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오늘은 우리가 현정화·이분희…경계 허문 탁구대회

입력 2017.11.11 (08:20) 수정 2017.11.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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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우리 현정화 선수와 북한 이분희 선수가 이끈 남북 단일팀 기억하십니까?

당시 세계 최강 중국팀을 꺾고 우승을 거머쥐는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줬는데요.

얼마 전 남과 북 경계를 허무는 탁구대회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그 현장으로 정은지 리포터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를 찾은 탈북민 김정 씨.

오랜만에 학창 시절 추억에 잠겨봅니다.

<인터뷰> 김정(탈북민) : "학창시절에 저희 친구들하고 공부를 밤새면서 막 했던 시절도 기억이 새록새록 나고요."

그녀가 주말에 이곳을 찾은 이유는 탁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정(탈북민) : "오늘 큰 게임은 처음이지만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고 어쨌든 뭐 저의 최선을 다하도록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파이팅!"

가을은 운동하기에도 좋은 계절이죠? 여기저기서 다양한 경기들이 열리는데요.

이곳에서는 탈북민들과 새로운 이웃들이 함께 어울려 승부를 겨루는 탁구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벌써 6년 째 이어져 오는 대회라는데요.

그 현장을 함께 해 보실까요?

학교 강당에 마련된 탁구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제부터 남북한 출신 탁구 동호인들이 함께 복식조를 이루어 경기를 하게 되는데요.

운동복 차림의 김정 씨.

아까와는 달리 조금 긴장한 모습이죠?

하지만, 파트너를 믿고 용기를 내봅니다.

<인터뷰> 김정(탁구대회 참가자/탈북민) : "연습을 하는 동안에는 저 분 때문에 제가 실력이 엄청 많이 늘었고요. 저분으로 해서 제가 오늘 이 대회에서 어느정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김재선(탁구대회 참가자) : "한 5개월 됐고요. 그때부터 5개월동안 거의 뭐 한 달에 한 2번씩, 3번씩은 만나서 게임들을 하고 요즘에 와 가지고는 일주일에 한 2번씩 했습니다."

경쾌한 탁구 공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탄식이 터져 나오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쥡니다.

복식 경기에 참가한 팀은 모두 28팀.

실력은 천차만별이지만, 탁구대 앞에서 남과 북이 하나 된 모습만은 똑같습니다.

<인터뷰> 박순금(탁구대회 참가자) : "우리는 못 쳐요. 실버니까 잘 못 쳐. 그러니까 즐기러 왔는데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요. 아, 진짜 벌써 그냥 막 통일이 된 그런 기분도 들고 너무 좋아요."

이 대회 입상 경험이 있는 탈북민 경기 진행자는 이같은 탁구 대회가 탈북민들에게 자존감을 높이고 용기를 주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정춘희(탁구대회 진행자/탈북민) : "저희 북한사람들이 이제 자존감도 높여갈 수 있고, 대회를 하면서 어쨌든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도 가지게 되고... 저도 이 대회를 통해서 제가 자존감을 많이 가졌던 대회라서 저한테는 되게 뜻 깊은 대회기도 하죠."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김정 씨 네는 아쉽게도 예선에서 탈락.

우승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여 준 장한성, 김영철 씨 조에게 돌아갔습니다.

1년 전 탁구로 인연을 맺어 친구가 되었다는 두 사람...

<인터뷰> 장한성(탁구대회 참가자) : "처음에는 탈북민이라고 해서 좀 선입견이 좀 있고 거리가 멀었는데 한두 번 탁구를 치다보니까 너무 친근감도 있고 성격도 좋으시고 또 저한테도 잘해 주이고 해서 그냥 둘도 없는 친구 같이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철(탁구대회 참가자/탈북민) : "제가 제일 좋아하고 있는 분이죠. 전화도 하고 같이 치자고.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분이에요."

오후에는 탈북민들끼리 맞붙는 단식 경기가 이어졌는데요.

유소년 경기까지 포함해 70 여명이 참가했습니다.

<녹취> "아이쿠! 큰일 났네 이거..."

6년 동안 이어온 대회 참가 인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데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조한필(탁구대회 준비위원장) : "다양한 이벤트들이 있겠지만 탁구만큼 이렇게 좀 생활에 실천형으로 이렇게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좋은 것 같고요."

단식 경기에도 참가한 김정 씨는 초급 대상 경기에서 3위를 차지해 오전 경기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탁구 국가대표 선수였던 이에리사 씨도 참석해 참가자들의 사기를 북돋웠는데요.

1973년 열 아홉 살의 나이에 탁구로 세계를 제패해 힘든 시절 우리 국민에게 기쁨을 주고 '사라예보의 전설'로 불리기도 했죠.

<인터뷰> 이에리사(前 국가대표 탁구 선수) : "사실 탁구는 91년도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코리아 팀으로 그 막강한 중국을 꺾고 우승했기 때문에 남북한 팀이 다시 한 번 생활체육인들로 이루어질 수 있는, 대결이라기보다도 친선경기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정말 저로서는 행복한 일이죠."

이 탁구공의 무게는 2.7g! 작고 가벼운 공입니다.

하지만 남과 북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화합을 이끌어 내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꽉 막힌 남북한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경기를 마친 사람들은 학교 안에 마련된 북한 박물관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녹취> "살결 물(스킨로션) 이래..."

북한 생활을 이해하도록 돕는 공간인데요.

탈북민들은 잠시 고향에 대한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명숙(탁구대회 참가자/탈북민) : "너무 고향생각도 나고 옛날에 고향에서 살던 모습 그대로 보존이 잘 되어 있어 가지고 놀랐어요. 너무 좋았어요. 체육, 관광, 문화 다 이렇게 서로 이제 소통이 되고 그걸로 해서 소통이 되고 그러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재미있고..."

승자도 패자도 모두 즐거웠던 탁구 대회.

참가자 모두가 현정화, 이분희 선수가 된 듯 우정을 나눴는데요.

스포츠 정신으로 하나 된 이들처럼 남북이 하나가 될 그 날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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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오늘은 우리가 현정화·이분희…경계 허문 탁구대회
    • 입력 2017-11-11 08:45:40
    • 수정2017-11-11 08:54:56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지난 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우리 현정화 선수와 북한 이분희 선수가 이끈 남북 단일팀 기억하십니까?

당시 세계 최강 중국팀을 꺾고 우승을 거머쥐는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줬는데요.

얼마 전 남과 북 경계를 허무는 탁구대회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그 현장으로 정은지 리포터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를 찾은 탈북민 김정 씨.

오랜만에 학창 시절 추억에 잠겨봅니다.

<인터뷰> 김정(탈북민) : "학창시절에 저희 친구들하고 공부를 밤새면서 막 했던 시절도 기억이 새록새록 나고요."

그녀가 주말에 이곳을 찾은 이유는 탁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정(탈북민) : "오늘 큰 게임은 처음이지만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고 어쨌든 뭐 저의 최선을 다하도록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파이팅!"

가을은 운동하기에도 좋은 계절이죠? 여기저기서 다양한 경기들이 열리는데요.

이곳에서는 탈북민들과 새로운 이웃들이 함께 어울려 승부를 겨루는 탁구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벌써 6년 째 이어져 오는 대회라는데요.

그 현장을 함께 해 보실까요?

학교 강당에 마련된 탁구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제부터 남북한 출신 탁구 동호인들이 함께 복식조를 이루어 경기를 하게 되는데요.

운동복 차림의 김정 씨.

아까와는 달리 조금 긴장한 모습이죠?

하지만, 파트너를 믿고 용기를 내봅니다.

<인터뷰> 김정(탁구대회 참가자/탈북민) : "연습을 하는 동안에는 저 분 때문에 제가 실력이 엄청 많이 늘었고요. 저분으로 해서 제가 오늘 이 대회에서 어느정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김재선(탁구대회 참가자) : "한 5개월 됐고요. 그때부터 5개월동안 거의 뭐 한 달에 한 2번씩, 3번씩은 만나서 게임들을 하고 요즘에 와 가지고는 일주일에 한 2번씩 했습니다."

경쾌한 탁구 공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탄식이 터져 나오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손에 땀을 쥡니다.

복식 경기에 참가한 팀은 모두 28팀.

실력은 천차만별이지만, 탁구대 앞에서 남과 북이 하나 된 모습만은 똑같습니다.

<인터뷰> 박순금(탁구대회 참가자) : "우리는 못 쳐요. 실버니까 잘 못 쳐. 그러니까 즐기러 왔는데 너무 좋아요. 너무 좋아요. 아, 진짜 벌써 그냥 막 통일이 된 그런 기분도 들고 너무 좋아요."

이 대회 입상 경험이 있는 탈북민 경기 진행자는 이같은 탁구 대회가 탈북민들에게 자존감을 높이고 용기를 주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정춘희(탁구대회 진행자/탈북민) : "저희 북한사람들이 이제 자존감도 높여갈 수 있고, 대회를 하면서 어쨌든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도 가지게 되고... 저도 이 대회를 통해서 제가 자존감을 많이 가졌던 대회라서 저한테는 되게 뜻 깊은 대회기도 하죠."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김정 씨 네는 아쉽게도 예선에서 탈락.

우승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여 준 장한성, 김영철 씨 조에게 돌아갔습니다.

1년 전 탁구로 인연을 맺어 친구가 되었다는 두 사람...

<인터뷰> 장한성(탁구대회 참가자) : "처음에는 탈북민이라고 해서 좀 선입견이 좀 있고 거리가 멀었는데 한두 번 탁구를 치다보니까 너무 친근감도 있고 성격도 좋으시고 또 저한테도 잘해 주이고 해서 그냥 둘도 없는 친구 같이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영철(탁구대회 참가자/탈북민) : "제가 제일 좋아하고 있는 분이죠. 전화도 하고 같이 치자고.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분이에요."

오후에는 탈북민들끼리 맞붙는 단식 경기가 이어졌는데요.

유소년 경기까지 포함해 70 여명이 참가했습니다.

<녹취> "아이쿠! 큰일 났네 이거..."

6년 동안 이어온 대회 참가 인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데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조한필(탁구대회 준비위원장) : "다양한 이벤트들이 있겠지만 탁구만큼 이렇게 좀 생활에 실천형으로 이렇게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좋은 것 같고요."

단식 경기에도 참가한 김정 씨는 초급 대상 경기에서 3위를 차지해 오전 경기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탁구 국가대표 선수였던 이에리사 씨도 참석해 참가자들의 사기를 북돋웠는데요.

1973년 열 아홉 살의 나이에 탁구로 세계를 제패해 힘든 시절 우리 국민에게 기쁨을 주고 '사라예보의 전설'로 불리기도 했죠.

<인터뷰> 이에리사(前 국가대표 탁구 선수) : "사실 탁구는 91년도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코리아 팀으로 그 막강한 중국을 꺾고 우승했기 때문에 남북한 팀이 다시 한 번 생활체육인들로 이루어질 수 있는, 대결이라기보다도 친선경기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정말 저로서는 행복한 일이죠."

이 탁구공의 무게는 2.7g! 작고 가벼운 공입니다.

하지만 남과 북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화합을 이끌어 내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꽉 막힌 남북한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경기를 마친 사람들은 학교 안에 마련된 북한 박물관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녹취> "살결 물(스킨로션) 이래..."

북한 생활을 이해하도록 돕는 공간인데요.

탈북민들은 잠시 고향에 대한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명숙(탁구대회 참가자/탈북민) : "너무 고향생각도 나고 옛날에 고향에서 살던 모습 그대로 보존이 잘 되어 있어 가지고 놀랐어요. 너무 좋았어요. 체육, 관광, 문화 다 이렇게 서로 이제 소통이 되고 그걸로 해서 소통이 되고 그러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재미있고..."

승자도 패자도 모두 즐거웠던 탁구 대회.

참가자 모두가 현정화, 이분희 선수가 된 듯 우정을 나눴는데요.

스포츠 정신으로 하나 된 이들처럼 남북이 하나가 될 그 날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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