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경비실 옆인데”…저층만 노린 ‘간 큰 도둑’

입력 2017.02.09 (08:33) 수정 2017.02.0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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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아파트 1층이나 2층이 절도 범죄로부터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계실 겁니다.

물론 절도범들이 베란다나 창문을 통해 들어갈 우려도 있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 보안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 경비실과도 가깝죠.

그런데 서울 시내 전역을 돌아다니며 일부러 건물의 저층만 노린 절도범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절도범은 CCTV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집에서 차 키를 들고 나와 차까지 훔쳐가는 황당한 범행까지 저질렀다는데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조심스레 들어오더니 휴대전화 불빛을 이용해 방안 이곳저곳을 살핍니다.

그리고는 서랍장 구석구석을 뒤지며 훔칠 물건들을 찾는 남성.

마스크도 쓰지 않았는데 CCTV를 보고도 피하기는커녕 고개를 내미는 여유까지 보입니다.

그런데 얼마 뒤,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겼습니다.

<녹취> 피해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출근해보니) 방충망이 열려있는 거예요. 그리고 베란다랑 거실이랑 통하는 중간에 거실문이 열려있고…….”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보이는 실내.

수상한 낌새를 느낀 원장은 CCTV 영상을 확인해봤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수상한 남 성이 침입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창문으로 넘어서 교실로 들어와서 각 교실 다니면서 교사 사물함을 다 뒤졌는데…….”

한참을 머물며 어린이집을 뒤진 뒤 남성은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녹취> 피해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한 30분 머물다 갔어요. 뒤져보는데 애들 장난감이고 다 그러니까 가져간 건 없어요.”

그런데 이날 밤 절도범이 흔적을 남긴 곳은 이곳만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그 날짜에 (신고가) 들어왔었어요. 같은 날짜에. 두 군데에요. 저희가 (수사)했었던 거는.”

절도 피해 신고를 한 또 다른 피해자 정 모 씨.

정 씨의 집 역시 절도범이 다녀간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1층이었습니다.

<녹취> 정○○(피해자/음성변조) : “십 몇 년 동안 살면서 1층에 그렇게 도둑이 들 거라 생각도 못 했죠.”

베란다 문만 열만 경비실이 바로 보이는 집이라 더더욱 도둑 걱정 없이 살았다는 정 씨.

<녹취> 정○○(피해자) : “경비아저씨들이 매일 순찰을 돌고 여기가 일층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거리잖아요. 그래서 너무 그거를 믿고 있다가…….”

하지만 경비실도, 지나는 행인도 간큰 도둑의 범행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정 씨 가족이 잠든 사이 침입한 절도범은 방을 뒤져 가방 속에 든 현금을 챙겨 달아났는데요.

<녹취> 정○○(피해자/음성변조) : “(아내가) 가방이 없다고 해서 ‘분명 그 전에 가방 갖고 오는 걸 내가 봤는데’ 해서 가방을 찾기 시작했죠. 카드도 그대로 있고 노트북 다 그대로 있고 현금만 싹 없어졌어요.”

열려 있던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왔다 나간 탓에 이번엔 CCTV에도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문제의 절도범이 다른 지역 관할 경찰관들에게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박성규(노원경찰서 강력4팀장) : “피의자가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게 서울 시내 일원과 경기 시내 일원입니다. 피의자가 작년 12월 20일경부터 올해 1월 25일까지 약 16회에 걸쳐서 약 6천만 원 상당의 물건을 훔쳤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절도범은 32살 A 씨.

서울 시내 전역을 돌아다니며 범행을 저지른 탓에 무려 7개 경찰서가 A씨를 뒤쫓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성규(노원경찰서 강력4팀장) : “어떤 피해자는 차량 열쇠가 없어졌다고 하고 또 어떤 분은 골프채가 없어졌다고 하고 또 어떤 분은 귀금속이 없어졌다고 하고. 여러 군데에서 그런 피해자의 신고가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사는 지역은 각기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두 아파트 저층 거주자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지역을 넘나들며 간 큰 범행을 이어가던 정 씨의 꼬리가 밟힌 건 지난달 8일.

이 모 씨가 사는 아파트 3층을 털고 나서였습니다.

현관부터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보안 시설.

이 씨 역시 처음엔 보안이 철저한 아파트에 도둑이 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아파트는 CCTV나 그리고 경비원들도 있고 이래서 도둑이 들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었죠.”

하지만 이 씨의 믿음은 곧 깨졌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베란다 문이 열려 있어 어딘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는 이 씨.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베란다 문이랑 이게 다 열려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집사람이 환기를 시키려고 열어놓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집을 나가려고 자동차 열쇠를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는데요.

설마 하고 내려가 본 지하 주차장.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차장을 내려와 봤죠. 그래서 (지하)2층이고 3층이고 다 뒤져봤죠. 그랬더니 차가 없더라고요. 그때야 확실하게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거죠.”

사라진 차를 다시 찾은 건 보름 남짓 흐른 뒤였습니다.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도둑이) 자기 동네 근처에다가 불법 주차를 해놨던 모양이에요. 차량견인사업소에서 차량을 견인해 간 거죠. 그런데 차 안에 다른 번호판이 있으니까 견인 업체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던 모양이에요.”

이 씨의 차량엔 다른 차량에서 떼어 낸 번호판들이 실려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성규(노원경찰서 강력4팀장) : “훔친 차를 타고 다닐 경우에 도난 신고 돼서 경찰에 적발될 것을 예상하고 변조하기 쉬운 번호판을 골라서 훔쳤습니다.”

A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차량 번호판까지 바꿔 달았던 겁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과거에도 저층 아파트만 노려 절도 행각을 벌이다 붙잡혀 수감 생활을 한 뒤 지난해 11월에 출소했던 겁니다.

경찰은 아파트 저층이 절도범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인터뷰> 박성규(노원경찰서 강력4팀장) : “사소하지만 베란다 문만 잘 잠그더라도 범죄 피해로부터 예방할 방법이기 때문에 꼭 문단속을 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절도 행각을 벌인 A 씨는 결국, 또 철창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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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경비실 옆인데”…저층만 노린 ‘간 큰 도둑’
    • 입력 2017-02-09 08:43:35
    • 수정2017-02-09 09: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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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아파트 1층이나 2층이 절도 범죄로부터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계실 겁니다.

물론 절도범들이 베란다나 창문을 통해 들어갈 우려도 있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 보안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 경비실과도 가깝죠.

그런데 서울 시내 전역을 돌아다니며 일부러 건물의 저층만 노린 절도범이 최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절도범은 CCTV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집에서 차 키를 들고 나와 차까지 훔쳐가는 황당한 범행까지 저질렀다는데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조심스레 들어오더니 휴대전화 불빛을 이용해 방안 이곳저곳을 살핍니다.

그리고는 서랍장 구석구석을 뒤지며 훔칠 물건들을 찾는 남성.

마스크도 쓰지 않았는데 CCTV를 보고도 피하기는커녕 고개를 내미는 여유까지 보입니다.

그런데 얼마 뒤,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겼습니다.

<녹취> 피해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출근해보니) 방충망이 열려있는 거예요. 그리고 베란다랑 거실이랑 통하는 중간에 거실문이 열려있고…….”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보이는 실내.

수상한 낌새를 느낀 원장은 CCTV 영상을 확인해봤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수상한 남 성이 침입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녹취> 피해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창문으로 넘어서 교실로 들어와서 각 교실 다니면서 교사 사물함을 다 뒤졌는데…….”

한참을 머물며 어린이집을 뒤진 뒤 남성은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녹취> 피해 어린이집 관계자(음성변조) : “한 30분 머물다 갔어요. 뒤져보는데 애들 장난감이고 다 그러니까 가져간 건 없어요.”

그런데 이날 밤 절도범이 흔적을 남긴 곳은 이곳만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그 날짜에 (신고가) 들어왔었어요. 같은 날짜에. 두 군데에요. 저희가 (수사)했었던 거는.”

절도 피해 신고를 한 또 다른 피해자 정 모 씨.

정 씨의 집 역시 절도범이 다녀간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1층이었습니다.

<녹취> 정○○(피해자/음성변조) : “십 몇 년 동안 살면서 1층에 그렇게 도둑이 들 거라 생각도 못 했죠.”

베란다 문만 열만 경비실이 바로 보이는 집이라 더더욱 도둑 걱정 없이 살았다는 정 씨.

<녹취> 정○○(피해자) : “경비아저씨들이 매일 순찰을 돌고 여기가 일층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거리잖아요. 그래서 너무 그거를 믿고 있다가…….”

하지만 경비실도, 지나는 행인도 간큰 도둑의 범행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정 씨 가족이 잠든 사이 침입한 절도범은 방을 뒤져 가방 속에 든 현금을 챙겨 달아났는데요.

<녹취> 정○○(피해자/음성변조) : “(아내가) 가방이 없다고 해서 ‘분명 그 전에 가방 갖고 오는 걸 내가 봤는데’ 해서 가방을 찾기 시작했죠. 카드도 그대로 있고 노트북 다 그대로 있고 현금만 싹 없어졌어요.”

열려 있던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왔다 나간 탓에 이번엔 CCTV에도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문제의 절도범이 다른 지역 관할 경찰관들에게 붙잡혔습니다.

<인터뷰> 박성규(노원경찰서 강력4팀장) : “피의자가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게 서울 시내 일원과 경기 시내 일원입니다. 피의자가 작년 12월 20일경부터 올해 1월 25일까지 약 16회에 걸쳐서 약 6천만 원 상당의 물건을 훔쳤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절도범은 32살 A 씨.

서울 시내 전역을 돌아다니며 범행을 저지른 탓에 무려 7개 경찰서가 A씨를 뒤쫓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성규(노원경찰서 강력4팀장) : “어떤 피해자는 차량 열쇠가 없어졌다고 하고 또 어떤 분은 골프채가 없어졌다고 하고 또 어떤 분은 귀금속이 없어졌다고 하고. 여러 군데에서 그런 피해자의 신고가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이 사는 지역은 각기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두 아파트 저층 거주자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지역을 넘나들며 간 큰 범행을 이어가던 정 씨의 꼬리가 밟힌 건 지난달 8일.

이 모 씨가 사는 아파트 3층을 털고 나서였습니다.

현관부터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보안 시설.

이 씨 역시 처음엔 보안이 철저한 아파트에 도둑이 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아파트는 CCTV나 그리고 경비원들도 있고 이래서 도둑이 들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었죠.”

하지만 이 씨의 믿음은 곧 깨졌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베란다 문이 열려 있어 어딘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는 이 씨.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베란다 문이랑 이게 다 열려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집사람이 환기를 시키려고 열어놓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집을 나가려고 자동차 열쇠를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는데요.

설마 하고 내려가 본 지하 주차장.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차장을 내려와 봤죠. 그래서 (지하)2층이고 3층이고 다 뒤져봤죠. 그랬더니 차가 없더라고요. 그때야 확실하게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거죠.”

사라진 차를 다시 찾은 건 보름 남짓 흐른 뒤였습니다.

<녹취> 이○○(피해자/음성변조) : “(도둑이) 자기 동네 근처에다가 불법 주차를 해놨던 모양이에요. 차량견인사업소에서 차량을 견인해 간 거죠. 그런데 차 안에 다른 번호판이 있으니까 견인 업체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던 모양이에요.”

이 씨의 차량엔 다른 차량에서 떼어 낸 번호판들이 실려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성규(노원경찰서 강력4팀장) : “훔친 차를 타고 다닐 경우에 도난 신고 돼서 경찰에 적발될 것을 예상하고 변조하기 쉬운 번호판을 골라서 훔쳤습니다.”

A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차량 번호판까지 바꿔 달았던 겁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범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과거에도 저층 아파트만 노려 절도 행각을 벌이다 붙잡혀 수감 생활을 한 뒤 지난해 11월에 출소했던 겁니다.

경찰은 아파트 저층이 절도범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인터뷰> 박성규(노원경찰서 강력4팀장) : “사소하지만 베란다 문만 잘 잠그더라도 범죄 피해로부터 예방할 방법이기 때문에 꼭 문단속을 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절도 행각을 벌인 A 씨는 결국, 또 철창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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