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③ 176명의 전세 ‘시한폭탄’…올해만 1조 8천억?

입력 2023.03.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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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부는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 연구팀과 함께 50채 이상 다주택자 2,659명의 사회연결망 분석을 최초로 시도했습니다. 악의적이고,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저지르는 집단을 추정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그 결과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을 찾아냈고, 그물망처럼 서로 끈끈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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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렇게 수상한 연결고리로 얽힌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은 언제, 어디에 있는 주택을 샀을까요?
이들이 소유한 주택 현황을 들여다 봤습니다.

'사기조직 연계 임대인' 소유 2만 7천 채...가장 밀집한 곳은?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이 소유한 주택은 모두 26,968채입니다.
한 사람 당 평균 153채를 가진 셈입니다. 이들의 주택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흩어져 있었는데요.


지역별로 보면,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이 3,443채로 가장 많았고,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1,896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782채),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771채),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682채) 순이었습니다.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보유한 주택 중 전세가와 매매시세 비교가 가능한 주택은 전체의 54%였습니다.
전세가율을 분석해보니, 최소 92%에서 최대 108%까지 나왔습니다. 평균 전세가율은 99.8%였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주택이 매매가와 거의 같거나, 오히려 높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맺은 '깡통주택'임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화곡동 신축 연립다세대 63% '점령'한 그들


서울시 화곡동의 경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어진 신축 연립다세대 건물은 모두 368개였는데요.
63%에 달하는 232개 건물에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집을 사들였습니다. 모두 1,865채입니다.

특히 이 368개 건물 중 50%인 184개 건물에서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은 사용승인이 떨어지자마자 집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신축 연립다세대 주택은 시세 확인이 어려워 전세 사기 조직의 표적이 되기 쉬운데요.
경찰에 적발된 사기 조직들은 건축주-가짜 임대인(빌라왕)- 대리인- 컨설팅 업체(배후)-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까지 '한 팀'이 되어, 이른바 '업(UP)감정'을 통해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높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맺도록
세입자를 유도했습니다. 이들이 짠 판에 들어가는 순간, 세입자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연관 기사] [단독] 전세 사기의 핵심, ‘업(up)감정’…집값 부풀리기 수법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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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동 한 곳만을 살펴봤지만,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유독 신축 건물에 집중했다는 사실은
저희가 드러낸 176명이, 악성 임대인으로 의심된다는 합리적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듭니다.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은 언제 집을 샀을까?...2021년 매입 가장 많아

주택 매입 시기 분석은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소유 주택 26,968채 가운데,  취득일자를 확정할 수 있는 (등기 변동요인이 유효한 ) 26,931채를 대상으로 했다.주택 매입 시기 분석은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소유 주택 26,968채 가운데, 취득일자를 확정할 수 있는 (등기 변동요인이 유효한 ) 26,931채를 대상으로 했다.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은 2003년부터 주택을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까지는 1년에 100채 미만으로 매입 건수가 미미했고, 2015년 195채, 2016년 408채, 2017년 656채를 매입했습니다.

증가폭이 갑자기 늘어난 건 다음 해인 2018년부터인데요.
2018년 1,461채를 매입하더니 2019년 4,215채, 2020년엔 7,110채, 2021년 8,929채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2022년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 3,736채를 매입했습니다.

176명이 소유한 주택 가운데, 매입 시기 분석 대상 26,931채의 94.5%에 달하는 25,451채가 바로 2018년부터 매입된 것들입니다.

특히 이들의 매입 양상은 일반 임대 사업자로 볼 수 있는 다른 50채 이상 다주택자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과 '임대 사업자'의 차이는?...'정책 악용' vs '가격'

〈소유 주택 대비 연도별 매입 비율 분석〉에서  파란색 그래프로 표시된 ‘일반 임대 사업자’는  50채 이상 다주택자 2,659명 가운데,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을 제외한 2,483명으로, 사기 조직 과의 연결성이 뚜렷하지 않아 ‘일반 임대 사업자’로 추정했다.〈소유 주택 대비 연도별 매입 비율 분석〉에서 파란색 그래프로 표시된 ‘일반 임대 사업자’는 50채 이상 다주택자 2,659명 가운데,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을 제외한 2,483명으로, 사기 조직 과의 연결성이 뚜렷하지 않아 ‘일반 임대 사업자’로 추정했다.

50채 이상 다주택자 2,659명 가운데,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을 제외한 2,483명(일반 임대 사업자로 추정)의 <소유 주택 대비 연도별 매입 비율>을 보면, 2015년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다 2021년엔 오히려 12.4%로 전년보다 주춤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의 매입 비율은 2018년 상승세를 시작으로 2021년 33.2%로 최대치를 기록,
2022년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과 임대 사업자의 매입 비율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세 사기 조직은 전세보증보험·임대인 세제혜택 등 정책을 악용해 돈을 벌었고,
일반 임대 사업자는 자기 돈을 투자해 돈을 벌다 보니 연도별 매입 비율이 다를 수밖에 없죠."

부동산 현장 전문가인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두 집단의 매입 양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176명의 매입 비율이 2018년부터 급증한 것에 대해, 장 공인중개사는 "2017년 후반부터 정부가 '전세보증보험'과 주택 임대 사업자 세제 혜택 홍보를 굉장히 많이 했다. 전세 사기 조직은 그 약점을 이용해 돈을 버는 신종 수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세 사기 조직이 주택 임대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악용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2021년엔 모두가 '영끌'을 외쳤잖아요. '깡통주택', 즉 매매가 보다 높게 전세를 내놔도 다 소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시세 확인이 안 되는 신축 빌라 중심으로 조직적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렸죠. 부동산 폭등기에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가짜) 임대인만 되면 전세보증보험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반면, 2022년엔 '빌라왕' 보도도 많이 나오고, 수사도 받고, 부동산도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전세 사기가 예전 같지 않으니 매입을 못 하는 거죠."

장 공인중개사는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의 매입 비율이 떨어진 2022년, 일반 임대 사업자의 매입 비율은 오히려 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저금리 대출이든 뭐든 자기 돈으로 집 사서 임대하는 사람들은 2021년엔 매입할 엄두를 내기가 어려워요.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르니까... 그래도 폭등기니까 매입에 나서기도 하는데, 모두가 '영끌'하니 매물 구하기가 쉽지가 않죠. 그래서 주춤했던 거고, 반면 2022년엔 전세 사기 조직이 세입자한테 전세금을 못 주다 보니 경매로 나온 빌라가 엄청 많았어요. 부동산도 하락기니까 진짜 임대 사업 하는 사람들은 이때 싼 가격에 빌라 매입에 나섰던 거예요"

■ 전세 사기 피해 추정액, 올해만 최대 1조 8천억 원?

전세 사기는 전세계약 직후 명의만 빌려준 이른바 '바지 빌라왕(가짜 임대인)'으로 집주인이 바뀌거나, 매입과 동시에 전세계약을 진행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요.
이를 감안하면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의 주택 매입 건수는 곧 전세계약 건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176명의 임대인은 보유 주택 일부에 대해 전세 실거래가 신고를 했는데요. 최근 2년 동안 신고한 전세 실거래가의 평균은 2억 768만 원입니다.

이 금액을 176명의 연도별 주택 매입 건수에 곱하면,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해마다 세입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전세금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매입과 동시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고 가정했을 때,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2021년 매입한 8,929채의 전세 만기는 2023년, 올해입니다.
올해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세입자에게 줘야 할 전세 보증금은 1조 8,544억 원. 176명 모두 전세 보증금 사고를 낸다고 가정하면,
1조 8,544억 원이 전세 사기 피해 추정액 최대치가 됩니다.

3,736채를 매입한 2024년, 내년 전세 사기 피해 추정액은 최대 7,759억 원입니다.

다만 지역과 면적 등을 고려하면, 피해 추정액은 1,000억 원 정도씩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천문학적 수치임엔 변함이 없습니다.


곳곳에서 전세 사기 '위험' 신호....피해는 오늘도 진행 중

사기조직 연계 임대인들의 전세 사기 위험 징후는 이미 포착되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신축빌라는 16세대인데, 14세대가 한 사람 송 모 씨 소유입니다.
그런데 송 씨가 지방세를 체납하면서, 담당 세무서에선 두 달 전 송 씨 소유 14채에 모두 가압류를 걸었습니다.

송 씨는 전국 주택 350채를 가진 다주택자인데요.
저희가 데이터로 뽑은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에는 포함됐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집중관리 대상(악성 임대인)에는 없습니다.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겁니다.

"대출한 은행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빌라에 가압류가 걸렸다는 거예요.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어요.
확인해보니 집주인 송 씨가 종부세를 안 내서 담당 세무서에서 가압류를 건 게 맞더라고요.
깜짝 놀랬죠. 아...이게 말로만 듣던 그 거(전세사기) 구나."

세입자 A 씨는 은행의 가압류 통보 전화를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처음 전세계약을 할 때, 주변보다 비싸긴 했지만, 신축빌라라 집이 너무 깨끗했고.
대출이자까지 월 20만 원씩 지원해준다고 하니 월세보다 훨씬 싸게 좋은 전셋집을 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압류 사실이 빌라 세입자 전체에게 알려졌지만, 세입자들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A 씨는 "오히려 집주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속이 시원하게 따져 묻지도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입자들은 그나마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된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세보증보험을 '다행'으로 여기는 건 세입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전긍긍하던 세입자 중 일부가 송 씨에게 상황 설명을 요구하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고 합니다.

"전세보증보험이 제때 처리되도록 필요한 서류를 빨리 만들어 드리겠다."

만기가 1년이나 남았지만, 이미 송 씨 스스로는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다는 걸 사실상 시인한 셈입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갚아야 합니다.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갚아준 전세 보증금(대위변제액)은 9,241억 원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세보증보험이 출시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2조 2,177억 원의 대위변제액이 발생했고, 이 중 41%가 지난해에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저희가 추정한 것처럼 내년 2조 원 가까운 전세 피해 추정액이 현실이 된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세입자에게 집주인 대신 전세 보증금을 모두 돌려줄 수 있을까요?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13년 만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1,0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냈습니다.
2021년만 해도 3,000억 원 이상 순익을 기록한 주택도시보증공사였는데요.
2021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총액 한도는 자기자본의 60배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60배를 초과하는 경우, 공사는 전세보증보험 등 어떠한 신규 보증 상품도 공급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 공사의 보증 총액은 자기 자본의 54.4배 규모였습니다. 법이 정한 한도(60배)를 넘어서진 않았지만,
올해 말엔 60배에 다다르고, 내년엔 한도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국회에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총액 한도를 자기자본의 70배까지 늘리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는데요.
이미 지난 2021년 법 개정을 통해 보증 총액 한도를 자기자본의 50배에서 60배로 늘렸는데, 2년 만에 다시 한도를 늘려야할 상황에 직면한 겁니다.
정부에선 주택도시기금 등 세금을 투입해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추가 출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입자 불안을 해소하고,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과 같은 '위험' 임대인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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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우한울, 송수진, 김연주 기자
데이터 분석 :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 김성호 개발자
연구 지원 : 연세대 사회학과 'Social Networks & Neuroscience Lab'
염유식 교수, 성기호, 곽현정, 허예진, 황채민
그래픽 제작 : 존코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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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③ 176명의 전세 ‘시한폭탄’…올해만 1조 8천억?
    • 입력 2023-03-11 08:00:08
    탐사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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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소유한 주택 현황을 들여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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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당 평균 153채를 가진 셈입니다. 이들의 주택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흩어져 있었는데요.


지역별로 보면,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이 3,443채로 가장 많았고,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1,896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782채), 인천시 미추홀구 숭의동(771채),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682채) 순이었습니다.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보유한 주택 중 전세가와 매매시세 비교가 가능한 주택은 전체의 54%였습니다.
전세가율을 분석해보니, 최소 92%에서 최대 108%까지 나왔습니다. 평균 전세가율은 99.8%였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주택이 매매가와 거의 같거나, 오히려 높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맺은 '깡통주택'임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화곡동 신축 연립다세대 63% '점령'한 그들


서울시 화곡동의 경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어진 신축 연립다세대 건물은 모두 368개였는데요.
63%에 달하는 232개 건물에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집을 사들였습니다. 모두 1,865채입니다.

특히 이 368개 건물 중 50%인 184개 건물에서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은 사용승인이 떨어지자마자 집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신축 연립다세대 주택은 시세 확인이 어려워 전세 사기 조직의 표적이 되기 쉬운데요.
경찰에 적발된 사기 조직들은 건축주-가짜 임대인(빌라왕)- 대리인- 컨설팅 업체(배후)-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까지 '한 팀'이 되어, 이른바 '업(UP)감정'을 통해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높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맺도록
세입자를 유도했습니다. 이들이 짠 판에 들어가는 순간, 세입자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연관 기사] [단독] 전세 사기의 핵심, ‘업(up)감정’…집값 부풀리기 수법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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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동 한 곳만을 살펴봤지만,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유독 신축 건물에 집중했다는 사실은
저희가 드러낸 176명이, 악성 임대인으로 의심된다는 합리적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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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은 2003년부터 주택을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까지는 1년에 100채 미만으로 매입 건수가 미미했고, 2015년 195채, 2016년 408채, 2017년 656채를 매입했습니다.

증가폭이 갑자기 늘어난 건 다음 해인 2018년부터인데요.
2018년 1,461채를 매입하더니 2019년 4,215채, 2020년엔 7,110채, 2021년 8,929채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2022년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 3,736채를 매입했습니다.

176명이 소유한 주택 가운데, 매입 시기 분석 대상 26,931채의 94.5%에 달하는 25,451채가 바로 2018년부터 매입된 것들입니다.

특히 이들의 매입 양상은 일반 임대 사업자로 볼 수 있는 다른 50채 이상 다주택자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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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채 이상 다주택자 2,659명 가운데,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을 제외한 2,483명(일반 임대 사업자로 추정)의 <소유 주택 대비 연도별 매입 비율>을 보면, 2015년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다 2021년엔 오히려 12.4%로 전년보다 주춤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의 매입 비율은 2018년 상승세를 시작으로 2021년 33.2%로 최대치를 기록,
2022년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과 임대 사업자의 매입 비율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세 사기 조직은 전세보증보험·임대인 세제혜택 등 정책을 악용해 돈을 벌었고,
일반 임대 사업자는 자기 돈을 투자해 돈을 벌다 보니 연도별 매입 비율이 다를 수밖에 없죠."

부동산 현장 전문가인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두 집단의 매입 양상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176명의 매입 비율이 2018년부터 급증한 것에 대해, 장 공인중개사는 "2017년 후반부터 정부가 '전세보증보험'과 주택 임대 사업자 세제 혜택 홍보를 굉장히 많이 했다. 전세 사기 조직은 그 약점을 이용해 돈을 버는 신종 수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세 사기 조직이 주택 임대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악용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2021년엔 모두가 '영끌'을 외쳤잖아요. '깡통주택', 즉 매매가 보다 높게 전세를 내놔도 다 소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시세 확인이 안 되는 신축 빌라 중심으로 조직적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렸죠. 부동산 폭등기에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가짜) 임대인만 되면 전세보증보험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반면, 2022년엔 '빌라왕' 보도도 많이 나오고, 수사도 받고, 부동산도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전세 사기가 예전 같지 않으니 매입을 못 하는 거죠."

장 공인중개사는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의 매입 비율이 떨어진 2022년, 일반 임대 사업자의 매입 비율은 오히려 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저금리 대출이든 뭐든 자기 돈으로 집 사서 임대하는 사람들은 2021년엔 매입할 엄두를 내기가 어려워요.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르니까... 그래도 폭등기니까 매입에 나서기도 하는데, 모두가 '영끌'하니 매물 구하기가 쉽지가 않죠. 그래서 주춤했던 거고, 반면 2022년엔 전세 사기 조직이 세입자한테 전세금을 못 주다 보니 경매로 나온 빌라가 엄청 많았어요. 부동산도 하락기니까 진짜 임대 사업 하는 사람들은 이때 싼 가격에 빌라 매입에 나섰던 거예요"

■ 전세 사기 피해 추정액, 올해만 최대 1조 8천억 원?

전세 사기는 전세계약 직후 명의만 빌려준 이른바 '바지 빌라왕(가짜 임대인)'으로 집주인이 바뀌거나, 매입과 동시에 전세계약을 진행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요.
이를 감안하면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의 주택 매입 건수는 곧 전세계약 건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들 176명의 임대인은 보유 주택 일부에 대해 전세 실거래가 신고를 했는데요. 최근 2년 동안 신고한 전세 실거래가의 평균은 2억 768만 원입니다.

이 금액을 176명의 연도별 주택 매입 건수에 곱하면,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해마다 세입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전세금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매입과 동시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고 가정했을 때,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2021년 매입한 8,929채의 전세 만기는 2023년, 올해입니다.
올해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들이 세입자에게 줘야 할 전세 보증금은 1조 8,544억 원. 176명 모두 전세 보증금 사고를 낸다고 가정하면,
1조 8,544억 원이 전세 사기 피해 추정액 최대치가 됩니다.

3,736채를 매입한 2024년, 내년 전세 사기 피해 추정액은 최대 7,759억 원입니다.

다만 지역과 면적 등을 고려하면, 피해 추정액은 1,000억 원 정도씩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천문학적 수치임엔 변함이 없습니다.


곳곳에서 전세 사기 '위험' 신호....피해는 오늘도 진행 중

사기조직 연계 임대인들의 전세 사기 위험 징후는 이미 포착되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신축빌라는 16세대인데, 14세대가 한 사람 송 모 씨 소유입니다.
그런데 송 씨가 지방세를 체납하면서, 담당 세무서에선 두 달 전 송 씨 소유 14채에 모두 가압류를 걸었습니다.

송 씨는 전국 주택 350채를 가진 다주택자인데요.
저희가 데이터로 뽑은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 176명에는 포함됐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집중관리 대상(악성 임대인)에는 없습니다.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겁니다.

"대출한 은행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빌라에 가압류가 걸렸다는 거예요.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어요.
확인해보니 집주인 송 씨가 종부세를 안 내서 담당 세무서에서 가압류를 건 게 맞더라고요.
깜짝 놀랬죠. 아...이게 말로만 듣던 그 거(전세사기) 구나."

세입자 A 씨는 은행의 가압류 통보 전화를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처음 전세계약을 할 때, 주변보다 비싸긴 했지만, 신축빌라라 집이 너무 깨끗했고.
대출이자까지 월 20만 원씩 지원해준다고 하니 월세보다 훨씬 싸게 좋은 전셋집을 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압류 사실이 빌라 세입자 전체에게 알려졌지만, 세입자들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A 씨는 "오히려 집주인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속이 시원하게 따져 묻지도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입자들은 그나마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된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세보증보험을 '다행'으로 여기는 건 세입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전긍긍하던 세입자 중 일부가 송 씨에게 상황 설명을 요구하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고 합니다.

"전세보증보험이 제때 처리되도록 필요한 서류를 빨리 만들어 드리겠다."

만기가 1년이나 남았지만, 이미 송 씨 스스로는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다는 걸 사실상 시인한 셈입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갚아야 합니다.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갚아준 전세 보증금(대위변제액)은 9,241억 원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세보증보험이 출시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2조 2,177억 원의 대위변제액이 발생했고, 이 중 41%가 지난해에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저희가 추정한 것처럼 내년 2조 원 가까운 전세 피해 추정액이 현실이 된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세입자에게 집주인 대신 전세 보증금을 모두 돌려줄 수 있을까요?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13년 만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1,0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냈습니다.
2021년만 해도 3,000억 원 이상 순익을 기록한 주택도시보증공사였는데요.
2021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행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총액 한도는 자기자본의 60배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60배를 초과하는 경우, 공사는 전세보증보험 등 어떠한 신규 보증 상품도 공급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 공사의 보증 총액은 자기 자본의 54.4배 규모였습니다. 법이 정한 한도(60배)를 넘어서진 않았지만,
올해 말엔 60배에 다다르고, 내년엔 한도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국회에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총액 한도를 자기자본의 70배까지 늘리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는데요.
이미 지난 2021년 법 개정을 통해 보증 총액 한도를 자기자본의 50배에서 60배로 늘렸는데, 2년 만에 다시 한도를 늘려야할 상황에 직면한 겁니다.
정부에선 주택도시기금 등 세금을 투입해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추가 출자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입자 불안을 해소하고,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사기 조직 연계 임대인'과 같은 '위험' 임대인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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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우한울, 송수진, 김연주 기자
데이터 분석 :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 김성호 개발자
연구 지원 : 연세대 사회학과 'Social Networks & Neuroscience Lab'
염유식 교수, 성기호, 곽현정, 허예진, 황채민
그래픽 제작 : 존코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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