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라면 안 준다며 승무원 폭행

입력 2013.04.23 (08:37) 수정 2013.04.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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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비즈니스 클래스를 탔던 모 대기업 임원이 라면을 제대로 끓여 오지 못했다며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폭행을 한 승객에 대해 비난이 잇따르는 가운데 해당 기업은 공식 사과하고 문제의 임원을 보직 해임했습니다.

김기흥 기자, 그런데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요.

이 승객이 이외에도 상식 밖의 행동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기자 멘트>

이른바 상세운항일지라는 게 인터넷 상에 퍼지고 있는데요.

상세운항일지는 승객이 서비스에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승무원들이 어떤 식으로 조치했는지 기록한 일지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간혹 승객 가운데 승무원들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나중에 생떼를 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봉지 라면과 임원 자리를 맞바꾼 간 큰 임원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이번 사건 그날 하늘 위 비행기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승무원 폭행 사건이 알려진 뒤 해당 임원이 근무하는 포스코 에너지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기업 차원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뒤에도 파문이 확산되자 어제 포스코 에너지는 해당 임직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습니다.

<녹취> 포스코 에너지 관계자(음성변조) : “감사 1차 결과로 당사자 임원 분을 보직해임 조치를 취했고요. 그리고 진상 여부를 파악한 다음에 향후 추가적인 인사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임원의 윤리규범을 위반한 책임을 물어 문제의 임원에 대해 보직해임 조치를 한 겁니다.

사건은 지난 15일, 인천을 출발해 미국 LA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비지니스석에 앉아있던 해당 임원이 기내식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빌미로 담당 승무원의 눈 주위를 잡지로 때린 건데요.

이 소식을 접한 기장 등이 착륙 전 미국 LA공항 관계자와 FBI에 신고했고 공항당국은 이 임원에게 기내 폭행과 관련해 FBI의 조사를 받든지 아니면 한국으로 되돌아가든지 선택하라고 요구했는데요.

결국 이 임원은 볼 일을 못보고 귀국을 선택했습니다.

<녹취> “(가해 당사자가) 사실 내용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셨나요?”

<녹취> 포스코에너지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감사 쪽 파트에서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도 직원들한테 그 내용까지는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저희가 그 자료를 받아서 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승무원 폭행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뒤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해당임원의 이름과 얼굴, 약력 등이 인터넷에 낱낱이 공개되는 등 신상 털기 논란을 가져온 것은 물론 이 임원의 특권의식을 꼬집는 각종 패러디물 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정신상태 바닥인 사람이죠. 조선시대 양반놀이도 아니고.”

<인터뷰> 김예진(시민) : “사회지도층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실망감이 크고요. 소비자들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굉장한 불쾌감이나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SNS를 통해 이른바 ‘상세운항일지’가 퍼지면서 당시 이 임원의 상식 밖의 행동들이 추가로 알려지게 됐는데요.

먼저 탑승 때부터 자신의 옆 좌석이 비어있지 않다며 승무원에게 욕설을 한 것을 시작으로, 짐 보관 과정에서도 다른 승객의 짐이 먼저 보관되어 있는 것에 항의를 하며 분개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기내식 주문에서도 그의 시비는 계속됐다고 합니다.

기내식 아침메뉴에 왜 죽이 없냐며 투정을 시작했고, 대신 승무원이 밥을 갖다 주자 삭은 것 같다며 두 차례나 물린 뒤 라면을 요구했는데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승무원에게 덜 익었다, 짜다, 먹어보라는 등의 불평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식사 중에 그릇과 냅킨까지 통로 쪽으로 던졌다는데요.

급기야 두 번째 기내식 서비스 시간에 자신에게 왜 라면을 안주냐는 항의를 하며 승무원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겁니다.

해당 항공사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하면서도 유감스러운 입장을 비쳤습니다.

<녹취> 피해 항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 폭행이나 난동 같은 경우는 굉장히 엄중한 사안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는 입장이다….”

누구보다 승무원들에게 이번 사건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텐데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항공사 블랙컨슈머들에 대한 고충은 누구나 겪는 문제라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탑승권 확인하잖아요. 안보여 주셔서 몇 번을 얘기했는데 안 보여주셔서 (얘기했더니) 승객한테 뺨 맞고….”

<녹취> 전직 승무원(음성변조) : “이코노미 타셨는데 나 여기 이러이러한 (위치의) 사람인데 상위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해 달라, 이런 것도 요구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안전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승무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녹취> 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이륙할 때) 벨트 좀 매달라고 계속 말하는데도 주무시고 계셔서 터치를 하면서 손님 벨트 매드리려고 하니까 막 욕을 하면서….”

기내 난동은 탑승객 전체를 위협하고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법적 처벌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이수미(한국항공전문학교 항공운항과 강사) : “승무원을 폭행하거나 승객과의 싸움, 만취 후 난동, 폭언, 흡연 등을 하게 되면 구금 및 체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07년 술에 취해 비행기에서 난동을 부린 기업인이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여성 승무원의 몸을 만지려던 30대 승객이 승무원의 항의에 폭언을 하다 경찰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처럼 강력한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녹취> 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정서상의 문제 때문에 서비스 쪽으로 너무 기울어서 본질을 조금 흐리는 면이 있지 않나. 그 접점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녹취> 전직 승무원(음성변조) : “저희 승무원들은 서비스를 하는 입장이고 또 큰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다 보니까 자기 하나로 인해서 회사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봐….”

그 동안 승객과 항공사 간의 문제라고만 생각해 항공 안전과 보안에 관한 법률 적용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인터뷰> 장진영(변호사) : “우리나라도 항공기 안전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가 굉장히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참고해서 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칫 수백 명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을 뻔 했던 기내 승무원 폭행사건.

해당 기업의 경영진과 해당임원은 항공사 승무원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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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라면 안 준다며 승무원 폭행
    • 입력 2013-04-23 08:38:55
    • 수정2013-04-23 09: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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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비즈니스 클래스를 탔던 모 대기업 임원이 라면을 제대로 끓여 오지 못했다며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폭행을 한 승객에 대해 비난이 잇따르는 가운데 해당 기업은 공식 사과하고 문제의 임원을 보직 해임했습니다.

김기흥 기자, 그런데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요.

이 승객이 이외에도 상식 밖의 행동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기자 멘트>

이른바 상세운항일지라는 게 인터넷 상에 퍼지고 있는데요.

상세운항일지는 승객이 서비스에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승무원들이 어떤 식으로 조치했는지 기록한 일지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간혹 승객 가운데 승무원들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나중에 생떼를 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봉지 라면과 임원 자리를 맞바꾼 간 큰 임원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이번 사건 그날 하늘 위 비행기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승무원 폭행 사건이 알려진 뒤 해당 임원이 근무하는 포스코 에너지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기업 차원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뒤에도 파문이 확산되자 어제 포스코 에너지는 해당 임직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습니다.

<녹취> 포스코 에너지 관계자(음성변조) : “감사 1차 결과로 당사자 임원 분을 보직해임 조치를 취했고요. 그리고 진상 여부를 파악한 다음에 향후 추가적인 인사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임원의 윤리규범을 위반한 책임을 물어 문제의 임원에 대해 보직해임 조치를 한 겁니다.

사건은 지난 15일, 인천을 출발해 미국 LA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비지니스석에 앉아있던 해당 임원이 기내식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빌미로 담당 승무원의 눈 주위를 잡지로 때린 건데요.

이 소식을 접한 기장 등이 착륙 전 미국 LA공항 관계자와 FBI에 신고했고 공항당국은 이 임원에게 기내 폭행과 관련해 FBI의 조사를 받든지 아니면 한국으로 되돌아가든지 선택하라고 요구했는데요.

결국 이 임원은 볼 일을 못보고 귀국을 선택했습니다.

<녹취> “(가해 당사자가) 사실 내용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셨나요?”

<녹취> 포스코에너지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감사 쪽 파트에서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도 직원들한테 그 내용까지는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저희가 그 자료를 받아서 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승무원 폭행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뒤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해당임원의 이름과 얼굴, 약력 등이 인터넷에 낱낱이 공개되는 등 신상 털기 논란을 가져온 것은 물론 이 임원의 특권의식을 꼬집는 각종 패러디물 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취> 시민(음성변조) : “정신상태 바닥인 사람이죠. 조선시대 양반놀이도 아니고.”

<인터뷰> 김예진(시민) : “사회지도층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실망감이 크고요. 소비자들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굉장한 불쾌감이나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SNS를 통해 이른바 ‘상세운항일지’가 퍼지면서 당시 이 임원의 상식 밖의 행동들이 추가로 알려지게 됐는데요.

먼저 탑승 때부터 자신의 옆 좌석이 비어있지 않다며 승무원에게 욕설을 한 것을 시작으로, 짐 보관 과정에서도 다른 승객의 짐이 먼저 보관되어 있는 것에 항의를 하며 분개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기내식 주문에서도 그의 시비는 계속됐다고 합니다.

기내식 아침메뉴에 왜 죽이 없냐며 투정을 시작했고, 대신 승무원이 밥을 갖다 주자 삭은 것 같다며 두 차례나 물린 뒤 라면을 요구했는데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승무원에게 덜 익었다, 짜다, 먹어보라는 등의 불평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식사 중에 그릇과 냅킨까지 통로 쪽으로 던졌다는데요.

급기야 두 번째 기내식 서비스 시간에 자신에게 왜 라면을 안주냐는 항의를 하며 승무원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겁니다.

해당 항공사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다고 하면서도 유감스러운 입장을 비쳤습니다.

<녹취> 피해 항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운항 중인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 폭행이나 난동 같은 경우는 굉장히 엄중한 사안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는 입장이다….”

누구보다 승무원들에게 이번 사건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텐데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항공사 블랙컨슈머들에 대한 고충은 누구나 겪는 문제라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탑승권 확인하잖아요. 안보여 주셔서 몇 번을 얘기했는데 안 보여주셔서 (얘기했더니) 승객한테 뺨 맞고….”

<녹취> 전직 승무원(음성변조) : “이코노미 타셨는데 나 여기 이러이러한 (위치의) 사람인데 상위 클래스로 업그레이드 해 달라, 이런 것도 요구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안전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승무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녹취> 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이륙할 때) 벨트 좀 매달라고 계속 말하는데도 주무시고 계셔서 터치를 하면서 손님 벨트 매드리려고 하니까 막 욕을 하면서….”

기내 난동은 탑승객 전체를 위협하고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법적 처벌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이수미(한국항공전문학교 항공운항과 강사) : “승무원을 폭행하거나 승객과의 싸움, 만취 후 난동, 폭언, 흡연 등을 하게 되면 구금 및 체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07년 술에 취해 비행기에서 난동을 부린 기업인이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여성 승무원의 몸을 만지려던 30대 승객이 승무원의 항의에 폭언을 하다 경찰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처럼 강력한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녹취> 현직 승무원(음성변조) :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정서상의 문제 때문에 서비스 쪽으로 너무 기울어서 본질을 조금 흐리는 면이 있지 않나. 그 접점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녹취> 전직 승무원(음성변조) : “저희 승무원들은 서비스를 하는 입장이고 또 큰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이다 보니까 자기 하나로 인해서 회사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봐….”

그 동안 승객과 항공사 간의 문제라고만 생각해 항공 안전과 보안에 관한 법률 적용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인터뷰> 장진영(변호사) : “우리나라도 항공기 안전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가 굉장히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참고해서 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칫 수백 명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을 뻔 했던 기내 승무원 폭행사건.

해당 기업의 경영진과 해당임원은 항공사 승무원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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