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북한 노동자 실태 최초 공개

입력 2006.12.24 (14: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북한 여성들이 동유럽 일대에서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각급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수가 5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열악한 근로여건 속에 임금 착취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국제사회가 그 실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특파원 현장보고>는 한국 언론 최초로 체코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김원장 순회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프라하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제브락'이라는 작은 마을을 찾았습니다.

마을 귀퉁이 작은 공장에 북한 여성 노동자 105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크레아테'라는 속옷 공장입니다.

창문 너머로 능숙한 솜씨로 일하는 북한 여성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공장 바로 옆은 이들이 머무는 숙소입니다. 새로 지은 깨끗한 현대식 건물이지만 창문은 모두 말끔하게 가려져 있었습니다.

낮 12시쯤. 식사를 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는 북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똑같은 신발과 똑같은 머리 모양을 한 근로자들은 취재진을 보자 황급히 문을 닫고 모습을 감췄습니다.

이 공장 1층, 북한 여성들이 만든 속옷을 직접 판매합니다.

취재팀은 이 공장의 사장인 이탈리아인을 만나 북한 근로자들에 대해 물었습니다.

<녹취> "(북한근로자들을 5분정도만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근로자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는 서둘러 매장의 불을 끄고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순식간에 모든 창문이 닫히고 공장안에서도 북한 근로자들의 얼굴이 사라졌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이들이 좀처럼 공장밖으로 외출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 "늘 같이 다녀요 한번도 혼자 다니는 것을 못 봤어요. 외출을 해도 걸어 다녀요. 다리도 안 아픈가 봐요."

제브락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젤라즈나'라는 마을에도 북한 여성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5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시골마을. 학교라고 써진 건물에 북한 여성 17명이 작업복을 만들고 있습니다.

<녹취>"(혹시 북한 근로자들이 있나요?) 없어요."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좀처럼 사람이 드나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창가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북한 여성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창문 너머로 김일성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이 걸려있고, '애국자 김정일 동지 만세'라는 낯익은 구호도 붙어있습니다.

이웃 주민은 이들이 5년 전에 들어왔으며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 "가끔씩 물건 사러 오는데 외부사람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 것 같아요."

10여 년 전부터 들어온 북한 노동자들은 지금은 이곳 체코에만 408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철저하게 외부와 격리돼 있지만, 공장과 숙소 안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근무하는 지역의 노동사무소를 찾았습니다.

북한 근로자들은 모두 19살에서 25살까지의 젊은 여성들로 모두 합법적인 취업비자를 갖고 있었습니다.

노동사무소장은 이들의 근무여건에 대해 체코 인권 단체 등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불법적인 조항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렝카 스미도바(베로운 노동사무소장) : "외출하지 않고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이 불법은 아니잖아요."

프라하에서 300KM 이상 떨어진 몰디바라는 작은 마을.

수소문 끝에 옷감을 재단하는 북한 근로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근무 여건은 다소 불편해 보였지만 강압적인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북한 여성 : "(일하시는데 불편함은 없으세요?) 없습네다. (일하시는데 보람을 많이 느끼세요?) 글쎄요 뭐라 말해야 할지.."

공장의 사장은 이들이 체코 근로자보다 월등히 일을 잘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과 동료들이 익숙해지는 3년이 되면 북한으로 돌아간다고 전했습니다.

<인터뷰>로베르트(바르카 공장사장) : "8시간 일하지만 체코근로자보다 훨씬 일을 잘합니다. 모두 3,4년 만에 돌아가지만요."

이들과 체코 공장과의 근로계약을 통역했던 한 북한 여성은 이들이 모두 좋은 출신성분을 갖은 여성들로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북한 근로자 계약담당 : "자부심 아주 가지고 있지. 아이들이 한 20살 밖에 안됐지만 아주 자부심 있지..."

하지만 월 임금이 8천 크로나 우리 돈 35만원 정도로, 체코 근로자의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체코 돈으로 만원 이하 받는데... (만 크로나?) 그 이하... 전체 받는 월급이 한 달에 8천 크로나 얼마 안 돼, 400달러인데 조선에서는 큰돈이란 말이야."

이렇게 받은 임금의 대부분이 북한 정부로 넘어간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급여 상당부분이 북한 정부로 넘어간다는 의혹을 조사해온 체코 정부는 이들의 급여 중 80%가 단 하나의 계좌에 모아지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부터 북한 근로자에 대한 신규 비자발급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인터뷰>마리에 바사리꼬바(체코 내무부 대변인) : "체코 경찰의 확인결과 임금의 80%가 특정 통장으로 보내지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근로자를 책임지고 있는 북한 측 감독관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하게 이를 부인했습니다.

<인터뷰>북한 근로자 감독자 : "다 잘됩니다. 그 사람들 다 만족해하고 있고 착취하기는 누가 착취한다는 말이요 미국사람들이 해낸 이야기지..."

북한 근로자들 모두 만족해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들의 근무여건을 직접 보고 싶다는 취재진의 요청은 거절했습니다.

지난 6월 미 국무부는 동유럽 등에 나가있는 북한 근로자들이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취재하려던 체코 국영 체스카 TV 기자들이 북한 여성들로부터 봉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지만, 일부 서구 언론의 보도처럼 노예노동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체코 내무부 관계자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급여를 북한 정부로 보내는 것은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외화벌이를 위해 동유럽 일대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는 5천여 명.

북핵문제로 외화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북한의 노동력 수출은 서방세계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체코, 북한 노동자 실태 최초 공개
    • 입력 2006-12-24 10:17:0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북한 여성들이 동유럽 일대에서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각급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수가 5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열악한 근로여건 속에 임금 착취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국제사회가 그 실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특파원 현장보고>는 한국 언론 최초로 체코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여성 근로자들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김원장 순회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프라하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제브락'이라는 작은 마을을 찾았습니다. 마을 귀퉁이 작은 공장에 북한 여성 노동자 105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크레아테'라는 속옷 공장입니다. 창문 너머로 능숙한 솜씨로 일하는 북한 여성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공장 바로 옆은 이들이 머무는 숙소입니다. 새로 지은 깨끗한 현대식 건물이지만 창문은 모두 말끔하게 가려져 있었습니다. 낮 12시쯤. 식사를 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가는 북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똑같은 신발과 똑같은 머리 모양을 한 근로자들은 취재진을 보자 황급히 문을 닫고 모습을 감췄습니다. 이 공장 1층, 북한 여성들이 만든 속옷을 직접 판매합니다. 취재팀은 이 공장의 사장인 이탈리아인을 만나 북한 근로자들에 대해 물었습니다. <녹취> "(북한근로자들을 5분정도만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근로자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는 서둘러 매장의 불을 끄고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순식간에 모든 창문이 닫히고 공장안에서도 북한 근로자들의 얼굴이 사라졌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이들이 좀처럼 공장밖으로 외출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 "늘 같이 다녀요 한번도 혼자 다니는 것을 못 봤어요. 외출을 해도 걸어 다녀요. 다리도 안 아픈가 봐요." 제브락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젤라즈나'라는 마을에도 북한 여성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5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시골마을. 학교라고 써진 건물에 북한 여성 17명이 작업복을 만들고 있습니다. <녹취>"(혹시 북한 근로자들이 있나요?) 없어요." 하루 종일 기다렸지만 좀처럼 사람이 드나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창가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북한 여성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창문 너머로 김일성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이 걸려있고, '애국자 김정일 동지 만세'라는 낯익은 구호도 붙어있습니다. 이웃 주민은 이들이 5년 전에 들어왔으며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인터뷰>마을 주민 : "가끔씩 물건 사러 오는데 외부사람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 것 같아요." 10여 년 전부터 들어온 북한 노동자들은 지금은 이곳 체코에만 408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철저하게 외부와 격리돼 있지만, 공장과 숙소 안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근무하는 지역의 노동사무소를 찾았습니다. 북한 근로자들은 모두 19살에서 25살까지의 젊은 여성들로 모두 합법적인 취업비자를 갖고 있었습니다. 노동사무소장은 이들의 근무여건에 대해 체코 인권 단체 등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불법적인 조항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렝카 스미도바(베로운 노동사무소장) : "외출하지 않고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이 불법은 아니잖아요." 프라하에서 300KM 이상 떨어진 몰디바라는 작은 마을. 수소문 끝에 옷감을 재단하는 북한 근로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근무 여건은 다소 불편해 보였지만 강압적인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북한 여성 : "(일하시는데 불편함은 없으세요?) 없습네다. (일하시는데 보람을 많이 느끼세요?) 글쎄요 뭐라 말해야 할지.." 공장의 사장은 이들이 체코 근로자보다 월등히 일을 잘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과 동료들이 익숙해지는 3년이 되면 북한으로 돌아간다고 전했습니다. <인터뷰>로베르트(바르카 공장사장) : "8시간 일하지만 체코근로자보다 훨씬 일을 잘합니다. 모두 3,4년 만에 돌아가지만요." 이들과 체코 공장과의 근로계약을 통역했던 한 북한 여성은 이들이 모두 좋은 출신성분을 갖은 여성들로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북한 근로자 계약담당 : "자부심 아주 가지고 있지. 아이들이 한 20살 밖에 안됐지만 아주 자부심 있지..." 하지만 월 임금이 8천 크로나 우리 돈 35만원 정도로, 체코 근로자의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체코 돈으로 만원 이하 받는데... (만 크로나?) 그 이하... 전체 받는 월급이 한 달에 8천 크로나 얼마 안 돼, 400달러인데 조선에서는 큰돈이란 말이야." 이렇게 받은 임금의 대부분이 북한 정부로 넘어간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급여 상당부분이 북한 정부로 넘어간다는 의혹을 조사해온 체코 정부는 이들의 급여 중 80%가 단 하나의 계좌에 모아지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부터 북한 근로자에 대한 신규 비자발급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인터뷰>마리에 바사리꼬바(체코 내무부 대변인) : "체코 경찰의 확인결과 임금의 80%가 특정 통장으로 보내지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근로자를 책임지고 있는 북한 측 감독관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하게 이를 부인했습니다. <인터뷰>북한 근로자 감독자 : "다 잘됩니다. 그 사람들 다 만족해하고 있고 착취하기는 누가 착취한다는 말이요 미국사람들이 해낸 이야기지..." 북한 근로자들 모두 만족해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들의 근무여건을 직접 보고 싶다는 취재진의 요청은 거절했습니다. 지난 6월 미 국무부는 동유럽 등에 나가있는 북한 근로자들이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취재하려던 체코 국영 체스카 TV 기자들이 북한 여성들로부터 봉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지만, 일부 서구 언론의 보도처럼 노예노동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체코 내무부 관계자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급여를 북한 정부로 보내는 것은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외화벌이를 위해 동유럽 일대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는 5천여 명. 북핵문제로 외화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북한의 노동력 수출은 서방세계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