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수능문제 전수 분석…재수생 유리 이유 드러났다

입력 2023.04.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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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기획 창 ‘30살 수능, 길을 잃다’ 중에서]

사고력을 측정한다던 수능이 변했다, 길고 복잡해졌다. 이런 생각은 사실일까요.

시사기획 창은 1994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30년 동안의 수능 문제를 한국 언론 최초로 모두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연속성을 고려해 국어와 수학 영역으로 정했습니다.

한양대학교 배영찬 교수와 현직 고등학교 교사 6명, 인공지능 분석업체가 함께 팀을 이뤘죠.

<인터뷰> 배영찬/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2028 대입 정책 자문회의 위원장
"(문제) 전체를 갖다 보고 분석을 해본 적이 없고, 그다음에 분석 기법 또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분석이기 때문에 굉장히 객관적으로 했다는 게 크다"

먼저 교사들이 수능 문제의 유형과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수능의 기본 시행계획과 교육부가 제시한 각 과목의 교육 과정 목표를 참고했고요. 여기에 ‘수능의 특징’으로 생각되는 기준들도 추가했습니다.

<인터뷰> 송찬황/한성과학고 교사(수학)
“여러 교과들이 융합되는 융합적 사고능력은 그런 문제들이 요즘보다 예전 수학능력시험 문제에 많이 출제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인터뷰> 김정연/한성과학고 교사(국어)
미래 역량과 관련된 능력에서 국어과랑 관련되는 거 뭐 의사소통 능력이나 복합적 문제 해결 태그를 2개 추가했고요.

두 번째, 모든 문제에 이 여러 개의 기준에 따른 값을 매겼습니다. 한 문제가 점 하나라고 하면, 이 점이 3차원 공간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지를 결정하는 거죠.

이제 30년 어치의 문제를 모두 뿌려 볼까요.

지금 보고 계신 게 수학 과목을 그렇게 만든 결과입니다.

파란 점과 초록 점, 그리고 저 멀리 빨간 점이 보이시나요. 파란 점과 초록 점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 떨어져 있는 게 눈에 띄네요.

<인터뷰> 최홍섭/AI 분석업체 대표
“가까이 있는 문제들은 그 성격이 비슷한 문제라고 보시면 되고요, 멀리 떨어져 있는 문제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문제 유형이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파란 점은 2001학년도부터 2010학년도까지의 수능, 그리고 초록색 점은 2011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의 수능입니다.

수능 문제가 EBS와 70% 이상 연계되기 시작한 2011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길로 갈라진 셈입니다.

수능 초창기인 90년대 문제는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어, 문제 출제 경향이 다소 자유로웠음을 보여주는데요.

잠깐, 유독 외롭게 떨어져 있는 저 빨간 점들은 뭐죠.

<인터뷰> 최홍섭/AI 분석업체 대표
“1997년도의 불수능이라고 한 그 부분은 전체 30년의 점들하고 비교해 봐도 좀 나 홀로 떨어져 있는 그런 유형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초창기에 높던 추론 문제의 비중은 갈수록 사라지고,

<인터뷰> 최홍섭/AI 분석업체 대표
“추론은 이제 단순히 수학적 개념만 가지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수학적 개념을 응용해가지고 풀 수 있는 문제를 의미하거든요.”

최근에는 정보처리 문제가 늘었습니다. 수학에서 ‘정보처리’형 문제란, 주로 여러 개의 조건이 제시된 문제입니다. 각 조건을 해석해서 문제에 맞는 답으로 좁혀 나가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2023학년도 수능 수학의 이런 문제들이 정보처리 성격이 강한 문제입니다.

<인터뷰> 배영찬/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2028 대입 정책 자문회의 위원장
“그런 유형의 문제는 암만 복잡하게 내도 실용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형화가 되어 있어서 이거는 연습을 많이 한 학생들이 유리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좀 들어서.”

국어 영역의 경우 2012학년도 이후 지문의 길이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른바 불국어 논란이 절정에 이른 2019학년도 이후에는 다시 줄어드는 추세지만, 초창기 수능보단 지문이 훨씬 기네요.

빨리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수없이 기출 문제를 푼다는, 그래서 재수생이 더 유리하다는 증언들이 생각나는 대목이죠.

<인터뷰> 임성호/종로학원 대표
“재수에 들어오게 되면 수능에만 완벽하게 올인할 수 있는 기간이 한 9~10개월 이 정도가 되면 거의 90% 이상 학생들은 성적이 오른다는 것. 대학의 위치도 대단히 큰 폭의 변화가 발생했다라는 것은 주변에서 확인이 되고 있다라는 거죠.”

문제만 변질된 게 아닙니다.

최근 수능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문과 계통 학생들이 이과와 비교해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이른바 ‘문과 침공, 문과 차별’ 문제.

<인터뷰> 재수생
"같은 점수인데도 불구하고 미적분 선택한 친구는 1등급이 나오고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전 2등급이 나오는 걸 보고서 약간 회의감이 들었죠."

이 문제는 ‘표준점수’라는 수능의 복잡한 점수 체계 탓에 생겼습니다.

내가 고른 선택과목이 어렵게 출제될수록,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응시하는 과목일수록 표준점수가 높아지는데요. 그렇다 보니 특히 수학에서, 똑같이 100점을 맞더라도 어려운 선택과목을 고른 학생이 더 높은 점수를 얻게 됐습니다.

<인터뷰> 임성호/종로학원 대표
집단들의 수준에 따라서 이 집단의 수준이 낮게 되면 내가 100점을 맞았다 하더라도 낮은 집단에 소속되어져 있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는다라고 하는 것은 노력한 학생들에 대한 어떤 정당한 보상체계는 아니다라는 거죠.

이과 계열의 선택과목을 시험 본 학생들은 이렇게 더 높은 점수를 얻고, 그 점수로 상위권 대학 문과 계열의 학과에 대거 합격했습니다.

점수가 정당하지 않다는 인식은 수능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우연철/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이런 전형보다는 수능이 명확하기는 하죠. 줄 세울 수는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 선택과목 하에서는 줄 세울 수가 없는 부분인 거죠. 내가 받은 성적과 관련 없이 내 점수가 좋게 산출되기도 하고 조금 부족하게 산출되기도 하거든요. 내 성적과 상관없이요. 그렇다라고 한다면 이거는 어찌 보면 공정하다, 또 이거를 통해서 명확하게 내가 알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거죠.”

#시사기획창 #수능 #N수 #재수 #수험생 #공부로그 #수능의비밀 #불수능 #킬러문항 #문과침공

방송일시 : KBS 1TV 2023년 3월 28일(화) 밤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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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 수능문제 전수 분석…재수생 유리 이유 드러났다
    • 입력 2023-04-02 09:00:32
    취재K
▲ [시사기획 창 ‘30살 수능, 길을 잃다’ 중에서]

사고력을 측정한다던 수능이 변했다, 길고 복잡해졌다. 이런 생각은 사실일까요.

시사기획 창은 1994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30년 동안의 수능 문제를 한국 언론 최초로 모두 분석해보기로 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연속성을 고려해 국어와 수학 영역으로 정했습니다.

한양대학교 배영찬 교수와 현직 고등학교 교사 6명, 인공지능 분석업체가 함께 팀을 이뤘죠.

<인터뷰> 배영찬/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2028 대입 정책 자문회의 위원장
"(문제) 전체를 갖다 보고 분석을 해본 적이 없고, 그다음에 분석 기법 또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분석이기 때문에 굉장히 객관적으로 했다는 게 크다"

먼저 교사들이 수능 문제의 유형과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수능의 기본 시행계획과 교육부가 제시한 각 과목의 교육 과정 목표를 참고했고요. 여기에 ‘수능의 특징’으로 생각되는 기준들도 추가했습니다.

<인터뷰> 송찬황/한성과학고 교사(수학)
“여러 교과들이 융합되는 융합적 사고능력은 그런 문제들이 요즘보다 예전 수학능력시험 문제에 많이 출제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인터뷰> 김정연/한성과학고 교사(국어)
미래 역량과 관련된 능력에서 국어과랑 관련되는 거 뭐 의사소통 능력이나 복합적 문제 해결 태그를 2개 추가했고요.

두 번째, 모든 문제에 이 여러 개의 기준에 따른 값을 매겼습니다. 한 문제가 점 하나라고 하면, 이 점이 3차원 공간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지를 결정하는 거죠.

이제 30년 어치의 문제를 모두 뿌려 볼까요.

지금 보고 계신 게 수학 과목을 그렇게 만든 결과입니다.

파란 점과 초록 점, 그리고 저 멀리 빨간 점이 보이시나요. 파란 점과 초록 점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 떨어져 있는 게 눈에 띄네요.

<인터뷰> 최홍섭/AI 분석업체 대표
“가까이 있는 문제들은 그 성격이 비슷한 문제라고 보시면 되고요, 멀리 떨어져 있는 문제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문제 유형이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파란 점은 2001학년도부터 2010학년도까지의 수능, 그리고 초록색 점은 2011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의 수능입니다.

수능 문제가 EBS와 70% 이상 연계되기 시작한 2011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길로 갈라진 셈입니다.

수능 초창기인 90년대 문제는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어, 문제 출제 경향이 다소 자유로웠음을 보여주는데요.

잠깐, 유독 외롭게 떨어져 있는 저 빨간 점들은 뭐죠.

<인터뷰> 최홍섭/AI 분석업체 대표
“1997년도의 불수능이라고 한 그 부분은 전체 30년의 점들하고 비교해 봐도 좀 나 홀로 떨어져 있는 그런 유형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초창기에 높던 추론 문제의 비중은 갈수록 사라지고,

<인터뷰> 최홍섭/AI 분석업체 대표
“추론은 이제 단순히 수학적 개념만 가지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수학적 개념을 응용해가지고 풀 수 있는 문제를 의미하거든요.”

최근에는 정보처리 문제가 늘었습니다. 수학에서 ‘정보처리’형 문제란, 주로 여러 개의 조건이 제시된 문제입니다. 각 조건을 해석해서 문제에 맞는 답으로 좁혀 나가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2023학년도 수능 수학의 이런 문제들이 정보처리 성격이 강한 문제입니다.

<인터뷰> 배영찬/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2028 대입 정책 자문회의 위원장
“그런 유형의 문제는 암만 복잡하게 내도 실용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형화가 되어 있어서 이거는 연습을 많이 한 학생들이 유리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좀 들어서.”

국어 영역의 경우 2012학년도 이후 지문의 길이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른바 불국어 논란이 절정에 이른 2019학년도 이후에는 다시 줄어드는 추세지만, 초창기 수능보단 지문이 훨씬 기네요.

빨리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수없이 기출 문제를 푼다는, 그래서 재수생이 더 유리하다는 증언들이 생각나는 대목이죠.

<인터뷰> 임성호/종로학원 대표
“재수에 들어오게 되면 수능에만 완벽하게 올인할 수 있는 기간이 한 9~10개월 이 정도가 되면 거의 90% 이상 학생들은 성적이 오른다는 것. 대학의 위치도 대단히 큰 폭의 변화가 발생했다라는 것은 주변에서 확인이 되고 있다라는 거죠.”

문제만 변질된 게 아닙니다.

최근 수능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문과 계통 학생들이 이과와 비교해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이른바 ‘문과 침공, 문과 차별’ 문제.

<인터뷰> 재수생
"같은 점수인데도 불구하고 미적분 선택한 친구는 1등급이 나오고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전 2등급이 나오는 걸 보고서 약간 회의감이 들었죠."

이 문제는 ‘표준점수’라는 수능의 복잡한 점수 체계 탓에 생겼습니다.

내가 고른 선택과목이 어렵게 출제될수록,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응시하는 과목일수록 표준점수가 높아지는데요. 그렇다 보니 특히 수학에서, 똑같이 100점을 맞더라도 어려운 선택과목을 고른 학생이 더 높은 점수를 얻게 됐습니다.

<인터뷰> 임성호/종로학원 대표
집단들의 수준에 따라서 이 집단의 수준이 낮게 되면 내가 100점을 맞았다 하더라도 낮은 집단에 소속되어져 있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는다라고 하는 것은 노력한 학생들에 대한 어떤 정당한 보상체계는 아니다라는 거죠.

이과 계열의 선택과목을 시험 본 학생들은 이렇게 더 높은 점수를 얻고, 그 점수로 상위권 대학 문과 계열의 학과에 대거 합격했습니다.

점수가 정당하지 않다는 인식은 수능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우연철/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이런 전형보다는 수능이 명확하기는 하죠. 줄 세울 수는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 선택과목 하에서는 줄 세울 수가 없는 부분인 거죠. 내가 받은 성적과 관련 없이 내 점수가 좋게 산출되기도 하고 조금 부족하게 산출되기도 하거든요. 내 성적과 상관없이요. 그렇다라고 한다면 이거는 어찌 보면 공정하다, 또 이거를 통해서 명확하게 내가 알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거죠.”

#시사기획창 #수능 #N수 #재수 #수험생 #공부로그 #수능의비밀 #불수능 #킬러문항 #문과침공

방송일시 : KBS 1TV 2023년 3월 28일(화) 밤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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