종대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습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로 선거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황들을 봤을 때,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의 주장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려는 시도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의혹을 정치적인 이유로 다시 꺼내니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승찬 전 대변인이) 책을 팔려고 대통령을 음해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대통령실이 강경 대응에 나선 건, 더 이상의 의혹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30%대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역술' 논란이 확산하는 건 대통령실로서는 피하고 싶은 일일 것입니다.

■ 野 "고발로 '천공 의혹' 입막음 시도…투명한 해명이 먼저"

야당은 이번 의혹을 계속 거론하며 '당시 CCTV를 공개하라',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라'고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오늘(3일) 논평을 내고 "떠도는 풍문인지, 가짜 뉴스인지는 확인해 보면 알 일"이라면서 "무조건 가짜라고 우기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고발해 입막음을 시도한다고 덮일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안 대변인은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보고가 생명인 군 특성상 육군 총장에게 허위 보고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남 전 총장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는 보고받은 것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지난해 11월경 다른 언론사의 통화 녹취 내용에는 부정하다가 기억이 안 난다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토론에 나오는 등 무속과 관련된 온갖 구설에 올랐던 대통령 부부라는 점에서 더더욱 투명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며 "차라리 CCTV 영상과 출입자 명단, 거명된 인사의 당일 행적을 신속히 공개하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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