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손찐빵vs기계찐빵’ 안흥의 찐빵싸움

입력 2010.12.09 (09:1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어제 서울에도 함박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눈내리고 찬바람 부는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것이 있죠?



바로 김이 모락모락나는 찐빵인데요, 뭐니뭐니해도 뜨거운 찐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그 맛을 빼놓을 순 없겠죠.



그런데 이민우 기자, 찐빵으로 유명한 산골마을에서 찐빵업주들 간에 다툼이 있었다고요?



<리포트>



강원도 횡성의 안흥찐빵 얘깁니다.



안흥은 몰라도 안흥찐빵은 안다고 하죠. 그만큼 명성이 자자한데, 그런데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가게가 기계를 들여놓은 거죠.



손으로 빚어야 안흥찐빵이지 기계가 왠 말이냐.



아니다, 보다 위생적으로 만들려면 기계를 써야한다.



이 다툼에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찐빵 축제까지 취소됐습니다.



정 말 걱정인 건, 다 찐빵 맛까지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점이죠.



지난 70년대, 강원도를 오가는 버스의 중간경유지였던 안흥마을.



버스가 잠시 쉬어가는 동안 마을주민들은 간단한 요깃거리를 할 수 있는 찐빵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인터뷰> 임재천(00찐빵 가게 직원):"밀가루에다가 붓는 물을 막걸리를 넣고, 아랫목에 파묻어놨다가 만들어서 했어요. 옛날에는 불 때고 했죠. 가마솥에다가...’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 찐빵 맛. 40여년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안흥찐빵’은 찐빵의 대명사로 사랑받고 있는데요.



<인터뷰> 이대흥(충북 청주시) :“집은 청주에요. 어머니 계신 데가 평창이라 갈 때마다 (안흥찐빵 사러) 들르는 거예요.”



<인터뷰> 조충미(서울시 강서구):“여행가는 길에 일부러 들러서 (안흥찐빵) 사가는 거예요.”



그런데, 오순도순 찐빵을 만들어 팔던 이 산골 마을에서 찐빵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넘게 찐빵장사를 해 온 업소는 모두 19곳. 



이 가운데 3곳이 몇 년 전부터 찐빵 기계를 들여놓은 겁니다.



<인터뷰> 김재길(안흥찐빵마을 협의회 회장): “손으로 빚는 찐빵과 국산 팥을 고집하고 있는 우리 안흥찐빵의 명성을 기계업소들은 안흥에서 나가는 찐빵이다라고 해서 저희들 손찐빵에 편승해서 팔고 있기 때문에...”



 갈등은 안흥찐빵 브랜드의 법적 보호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업주들이 안흥찐빵마을 협의회를 만들어 법적신청을 했는데, 손찐빵 업주들이 기계찐빵 업주들을 명단에서 제명시켜 버린 것입니다.



<인터뷰> 박중신(기계찐빵업주):"‘지리적 단체 표시제’라는 건 지리에 단체가 내는 그냥 상표에요. 특허가 아니란 말이에요. 이거는. 이렇게 성형기계로 만들었다고 해서 (기계찐빵 업체를) 빼잖아요? 빼면 취하 사유가 되요."



기계찐빵업주들은 자기들도 안흥찐빵을 만들고 있는데 왜 우리만 쏙 빼냐며, 특허청에 ‘지리적표시제 취소 심판청구’를 한 상태인데요, 손찐빵 업주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자고로 손으로 빚어야 진정한 ‘안흥찐빵’이라는 거죠.



<인터뷰> 이경숙(손찐빵 업주/시어머니부터 2대째 찐빵장사):“안흥찐빵이라고 하면 손맛이거든요? 어머니의 손맛. 그러니까 기계로 하는 건 시중에서도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는 그런 찐빵이잖아요. 호빵정도.라든가...”



시어머니의 대를 이어 30여 년 째 손찐빵을 만들고 있는 이경숙씨.



시대가 바뀌어도 전해져오는 옛날 방법을 지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숙(손찐빵 업주/시어머니부터 2대째 찐빵장사):“방식 그대로 막걸리 사용하면서 (반죽) 하는데, 요즘은 이제 가스불만 조금 현대화 됐다고 봐야죠.”



하지만 기계찐빵이 나오면서 손찐빵업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인터뷰> 정연택(손찐빵 업주/시어머니부터 2대째 찐빵 장사):“속상하죠. 안흥에는 옛날부터 손으로 만들어서 내려오는 찐빵을... 기계로 만든다는 그 이미지가 아마 우리들까지 (영향이) 올까봐 그게 두렵죠.”



기계찐빵 업주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안흥찐빵의 전통방식을 논할 거라면, 손으로 빚기만 할 게 아니라 전 과정을 옛날 방식대로 하라는 겁니다.



<인터뷰> 박중신(기계찐빵 업주):“(손찐빵을) 지금 가스불로 하죠. 장작은 떼고 한 적이 없어요. (전통방식대로) 방에다 일부분 놓고, 반죽도 이불 덮어놓고 부글부글 끓게 하고,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들어가야지.”



오히려 안흥찐빵이 해외에 수출까지 되는 시대인만큼 보다 규격화 되고 위생적인 생산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인터뷰> 박중신(기계찐빵 업주):“이건 식품제조업이기 때문에 불특정다수가 먹는 거란 말이에요. 전 국민이 먹는 거고, 뭐 수출도 나가서 먹고. (손찐빵 업체들도) 위생적인 설비를 하라 이거에요. 이제 제조업을. 그 전같이 주먹구구식으로는 이제 안 된다는 거죠.”



찐빵 싸움은 찐빵 속 ‘팥’싸움으로 까지 번졌습니다. 



지난 3월 기계찐빵 2개 업소에서 중국산 팥을 국내산으로 유통시켜, 안흥찐빵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재길(안흥찐빵마을 협의회 회장):“‘안흥찐빵도 수입 팥을 쓴다’ 이렇게 보도가 됨으로써, 저희들 (손찐빵 업소들) 매출액이 약 2, 30%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기계찐빵업소는 원산지표시를 제대로 하면 될 뿐, 수입 팥인지 여부가 찐빵의 본질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박중신(기계찐빵 업주):“지금 우리가 수입산 안 먹는 게 뭐 있어요. 소비자가 판단해서 하는 거지...”



손찐빵과 기계찐빵 업주간의 치열한 갈등, 결국 지난 10월 예정이던 찐빵축제까지 취소됐는데요.



그렇다면, 손찐빵과 기계찐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손찐빵은 손으로 빚어내는 만큼 모양도 울퉁불퉁하고, 양도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인터뷰> 김재길(안흥찐빵마을협의회 회장): “(손찐빵) 저희 포장상자를 보시면요, 손으로 빚는 찐빵의 캐릭터가 나와있습니다. 저희들이 공통적으로 그 박스를 쓰기 때문에 구분하시면 (됩니다.)”



반면 기계로 딱딱 만들어내는 기계찐빵은 동글동글 똑같은 모양에 크기도 일정한데요.



<인터뷰> 박중신(기계찐빵 업주) “(제품의) 정확한 수치와 나오는 게 위생적으로 생산된다는 거죠. 위생적인 생산.”



수 십년동안 산골 마을을 먹여 살렸던 안흥찐빵.넉넉한 인심이 배어있던 이 찐빵의 명성이 주민들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점점 훼손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손찐빵vs기계찐빵’ 안흥의 찐빵싸움
    • 입력 2010-12-09 09:11:32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어제 서울에도 함박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눈내리고 찬바람 부는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것이 있죠?

바로 김이 모락모락나는 찐빵인데요, 뭐니뭐니해도 뜨거운 찐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그 맛을 빼놓을 순 없겠죠.

그런데 이민우 기자, 찐빵으로 유명한 산골마을에서 찐빵업주들 간에 다툼이 있었다고요?

<리포트>

강원도 횡성의 안흥찐빵 얘깁니다.

안흥은 몰라도 안흥찐빵은 안다고 하죠. 그만큼 명성이 자자한데, 그런데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일부 가게가 기계를 들여놓은 거죠.

손으로 빚어야 안흥찐빵이지 기계가 왠 말이냐.

아니다, 보다 위생적으로 만들려면 기계를 써야한다.

이 다툼에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찐빵 축제까지 취소됐습니다.

정 말 걱정인 건, 다 찐빵 맛까지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점이죠.

지난 70년대, 강원도를 오가는 버스의 중간경유지였던 안흥마을.

버스가 잠시 쉬어가는 동안 마을주민들은 간단한 요깃거리를 할 수 있는 찐빵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인터뷰> 임재천(00찐빵 가게 직원):"밀가루에다가 붓는 물을 막걸리를 넣고, 아랫목에 파묻어놨다가 만들어서 했어요. 옛날에는 불 때고 했죠. 가마솥에다가...’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 찐빵 맛. 40여년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안흥찐빵’은 찐빵의 대명사로 사랑받고 있는데요.

<인터뷰> 이대흥(충북 청주시) :“집은 청주에요. 어머니 계신 데가 평창이라 갈 때마다 (안흥찐빵 사러) 들르는 거예요.”

<인터뷰> 조충미(서울시 강서구):“여행가는 길에 일부러 들러서 (안흥찐빵) 사가는 거예요.”

그런데, 오순도순 찐빵을 만들어 팔던 이 산골 마을에서 찐빵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넘게 찐빵장사를 해 온 업소는 모두 19곳. 

이 가운데 3곳이 몇 년 전부터 찐빵 기계를 들여놓은 겁니다.

<인터뷰> 김재길(안흥찐빵마을 협의회 회장): “손으로 빚는 찐빵과 국산 팥을 고집하고 있는 우리 안흥찐빵의 명성을 기계업소들은 안흥에서 나가는 찐빵이다라고 해서 저희들 손찐빵에 편승해서 팔고 있기 때문에...”

 갈등은 안흥찐빵 브랜드의 법적 보호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업주들이 안흥찐빵마을 협의회를 만들어 법적신청을 했는데, 손찐빵 업주들이 기계찐빵 업주들을 명단에서 제명시켜 버린 것입니다.

<인터뷰> 박중신(기계찐빵업주):"‘지리적 단체 표시제’라는 건 지리에 단체가 내는 그냥 상표에요. 특허가 아니란 말이에요. 이거는. 이렇게 성형기계로 만들었다고 해서 (기계찐빵 업체를) 빼잖아요? 빼면 취하 사유가 되요."

기계찐빵업주들은 자기들도 안흥찐빵을 만들고 있는데 왜 우리만 쏙 빼냐며, 특허청에 ‘지리적표시제 취소 심판청구’를 한 상태인데요, 손찐빵 업주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자고로 손으로 빚어야 진정한 ‘안흥찐빵’이라는 거죠.

<인터뷰> 이경숙(손찐빵 업주/시어머니부터 2대째 찐빵장사):“안흥찐빵이라고 하면 손맛이거든요? 어머니의 손맛. 그러니까 기계로 하는 건 시중에서도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는 그런 찐빵이잖아요. 호빵정도.라든가...”

시어머니의 대를 이어 30여 년 째 손찐빵을 만들고 있는 이경숙씨.

시대가 바뀌어도 전해져오는 옛날 방법을 지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숙(손찐빵 업주/시어머니부터 2대째 찐빵장사):“방식 그대로 막걸리 사용하면서 (반죽) 하는데, 요즘은 이제 가스불만 조금 현대화 됐다고 봐야죠.”

하지만 기계찐빵이 나오면서 손찐빵업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인터뷰> 정연택(손찐빵 업주/시어머니부터 2대째 찐빵 장사):“속상하죠. 안흥에는 옛날부터 손으로 만들어서 내려오는 찐빵을... 기계로 만든다는 그 이미지가 아마 우리들까지 (영향이) 올까봐 그게 두렵죠.”

기계찐빵 업주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안흥찐빵의 전통방식을 논할 거라면, 손으로 빚기만 할 게 아니라 전 과정을 옛날 방식대로 하라는 겁니다.

<인터뷰> 박중신(기계찐빵 업주):“(손찐빵을) 지금 가스불로 하죠. 장작은 떼고 한 적이 없어요. (전통방식대로) 방에다 일부분 놓고, 반죽도 이불 덮어놓고 부글부글 끓게 하고,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들어가야지.”

오히려 안흥찐빵이 해외에 수출까지 되는 시대인만큼 보다 규격화 되고 위생적인 생산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인터뷰> 박중신(기계찐빵 업주):“이건 식품제조업이기 때문에 불특정다수가 먹는 거란 말이에요. 전 국민이 먹는 거고, 뭐 수출도 나가서 먹고. (손찐빵 업체들도) 위생적인 설비를 하라 이거에요. 이제 제조업을. 그 전같이 주먹구구식으로는 이제 안 된다는 거죠.”

찐빵 싸움은 찐빵 속 ‘팥’싸움으로 까지 번졌습니다. 

지난 3월 기계찐빵 2개 업소에서 중국산 팥을 국내산으로 유통시켜, 안흥찐빵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재길(안흥찐빵마을 협의회 회장):“‘안흥찐빵도 수입 팥을 쓴다’ 이렇게 보도가 됨으로써, 저희들 (손찐빵 업소들) 매출액이 약 2, 30%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기계찐빵업소는 원산지표시를 제대로 하면 될 뿐, 수입 팥인지 여부가 찐빵의 본질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박중신(기계찐빵 업주):“지금 우리가 수입산 안 먹는 게 뭐 있어요. 소비자가 판단해서 하는 거지...”

손찐빵과 기계찐빵 업주간의 치열한 갈등, 결국 지난 10월 예정이던 찐빵축제까지 취소됐는데요.

그렇다면, 손찐빵과 기계찐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손찐빵은 손으로 빚어내는 만큼 모양도 울퉁불퉁하고, 양도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인터뷰> 김재길(안흥찐빵마을협의회 회장): “(손찐빵) 저희 포장상자를 보시면요, 손으로 빚는 찐빵의 캐릭터가 나와있습니다. 저희들이 공통적으로 그 박스를 쓰기 때문에 구분하시면 (됩니다.)”

반면 기계로 딱딱 만들어내는 기계찐빵은 동글동글 똑같은 모양에 크기도 일정한데요.

<인터뷰> 박중신(기계찐빵 업주) “(제품의) 정확한 수치와 나오는 게 위생적으로 생산된다는 거죠. 위생적인 생산.”

수 십년동안 산골 마을을 먹여 살렸던 안흥찐빵.넉넉한 인심이 배어있던 이 찐빵의 명성이 주민들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점점 훼손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