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속 분쟁지역 봉사

입력 2007.07.30 (10:10) 수정 2007.07.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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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이 집단 납치된 지 오늘로 열 하루째입니다. 하루가 지나가면 안도감과 동시에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피 말리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발 살려 달라, 구출해달라는 인질들의 절규가 가족은 물론이고 온 국민의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한국과 4시간 반 의 시차가 있는 이역만리에서 벌어진 집단납치 사건,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되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3일, 인천공항에 모인 봉사단원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학교 방학을 맞아 또는 직장에서 휴가를 얻어 이국땅으로 향하는 20대,30대의 청년들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호기심이 넘쳤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 아랍 에미리트의 두바이를 경유하는 머나먼 길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온통 흙먼지로 뒤덮인 척박한 땅입니다.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 힌두쿠시 산맥의 분지, 수도 카불은 여름철이면 달아오른 지열로 후끈댑니다.

봉사단원들의 첫 행선지는 카불에서 북서쪽에 있는 마자리 샤리프, 마자리 샤리프는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평원을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1979년에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할 때 주 침공 로였고 그 후엔 탈레반 정부에 맞섰던 북부 동맹의 수도로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봉사단원들은 이곳의 난민학교에서 아프가니스탄 학생들을 돌보며 나흘 동안 의료봉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그날 카불로 돌아와 칸다하르로 향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대동맥...수도 카불과 제2의 도시 칸다하르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라야 해발 천 8백 미터의 고원지대에 놓인 왕복 2차선의 포장도로입니다.

칸다하르에서는 한민족복지재단이 세운 병원과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녹취> 백규현(칸다하르 할리병원 이사장) : "10시 40분에 출발했다, 지금 잘 가고 있고 아마 5시안에 도착할 것 같다."

그 정도 얘기를 하고 끊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통화가 불통됐습니다.

병원하고 유치원에서 귀한 장비들, 노트를 가져오고 거기서 도와주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은 사막 같은 평원의 도로에서 물거품이 됐습니다.

외국인을 노리고 있던 무장괴한들이 버스를 가로 막았습니다. 운전기사는 납치범들이 총을 겨눈 채 인질들을 다그치며 한 시간 넘게 걷게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모래먼지가 날리는 자갈 사막, 이 부근 어딘가의 산속 은신지로 끌고 가 감금한 것입니다.

사건직후 아프가니스탄 경찰은 검문검색을 강화했습니다.

<녹취> 아프가니스탄 경찰관 : "탈레반의 외국인 납치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검문을 강화했습니다. 의심 가는 사람은 조사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배형규 목사의 시신이 이 고속도로 근처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지역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영향력은 제한돼있고 간선도로만 벗어나면 탈레반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탈레반이 광범위한 정보망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경찰의 움직임을 손바닥처럼 파악하고 있는 것도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역만리 불모의 땅. 인질들은 서너 명씩 나눠진 채 사막과 산간 마을로 끌려 다니며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음식과 의약품 부족, 불볕더위는 심신을 극도로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유례가 없는 대규모 인질사건이 장기화되자 정부도 총력외교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녹취> 노무현(대통령 담화/7월 21일) : "어떤 일이 있어도 고귀한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조속한 석방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해서 노력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사건 직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협상 가능성까지 내비쳤는데도 1명이 무참히 살해되자 정부는 강도 높은 규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백종천(청와대 안보실장/7월 26일) : "무고한 민간인들을 납치하고 인명을 해치기까지 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우리 국민들을 즉각 돌려보낼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합니다."

백종천 실장은 이어 대통령 특사로 아프가니스탄을 찾아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을 잇따라 만났습니다.

남은 인질 22명의 안전과 무사귀환이 한국정부의 최대목표임을 강조하면서 아프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역할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탈레반이 요구하는 탈레반 수감자와 한국인 인질의 맞교환에 공식적으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압둘라 칼리드(아프가니스탄 내무차관) :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헌법과 국익에 위배되는 협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정부 역시 인질의 숫자가 너무 많은데다 한국 정부의 인도적인 요구를 전면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개적인 외교활동과 물밑협상이 함께 진행되면서 단계적인 석방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사건의 더 큰 파장은 우리사회 내부의 논란이었습니다.

사건 직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마다 수천 개의 찬반 댓글이 붙는 드문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많은 인질이 억류된데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정부가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위험지역을 무리하게 가서 문제를 일으켜야 했느냐는 비판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녹취> 차성민(피랍자 가족대표/7월 21일) :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군의 철각 철군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처음에는 한국군의 즉각 철군을 요구했던 가족과 파견 교회 측도 사회 분위기에 결국 사과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박은조(샘물교회 목사/7월 26일) : "국민들과 많은 사람들의 염려를 끼치게 된데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절대로 공격적 선교를 하려는 게 아니고 의료사역이나 학교를 만들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순수한 봉사냐 무모한 선교냐’하는 논쟁은 모두 한 측면만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에서는 단체의 이름만 단기선교팀이었지 전체 열흘의 활동기간에서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선교활동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고 변호합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다하더라도 그것은 순수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선교를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레반의 위협이 위협에 그치지 않고 희생자가 나오면서 여론은 희생자를 애도하고 남은 22명을 하루라도 빨리 무사히 돌아오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녹취> 김연희(고 배형규 목사 부인/7월 27일) : "한번 만 더 보고 싶어요."

특히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 섞인 호소는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녹취> 김연희(고 배형규 목사 부인/7월 27일) : "이번사태의 희생자는 저의 남편 하나로 족합니다. 더 이상의 희생자는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늘에 있는 저희 남편도 22명의 안전을 바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독교 단체의 분쟁지역 활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계가 각 나라에 파견한 선교사는 173개 나라에 만 6천명, 전 세계에 한국 선교사 없는 나라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면에는 양적 성장주의와 세과시를 위한 경쟁적인 선교활동이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녹취> 송재룡(경희대 교수) : "교회도 마찬가지로 지난 7,80년도에 엄청난 급속한 성장을 봤죠. 그 때 성장을 본 성장의 논리나 기재가 굉장히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성장이었거든요. 근데 아직도 그런 관행이 패턴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또 일부 선교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전통, 정서를 무시하는 독선적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녹취> 배본철(성결대 교수) : "약소국가나 문화가 떨어진 것이라고 해서 힘을 갖고 쳐들어가듯이 선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낮은 모습으로 나가야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계 중진 목회자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교회의 자성과 선교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초보적인 안전교육조차 하지 않은 채 젊은이들을 위험한 장소로 보낸 주최 측의 안이한 자세는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인명피해의 전적인 책임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무고한 외국인을 납치한 탈레반에 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무장조직이 나도 모르는 이유로 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전쟁과 분쟁으로 얽히고설킨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번 사건이 던져주는 또 다른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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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 속 분쟁지역 봉사
    • 입력 2007-07-30 09:29:22
    • 수정2007-07-30 10:23:25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이 집단 납치된 지 오늘로 열 하루째입니다. 하루가 지나가면 안도감과 동시에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피 말리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발 살려 달라, 구출해달라는 인질들의 절규가 가족은 물론이고 온 국민의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한국과 4시간 반 의 시차가 있는 이역만리에서 벌어진 집단납치 사건,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되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13일, 인천공항에 모인 봉사단원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학교 방학을 맞아 또는 직장에서 휴가를 얻어 이국땅으로 향하는 20대,30대의 청년들의 얼굴에는 기대감과 호기심이 넘쳤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 아랍 에미리트의 두바이를 경유하는 머나먼 길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온통 흙먼지로 뒤덮인 척박한 땅입니다.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 힌두쿠시 산맥의 분지, 수도 카불은 여름철이면 달아오른 지열로 후끈댑니다. 봉사단원들의 첫 행선지는 카불에서 북서쪽에 있는 마자리 샤리프, 마자리 샤리프는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평원을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1979년에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할 때 주 침공 로였고 그 후엔 탈레반 정부에 맞섰던 북부 동맹의 수도로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봉사단원들은 이곳의 난민학교에서 아프가니스탄 학생들을 돌보며 나흘 동안 의료봉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그날 카불로 돌아와 칸다하르로 향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대동맥...수도 카불과 제2의 도시 칸다하르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라야 해발 천 8백 미터의 고원지대에 놓인 왕복 2차선의 포장도로입니다. 칸다하르에서는 한민족복지재단이 세운 병원과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녹취> 백규현(칸다하르 할리병원 이사장) : "10시 40분에 출발했다, 지금 잘 가고 있고 아마 5시안에 도착할 것 같다." 그 정도 얘기를 하고 끊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통화가 불통됐습니다. 병원하고 유치원에서 귀한 장비들, 노트를 가져오고 거기서 도와주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은 사막 같은 평원의 도로에서 물거품이 됐습니다. 외국인을 노리고 있던 무장괴한들이 버스를 가로 막았습니다. 운전기사는 납치범들이 총을 겨눈 채 인질들을 다그치며 한 시간 넘게 걷게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모래먼지가 날리는 자갈 사막, 이 부근 어딘가의 산속 은신지로 끌고 가 감금한 것입니다. 사건직후 아프가니스탄 경찰은 검문검색을 강화했습니다. <녹취> 아프가니스탄 경찰관 : "탈레반의 외국인 납치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검문을 강화했습니다. 의심 가는 사람은 조사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배형규 목사의 시신이 이 고속도로 근처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지역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영향력은 제한돼있고 간선도로만 벗어나면 탈레반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탈레반이 광범위한 정보망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경찰의 움직임을 손바닥처럼 파악하고 있는 것도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역만리 불모의 땅. 인질들은 서너 명씩 나눠진 채 사막과 산간 마을로 끌려 다니며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음식과 의약품 부족, 불볕더위는 심신을 극도로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유례가 없는 대규모 인질사건이 장기화되자 정부도 총력외교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녹취> 노무현(대통령 담화/7월 21일) : "어떤 일이 있어도 고귀한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조속한 석방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해서 노력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사건 직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협상 가능성까지 내비쳤는데도 1명이 무참히 살해되자 정부는 강도 높은 규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백종천(청와대 안보실장/7월 26일) : "무고한 민간인들을 납치하고 인명을 해치기까지 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우리 국민들을 즉각 돌려보낼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합니다." 백종천 실장은 이어 대통령 특사로 아프가니스탄을 찾아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을 잇따라 만났습니다. 남은 인질 22명의 안전과 무사귀환이 한국정부의 최대목표임을 강조하면서 아프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역할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탈레반이 요구하는 탈레반 수감자와 한국인 인질의 맞교환에 공식적으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녹취> 압둘라 칼리드(아프가니스탄 내무차관) :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헌법과 국익에 위배되는 협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정부 역시 인질의 숫자가 너무 많은데다 한국 정부의 인도적인 요구를 전면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개적인 외교활동과 물밑협상이 함께 진행되면서 단계적인 석방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사건의 더 큰 파장은 우리사회 내부의 논란이었습니다. 사건 직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마다 수천 개의 찬반 댓글이 붙는 드문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많은 인질이 억류된데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정부가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위험지역을 무리하게 가서 문제를 일으켜야 했느냐는 비판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녹취> 차성민(피랍자 가족대표/7월 21일) :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군의 철각 철군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처음에는 한국군의 즉각 철군을 요구했던 가족과 파견 교회 측도 사회 분위기에 결국 사과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박은조(샘물교회 목사/7월 26일) : "국민들과 많은 사람들의 염려를 끼치게 된데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절대로 공격적 선교를 하려는 게 아니고 의료사역이나 학교를 만들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순수한 봉사냐 무모한 선교냐’하는 논쟁은 모두 한 측면만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에서는 단체의 이름만 단기선교팀이었지 전체 열흘의 활동기간에서 이동시간을 제외하면 선교활동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고 변호합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다하더라도 그것은 순수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선교를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레반의 위협이 위협에 그치지 않고 희생자가 나오면서 여론은 희생자를 애도하고 남은 22명을 하루라도 빨리 무사히 돌아오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녹취> 김연희(고 배형규 목사 부인/7월 27일) : "한번 만 더 보고 싶어요." 특히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 섞인 호소는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녹취> 김연희(고 배형규 목사 부인/7월 27일) : "이번사태의 희생자는 저의 남편 하나로 족합니다. 더 이상의 희생자는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늘에 있는 저희 남편도 22명의 안전을 바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독교 단체의 분쟁지역 활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계가 각 나라에 파견한 선교사는 173개 나라에 만 6천명, 전 세계에 한국 선교사 없는 나라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면에는 양적 성장주의와 세과시를 위한 경쟁적인 선교활동이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녹취> 송재룡(경희대 교수) : "교회도 마찬가지로 지난 7,80년도에 엄청난 급속한 성장을 봤죠. 그 때 성장을 본 성장의 논리나 기재가 굉장히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성장이었거든요. 근데 아직도 그런 관행이 패턴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또 일부 선교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전통, 정서를 무시하는 독선적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녹취> 배본철(성결대 교수) : "약소국가나 문화가 떨어진 것이라고 해서 힘을 갖고 쳐들어가듯이 선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낮은 모습으로 나가야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계 중진 목회자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교회의 자성과 선교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초보적인 안전교육조차 하지 않은 채 젊은이들을 위험한 장소로 보낸 주최 측의 안이한 자세는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인명피해의 전적인 책임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무고한 외국인을 납치한 탈레반에 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무장조직이 나도 모르는 이유로 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전쟁과 분쟁으로 얽히고설킨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번 사건이 던져주는 또 다른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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