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픽] 역대 최고령 연기대상 이순재, ‘구순 현역’의 눈물

입력 2025.01.13 (18:27) 수정 2025.01.13 (18:3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직도 한 번씩 '대발이 아빠'로 기억되는 이름, 배우 이순재 씹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부인과 상을 따로 차려 먹을 정도로 가부장적이지만, 때론 인자했던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으로 공감을 끌어냈죠.

대발이 아빠, 야동 순재, 직진 순재까지.

지난 70년 다채롭게 변신해온 원조 '별명 부자', 배우 이순재 씨가 지난 주말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거머쥐었습니다.

[이순재/배우 : "정말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1935년생, 나이 아흔의 원로 배우에게 역대 최고령 연기대상을 안긴 건 바로 이 작품이었습니다.

["(아까 내가 좀 까칠했지? 나도 나이 드니까 당 떨어지면 바로 예민해지더라.) 알지 알지. 아 그거야 내가 잘 알지. 젊은 애들이 뭘 알겠어. (그래 말 통하는 인간 만나니 좋네.)"]

자신이 개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실을 깨달으며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

드라마 '개소리'는 69년차 베테랑에게 또 한 번의 도전이었는데요.

대상 호명의 순간, 그는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됩니다. 60 먹어도 잘하면 상 주는 거예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젠간 반드시 기회가 올 거라며 준비하고 있었다던 '아흔 현역'.

이순재의 길은 곧 한국 드라마의 역사였습니다.

드라마가 생방으로 송출되던 1961년, KBS 첫 TV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데뷔했고, '사랑은 뭐길래'와 '목욕탕집 남자들'로 국민 아버지란 별칭을 얻었습니다.

1992년 민자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잠시 여의도에 입성하기도 했습니다만, '하늘이 파란지도 모르고 살았다던 순간'들을 뒤로 하고, 결국 무대로 돌아왔습니다.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드라마 '허준'에선 주인공의 강직한 스승 유의태 역으로 최고 시청률 64%,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고요.

코믹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선 체면도 근엄함도 모두 버린 야동 순재로 변신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70년을 걸어온 연기의 길, 그 뒤엔 4분짜리 독백을 찍기 위해 수십 년 피운 담배를 끊고, 미국 대통령 이름을 달달 외면서 기억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데요.

도대체 원동력이 뭘까요.

["자꾸 움직여야 건강하다고. 하나의 목표와 의욕이 생기잖아. 가장 행복한 죽음은 하다가 죽는 게 가장 행복한 거야."]

그 지치지 않는 열정에 그룹 방탄소년단을 패러디한 '방탄노년단'이란 별칭까지 얻었다죠.

'오늘도 날 써줄 때만 기다린다'는 원로 배우의 봄날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영상편집:김근환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픽] 역대 최고령 연기대상 이순재, ‘구순 현역’의 눈물
    • 입력 2025-01-13 18:27:13
    • 수정2025-01-13 18:31:06
    경제콘서트
아직도 한 번씩 '대발이 아빠'로 기억되는 이름, 배우 이순재 씹니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부인과 상을 따로 차려 먹을 정도로 가부장적이지만, 때론 인자했던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으로 공감을 끌어냈죠.

대발이 아빠, 야동 순재, 직진 순재까지.

지난 70년 다채롭게 변신해온 원조 '별명 부자', 배우 이순재 씨가 지난 주말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거머쥐었습니다.

[이순재/배우 : "정말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1935년생, 나이 아흔의 원로 배우에게 역대 최고령 연기대상을 안긴 건 바로 이 작품이었습니다.

["(아까 내가 좀 까칠했지? 나도 나이 드니까 당 떨어지면 바로 예민해지더라.) 알지 알지. 아 그거야 내가 잘 알지. 젊은 애들이 뭘 알겠어. (그래 말 통하는 인간 만나니 좋네.)"]

자신이 개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실을 깨달으며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일들.

드라마 '개소리'는 69년차 베테랑에게 또 한 번의 도전이었는데요.

대상 호명의 순간, 그는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됩니다. 60 먹어도 잘하면 상 주는 거예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젠간 반드시 기회가 올 거라며 준비하고 있었다던 '아흔 현역'.

이순재의 길은 곧 한국 드라마의 역사였습니다.

드라마가 생방으로 송출되던 1961년, KBS 첫 TV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데뷔했고, '사랑은 뭐길래'와 '목욕탕집 남자들'로 국민 아버지란 별칭을 얻었습니다.

1992년 민자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잠시 여의도에 입성하기도 했습니다만, '하늘이 파란지도 모르고 살았다던 순간'들을 뒤로 하고, 결국 무대로 돌아왔습니다.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드라마 '허준'에선 주인공의 강직한 스승 유의태 역으로 최고 시청률 64%,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고요.

코믹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선 체면도 근엄함도 모두 버린 야동 순재로 변신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70년을 걸어온 연기의 길, 그 뒤엔 4분짜리 독백을 찍기 위해 수십 년 피운 담배를 끊고, 미국 대통령 이름을 달달 외면서 기억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데요.

도대체 원동력이 뭘까요.

["자꾸 움직여야 건강하다고. 하나의 목표와 의욕이 생기잖아. 가장 행복한 죽음은 하다가 죽는 게 가장 행복한 거야."]

그 지치지 않는 열정에 그룹 방탄소년단을 패러디한 '방탄노년단'이란 별칭까지 얻었다죠.

'오늘도 날 써줄 때만 기다린다'는 원로 배우의 봄날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영상편집:김근환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