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일본 우익을 향한 하루키의 ‘일침’

입력 2017.04.03 (20:39) 수정 2017.04.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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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소설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죠.

최근 그의 신작이 큰 반향을 얻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작품에 담긴 일부 내용도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는 일본 우익들의 역사관에 일침을 놓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발언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질문>
이재석 기자.

이번 소설도 어마어마하게 팔리고 있다고 들었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이 사람이죠.

무라카미 하루키. 국내에도 팬이 워낙 많죠.

사실 '하루키'보다는 '무라카미'라고 부르는 게 원칙적으론 맞습니다.

우리가 아베 신조를 '아베'라고 부르듯, 성을 불러줘야 맞는 건데, 우리들 입에 '하루키'가 익숙해서, 오늘도 그냥 '하루키'라고 하겠습니다.

하루키가 7년 만에 내놓은 새 장편소설이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출간된 지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는데 초판만 백만 부 넘게 찍었습니다.

화가인 주인공이 아내한테서 결별 통보를 받고 작업실에 홀로 있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고 하는데요,

<녹취> 독자 : "매력적인 주인공이 등장하고 신비로운 이야기입니다.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체 분량 가운데 아주 적은 부분이긴 하지만, 역사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돼 있어서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 부분이 우리도 지난번에 잠깐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일본의 난징대학살과 관련한 부분이잖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일본군이 난징 시내를 점거해서 항복한 중국 병사와 시민을 살해"했다, "역사학자마다 (피해자 수가) 다르긴 하지만, 많은 시민이 죽었다는 건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이런 말을 한 겁니다.

중국은 난징대학살 피해자가 30만 명이라고 말하고 있고, 일본 우익들은 그게 과장된 거라고 반박하는데요.

물론 오래 전 일이라 전문가들 사이에서 피해 규모 추정치가 엇갈리는 건 사실인데, 하루키 소설 속 대화처럼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거죠.

<질문>
그렇죠. 아무래도 최근 일본 내에서 역사를 자기 시각에서 다시 편집하고자 하는 우익들의 움직임이 있으니까 더 논란이 되는 거겠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일본 우익들은 하루키 당신이 중국에 장단을 맞추는 거냐, 일본인이 맞냐, 뭐 이렇게 비난하는 겁니다.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모토야 도시오(아파(APA)호텔 경영인) : "노벨상을 타려면 중국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오에 겐자부로가 진보라서 노벨상을 받았으니 자신도 흉내내려고 이렇게 쓴 것 아닌가."

하루키가 노벨문학상 타려고 그렇게 쓴 거라는 원색적인 인신공격을 하는 겁니다.

방금 전 말한 저 사람이 누구냐면 APA 호텔 경영자입니다.

객실마다 극우파 주장을 담은 서적을 배치해서 몇달 전 논란이 되었던 그 호텔입니다.

이런 우익 입장에 동조하는 일본 네티즌들도 하루키를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상황입니다.

하루키 당신이 근거를 대야 한다, 중국을 좋아하는 자학사관이냐, 이런 식의 저급한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겁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을 비판하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아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질문>
이렇게 논란이 되니까 하루키도 쓴소리를 했죠.

<답변>
어제 일본 언론에 하루키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요.

한마디로 일침을 놨습니다.

"역사를 잊으려 하거나 바꿔쓰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다", 이렇게 말했구요.

또 역사를 우익 입장에서 재편집하려는 일본 내 움직임에 대해서도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루키는 2015년에도 일본이 과거 침략 사실에 대해 "피해 국가가 이제 그만해도 좋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대중적으로도 그 누구보다 성공했고, 해마다 노벨문학상 1순위로 꼽히는 한 문학가의 묵직한 성찰입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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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일본 우익을 향한 하루키의 ‘일침’
    • 입력 2017-04-03 20:29:40
    • 수정2017-04-03 20:50:13
    글로벌24
<앵커 멘트>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소설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죠.

최근 그의 신작이 큰 반향을 얻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작품에 담긴 일부 내용도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는 일본 우익들의 역사관에 일침을 놓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발언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질문>
이재석 기자.

이번 소설도 어마어마하게 팔리고 있다고 들었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이 사람이죠.

무라카미 하루키. 국내에도 팬이 워낙 많죠.

사실 '하루키'보다는 '무라카미'라고 부르는 게 원칙적으론 맞습니다.

우리가 아베 신조를 '아베'라고 부르듯, 성을 불러줘야 맞는 건데, 우리들 입에 '하루키'가 익숙해서, 오늘도 그냥 '하루키'라고 하겠습니다.

하루키가 7년 만에 내놓은 새 장편소설이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출간된 지 이제 한 달 조금 넘었는데 초판만 백만 부 넘게 찍었습니다.

화가인 주인공이 아내한테서 결별 통보를 받고 작업실에 홀로 있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고 하는데요,

<녹취> 독자 : "매력적인 주인공이 등장하고 신비로운 이야기입니다.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체 분량 가운데 아주 적은 부분이긴 하지만, 역사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돼 있어서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질문>
그 부분이 우리도 지난번에 잠깐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일본의 난징대학살과 관련한 부분이잖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일본군이 난징 시내를 점거해서 항복한 중국 병사와 시민을 살해"했다, "역사학자마다 (피해자 수가) 다르긴 하지만, 많은 시민이 죽었다는 건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이런 말을 한 겁니다.

중국은 난징대학살 피해자가 30만 명이라고 말하고 있고, 일본 우익들은 그게 과장된 거라고 반박하는데요.

물론 오래 전 일이라 전문가들 사이에서 피해 규모 추정치가 엇갈리는 건 사실인데, 하루키 소설 속 대화처럼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거죠.

<질문>
그렇죠. 아무래도 최근 일본 내에서 역사를 자기 시각에서 다시 편집하고자 하는 우익들의 움직임이 있으니까 더 논란이 되는 거겠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일본 우익들은 하루키 당신이 중국에 장단을 맞추는 거냐, 일본인이 맞냐, 뭐 이렇게 비난하는 겁니다.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모토야 도시오(아파(APA)호텔 경영인) : "노벨상을 타려면 중국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오에 겐자부로가 진보라서 노벨상을 받았으니 자신도 흉내내려고 이렇게 쓴 것 아닌가."

하루키가 노벨문학상 타려고 그렇게 쓴 거라는 원색적인 인신공격을 하는 겁니다.

방금 전 말한 저 사람이 누구냐면 APA 호텔 경영자입니다.

객실마다 극우파 주장을 담은 서적을 배치해서 몇달 전 논란이 되었던 그 호텔입니다.

이런 우익 입장에 동조하는 일본 네티즌들도 하루키를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상황입니다.

하루키 당신이 근거를 대야 한다, 중국을 좋아하는 자학사관이냐, 이런 식의 저급한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겁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을 비판하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아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질문>
이렇게 논란이 되니까 하루키도 쓴소리를 했죠.

<답변>
어제 일본 언론에 하루키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요.

한마디로 일침을 놨습니다.

"역사를 잊으려 하거나 바꿔쓰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다", 이렇게 말했구요.

또 역사를 우익 입장에서 재편집하려는 일본 내 움직임에 대해서도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루키는 2015년에도 일본이 과거 침략 사실에 대해 "피해 국가가 이제 그만해도 좋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대중적으로도 그 누구보다 성공했고, 해마다 노벨문학상 1순위로 꼽히는 한 문학가의 묵직한 성찰입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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