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무거워서?”…의문 속 ‘시신 훼손 사건’

입력 2016.05.11 (08:34) 수정 2016.05.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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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1일 안산 대부도에서 하반신만 남은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경찰이 나머지 상반신 시신을 찾으면서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는 40살 남성 최 모 씨.

경찰은 최 씨와 같이 살던 30살 조성호를 용의자로 검거했고, 조 씨는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남아 있습니다.

시신을 훼손한 이유를 묻자 조 씨는 단지 혼자 들기 무거워서라고 답했습니다.

범행 동기 역시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 경찰이 조 씨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면서 2차 피해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대부도 시신 훼손 사건의 피의자 조성호가 현장검증에 앞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조성호(30/살인 피의자) :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는데 유기를 결정하고 난 후에는 혼자 들기가 너무 무거워서 그래서 절단을 생각했습니다."

단지 ‘무거워서’ 시신을 훼손했다는 조 씨.

조 씨를 그저 조용한 이웃 청년으로 여겼던 주민들은 아연실색했습니다.

<인터뷰> 김민지(이웃 주민) : "슈퍼마켓에서 한 2주 전쯤인가 마주쳤거든요. 알고 보니까. 착해서 절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집안에서 40분 정도 현장검증을 한 뒤 조 씨는 시신을 유기한 대부도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에서도 조 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범행 과정을 재연했습니다.

엽기적인 시신 훼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 1일, 대부도의 한 배수로에서 남성 하반신 시신이 발견되면서부터입니다.

시신은 이불에 쌓인 채 자루에 들어있었습니다.

시신이 훼손된 탓에 신원을 알 수 없던 상황.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고 이틀 뒤, 나머지 상반신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이재홍(안산 단원경찰서장) : “1차 발견 장소로부터 약 14km 떨어진 곳에서 나머지 상반신 사체를 발견함으로써 수사의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경찰은 상반신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해 피해자가 40살 최 모 씨란 사실을 밝혀냅니다.

이때부터 수사는 급물살을 탔고 경찰은 피해자의 통화기록은 물론 대부도 진출입로 CCTV에 찍힌 35만대의 차량 통과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망을 좁혀갔습니다.

그 결과 경찰은 최 씨의 직장후배이자 지난 1월부터 최 씨와 함께 살던 30살 조성호를 용의자로 보고 검거했습니다.

훼손된 시신이 발견된 지 나흘 만입니다.

<녹취> "(언제 어디서 죽이셨어요? 왜 죽이셨어요?) ..."

조 씨는 지난달 13일 새벽 1시쯤 최 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17일부터 차츰 시신을 상·하반신으로 훼손해 26일 밤 대부도 일대 2곳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조 씨는 경찰이 검거를 위해 집에 들이닥친 시간까지 도망은커녕 TV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 씨는 집에서 주로 영화 채널을 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지 못해 달아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이재홍(안산 단원경찰서장) : “(왜 곧바로 도주를 하지 않았던 거예요? 시신 확인됐다고까지 보도가 됐잖아요?) 언론 보도를 보지 않았다고 그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검거 이후 피의자 조 씨는 처음엔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이 방에서 혈흔 발견해 추궁하자 자신의 범행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습니다.

그러면 조 씨는 왜 같이 살던 최 씨를 살해한 걸까.

<녹취> 이재홍(안산 단원경찰서장) :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좀 무시를 당했다는 그런 진술입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최 씨가 자신의 부모님을 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동기를 바꿉니다.

아직 조 씨가 범행 동기를 명확하게 말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의문점은 또 있습니다.

조 씨는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

<녹취> 조성호(30/살인 피의자) : "부모님 욕을 들었기 때문에 우발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일이 이렇게 된 거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그의 행적은 어딘지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범행에 쓰인 둔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이 드러나면서 계획적 범행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미리 망치를 준비했고 그리고는 피해자도 무방비 상태로 수면 중에 있는 사람을 뭐 둔기로 내려쳐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니까 그런 것들을 계획범죄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경찰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피의자 조 씨의 얼굴과 실명 공개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특정강력범죄 처벌법’에 근거해 피의자 조성호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고 밝혔습니다.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범행에 대한 증거가 확실하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조 씨가 신원을 공개할 요건을 갖췄다는 겁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조 씨의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자마자 조 씨의 SNS 주소가 퍼졌고 조 씨가 과거에 올린 사진과 글도 유포됐습니다.

더불어 조 씨의 가족과 옛 여자친구에 대한 정보도 함께 알려지면서 이들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등 이른바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강신업(변호사/대한변협 공보이사) : “신상 정보 공개되는 것이 오히려 인과응보적 측면에서 타당하다 할지라도 그 가족들에게도 영향이 미치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흉악범에 대한 신상 공개는 지난 2006년부터 2008까지 여성 7명을 납치·살해한 강호순 사건이 계기가 됐는데요.

하지만 잔혹했던 자녀 학대 살해나 아동 성폭행범의 얼굴과 신상은 가리면서, 일부 흉악범만 신상을 공개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어떤 절차를 걸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어서 공개와 비공개를 결정하느냐 하는 부분을 사실 앞으로 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을 통해서 공개 여부를 급히 결정하도록 하는 그런 노력이 지금 필요하지 않겠나"

논란이 일자, 경찰은 흉악범 얼굴공개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조 씨에 대한 보강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번 주 내로 조 씨를 검찰에 넘길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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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무거워서?”…의문 속 ‘시신 훼손 사건’
    • 입력 2016-05-11 08:40:33
    • 수정2016-05-11 10: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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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1일 안산 대부도에서 하반신만 남은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그로부터 이틀 뒤 경찰이 나머지 상반신 시신을 찾으면서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는 40살 남성 최 모 씨.

경찰은 최 씨와 같이 살던 30살 조성호를 용의자로 검거했고, 조 씨는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남아 있습니다.

시신을 훼손한 이유를 묻자 조 씨는 단지 혼자 들기 무거워서라고 답했습니다.

범행 동기 역시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 경찰이 조 씨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면서 2차 피해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사건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대부도 시신 훼손 사건의 피의자 조성호가 현장검증에 앞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녹취> 조성호(30/살인 피의자) :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는데 유기를 결정하고 난 후에는 혼자 들기가 너무 무거워서 그래서 절단을 생각했습니다."

단지 ‘무거워서’ 시신을 훼손했다는 조 씨.

조 씨를 그저 조용한 이웃 청년으로 여겼던 주민들은 아연실색했습니다.

<인터뷰> 김민지(이웃 주민) : "슈퍼마켓에서 한 2주 전쯤인가 마주쳤거든요. 알고 보니까. 착해서 절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집안에서 40분 정도 현장검증을 한 뒤 조 씨는 시신을 유기한 대부도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에서도 조 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범행 과정을 재연했습니다.

엽기적인 시신 훼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 1일, 대부도의 한 배수로에서 남성 하반신 시신이 발견되면서부터입니다.

시신은 이불에 쌓인 채 자루에 들어있었습니다.

시신이 훼손된 탓에 신원을 알 수 없던 상황.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고 이틀 뒤, 나머지 상반신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녹취> 이재홍(안산 단원경찰서장) : “1차 발견 장소로부터 약 14km 떨어진 곳에서 나머지 상반신 사체를 발견함으로써 수사의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경찰은 상반신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해 피해자가 40살 최 모 씨란 사실을 밝혀냅니다.

이때부터 수사는 급물살을 탔고 경찰은 피해자의 통화기록은 물론 대부도 진출입로 CCTV에 찍힌 35만대의 차량 통과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망을 좁혀갔습니다.

그 결과 경찰은 최 씨의 직장후배이자 지난 1월부터 최 씨와 함께 살던 30살 조성호를 용의자로 보고 검거했습니다.

훼손된 시신이 발견된 지 나흘 만입니다.

<녹취> "(언제 어디서 죽이셨어요? 왜 죽이셨어요?) ..."

조 씨는 지난달 13일 새벽 1시쯤 최 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17일부터 차츰 시신을 상·하반신으로 훼손해 26일 밤 대부도 일대 2곳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조 씨는 경찰이 검거를 위해 집에 들이닥친 시간까지 도망은커녕 TV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 씨는 집에서 주로 영화 채널을 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지 못해 달아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이재홍(안산 단원경찰서장) : “(왜 곧바로 도주를 하지 않았던 거예요? 시신 확인됐다고까지 보도가 됐잖아요?) 언론 보도를 보지 않았다고 그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검거 이후 피의자 조 씨는 처음엔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이 방에서 혈흔 발견해 추궁하자 자신의 범행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습니다.

그러면 조 씨는 왜 같이 살던 최 씨를 살해한 걸까.

<녹취> 이재홍(안산 단원경찰서장) :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좀 무시를 당했다는 그런 진술입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최 씨가 자신의 부모님을 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동기를 바꿉니다.

아직 조 씨가 범행 동기를 명확하게 말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의문점은 또 있습니다.

조 씨는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

<녹취> 조성호(30/살인 피의자) : "부모님 욕을 들었기 때문에 우발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일이 이렇게 된 거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그의 행적은 어딘지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범행에 쓰인 둔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이 드러나면서 계획적 범행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미리 망치를 준비했고 그리고는 피해자도 무방비 상태로 수면 중에 있는 사람을 뭐 둔기로 내려쳐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니까 그런 것들을 계획범죄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경찰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피의자 조 씨의 얼굴과 실명 공개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경찰은 ‘특정강력범죄 처벌법’에 근거해 피의자 조성호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고 밝혔습니다.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범행에 대한 증거가 확실하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조 씨가 신원을 공개할 요건을 갖췄다는 겁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조 씨의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자마자 조 씨의 SNS 주소가 퍼졌고 조 씨가 과거에 올린 사진과 글도 유포됐습니다.

더불어 조 씨의 가족과 옛 여자친구에 대한 정보도 함께 알려지면서 이들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등 이른바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강신업(변호사/대한변협 공보이사) : “신상 정보 공개되는 것이 오히려 인과응보적 측면에서 타당하다 할지라도 그 가족들에게도 영향이 미치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흉악범에 대한 신상 공개는 지난 2006년부터 2008까지 여성 7명을 납치·살해한 강호순 사건이 계기가 됐는데요.

하지만 잔혹했던 자녀 학대 살해나 아동 성폭행범의 얼굴과 신상은 가리면서, 일부 흉악범만 신상을 공개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어떤 절차를 걸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어서 공개와 비공개를 결정하느냐 하는 부분을 사실 앞으로 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을 통해서 공개 여부를 급히 결정하도록 하는 그런 노력이 지금 필요하지 않겠나"

논란이 일자, 경찰은 흉악범 얼굴공개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조 씨에 대한 보강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번 주 내로 조 씨를 검찰에 넘길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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