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사교육 전쟁터

입력 2007.07.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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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주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일제히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모처럼 맞은 방학 동안에 평소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가족들과 여행도 하며 휴식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서울로 원정 유학에 오르기도 하며 입시 공부와 선행학습 등 사교육에만 얽매여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방학을 잊은 학생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대치동의 한 수학 학원. 저녁이 늦은 시각이지만 학원 강의는 쉴 줄 모르고 계속됩니다. 창원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박용희 군도 서울 학생들과 함께 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지방에서도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기 위해 큰마음 먹고 서울행을 택한 것입니다. 아직 타지 생활이 낯선 아들을 데리러 오는 일은 아버지의 중요한 일과 가운데 하납니다.

<녹취> 박석정(아버지) : “왜냐하면 지금 지리를 모르니까 이쪽으로 제가 데리러 오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머무는 곳은 학원 근처의 조그마한 고시원. 그나마도 어렵게 구한 방입니다.

<녹취> 박석정(아버지) : “방학 동안엔 방이 없대요. 원룸도 없고 고시원도 없고 이 근처를 이 잡듯이 하루 종일 돌았어요. 그것도 미리 한 달 전에 올라와서 미리 예약을 해 놓고….”

학원도 직접 발품을 팔아 설명회를 찾아다니며 정보를 구한 뒤 아들이 필요로 하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녹취> 박석정(아버지) : “제가 먼저 6개월 전부터 제가 먼저 공부를 했죠. 전체적인 분위기를. 특목고 입시 설명회, 합동 설명회 등등 몇 군데 다녔죠. 다니면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찾다보니 여기 대치동이 우리 목적에 맞는.”

여름방학 시작된 이후 일주일 정도 함께 살고 있지만 공부 때문에 바쁜 아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도 많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짧은 만남의 순간에도 잔소리가 먼저 나오기 마련입니다.

<녹취> 아버지 : “먹는 걸 잘 먹어야 돼. 사람이 공부하려면 체력이야 체력.”

<녹취> 아들 : “배도 별로 안 고픈데…”

<녹취> 아버지 : “안 고파도 여름엔 체력이 안 따라가면 머리가 안 돌아간다니까, 먹어라 먹어 살 안 쪄 인마.”

<녹취> 아들 : “수업시간에 잠을 잘 순 없잖아요.”

그래도 대화의 끝은 항상 힘을 북돋워 주는 격려의 말.

<녹취> 박석정(아버지) : “열심히 해서 뭐 여기 기회잖아. 기회비용을 우리가 갖고 내려가자고. 열심히 하자고.”

아들 용희 군은 집에서 편하게 방학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외국어 고등학교에 가겠다며 이 같은 결심을 했습니다.

<녹취> 박용희(아들) : “제 미래를 위해서 하는 건데 그걸 스트레스 받을 필요까진 없고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열심히 해야죠.”

바로 옆의 강의실에선 용희 군보다 훨씬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방학특강에 몰두합니다. 외고나 민사고 같은 특목고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선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이 지역 학원가의 정설입니다.

<녹취> 초등학교 6학년 : “내신보다는 학교에서 푸는 교과서 문제보단 좀 더 어려운 문제니까 고난도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서 알 수 있죠 수학을.”

<인터뷰> 김훈기(수학학원 원장) : “창의사고력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본적으로 내놓는데 그건 외고 입시라든가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 입시에서 상당히 필요한 과목들이고 또 다른 프로그램들은 학기 중엔 학생들이 선행진도를 못해서 보통 4주 정도 단위로 잘라서 한 학기를 스킵할 수 있도록.”

외국인 강사들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이 영어 전문학원엔 이번 방학 특강을 듣는 학생 10명 가운데 2-3명은 지방에서 원정 유학을 온 경웁니다. 요즘 학생들의 필수 과목이라고 하는 토플이나 텝스는 늘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접해야 하는 만큼 서울 학원들의 정보력이나 문제 개발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게 지방 학생들의 생각입니다.

올해 중 3인 김 모 군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원에서 통학하며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 “(집에서 통학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3시간 정도. 친구들이 더 실력이 있고 선생님들도 좋고 프로그램도 좋고 하니까 제가 더 동기부여를 받게 되는 거 같고요…”

학원 측은 우수한 학생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특화된 수업 내용, 정확한 정보들이 집약된 이 지역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정랑호(영어학원 원장) : “외고에서 특별하게 요구하는 에세이, 난이도가 높은 듣기, 그러한 문제들을 개발하고 실제 그런 문제가 시험에 나오기 때문에 그런 신뢰감을 갖고 학생들이 서울에 와서 공부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들의 눈엔 이러한 사교육 열기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인터뷰> 조셉 어코인(캐나다 출신 영어강사) : “여름방학 때 캐나다 학생들은 공부를 거의 안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평소 때보다 더 많이 공부하는 거 같아요. 아침 7시 반에 학원에 와서 저녁 늦게까지 지나치게 열심히 공부하는 걸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자리 잡은 이 학원은 이른바 기숙형 입시 학원입니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박지솔 양은 이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멀리 경상남도 거제도에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녹취> “(어떤 게 제일 힘들어요?) 밤에 혼자 있는 거요. 동생들이랑 원래 같이 자는데요, 혼자 자는 게 좀 힘들어요… (엄마도 보고 싶겠네요?) 네”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선 이 정도 공부는 필수적이고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지솔(고 2) : “수업 분위기랑 친구들이 공부하는 태도나 선생님이 가르치는 실력을 기대 많이 하고 왔어요.”

충청남도 천안에서 온 임성현 군은 지난 방학 때에 이어 이번 방학에도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인터뷰> 임성현(고 2) : “고 2 때가 마음이 느슨해지는 때라고 했는데 이 때 만약에 집에 있으면 공부도 안 하고 놀기만 할 것 같아서 기숙사 와서 하는데.”

방학 때 쉬지 못한 아쉬움은 이미 버린 지 오랩니다.

<인터뷰> 임성현(고 2) : “이번 한번만 지나면 대학 가서도 놀 수 있는 거고 어차피 고등학교 땐 공부해야 하는 거니까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해야겠죠. 친구들도 같이 하니까 같이 따라서 하는 거죠.”

이 학원의 경우 전체 정원의 40%를 지방학생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형문(입시학원 원장) : “보통 때에 비해서 거의 두 배 내지 세 배 수준으로 학생이 온다고 봐야 되죠. 일찍 마감된 관계로 벌써 개강 2주 전부터 들어오지 못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인근의 홈스테이 시설에서 숙식을 하며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수업과 자습에 참여합니다. 주말엔 제한적인 외출과 체육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며 부모님들의 면회도 허용되지 않는 등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합니다.

<인터뷰> 김자연(고 3) : “집에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할 수 있고 규칙적인 생활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이처럼 방학을 이용해 지방 학생들이 서울로 원정 유학을 오는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지방 학원들은 서울 학원의 유명 강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녹취> 학원 원장 : “학생들이 대거 서울로 올라가면 여름 방학 때 공백이 생길 정도라 훌륭한 강사를 유치하는 편입니다.”

이에 비해 서울 학생들이 외국으로 영어 공부를 위해 떠나는 모습도 역시 쉽게 볼 수 있는 경웁니다.

<녹취> 학부모 : “30명 중에서 4,5명 이상은 되는 것 같고요. 대치동 쪽은 애들이 없어서 수업이 안 된다는 얘기까지 있고 7월 초부터 애들이 가버리니까, 두 달 코스로 가더라고요.”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는 게 새로운 방학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대부분의 학원들은 방학 특강과 외국 연수를 함께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용환(영어학원 대표) : “교육 환경이 가장 중요한데 지방보단 서울이 잘 돼 있고 또 영어를 배우기 위해선 당연히 외국 환경에 가서 공부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

지난 수요일 밤 대치동 학원가 주변. 학원의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가 다가오자 이 일대 도로는 통학 버스와 학생들을 태우러 온 자가용들로 가득합니다.

<녹취> “(밤에 자주 데리러 오세요?) “집이 멀어서 그렇기도 하고 밤이기 때문에 위험해서… (피곤하시겠어요?) 네.”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무릎 꿇은 학부모들의 마음은 괴롭습니다.

<녹취> 학부모 : “진로를 확실하게 정한 건 아니지만 추세를 쫓아가야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애가 조금 힘들어 하지만 엄마가 푸시를 해서 조금 그렇게 하는 상황이고 애는 너무 힘들어 해요.”

하지만 이른바 받아먹기만 하는 사교육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자율성이 떨어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인터뷰> 양정호(교수/성균관대 교육학과) : “학원에서 주로 문제 풀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집중해서 길러지게 되면 이 학생들이 나중에 대학을 와서도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약화돼요. 이미 4,5년 전부터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의 특성을 보면 그런 것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고교생 자녀와 함께 모처럼 여름휴가를 떠난 학부모가 저렇게 큰 애도 여행에 따라 오냐는 면박성 질문을 받아 당황했다는 얘기가 쓴 웃음을 짓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이 천연 기념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교육의 비중이 커져만 감에 따라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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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학은 사교육 전쟁터
    • 입력 2007-07-30 09:30:19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지난주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일제히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모처럼 맞은 방학 동안에 평소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가족들과 여행도 하며 휴식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서울로 원정 유학에 오르기도 하며 입시 공부와 선행학습 등 사교육에만 얽매여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방학을 잊은 학생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대치동의 한 수학 학원. 저녁이 늦은 시각이지만 학원 강의는 쉴 줄 모르고 계속됩니다. 창원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박용희 군도 서울 학생들과 함께 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지방에서도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기 위해 큰마음 먹고 서울행을 택한 것입니다. 아직 타지 생활이 낯선 아들을 데리러 오는 일은 아버지의 중요한 일과 가운데 하납니다. <녹취> 박석정(아버지) : “왜냐하면 지금 지리를 모르니까 이쪽으로 제가 데리러 오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머무는 곳은 학원 근처의 조그마한 고시원. 그나마도 어렵게 구한 방입니다. <녹취> 박석정(아버지) : “방학 동안엔 방이 없대요. 원룸도 없고 고시원도 없고 이 근처를 이 잡듯이 하루 종일 돌았어요. 그것도 미리 한 달 전에 올라와서 미리 예약을 해 놓고….” 학원도 직접 발품을 팔아 설명회를 찾아다니며 정보를 구한 뒤 아들이 필요로 하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녹취> 박석정(아버지) : “제가 먼저 6개월 전부터 제가 먼저 공부를 했죠. 전체적인 분위기를. 특목고 입시 설명회, 합동 설명회 등등 몇 군데 다녔죠. 다니면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찾다보니 여기 대치동이 우리 목적에 맞는.” 여름방학 시작된 이후 일주일 정도 함께 살고 있지만 공부 때문에 바쁜 아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도 많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짧은 만남의 순간에도 잔소리가 먼저 나오기 마련입니다. <녹취> 아버지 : “먹는 걸 잘 먹어야 돼. 사람이 공부하려면 체력이야 체력.” <녹취> 아들 : “배도 별로 안 고픈데…” <녹취> 아버지 : “안 고파도 여름엔 체력이 안 따라가면 머리가 안 돌아간다니까, 먹어라 먹어 살 안 쪄 인마.” <녹취> 아들 : “수업시간에 잠을 잘 순 없잖아요.” 그래도 대화의 끝은 항상 힘을 북돋워 주는 격려의 말. <녹취> 박석정(아버지) : “열심히 해서 뭐 여기 기회잖아. 기회비용을 우리가 갖고 내려가자고. 열심히 하자고.” 아들 용희 군은 집에서 편하게 방학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외국어 고등학교에 가겠다며 이 같은 결심을 했습니다. <녹취> 박용희(아들) : “제 미래를 위해서 하는 건데 그걸 스트레스 받을 필요까진 없고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열심히 해야죠.” 바로 옆의 강의실에선 용희 군보다 훨씬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방학특강에 몰두합니다. 외고나 민사고 같은 특목고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선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이 지역 학원가의 정설입니다. <녹취> 초등학교 6학년 : “내신보다는 학교에서 푸는 교과서 문제보단 좀 더 어려운 문제니까 고난도 문제를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서 알 수 있죠 수학을.” <인터뷰> 김훈기(수학학원 원장) : “창의사고력에 대한 프로그램을 기본적으로 내놓는데 그건 외고 입시라든가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 입시에서 상당히 필요한 과목들이고 또 다른 프로그램들은 학기 중엔 학생들이 선행진도를 못해서 보통 4주 정도 단위로 잘라서 한 학기를 스킵할 수 있도록.” 외국인 강사들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이 영어 전문학원엔 이번 방학 특강을 듣는 학생 10명 가운데 2-3명은 지방에서 원정 유학을 온 경웁니다. 요즘 학생들의 필수 과목이라고 하는 토플이나 텝스는 늘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접해야 하는 만큼 서울 학원들의 정보력이나 문제 개발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게 지방 학생들의 생각입니다. 올해 중 3인 김 모 군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원에서 통학하며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 “(집에서 통학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3시간 정도. 친구들이 더 실력이 있고 선생님들도 좋고 프로그램도 좋고 하니까 제가 더 동기부여를 받게 되는 거 같고요…” 학원 측은 우수한 학생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특화된 수업 내용, 정확한 정보들이 집약된 이 지역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정랑호(영어학원 원장) : “외고에서 특별하게 요구하는 에세이, 난이도가 높은 듣기, 그러한 문제들을 개발하고 실제 그런 문제가 시험에 나오기 때문에 그런 신뢰감을 갖고 학생들이 서울에 와서 공부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들의 눈엔 이러한 사교육 열기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인터뷰> 조셉 어코인(캐나다 출신 영어강사) : “여름방학 때 캐나다 학생들은 공부를 거의 안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평소 때보다 더 많이 공부하는 거 같아요. 아침 7시 반에 학원에 와서 저녁 늦게까지 지나치게 열심히 공부하는 걸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자리 잡은 이 학원은 이른바 기숙형 입시 학원입니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박지솔 양은 이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멀리 경상남도 거제도에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녹취> “(어떤 게 제일 힘들어요?) 밤에 혼자 있는 거요. 동생들이랑 원래 같이 자는데요, 혼자 자는 게 좀 힘들어요… (엄마도 보고 싶겠네요?) 네”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선 이 정도 공부는 필수적이고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지솔(고 2) : “수업 분위기랑 친구들이 공부하는 태도나 선생님이 가르치는 실력을 기대 많이 하고 왔어요.” 충청남도 천안에서 온 임성현 군은 지난 방학 때에 이어 이번 방학에도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인터뷰> 임성현(고 2) : “고 2 때가 마음이 느슨해지는 때라고 했는데 이 때 만약에 집에 있으면 공부도 안 하고 놀기만 할 것 같아서 기숙사 와서 하는데.” 방학 때 쉬지 못한 아쉬움은 이미 버린 지 오랩니다. <인터뷰> 임성현(고 2) : “이번 한번만 지나면 대학 가서도 놀 수 있는 거고 어차피 고등학교 땐 공부해야 하는 거니까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해야겠죠. 친구들도 같이 하니까 같이 따라서 하는 거죠.” 이 학원의 경우 전체 정원의 40%를 지방학생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형문(입시학원 원장) : “보통 때에 비해서 거의 두 배 내지 세 배 수준으로 학생이 온다고 봐야 되죠. 일찍 마감된 관계로 벌써 개강 2주 전부터 들어오지 못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인근의 홈스테이 시설에서 숙식을 하며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수업과 자습에 참여합니다. 주말엔 제한적인 외출과 체육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며 부모님들의 면회도 허용되지 않는 등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합니다. <인터뷰> 김자연(고 3) : “집에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할 수 있고 규칙적인 생활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이처럼 방학을 이용해 지방 학생들이 서울로 원정 유학을 오는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지방 학원들은 서울 학원의 유명 강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녹취> 학원 원장 : “학생들이 대거 서울로 올라가면 여름 방학 때 공백이 생길 정도라 훌륭한 강사를 유치하는 편입니다.” 이에 비해 서울 학생들이 외국으로 영어 공부를 위해 떠나는 모습도 역시 쉽게 볼 수 있는 경웁니다. <녹취> 학부모 : “30명 중에서 4,5명 이상은 되는 것 같고요. 대치동 쪽은 애들이 없어서 수업이 안 된다는 얘기까지 있고 7월 초부터 애들이 가버리니까, 두 달 코스로 가더라고요.”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는 게 새로운 방학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대부분의 학원들은 방학 특강과 외국 연수를 함께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용환(영어학원 대표) : “교육 환경이 가장 중요한데 지방보단 서울이 잘 돼 있고 또 영어를 배우기 위해선 당연히 외국 환경에 가서 공부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 지난 수요일 밤 대치동 학원가 주변. 학원의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가 다가오자 이 일대 도로는 통학 버스와 학생들을 태우러 온 자가용들로 가득합니다. <녹취> “(밤에 자주 데리러 오세요?) “집이 멀어서 그렇기도 하고 밤이기 때문에 위험해서… (피곤하시겠어요?) 네.”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무릎 꿇은 학부모들의 마음은 괴롭습니다. <녹취> 학부모 : “진로를 확실하게 정한 건 아니지만 추세를 쫓아가야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애가 조금 힘들어 하지만 엄마가 푸시를 해서 조금 그렇게 하는 상황이고 애는 너무 힘들어 해요.” 하지만 이른바 받아먹기만 하는 사교육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자율성이 떨어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인터뷰> 양정호(교수/성균관대 교육학과) : “학원에서 주로 문제 풀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집중해서 길러지게 되면 이 학생들이 나중에 대학을 와서도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약화돼요. 이미 4,5년 전부터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의 특성을 보면 그런 것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고교생 자녀와 함께 모처럼 여름휴가를 떠난 학부모가 저렇게 큰 애도 여행에 따라 오냐는 면박성 질문을 받아 당황했다는 얘기가 쓴 웃음을 짓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이 천연 기념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교육의 비중이 커져만 감에 따라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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