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이민자들의 천국

입력 2008.01.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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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경기도 이천 화재 참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나라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다인종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만 이런 변화를 수용하는 정책이나 인식은 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이민자들이 차별과 편견 없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스웨덴, 실제로 EU 유럽연합의 조사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은 이 스웨덴의 이민자 수용 정책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범 사례라고 하겠는데요.

'이민자들의 천국', 스웨덴을 이근우 순회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많은 작은 섬과 섬을 이어 도시가 된 스톡홀름, 천2백 년대의 고풍스런 모습이 그대로 간직돼 있습니다. 과거의 바이킹 선조들이 바닷길을 열면서 다른 지역의 문화를 경험했다면 지금의 스웨덴인들은 일상 속에서 타문화를 껴안습니다.

<인터뷰> 리네아 틸란드 : "제가 볼 때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국적이나 피부색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인터뷰> 마리아 힌두름 : "출신 국가나 그런 것은 상관없고 사람은 결국 인격이나 개성으로 판단돼야죠."

스톡홀름의 중앙역 광장, 저마다 어디론가 향하는 분주한 발길들, 지금의 스웨덴을 지탱하는 한 축은 이민자들입니다. 스웨덴 인구 9백만 명 가운데 백만 명 이상이 이민자 출신, 2세까지 포함하면 인구의 2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스웨덴 땅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이민자들은 자신이 다른 인종이라든가 다른 나라 출신이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이민자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스웨덴의 가치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등한 자격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오붓한 저녁 담소를 나누고 있는 카디르씨 가족, 초로의 카디르씨 부부는 젊었을 때는 쿠르드의 독립을 꿈꾸던 게릴라 전사였습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고향 땅을 초토화 시켰을 때 쿠르드인 5만 명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 준 나라가 바로 스웨덴입니다. 난민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로냐는 스웨덴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이 됐습니다.

<인터뷰> 로냐(카디르씨 딸) : "여기서 태어나 자란 저는 어디까지나 로냐라는 이름의 개체죠. 주위 사람들이 제 부모가 쿠르드인임을 알고 있지만 저를 스웨덴인으로 동등하게 대해줘요."

카디르 씨는 지역의 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지위에까지 올랐습니다. 이민자 출신이어도 공직 진출에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카디르(쿠르드 난민) : "쿠르디스탄은 저의 고국이고 지금 제 나라는 스웨덴입니다. 아이들도 여기 있고 스웨덴식의 사고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국의 교육 제도를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이민자들이 처음 찾는 곳은 지자체마다 있는 어학 학교, 유럽 내 다른 국가는 물론 중동, 동아시아 등 모든 나라 출신이 스웨덴어를 배우면서 스웨덴 공동체의 일원이 됩니다. 루마니아에서 온 엘라 양은 언어 과정을 마친 후 의료 분야에서 꿈을 펼치고 싶어 합니다.

<인터뷰> 엘라(루마니아 출신 이민자) : "스웨덴은 아주 좋은 나라같아요. 제게는 많은 기회가 있으니까요. 저의 가족을 위해서도 새로운 기회가 많이 있는 좋은 나라죠."

이민자들에게는 모두 무상으로 언어와 직업 교육이 제공됩니다.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은 스웨덴은 이민자들이 사회에 제대로 진출해 노동의 한 축을 맡아 주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 부 헌스트룀(교장) : "교육 내용에는 단지 스웨덴 언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웨덴 사회에 대해서도 가르치는 데 예를 들어 역사를 통해 스웨덴 사회와 문화도 이해하도록 합니다."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생계에 지장을 받지 않고 학습에 전념하도록 보조금을 지원받습니다. 혜택이 많다 보니 때로는 부작용이 생길 정도입니다.

<인터뷰> 레나 도브스탐(교사) : "출신이 아주 다양해요, 그리고 어떤 이들은 열심히 공부하지만 어떤 이들은 교육 기간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만 받고 공부는 덜 열심히 하는 경우도 있죠."

스웨덴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란 출신의 이민자 다니엘씨, 한 때는 먼저 온 형이 스웨덴 정보 당국에 의해 테러범으로 의심받는 것을 보고 회의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의심이 피부색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오해는 금방 풀렸습니다. 이제 다니엘씨는 고급 양탄자의 고유 색상을 복원하는 친환경 세정 기술로, 이 분야에서 EU로부터 독보적인 친환경 인증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다니엘(이란 출신 이민자) : "여기 와서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고국에 있을 때 오히려 더 어려웠기 때문에 여기 와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은 조금씩 다르겠지만요."

스웨덴에서는 같은 민족 출신끼리 모여 사는 것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흔히 세계 어디를 가도 '차이나 타운'이 있겠거니 생각하지만 스웨덴은 예외입니다. 이민자라는 꼬리표 없이 모두가 같은 스웨덴인으로 대우를 받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럽 연합 EU의 조사 결과로도 이민자들에게 가장 관용적인 나라로 스웨덴이 꼽혔습니다. 인종 차별 금지법, 국적 취득, 노동 시장 개방, 그리고 정치 참여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연구진은 스웨덴 사회의 관용성을 이렇게 압축해 설명합니다.

<인터뷰> 비르기카 오른브란드(스톡홀름대 국제이민 연구센터 교수) : "스웨덴은 인종이라는 뜻의 'race'라는 말 자체가 사용되지 않습니다. 문화적 개념에서의 민족으로 파악하는 것이죠, 그럴 정도로 인종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스웨덴은 이제 또다시 조화 속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치열한 국제 경쟁을 헤쳐나가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해외 고급 인력의 대거 유치를 주요 전략 과제로 삼은 것입니다.

2천 6년 9월 총선으로 스웨덴에서는 사민당이 실각하고 보수당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이민 정책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습니다. 이민자들에게 배타적인 다른 유럽 국가의 우파 정당들과 달리 오히려 이민자들을 더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스웨덴 보수당 정부의 공약입니다.

<인터뷰> 토비야스 빌스트룀(스웨덴 이민부 장관) : "외국 인력을 더 유치하기 위해 법령도 더 개선할 것입니다. 국제 경쟁 시대에서 노령 인구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을 많이 받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혜택을 더 줘서 스웨덴이 매력적이라는 인상을 계속 심어줘야 합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면 편견이 생기고 집단적 갈등으로 폭발하기도 하는 것이 다인종 사회가 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젭니다. 그럼에도, 적어도 공론의 장에서는 '이민자 출신'이라는 말이 금기시돼 있는 곳이 바로 스웨덴입니다. 그러기에 그 관용의 땅에 뿌리를 내려온 이민자들은 오늘날 풍요로운 스웨덴을 이끌어 가는 저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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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 이민자들의 천국
    • 입력 2008-01-13 08:21:4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최근 경기도 이천 화재 참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나라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으로 다인종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만 이런 변화를 수용하는 정책이나 인식은 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이민자들이 차별과 편견 없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스웨덴, 실제로 EU 유럽연합의 조사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은 이 스웨덴의 이민자 수용 정책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범 사례라고 하겠는데요. '이민자들의 천국', 스웨덴을 이근우 순회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수많은 작은 섬과 섬을 이어 도시가 된 스톡홀름, 천2백 년대의 고풍스런 모습이 그대로 간직돼 있습니다. 과거의 바이킹 선조들이 바닷길을 열면서 다른 지역의 문화를 경험했다면 지금의 스웨덴인들은 일상 속에서 타문화를 껴안습니다. <인터뷰> 리네아 틸란드 : "제가 볼 때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국적이나 피부색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인터뷰> 마리아 힌두름 : "출신 국가나 그런 것은 상관없고 사람은 결국 인격이나 개성으로 판단돼야죠." 스톡홀름의 중앙역 광장, 저마다 어디론가 향하는 분주한 발길들, 지금의 스웨덴을 지탱하는 한 축은 이민자들입니다. 스웨덴 인구 9백만 명 가운데 백만 명 이상이 이민자 출신, 2세까지 포함하면 인구의 2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스웨덴 땅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이민자들은 자신이 다른 인종이라든가 다른 나라 출신이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이민자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스웨덴의 가치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등한 자격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오붓한 저녁 담소를 나누고 있는 카디르씨 가족, 초로의 카디르씨 부부는 젊었을 때는 쿠르드의 독립을 꿈꾸던 게릴라 전사였습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고향 땅을 초토화 시켰을 때 쿠르드인 5만 명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 준 나라가 바로 스웨덴입니다. 난민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로냐는 스웨덴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이 됐습니다. <인터뷰> 로냐(카디르씨 딸) : "여기서 태어나 자란 저는 어디까지나 로냐라는 이름의 개체죠. 주위 사람들이 제 부모가 쿠르드인임을 알고 있지만 저를 스웨덴인으로 동등하게 대해줘요." 카디르 씨는 지역의 교육 정책을 입안하는 지위에까지 올랐습니다. 이민자 출신이어도 공직 진출에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카디르(쿠르드 난민) : "쿠르디스탄은 저의 고국이고 지금 제 나라는 스웨덴입니다. 아이들도 여기 있고 스웨덴식의 사고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국의 교육 제도를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이민자들이 처음 찾는 곳은 지자체마다 있는 어학 학교, 유럽 내 다른 국가는 물론 중동, 동아시아 등 모든 나라 출신이 스웨덴어를 배우면서 스웨덴 공동체의 일원이 됩니다. 루마니아에서 온 엘라 양은 언어 과정을 마친 후 의료 분야에서 꿈을 펼치고 싶어 합니다. <인터뷰> 엘라(루마니아 출신 이민자) : "스웨덴은 아주 좋은 나라같아요. 제게는 많은 기회가 있으니까요. 저의 가족을 위해서도 새로운 기회가 많이 있는 좋은 나라죠." 이민자들에게는 모두 무상으로 언어와 직업 교육이 제공됩니다.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은 스웨덴은 이민자들이 사회에 제대로 진출해 노동의 한 축을 맡아 주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 부 헌스트룀(교장) : "교육 내용에는 단지 스웨덴 언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웨덴 사회에 대해서도 가르치는 데 예를 들어 역사를 통해 스웨덴 사회와 문화도 이해하도록 합니다."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생계에 지장을 받지 않고 학습에 전념하도록 보조금을 지원받습니다. 혜택이 많다 보니 때로는 부작용이 생길 정도입니다. <인터뷰> 레나 도브스탐(교사) : "출신이 아주 다양해요, 그리고 어떤 이들은 열심히 공부하지만 어떤 이들은 교육 기간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만 받고 공부는 덜 열심히 하는 경우도 있죠." 스웨덴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란 출신의 이민자 다니엘씨, 한 때는 먼저 온 형이 스웨덴 정보 당국에 의해 테러범으로 의심받는 것을 보고 회의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의심이 피부색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오해는 금방 풀렸습니다. 이제 다니엘씨는 고급 양탄자의 고유 색상을 복원하는 친환경 세정 기술로, 이 분야에서 EU로부터 독보적인 친환경 인증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다니엘(이란 출신 이민자) : "여기 와서 차별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고국에 있을 때 오히려 더 어려웠기 때문에 여기 와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은 조금씩 다르겠지만요." 스웨덴에서는 같은 민족 출신끼리 모여 사는 것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흔히 세계 어디를 가도 '차이나 타운'이 있겠거니 생각하지만 스웨덴은 예외입니다. 이민자라는 꼬리표 없이 모두가 같은 스웨덴인으로 대우를 받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럽 연합 EU의 조사 결과로도 이민자들에게 가장 관용적인 나라로 스웨덴이 꼽혔습니다. 인종 차별 금지법, 국적 취득, 노동 시장 개방, 그리고 정치 참여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연구진은 스웨덴 사회의 관용성을 이렇게 압축해 설명합니다. <인터뷰> 비르기카 오른브란드(스톡홀름대 국제이민 연구센터 교수) : "스웨덴은 인종이라는 뜻의 'race'라는 말 자체가 사용되지 않습니다. 문화적 개념에서의 민족으로 파악하는 것이죠, 그럴 정도로 인종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스웨덴은 이제 또다시 조화 속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치열한 국제 경쟁을 헤쳐나가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해외 고급 인력의 대거 유치를 주요 전략 과제로 삼은 것입니다. 2천 6년 9월 총선으로 스웨덴에서는 사민당이 실각하고 보수당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이민 정책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습니다. 이민자들에게 배타적인 다른 유럽 국가의 우파 정당들과 달리 오히려 이민자들을 더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스웨덴 보수당 정부의 공약입니다. <인터뷰> 토비야스 빌스트룀(스웨덴 이민부 장관) : "외국 인력을 더 유치하기 위해 법령도 더 개선할 것입니다. 국제 경쟁 시대에서 노령 인구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을 많이 받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혜택을 더 줘서 스웨덴이 매력적이라는 인상을 계속 심어줘야 합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면 편견이 생기고 집단적 갈등으로 폭발하기도 하는 것이 다인종 사회가 안고 있는 보편적인 문젭니다. 그럼에도, 적어도 공론의 장에서는 '이민자 출신'이라는 말이 금기시돼 있는 곳이 바로 스웨덴입니다. 그러기에 그 관용의 땅에 뿌리를 내려온 이민자들은 오늘날 풍요로운 스웨덴을 이끌어 가는 저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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