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염색샴푸 괜찮나? 1탄 천연성분의 비밀 外

입력 2023.03.15 (23:36) 수정 2023.03.15 (23: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9층시사국 7회 Ⅰ] 염색샴푸 괜찮나? - 1탄 천연성분의 비밀

갈변, 상온에 둔 과일이 갈색으로 변하는 자연의 원리를 활용했다는 국내 최초의 염색샴푸!

문점례/염색샴푸 소비자
"개발하신 분한테 너무 감사드리고, 알레르기에서 자유롭게 이렇게 염색이 아닌 샴푸로...."

염색샴푸가 큰 인기를 끌자 주요 화장품 업체들도 염색샴푸를 대거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상반된 뉴스들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녹취)
“성분논란으로 규제하기로...판매중단 ”
“다시 재검증하기로...판매중단 유예”

성분논란으로 판매를 금지하겠다던 염색샴푸는 그대로 팔리고 있습니다.
성분논란은 소비자 검증위원회에서 검토중입니다.
최종 결론이 늦어지는 사이 염색샴푸의 부작용을 겪었다는 소비자 민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녹취)
“굉장히 반가웠죠. 지금은 괴물 같죠.”
“거저 줘도 안 써요. 쳐다보기도 싫어요.”

흰머리가 고민인 이 60대 남성의 하루는 염색샴푸와 함께 시작합니다.

정원길/염색샴푸 소비자
“흰머리가 이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 앞머리가 새치가 있어서 보기가 싫어서 쓰고 있거든요.”

염색제보다 독성도 덜한 것 같고 무엇보다 쓰기 편합니다.

정원길/염색샴푸 소비자
“샤워하면서 하니까 따로 시간 낼 필요가 없으니까 많이 편리하죠.”
“설명서에는 한 3분 이렇게 써있는데 이렇게 염색약을 발라 놓고 제가 이렇게 면도도하고 이도 닦고 하다보면 5~6분이 금방 가더라고요.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염색샴푸가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정반대 경험을 한 소비자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김경희/염색샴푸 소비자
“손톱이 자꾸 까매지는 거예요. 유튜브에서 보니까 그 손톱이 까매지니까 칫솔로 하라고. 칫솔에 이렇게 발라서 문질렀어요. 그러니까 매일 쓴 거죠.”

염색샴푸를 쓴지 5개월 무렵이었습니다.
피부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염’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경희/염색샴푸 소비자
“갑자기 열이 막 나더라고요. 39도 이상이 나더라고요.눈부터 붓기 시작하는데 얼굴도 다 부었는데 귓속까지 붓더라고요. 머리, 두피는 말할 것도 없지만 여기서부터 서서히 이렇게 내려오더라고요. 열상이 이렇게 피부가 다 화상입은 것처럼 됐다는 거예요, 피부과에서.”

남현종 / 9층시사국 MC
과일을 상온에 놨을 때 갈변하는 그 현상을 이용했다고 하니까 인체에 무해할 것 같고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염색 효과를 내주는 그 물질들을 천연 성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홍혜림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색을 내는 물질이 100% 천연 성분이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그 안에는 검은깨나 콩 같은 천연에서 색을 내는 물질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염색이라는 화학적 작용이 필요한 특성상 그 샴푸 안에는 화학 물질들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MC
많은 염색 샴푸들에 들어가는 화학 물질이 비슷한 건가요?

홍 기자
회사들마다 비법처럼 그 화학 물질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많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업계의 선두 업체인 모다모다의 경우, 색을 내는 물질이 1,2,4-THB로 알려져 있는데요.아마 이 물질이 국내에 알려진 것이 이 샴푸 출시 이후일 것입니다. 저희가 취재를 하면서도 이 물질에 대해서 조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유럽에는 이런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이 물질은 공업적 용도는 특별히 보고된 것이 없고, 오랫동안 염색제나 염색샴푸에서 염모제 기능을 했다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미국 전문가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 /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1,2,4-트리하이드록시 벤젠은 하이드록시기 세 개와 벤젠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공기나 산소에 노출되면 검게 염색을 시키는 물질입니다. 밀봉을 뜯어 공기와 접촉하게 되면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그렇게 모발이 염색되는거죠. 이때 피부 역시 검게 바뀌게 됩니다.”

MC
화학 물질이라면 우리가 조심하고 주의해서 써야될 것 같은데, 최근에 접수되는 부작용, 얼마나 보고가 되고 있는 건가요?

홍 기자
안타깝게도 국가적으로 정확하게 부작용 실태 조사를 한 것이 없습니다. 대신 최근에 한 시민단체에서 염색 샴푸 실태 조사를 한 내용이 있어서 저희가 갖고 왔는데요. 1천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염색샴푸 부작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부작용이 없었다는 사람도 32%가량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부작용이 있었다는 분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응답은 머릿결이 손상됐다, 이런 분들이 있었고 또 탈모를 겪으신 분들도 있었고 손톱 물듦 또 피부염 등을 겪었다는 사람들도 조사됐습니다.

MC
중복 응답임을 감안하더라도 부작용을 좀 많이 겪었다는 건데 샴푸 제조회사들의 입장은 어땠습니까?

홍 기자
그렇지만 이게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주관적인 의견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 드리고요. 3대 업체에 공통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부작용 실태에 대해서 어떻게 조사했느냐,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모다모다는 지금까지 450만 개가 팔렸지만 이 가운데 부작용 업수 비율은 전체의 0.003%로 극히 낮았다. 아모레의 경우에는 제품 판매량 대비 소비자 피해 사례는 0.02% 정도라고 말했고, LG생활건강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고객 불편으로 접수된 사례가 일부 있으나 제품의 판매 수량 대비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답변했습니다.

MC
소비자들의 의견과 지금 제조사들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홍 기자
국내에는 명확한 결과가 나와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것을 다시 위원회를 꾸려서 재검증을 하고 있는데요. 재검증의 핵심 현안이 바로 이 1,2,4-THB의 위해성 여부입니다. 그래서 우선 저희는 국내 전문가 취재부터 했는데요. 함께 보시겠습니다.

1,2,4,-THB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 유명 독성학자를 찾아가 봤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이곳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박은정 교수가 모다모다측 의뢰를 받고 ‘위해성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염색샴푸를 한 달 동안 직접 써보는 실험도 했다고 합니다.

박은정/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약간 푸석푸석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 다음에 피부가 간지러운. 그래서 한 달동안 그 실험을 하고 나서는 원래 쓰던 샴푸로 돌아갔거든요.”

박 교수는 피부염이나 탈모 같은 부작용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박은정/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이런 식으로 해서 들어가는 거예요. 여기가 지금 다 그 물질들이..지금 되게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1,2,4-THB가 인간 DNA에 미치는 영향, ‘유전독성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박은정/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일단은 DNA에 대한 영향이 있는 농도는 분명 있어요. 그런데 그 DNA에 의한 영향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 유럽에서는 그건 밝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제 그 부분에 대해서 이번에 논문을 쓰려고 하는 거죠.”

염색샴푸에서 섞인 1,2,4-THB가 두피로 흡수되는지를 보는 것도 연구의 핵심입니다.

박은정/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샴푸를 직접 제가 한 달 동안 쓰면서 제 머리카락에 농축된 농도를 측정했어요. 머리카락에서 축적성은 없는 것으로 나왔어요. ‘저 성분은 유해하니까 쓰지마세요’가 아니라 각각의 농도, 각각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농도를 우리가 제시해주는 것이 최종적인 목적이 아닐까...”

모다모다는 “제품 출시 전 1,2,4-THB가 인체에 남거나 흡수되지 않음을 확인”했고, “식약처 인증 기관에서 유전독성 실험을 한 결과 문제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반박했습니다.
두 기관에서 샴푸 유전독성 검사를 했는데, 모두 기준치 이하가 나왔다는 겁니다.
그러나 식약처는 샴푸가 아니라 1,2,4-THB ‘개별성분의 위해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유전독성이라 함은 제품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성분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이라는 면을 강조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배형진/모다모다 대표
“결과론적으로 모다모다 샴푸에 THB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독성 없음이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MC
유전 독성, 지금 이 독성이 만약에 인체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이게 비단 나 하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 미래에 태어날 내 자식, 내 후손들에게까지 독성이 유전된다는 얘기죠?

홍 기자
우선 일단 전제는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인체에 명백하게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고요. 박테리아 단계에서의 돌연변이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1세대, 본인 사용자, 나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DNA 변이가 일어나서 암과 같은 중대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러니까 독성이 유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가 되고있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게 한 가지 더 있는데요. 저희가 이렇게 KBS에서 심층적으로 보도를 하게 된 이유가요, 이 업체의 홍보 채널 등에서 초등학생이나 임신부가 써도 괜찮다는 언급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식약처의 검증 결과가 조속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C
정부의 공식 기관, 정확한 과학적인 판단, 연구 결과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판단 기준이 없는 것 같고 해외 사례는 어땠습니까?

홍 기자
이렇게 어려울 경우일수록 해외 사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한데요. 해외 사례는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적인 증거는 같은데 판단만 국가마다 다르다. 유럽의 경우에는 박테리아 수준에서의 돌연변이 가능성도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사전 예방 차원에서 이 1,2,4-THB가 들어간 염색 샴푸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인체에 유해성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1,2,4-THB가 들어간 염색 샴푸가 시판 중이었는데요. 미국 취재 내용 함께 살펴보시겠습니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한 마트에 가 봤습니다.

미국 마트 직원
(“저스트포맨 염색샴푸 있나요?”)
“네, 18번 열에 있어요.”

‘Just for men’,
‘남성 전용’이란 이름의 염색샴푸가 판매중입니다.
1,2,4-THB가 들어가 있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입니다. 여성용 염색샴푸나 다른 남성용 제품에서는 이 물질(1,2,4-THB)이 들어간 것을 못 봤습니다.”

미국에서도 염색샴푸 부작용 문제가 일부 제기되고 있습니다.

토마스 스킨/미국 소비자소송 전문변호사
“제조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 이상으로 자사 제품의 위해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껏 소비자들은 늘 그 부분에 있어 불리한 입장이었죠. 정보는 더 알수록 좋습니다.”

제조회사들은 소송에 대비해 주의사항을 빼곡하게 적어 놓습니다.
심각한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16살 이하 사용 금지, 사용 48시간 전 피부 테트스 필수....
눈에 띄는 미국 염색샴푸 주의사항들입니다.
미국은 화장품 제조도, 소비자 구입도 자유롭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소송을 통해 각자 책임을 집니다.

곽승준/창원대 생명보건학부 교수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다라고 해서 그 성분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고, 미국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안 하는 대신에 어떤 잘못된 성분을 써서 소비자한테 피해가 갔을 때는 그 기업에 커다란 피해가 가도록 법적으로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저스트포맨 염색샴푸는 2019년 유럽에 진출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유럽 소비자 안전 과학위원회가 염색샴푸에 들어있는 1,2,4-THB의 ‘유전독성 가능성 문제’를 엄중하게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2,4–THB가 생쥐 실험에서 피부 민감성을 유발했고, 박테리아 노출실험에서는 돌연변이가 관찰됐으며, 이미 발간된 관련 논문들도 검증해, 1,2,4-THB의 ‘인간에서의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 /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공기와 접촉해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활성산소’가 생성될 수 있습니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 유해한 성분으로, 세포나 DNA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화학성분이 인간에게 미치는 건강상의 위험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모다모다는 “미국 미용 박람회에서 1위를 했을 정도로 혁신기술인데, 소수 부작용 사례로 성급한 일반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피부 감작성 지표도 평균치보다 낮아 안전하고,
개발당시에는 THB관련 규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해신/모다모다 개발자/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제가 개발할 때는 금지가 아니었거든요. 그때는 당연히 1,2,4-THB를 유럽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이렇게 사실 된 거고요.”

유럽에서도 인체 유해성이 명확하게 확인된 건 아니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EU에서 확인한 거는 인체 독성이 아니고 박테리아 수준에서의 유전독성 가능성을 확인한 겁니다. 그러니까 이게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수준에 있는 겁니다.”

박테리아의 유전독성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서종근/피부과전문의/대한피부과의사회정보이사/前 인제대 부산백병원 교수
“진료현장에서 보면 염색샴푸에 의한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보다는 염색약에 의한 문제가 발생한 환자들이 훨씬 많습니다.하지만 유전독성이 있다든지 이런 부분들은 대를 이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엄격하게 조심을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MC
일단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그리고 이제 혹시나 부작용을 겪었을 때, 위해를 겪었을 때 소비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그 권리 여부도 판단하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홍 기자
그렇죠.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는 만약 내가 샴푸를 썼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 보호책이 있는지 여부가 굉장히 현명한 소비를 하는 데 있어서 가늠자가 될 것인데요. 그래서 저희 다음 주에 이 염색 샴푸 소비자 보호 실태에 대해서 조사한 내용 이어서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막)
염색샴푸, 괜찮나? 2탄 소비자는 뒷전
다음주에

취재기자: 홍혜림
촬영기자: 김태석
외부촬영: 설태훈 조선기 안정기
영상편집: 손보라 김미연 정승환
자료조사: 김세호

■ [9층시사국 7회Ⅱ] 지방의원 민낯 보고서

노태우 전 대통령/
“기초단위 지방의회 의원 선거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1991년.

김대중 전 대통령/
“지자제를 시행하라”

뉴스 녹취)
“김대중 총재가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여전히 냉기 가득했지만, 새 희망에 부푼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방 자치의 시대!
후보자들은 운동장에서 큰 절을 넙죽하거나,
연단에 올라 포부를 외쳤고,

녹취)
“전라도다, 경상도다, 그런 것 다 필요 없어요!”

유권자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 귀를 기울였습니다.
동네 일꾼을 직접 뽑아,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 질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던 1991년.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기대는 어떤 현실이 됐을까요.

군민 희망을 실현하는 경남의 한 기초의회.
시의회 의정활동인 행정 사무 감사가 한창입니다.
열띤 공방이 펼쳐지는 가운데 마이크를 잡은 한 의원!
그런데, 발언 내용이 어딘지 좀 이상합니다.

이재운/경남 거창군의원
"119, 그분들은 환자만 이송하면 되는데, 경찰에 (음주) 신고를 하고 이렇게 하다보니까. 주민들이 거기에 대해서, 상당히 피해를 많이 보고 있어요."

119구조대가 음주 사고를 낸 농민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농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겁니다.
급기야 앞으로 똑같은 일이 생기면, 아예 눈감아 주라고 합니다.

이재운/경남 거창군의원
“이런 일이 없도록 (소방과 경찰에) 좀, 조치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민들을 위해서 좀 눈감아 주시는 게 안 좋겠나.”

헛웃음만 나오는 황당한 발언. 비단, 거창군만의 일은 아닙니다.
같은 기간, 희망찬 미래를 여는 또 다른 기초의회.
이번엔 책을 두고 생트집을 부립니다.
창원시 도서관이 '좌경화'됐다는 겁니다.

김미나/경남 창원시의원
“(도서관에) 공산당 책은 차고 넘치더라고요, 심지어 김일성, 김정은 이렇게 다 있는데.
“그분들도 지도자고, 우리나라 지도자도 많이 있습니다. 그죠? 이승만, 박정희, 맥아더 장군, 맥아더 장군? 우리나라 위인이 아니네? 그 분은?”

정말 그럴까요.
의원님 말씀이 맞는 지 한번 확인해봤습니다.
검색 도구를 활용해, 제목에 '이승만'과 '박정희', '맥아더'가 들어간 도서를 찾았습니다.
각각 158권, 422권, 51권입니다.
찬양 일색부터 비판적인 시각까지 다양한 주제의 도서들입니다.
반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들어가는 제목은 각 79권, 134권, 58권으로, 앞선 도서의 절반도 안 됩니다.

정지웅/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
“아무 소리나 하는 것을 우리가 망언이라고 하죠. 아무 말씀이나 해서 공무원들이 엄청난 행정력을 낭비하게 된다거나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지방의회에 대한 존중감이나 이런 측면에서도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지난해 6월,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지방의원님들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당시 저 망언들을 하면서 크게 논란이 됐었잖아요. 당시, 저 얘기를 했던 지방의원들은 어떤 입장을 내놓았습니까.

이형관/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논란 이후 두 의원 모두 경솔한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사과 입장을 냈습니다.

MC
자, 그리고 이런 막말 때문에 지금 이형관 기자가 지방의원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지, 괜찮은 자질을 갖고 있는 지, 취재를 시작하게 된 거죠?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화면 잠깐 보시면요. [CG]지방의원은 우리가 낸 세금 가운데 288조 원에 가까운 지방 살림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로, 굉장히 많은 수치인데요.
하지만 모두의 관심 밖에 있죠. 국희의원들과 달리 지방의원 같은 경우는, 감시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의무를 다하고 있는 지, 한 번 살펴봤습니다.
지방자치법을 보면요.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 의무를 3가지 키워드로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품위, 그리고 성실, 마지막으로 공공의 이익인데요. 다음 보실 화면이 성실에 관한 것입니다.

MC
앞서 얼마나 품위가 있었는 지는 말들로 확인할 수 있었는 데, 얼마나 성실한 지 그럼 또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된 지난해 9월 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비행기에 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경남 양산시의회 의원님들입니다.
코로나19 빗장이 풀린 지 한 달여 만에 해외 연수를 떠났습니다.
어디를 그리 바삐 다녀오신 걸까.

양산시의회가 선택한 곳은 1년 내내 따뜻한 날씨로 사랑 받는 미국 서부!
LA 한국 노인복지관을 첫 방문지로 연수가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라플린’을 거치고, 세계 3대 협곡으로 불리는 ‘그랜드 캐니언’과 ‘브라이스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 영국 BBC가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들렀습니다. 사실상, 미국 서부 여행 패키지 상품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행업체 관계자
“미국 서부 일정하면 꼭 들어가는 곳들로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쪽 지역을 제일 많이 (넣으려고 하시니까). 관광하기에는 좋은 곳들이죠.”

7박 9일 일정 가운데 관광지가 절반인 연수 일정. 심의는 어떻게 통과한 걸까요.
미국 연수 출발 2주 전, 외부위원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의위원회 회의록입니다.

‘출장일정표를 조금 수정하면 안 되나’,
‘거기가 전부 다 관광지인데’

지적이 곳곳에서 이어졌지만, 의회는 이미 심의위가 열리기도 전에 여행사 예약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답은 정해졌고 심의위원회는 대답만 하면 되는 ‘답정너’ 상태였네요.

손용호/정의당 양산시위원회 비대위원장
“(의원) 본인들이 하는 일이 양산시 예산을 심의하고 심사하는 건데, 정작 자신들을 위해 예산을 쓸 때는 이 심의하는 기구를 무력화시켜버렸죠.”

이번 연수에 참여한 의원은 모두 16명, 예산 8천 4백여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다 시민 세금입니다.

이종희/경남 양산시의회 의장
"의원들은 가면 일반 여행객하고 다른 게 뭘 봐도 다 보거든요. 우리가 보도블록을 봤을 때, 미국은 보도블록이 엄청 크더라고요. 의원들하고 많은 것을 보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방 의원들이 정성을 다하는 건 해외 연수 뿐만은 아니죠.
수당 챙기기에 누구보다 진심입니다.

뉴스 녹취)
“대전 구의회들이 월정수당을 많게는 매달 100만 원까지 올리기로 한 데 이어….”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비가 줄줄이 인상됐습니다.”

의정비. 지방의원들이 받는 보수입니다.
크게 기본급인 ‘월정수당’과 보조수당인 ‘의정활동비’로 나뉘는 데요.
활동비는 사실상 고정, 월정수당만 4년마다 인상할 수 있습니다.
궁금한 건 올해 인상 금액이겠죠?
KBS가 올해 전국 지방의회의 수당 현황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국 지방의회 243곳 가운데 231곳이 수당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인 1.4%를 넘어선 곳은 68곳에 이르는 데요.
1위는 경북 울릉군의회! 인상률 50%로 가장 높습니다. 매달 78만 원을 더 받네요.
2위부터 5위는 대전의 자치구 의회 4곳이 나란히 차지했습니다.
인상률이 27%부터 37%까지, 적게는 60만 원에서 많게는 80만 원을 더 받습니다.

김학성/대전시 동구 주민
“최저 임금이 지금 얼마인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올린시다는 건 구민으로서 이해할 수 없고요.”
“선거 때는 구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겠다고 (하셔 놓고), 벌써 주머니 챙기기에 급급한 거 아닌가?”

MC
보면서 좀 화도 나고 부럽기도 합니다. 이게 지금 일반 회사원, 직장인의 입장이라면, 올리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월급도 올리고, 해외여행 가고 싶으면 회사 돈으로 가고, 그런 거잖아요. 지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거죠?

이 기자
행정안전부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지난해 같은 경우는 1.4%죠. 이를 넘어서 월정수당을 올릴 경우에는 의견 수렴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선 데요. 그런데 권고에 그치다보니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강원도 영월군의회 회의록입니다. '월정수당 20% 인상안'에 대해 '높다'는 주민 의견이 83%에 이릅니다. 반대를 하는 거죠. 하지만 이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냥 밀고 나가면 좋겠다", "욕을 먹어도 방법이 없다"는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인상안이 확정됐습니다.

MC
그러니까 관련 지침과 관련 기준은 있지만, 안 지키고 있는 거네요. 권고 사항이니까요. 자, 지금까지 지방의원들의 이 3가지 의무 품위, 성실, 남은 게 이제 ‘공공의 이익’이네요?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는 만큼 가장 중요한 의무 가운데 하나인데요.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자신의 돈벌이에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경남 함양군의회 행정사무감사장.

녹취)
“의석을 정돈해주시기 바랍니다.”

건설위원회 소속 서영재 의원이 난데없이 도로 포장 공사를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서영재/경남 함양군의원
“지금 우리 전부 마을 안길도 아스콘 포장으로 다해 달래요. 마을마다. (한숨) 그래서 전면 포장을 조금, 전면 포장 요구에 만족도를 좀 높여줬으면 좋겠다.”

지역 민원이라는 이 발언, 과연, 주민들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지난해 10월, 예산 천9백만 원이 투입돼 포장 공사가 진행된 함양의 한 농로.
그런데 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건설업체. 알고 봤더니, 대표는 서영재 의원의 지인, 감사는 아내,
사내 이사는 형과 사윕니다. 사실상 가족 회사입니다.

○○건설업체 전 관계자
“농로 포장, 콘크리트 포장 이런 것들을 하고, 그런 작업하는 곳이죠. (대표가) 사모님 아니면 서영재 사장님이나 이렇게 알고 있는데….”

정지웅/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탈법적인 운영 방식이죠. 이런 유형이 굉장히 흔합니다. 가족 명의로 돌려놓고 의원 본인이 실질적으로 운영을 하는 거죠.”

심지어 서 의원 본인은 이 회사 사원으로 일한다며, 겸직신고서까지 제출했습니다.
그러고도 버젓이 군의회의 건설위원회에 들어갔습니다.
이해충돌이 우려됐지만, 함양군의회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박용운/경남 함양군의회 의장
“제가 그걸 미처 몰라서 그걸 못 봤습니다. 제가 그때(상임위 배정) 당시에 경황이 없어서 미처 못 챙겼습니다.”

서 의원이 함양군의회 군의원 3선을 하는 동안, 서 의원의 가족 회사가 함양군에서 따낸 수의계약은 모두 66건, 금액은 10억 2천여 만 원입니다.

서영재/경남 함양군의원
"그런 것을 두고 많은 오해 소지도 있어서, 많은 논란도 있었고, 또 이제 그것에 대해서 사실 또 이해도 시켰고요."

‘이해 충돌’ 우려는 사실상 현실이었습니다.

김태규/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지방의회 의원들 같은 경우는 지방의, 쉬운 말로 유지라고 볼까요. 이해당사자들이 많기 때문에 참 공정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 있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사후적이라도 시정하고, 또 필요하면 (공직에서) 물러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할 거고요.”

뉴스 녹취)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서 산불이 나 빠른 속도로 불길이 번지고 있습니다.”
“강한 바람까지 불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지난 8일, 경남 합천.
산불로 축구장 2백 개가 넘는 면적이 탔습니다.
주민들은가슴을 졸여야만 했습니다.

손성근/경남 합천군 안계리 이장
“산 능선까지 불이 차올라 왔고, 순식간에 저희 마을 쪽으로 이미 불이 다 붙어가지고….”

하지만 지역 군의원들은 산불 발생 다음 날, 호주로 연수를 떠났습니다.

경남 합천군의회 관계자
“이미 3개월 전에 그 계획한 일정이라서 그걸 취소하기는 조금 곤란했습니다.”

2023년 지방 자치.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취재기자: 이대완 윤경재 이형관
촬영기자: 박세준 이하우 김대현
외부촬영: 조선기 박민재
영상편집: 김대영
자료조사: 오석진

방송일시 : KBS 2TV 2023년 3월 15일 밤 10시 50분
‘9층시사국’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2tv/news/9fsisa/pc/index.html
유튜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ESAf4PvYLnnmsk80fSD0373mW-pjV11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9층시사국] 염색샴푸 괜찮나? 1탄 천연성분의 비밀 外
    • 입력 2023-03-15 23:36:11
    • 수정2023-03-15 23:45:53
    9층시사국
■ [9층시사국 7회 Ⅰ] 염색샴푸 괜찮나? - 1탄 천연성분의 비밀

갈변, 상온에 둔 과일이 갈색으로 변하는 자연의 원리를 활용했다는 국내 최초의 염색샴푸!

문점례/염색샴푸 소비자
"개발하신 분한테 너무 감사드리고, 알레르기에서 자유롭게 이렇게 염색이 아닌 샴푸로...."

염색샴푸가 큰 인기를 끌자 주요 화장품 업체들도 염색샴푸를 대거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상반된 뉴스들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녹취)
“성분논란으로 규제하기로...판매중단 ”
“다시 재검증하기로...판매중단 유예”

성분논란으로 판매를 금지하겠다던 염색샴푸는 그대로 팔리고 있습니다.
성분논란은 소비자 검증위원회에서 검토중입니다.
최종 결론이 늦어지는 사이 염색샴푸의 부작용을 겪었다는 소비자 민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녹취)
“굉장히 반가웠죠. 지금은 괴물 같죠.”
“거저 줘도 안 써요. 쳐다보기도 싫어요.”

흰머리가 고민인 이 60대 남성의 하루는 염색샴푸와 함께 시작합니다.

정원길/염색샴푸 소비자
“흰머리가 이렇게 많은 편은 아닌데 앞머리가 새치가 있어서 보기가 싫어서 쓰고 있거든요.”

염색제보다 독성도 덜한 것 같고 무엇보다 쓰기 편합니다.

정원길/염색샴푸 소비자
“샤워하면서 하니까 따로 시간 낼 필요가 없으니까 많이 편리하죠.”
“설명서에는 한 3분 이렇게 써있는데 이렇게 염색약을 발라 놓고 제가 이렇게 면도도하고 이도 닦고 하다보면 5~6분이 금방 가더라고요.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염색샴푸가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정반대 경험을 한 소비자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김경희/염색샴푸 소비자
“손톱이 자꾸 까매지는 거예요. 유튜브에서 보니까 그 손톱이 까매지니까 칫솔로 하라고. 칫솔에 이렇게 발라서 문질렀어요. 그러니까 매일 쓴 거죠.”

염색샴푸를 쓴지 5개월 무렵이었습니다.
피부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염’이란 진단을 받았습니다.

김경희/염색샴푸 소비자
“갑자기 열이 막 나더라고요. 39도 이상이 나더라고요.눈부터 붓기 시작하는데 얼굴도 다 부었는데 귓속까지 붓더라고요. 머리, 두피는 말할 것도 없지만 여기서부터 서서히 이렇게 내려오더라고요. 열상이 이렇게 피부가 다 화상입은 것처럼 됐다는 거예요, 피부과에서.”

남현종 / 9층시사국 MC
과일을 상온에 놨을 때 갈변하는 그 현상을 이용했다고 하니까 인체에 무해할 것 같고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염색 효과를 내주는 그 물질들을 천연 성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홍혜림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색을 내는 물질이 100% 천연 성분이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그 안에는 검은깨나 콩 같은 천연에서 색을 내는 물질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염색이라는 화학적 작용이 필요한 특성상 그 샴푸 안에는 화학 물질들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MC
많은 염색 샴푸들에 들어가는 화학 물질이 비슷한 건가요?

홍 기자
회사들마다 비법처럼 그 화학 물질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많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업계의 선두 업체인 모다모다의 경우, 색을 내는 물질이 1,2,4-THB로 알려져 있는데요.아마 이 물질이 국내에 알려진 것이 이 샴푸 출시 이후일 것입니다. 저희가 취재를 하면서도 이 물질에 대해서 조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유럽에는 이런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이 물질은 공업적 용도는 특별히 보고된 것이 없고, 오랫동안 염색제나 염색샴푸에서 염모제 기능을 했다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미국 전문가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 /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1,2,4-트리하이드록시 벤젠은 하이드록시기 세 개와 벤젠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공기나 산소에 노출되면 검게 염색을 시키는 물질입니다. 밀봉을 뜯어 공기와 접촉하게 되면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그렇게 모발이 염색되는거죠. 이때 피부 역시 검게 바뀌게 됩니다.”

MC
화학 물질이라면 우리가 조심하고 주의해서 써야될 것 같은데, 최근에 접수되는 부작용, 얼마나 보고가 되고 있는 건가요?

홍 기자
안타깝게도 국가적으로 정확하게 부작용 실태 조사를 한 것이 없습니다. 대신 최근에 한 시민단체에서 염색 샴푸 실태 조사를 한 내용이 있어서 저희가 갖고 왔는데요. 1천여 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염색샴푸 부작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부작용이 없었다는 사람도 32%가량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부작용이 있었다는 분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응답은 머릿결이 손상됐다, 이런 분들이 있었고 또 탈모를 겪으신 분들도 있었고 손톱 물듦 또 피부염 등을 겪었다는 사람들도 조사됐습니다.

MC
중복 응답임을 감안하더라도 부작용을 좀 많이 겪었다는 건데 샴푸 제조회사들의 입장은 어땠습니까?

홍 기자
그렇지만 이게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주관적인 의견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 드리고요. 3대 업체에 공통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부작용 실태에 대해서 어떻게 조사했느냐,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모다모다는 지금까지 450만 개가 팔렸지만 이 가운데 부작용 업수 비율은 전체의 0.003%로 극히 낮았다. 아모레의 경우에는 제품 판매량 대비 소비자 피해 사례는 0.02% 정도라고 말했고, LG생활건강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고객 불편으로 접수된 사례가 일부 있으나 제품의 판매 수량 대비 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답변했습니다.

MC
소비자들의 의견과 지금 제조사들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홍 기자
국내에는 명확한 결과가 나와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것을 다시 위원회를 꾸려서 재검증을 하고 있는데요. 재검증의 핵심 현안이 바로 이 1,2,4-THB의 위해성 여부입니다. 그래서 우선 저희는 국내 전문가 취재부터 했는데요. 함께 보시겠습니다.

1,2,4,-THB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 유명 독성학자를 찾아가 봤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이곳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박은정 교수가 모다모다측 의뢰를 받고 ‘위해성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염색샴푸를 한 달 동안 직접 써보는 실험도 했다고 합니다.

박은정/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약간 푸석푸석해지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 다음에 피부가 간지러운. 그래서 한 달동안 그 실험을 하고 나서는 원래 쓰던 샴푸로 돌아갔거든요.”

박 교수는 피부염이나 탈모 같은 부작용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박은정/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이런 식으로 해서 들어가는 거예요. 여기가 지금 다 그 물질들이..지금 되게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1,2,4-THB가 인간 DNA에 미치는 영향, ‘유전독성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박은정/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일단은 DNA에 대한 영향이 있는 농도는 분명 있어요. 그런데 그 DNA에 의한 영향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 유럽에서는 그건 밝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이제 그 부분에 대해서 이번에 논문을 쓰려고 하는 거죠.”

염색샴푸에서 섞인 1,2,4-THB가 두피로 흡수되는지를 보는 것도 연구의 핵심입니다.

박은정/경희대 의과대학 교수
“샴푸를 직접 제가 한 달 동안 쓰면서 제 머리카락에 농축된 농도를 측정했어요. 머리카락에서 축적성은 없는 것으로 나왔어요. ‘저 성분은 유해하니까 쓰지마세요’가 아니라 각각의 농도, 각각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농도를 우리가 제시해주는 것이 최종적인 목적이 아닐까...”

모다모다는 “제품 출시 전 1,2,4-THB가 인체에 남거나 흡수되지 않음을 확인”했고, “식약처 인증 기관에서 유전독성 실험을 한 결과 문제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반박했습니다.
두 기관에서 샴푸 유전독성 검사를 했는데, 모두 기준치 이하가 나왔다는 겁니다.
그러나 식약처는 샴푸가 아니라 1,2,4-THB ‘개별성분의 위해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유전독성이라 함은 제품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성분에 대해서 적용되는 것이라는 면을 강조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배형진/모다모다 대표
“결과론적으로 모다모다 샴푸에 THB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독성 없음이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MC
유전 독성, 지금 이 독성이 만약에 인체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이게 비단 나 하나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 미래에 태어날 내 자식, 내 후손들에게까지 독성이 유전된다는 얘기죠?

홍 기자
우선 일단 전제는 가능성의 영역입니다.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인체에 명백하게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고요. 박테리아 단계에서의 돌연변이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1세대, 본인 사용자, 나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DNA 변이가 일어나서 암과 같은 중대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러니까 독성이 유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가 되고있는 상황입니다. 중요한 게 한 가지 더 있는데요. 저희가 이렇게 KBS에서 심층적으로 보도를 하게 된 이유가요, 이 업체의 홍보 채널 등에서 초등학생이나 임신부가 써도 괜찮다는 언급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식약처의 검증 결과가 조속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C
정부의 공식 기관, 정확한 과학적인 판단, 연구 결과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판단 기준이 없는 것 같고 해외 사례는 어땠습니까?

홍 기자
이렇게 어려울 경우일수록 해외 사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한데요. 해외 사례는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적인 증거는 같은데 판단만 국가마다 다르다. 유럽의 경우에는 박테리아 수준에서의 돌연변이 가능성도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사전 예방 차원에서 이 1,2,4-THB가 들어간 염색 샴푸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인체에 유해성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1,2,4-THB가 들어간 염색 샴푸가 시판 중이었는데요. 미국 취재 내용 함께 살펴보시겠습니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한 마트에 가 봤습니다.

미국 마트 직원
(“저스트포맨 염색샴푸 있나요?”)
“네, 18번 열에 있어요.”

‘Just for men’,
‘남성 전용’이란 이름의 염색샴푸가 판매중입니다.
1,2,4-THB가 들어가 있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제품입니다. 여성용 염색샴푸나 다른 남성용 제품에서는 이 물질(1,2,4-THB)이 들어간 것을 못 봤습니다.”

미국에서도 염색샴푸 부작용 문제가 일부 제기되고 있습니다.

토마스 스킨/미국 소비자소송 전문변호사
“제조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 이상으로 자사 제품의 위해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껏 소비자들은 늘 그 부분에 있어 불리한 입장이었죠. 정보는 더 알수록 좋습니다.”

제조회사들은 소송에 대비해 주의사항을 빼곡하게 적어 놓습니다.
심각한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16살 이하 사용 금지, 사용 48시간 전 피부 테트스 필수....
눈에 띄는 미국 염색샴푸 주의사항들입니다.
미국은 화장품 제조도, 소비자 구입도 자유롭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소송을 통해 각자 책임을 집니다.

곽승준/창원대 생명보건학부 교수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다라고 해서 그 성분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고, 미국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안 하는 대신에 어떤 잘못된 성분을 써서 소비자한테 피해가 갔을 때는 그 기업에 커다란 피해가 가도록 법적으로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저스트포맨 염색샴푸는 2019년 유럽에 진출하려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유럽 소비자 안전 과학위원회가 염색샴푸에 들어있는 1,2,4-THB의 ‘유전독성 가능성 문제’를 엄중하게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2,4–THB가 생쥐 실험에서 피부 민감성을 유발했고, 박테리아 노출실험에서는 돌연변이가 관찰됐으며, 이미 발간된 관련 논문들도 검증해, 1,2,4-THB의 ‘인간에서의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켈리 존슨 아버 /미 국립 독극물센터 의학센터장
“공기와 접촉해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활성산소’가 생성될 수 있습니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 유해한 성분으로, 세포나 DNA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화학성분이 인간에게 미치는 건강상의 위험을 정확하게 밝혀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모다모다는 “미국 미용 박람회에서 1위를 했을 정도로 혁신기술인데, 소수 부작용 사례로 성급한 일반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피부 감작성 지표도 평균치보다 낮아 안전하고,
개발당시에는 THB관련 규제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해신/모다모다 개발자/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제가 개발할 때는 금지가 아니었거든요. 그때는 당연히 1,2,4-THB를 유럽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이렇게 사실 된 거고요.”

유럽에서도 인체 유해성이 명확하게 확인된 건 아니라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EU에서 확인한 거는 인체 독성이 아니고 박테리아 수준에서의 유전독성 가능성을 확인한 겁니다. 그러니까 이게 인체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수준에 있는 겁니다.”

박테리아의 유전독성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나옵니다.

서종근/피부과전문의/대한피부과의사회정보이사/前 인제대 부산백병원 교수
“진료현장에서 보면 염색샴푸에 의한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보다는 염색약에 의한 문제가 발생한 환자들이 훨씬 많습니다.하지만 유전독성이 있다든지 이런 부분들은 대를 이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엄격하게 조심을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MC
일단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그리고 이제 혹시나 부작용을 겪었을 때, 위해를 겪었을 때 소비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그 권리 여부도 판단하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홍 기자
그렇죠.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는 만약 내가 샴푸를 썼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 보호책이 있는지 여부가 굉장히 현명한 소비를 하는 데 있어서 가늠자가 될 것인데요. 그래서 저희 다음 주에 이 염색 샴푸 소비자 보호 실태에 대해서 조사한 내용 이어서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막)
염색샴푸, 괜찮나? 2탄 소비자는 뒷전
다음주에

취재기자: 홍혜림
촬영기자: 김태석
외부촬영: 설태훈 조선기 안정기
영상편집: 손보라 김미연 정승환
자료조사: 김세호

■ [9층시사국 7회Ⅱ] 지방의원 민낯 보고서

노태우 전 대통령/
“기초단위 지방의회 의원 선거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1991년.

김대중 전 대통령/
“지자제를 시행하라”

뉴스 녹취)
“김대중 총재가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여전히 냉기 가득했지만, 새 희망에 부푼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방 자치의 시대!
후보자들은 운동장에서 큰 절을 넙죽하거나,
연단에 올라 포부를 외쳤고,

녹취)
“전라도다, 경상도다, 그런 것 다 필요 없어요!”

유권자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 귀를 기울였습니다.
동네 일꾼을 직접 뽑아,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 질 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던 1991년.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 기대는 어떤 현실이 됐을까요.

군민 희망을 실현하는 경남의 한 기초의회.
시의회 의정활동인 행정 사무 감사가 한창입니다.
열띤 공방이 펼쳐지는 가운데 마이크를 잡은 한 의원!
그런데, 발언 내용이 어딘지 좀 이상합니다.

이재운/경남 거창군의원
"119, 그분들은 환자만 이송하면 되는데, 경찰에 (음주) 신고를 하고 이렇게 하다보니까. 주민들이 거기에 대해서, 상당히 피해를 많이 보고 있어요."

119구조대가 음주 사고를 낸 농민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농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겁니다.
급기야 앞으로 똑같은 일이 생기면, 아예 눈감아 주라고 합니다.

이재운/경남 거창군의원
“이런 일이 없도록 (소방과 경찰에) 좀, 조치 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민들을 위해서 좀 눈감아 주시는 게 안 좋겠나.”

헛웃음만 나오는 황당한 발언. 비단, 거창군만의 일은 아닙니다.
같은 기간, 희망찬 미래를 여는 또 다른 기초의회.
이번엔 책을 두고 생트집을 부립니다.
창원시 도서관이 '좌경화'됐다는 겁니다.

김미나/경남 창원시의원
“(도서관에) 공산당 책은 차고 넘치더라고요, 심지어 김일성, 김정은 이렇게 다 있는데.
“그분들도 지도자고, 우리나라 지도자도 많이 있습니다. 그죠? 이승만, 박정희, 맥아더 장군, 맥아더 장군? 우리나라 위인이 아니네? 그 분은?”

정말 그럴까요.
의원님 말씀이 맞는 지 한번 확인해봤습니다.
검색 도구를 활용해, 제목에 '이승만'과 '박정희', '맥아더'가 들어간 도서를 찾았습니다.
각각 158권, 422권, 51권입니다.
찬양 일색부터 비판적인 시각까지 다양한 주제의 도서들입니다.
반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들어가는 제목은 각 79권, 134권, 58권으로, 앞선 도서의 절반도 안 됩니다.

정지웅/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
“아무 소리나 하는 것을 우리가 망언이라고 하죠. 아무 말씀이나 해서 공무원들이 엄청난 행정력을 낭비하게 된다거나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지방의회에 대한 존중감이나 이런 측면에서도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남현종 / 9층시사국 MC
지난해 6월,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지방의원님들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당시 저 망언들을 하면서 크게 논란이 됐었잖아요. 당시, 저 얘기를 했던 지방의원들은 어떤 입장을 내놓았습니까.

이형관/9층시사국 취재기자
네, 논란 이후 두 의원 모두 경솔한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사과 입장을 냈습니다.

MC
자, 그리고 이런 막말 때문에 지금 이형관 기자가 지방의원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지, 괜찮은 자질을 갖고 있는 지, 취재를 시작하게 된 거죠?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화면 잠깐 보시면요. [CG]지방의원은 우리가 낸 세금 가운데 288조 원에 가까운 지방 살림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로, 굉장히 많은 수치인데요.
하지만 모두의 관심 밖에 있죠. 국희의원들과 달리 지방의원 같은 경우는, 감시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의무를 다하고 있는 지, 한 번 살펴봤습니다.
지방자치법을 보면요.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 의무를 3가지 키워드로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품위, 그리고 성실, 마지막으로 공공의 이익인데요. 다음 보실 화면이 성실에 관한 것입니다.

MC
앞서 얼마나 품위가 있었는 지는 말들로 확인할 수 있었는 데, 얼마나 성실한 지 그럼 또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완화된 지난해 9월 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비행기에 오른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경남 양산시의회 의원님들입니다.
코로나19 빗장이 풀린 지 한 달여 만에 해외 연수를 떠났습니다.
어디를 그리 바삐 다녀오신 걸까.

양산시의회가 선택한 곳은 1년 내내 따뜻한 날씨로 사랑 받는 미국 서부!
LA 한국 노인복지관을 첫 방문지로 연수가 시작됐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라플린’을 거치고, 세계 3대 협곡으로 불리는 ‘그랜드 캐니언’과 ‘브라이스 캐니언’, ‘자이언 캐니언’, 영국 BBC가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관광지 가운데 하나인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들렀습니다. 사실상, 미국 서부 여행 패키지 상품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행업체 관계자
“미국 서부 일정하면 꼭 들어가는 곳들로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쪽 지역을 제일 많이 (넣으려고 하시니까). 관광하기에는 좋은 곳들이죠.”

7박 9일 일정 가운데 관광지가 절반인 연수 일정. 심의는 어떻게 통과한 걸까요.
미국 연수 출발 2주 전, 외부위원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의위원회 회의록입니다.

‘출장일정표를 조금 수정하면 안 되나’,
‘거기가 전부 다 관광지인데’

지적이 곳곳에서 이어졌지만, 의회는 이미 심의위가 열리기도 전에 여행사 예약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답은 정해졌고 심의위원회는 대답만 하면 되는 ‘답정너’ 상태였네요.

손용호/정의당 양산시위원회 비대위원장
“(의원) 본인들이 하는 일이 양산시 예산을 심의하고 심사하는 건데, 정작 자신들을 위해 예산을 쓸 때는 이 심의하는 기구를 무력화시켜버렸죠.”

이번 연수에 참여한 의원은 모두 16명, 예산 8천 4백여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다 시민 세금입니다.

이종희/경남 양산시의회 의장
"의원들은 가면 일반 여행객하고 다른 게 뭘 봐도 다 보거든요. 우리가 보도블록을 봤을 때, 미국은 보도블록이 엄청 크더라고요. 의원들하고 많은 것을 보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방 의원들이 정성을 다하는 건 해외 연수 뿐만은 아니죠.
수당 챙기기에 누구보다 진심입니다.

뉴스 녹취)
“대전 구의회들이 월정수당을 많게는 매달 100만 원까지 올리기로 한 데 이어….”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비가 줄줄이 인상됐습니다.”

의정비. 지방의원들이 받는 보수입니다.
크게 기본급인 ‘월정수당’과 보조수당인 ‘의정활동비’로 나뉘는 데요.
활동비는 사실상 고정, 월정수당만 4년마다 인상할 수 있습니다.
궁금한 건 올해 인상 금액이겠죠?
KBS가 올해 전국 지방의회의 수당 현황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국 지방의회 243곳 가운데 231곳이 수당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인 1.4%를 넘어선 곳은 68곳에 이르는 데요.
1위는 경북 울릉군의회! 인상률 50%로 가장 높습니다. 매달 78만 원을 더 받네요.
2위부터 5위는 대전의 자치구 의회 4곳이 나란히 차지했습니다.
인상률이 27%부터 37%까지, 적게는 60만 원에서 많게는 80만 원을 더 받습니다.

김학성/대전시 동구 주민
“최저 임금이 지금 얼마인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한꺼번에 올린시다는 건 구민으로서 이해할 수 없고요.”
“선거 때는 구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겠다고 (하셔 놓고), 벌써 주머니 챙기기에 급급한 거 아닌가?”

MC
보면서 좀 화도 나고 부럽기도 합니다. 이게 지금 일반 회사원, 직장인의 입장이라면, 올리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월급도 올리고, 해외여행 가고 싶으면 회사 돈으로 가고, 그런 거잖아요. 지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거죠?

이 기자
행정안전부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지난해 같은 경우는 1.4%죠. 이를 넘어서 월정수당을 올릴 경우에는 의견 수렴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해선 데요. 그런데 권고에 그치다보니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강원도 영월군의회 회의록입니다. '월정수당 20% 인상안'에 대해 '높다'는 주민 의견이 83%에 이릅니다. 반대를 하는 거죠. 하지만 이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냥 밀고 나가면 좋겠다", "욕을 먹어도 방법이 없다"는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인상안이 확정됐습니다.

MC
그러니까 관련 지침과 관련 기준은 있지만, 안 지키고 있는 거네요. 권고 사항이니까요. 자, 지금까지 지방의원들의 이 3가지 의무 품위, 성실, 남은 게 이제 ‘공공의 이익’이네요?

이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는 만큼 가장 중요한 의무 가운데 하나인데요.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자신의 돈벌이에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경남 함양군의회 행정사무감사장.

녹취)
“의석을 정돈해주시기 바랍니다.”

건설위원회 소속 서영재 의원이 난데없이 도로 포장 공사를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서영재/경남 함양군의원
“지금 우리 전부 마을 안길도 아스콘 포장으로 다해 달래요. 마을마다. (한숨) 그래서 전면 포장을 조금, 전면 포장 요구에 만족도를 좀 높여줬으면 좋겠다.”

지역 민원이라는 이 발언, 과연, 주민들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지난해 10월, 예산 천9백만 원이 투입돼 포장 공사가 진행된 함양의 한 농로.
그런데 이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건설업체. 알고 봤더니, 대표는 서영재 의원의 지인, 감사는 아내,
사내 이사는 형과 사윕니다. 사실상 가족 회사입니다.

○○건설업체 전 관계자
“농로 포장, 콘크리트 포장 이런 것들을 하고, 그런 작업하는 곳이죠. (대표가) 사모님 아니면 서영재 사장님이나 이렇게 알고 있는데….”

정지웅/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탈법적인 운영 방식이죠. 이런 유형이 굉장히 흔합니다. 가족 명의로 돌려놓고 의원 본인이 실질적으로 운영을 하는 거죠.”

심지어 서 의원 본인은 이 회사 사원으로 일한다며, 겸직신고서까지 제출했습니다.
그러고도 버젓이 군의회의 건설위원회에 들어갔습니다.
이해충돌이 우려됐지만, 함양군의회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박용운/경남 함양군의회 의장
“제가 그걸 미처 몰라서 그걸 못 봤습니다. 제가 그때(상임위 배정) 당시에 경황이 없어서 미처 못 챙겼습니다.”

서 의원이 함양군의회 군의원 3선을 하는 동안, 서 의원의 가족 회사가 함양군에서 따낸 수의계약은 모두 66건, 금액은 10억 2천여 만 원입니다.

서영재/경남 함양군의원
"그런 것을 두고 많은 오해 소지도 있어서, 많은 논란도 있었고, 또 이제 그것에 대해서 사실 또 이해도 시켰고요."

‘이해 충돌’ 우려는 사실상 현실이었습니다.

김태규/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지방의회 의원들 같은 경우는 지방의, 쉬운 말로 유지라고 볼까요. 이해당사자들이 많기 때문에 참 공정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 있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사후적이라도 시정하고, 또 필요하면 (공직에서) 물러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제도적 장치들이 필요할 거고요.”

뉴스 녹취)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서 산불이 나 빠른 속도로 불길이 번지고 있습니다.”
“강한 바람까지 불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지난 8일, 경남 합천.
산불로 축구장 2백 개가 넘는 면적이 탔습니다.
주민들은가슴을 졸여야만 했습니다.

손성근/경남 합천군 안계리 이장
“산 능선까지 불이 차올라 왔고, 순식간에 저희 마을 쪽으로 이미 불이 다 붙어가지고….”

하지만 지역 군의원들은 산불 발생 다음 날, 호주로 연수를 떠났습니다.

경남 합천군의회 관계자
“이미 3개월 전에 그 계획한 일정이라서 그걸 취소하기는 조금 곤란했습니다.”

2023년 지방 자치.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취재기자: 이대완 윤경재 이형관
촬영기자: 박세준 이하우 김대현
외부촬영: 조선기 박민재
영상편집: 김대영
자료조사: 오석진

방송일시 : KBS 2TV 2023년 3월 15일 밤 10시 50분
‘9층시사국’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2tv/news/9fsisa/pc/index.html
유튜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ESAf4PvYLnnmsk80fSD0373mW-pjV11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