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피땀 포기할 순 없잖아요” 승마 국가대표의 한숨 [취재후]

입력 2023.05.27 (14:00) 수정 2023.05.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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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승마협회가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려면 선수 한 명당 1억 원씩 부담하라고 통보해 논란이 일었죠?

'승마 장애물' 부문 허정훈 선수는 지난 1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실력이 좋아 뽑힌 건데 돈이 없으면 못 나간다는 현실이 너무 부당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연관 기사] “아시안게임 나가려면 1억 내라”…승마협회 요구 논란 (KBS 뉴스9, 2023.5.17)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78084

현재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다시 알아봤습니다.

■ 선수들 "출전 포기 못 해…'자비 참가' 동의"

대한승마협회는 KBS 보도 다음 날인 지난 18일 선수들에게 아래의 안내문을 보냈습니다.

대한승마협회가 선수들에게 보낸 참가 안내문대한승마협회가 선수들에게 보낸 참가 안내문

협회가 돈이 없으니 선수들이 각자 최대 2억 원의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동의하고 참가 의사를 밝혀야 대한체육회에 제출할 '엔트리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제(25일)가 동의서 마감일이었는데, 20명의 선수 중 15명이 동의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1억 원을 낼 수 있어서' 동의서를 제출한 건 아닙니다.

승마 마장마술의 김혁 선수는 "일단 참가 의사를 밝히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제출했다"며 "5년간 피땀 흘려 노력해왔는데 서류를 안 내면 못 나갈 수 있다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1억 원 넘는 경비를 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가게 된다면 동료들과 함께 꼭 금메달을 따오겠다"고 했습니다.

김혁 (승마 마장마술 부문 선수)김혁 (승마 마장마술 부문 선수)

■ 승마협회 "지원 방법 계속 찾겠다…문체부는 손 놓고 있어"

대한체육회는 승마협회가 제출할 '엔트리 명단'을 바탕으로 다음 달 초쯤 국가대표 명단을 확정 지을 예정인데요.

승마협회 측은 "엔트리 명단 제출 이후에도 선수들의 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후원사 등을 백방으로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돈이 있는 데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선수들을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국가대표 최종 명단은 대한체육회가 정하고, 한국의 대표로서 나가는 것이면 정부 차원의 책임도 필요한 것 같다"면서 "언론 보도가 난 뒤에도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책회의에 나오지 않는 등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 문체부 "계속 논의 중…'자비 부담' 안 되도록 할 것"

승마협회와 대한체육회를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대회 주관 사업 주체인 대한체육회와 계속 논의하고 보고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처 차원에서 다른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있는지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승마 종목의 경우, 중국 측이 검역 문제를 들어 말을 독일로 데려가 검사한 뒤 다시 중국으로 데리고 들어오라고 통보했습니다. 이전 대회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체부 측은 "말을 상하이나 항저우로 바로 운송해, 말 운송비를 줄이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와도 교섭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하는 모든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 자비로 출전해야 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시간은 석 달 남짓입니다. 지원 방법을 못 찾는다면 선수들은 대출을 받든 모아둔 사비를 쓰든 자기 돈으로 국가 대항전에 출전해야 할 텐데요.

한국을 대표해 국제대회에 나가는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온당한 예우인지는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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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간 피땀 포기할 순 없잖아요” 승마 국가대표의 한숨 [취재후]
    • 입력 2023-05-27 14:00:20
    • 수정2023-05-27 14:06:10
    취재후·사건후

대한승마협회가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려면 선수 한 명당 1억 원씩 부담하라고 통보해 논란이 일었죠?

'승마 장애물' 부문 허정훈 선수는 지난 1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실력이 좋아 뽑힌 건데 돈이 없으면 못 나간다는 현실이 너무 부당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연관 기사] “아시안게임 나가려면 1억 내라”…승마협회 요구 논란 (KBS 뉴스9, 2023.5.17)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78084

현재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다시 알아봤습니다.

■ 선수들 "출전 포기 못 해…'자비 참가' 동의"

대한승마협회는 KBS 보도 다음 날인 지난 18일 선수들에게 아래의 안내문을 보냈습니다.

대한승마협회가 선수들에게 보낸 참가 안내문
협회가 돈이 없으니 선수들이 각자 최대 2억 원의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동의하고 참가 의사를 밝혀야 대한체육회에 제출할 '엔트리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제(25일)가 동의서 마감일이었는데, 20명의 선수 중 15명이 동의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1억 원을 낼 수 있어서' 동의서를 제출한 건 아닙니다.

승마 마장마술의 김혁 선수는 "일단 참가 의사를 밝히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제출했다"며 "5년간 피땀 흘려 노력해왔는데 서류를 안 내면 못 나갈 수 있다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1억 원 넘는 경비를 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가게 된다면 동료들과 함께 꼭 금메달을 따오겠다"고 했습니다.

김혁 (승마 마장마술 부문 선수)
■ 승마협회 "지원 방법 계속 찾겠다…문체부는 손 놓고 있어"

대한체육회는 승마협회가 제출할 '엔트리 명단'을 바탕으로 다음 달 초쯤 국가대표 명단을 확정 지을 예정인데요.

승마협회 측은 "엔트리 명단 제출 이후에도 선수들의 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후원사 등을 백방으로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돈이 있는 데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선수들을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국가대표 최종 명단은 대한체육회가 정하고, 한국의 대표로서 나가는 것이면 정부 차원의 책임도 필요한 것 같다"면서 "언론 보도가 난 뒤에도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책회의에 나오지 않는 등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 문체부 "계속 논의 중…'자비 부담' 안 되도록 할 것"

승마협회와 대한체육회를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대회 주관 사업 주체인 대한체육회와 계속 논의하고 보고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처 차원에서 다른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있는지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승마 종목의 경우, 중국 측이 검역 문제를 들어 말을 독일로 데려가 검사한 뒤 다시 중국으로 데리고 들어오라고 통보했습니다. 이전 대회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체부 측은 "말을 상하이나 항저우로 바로 운송해, 말 운송비를 줄이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와도 교섭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하는 모든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경우 자비로 출전해야 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시간은 석 달 남짓입니다. 지원 방법을 못 찾는다면 선수들은 대출을 받든 모아둔 사비를 쓰든 자기 돈으로 국가 대항전에 출전해야 할 텐데요.

한국을 대표해 국제대회에 나가는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온당한 예우인지는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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