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당원 줄게, 비례 다오”…거대 직능단체 목소리만 대변

입력 2019.06.06 (21:31) 수정 2019.06.0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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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한 종교단체 대표의 노골적인 정치적 주장의 문제점 보셨지만, 각종 직능단체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국회를 향해 뛰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외식업 중앙회, 대한미용사회, 의사협회, 택시업계 등은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아예 노골적으로 표를 몰아주겠다, 당원도 몰아주겠다, 그러니 비례대표 의석달라, 이런 식으로 대놓고 말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배출해서 직능단체의 이해관계를 직접 대변하겠다는거죠. 이렇게되면 어떻게 될까요.

돈과 조직이 없는 청년, 장애인, 비정규직같은 사회적 약자의 정치적 자리는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최형원, 강나루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듣는 민주당 현장 간담회.

회원수 40만 명인 외식업 중앙회를 찾았습니다.

회의가 시작하자 마자 중앙회장이 황당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제갈창균/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 : "내년 (총선) 비례대표는 당연히 우리 이해찬 충남 출신 대표님께서 한자리를 주셔야 합니다."]

지난 대선 때 당원 20만 명을 모아줬다고 말합니다.

[제갈창균/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 : "5대 일간지에 1억을 들여서 우리는 지지 성명한 바도 있습니다. 저희는 이 당에서 결코 버림받을 수 없습니다."]

그 뒤 이해찬 대표가 선을 그었지만.

[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달 29일 : "매우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야당은 뒷거래라며 비판했습니다.

[조경태/자유한국당 최고위원/지난달 30일 : "지금 대한민국의 비례대표는 이런 식의 매관매직의 대상으로…."]

하지만 공방 당일 외식업중앙회 총회, 언제 그랬냐는 듯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정세균/전 국회의장 : "제갈창균 회장님도 상을 받아야 할 정도로 동분서주 열심히 뛰고 있다…."]

[나경원/한국당 원내대표 : "외식업중앙회하고 굉장히 친하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만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대한미용사회 경기지회,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33개 지부에서 수십 명씩 한국당 당원 가입을 했습니다.

[미용사회 경기지회 회원/음성변조 : "비례대표 받는데 힘을 보태야 된다고 해서 한 거였고요. 위에서 (당원 가입을) 하라고 하니까 '해야하나 보다' 해 가지고 한 거죠."]

결국 지회장은 상위순번으로 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습니다.

[한OO/경기도의원/미용사회 경기지호 회장 : "비례를 나가는 사람으로서 그건 도리라고 생각하는 거죠. 당원 한명도 없이 어떻게 제가 비례를 넣겠어요."]

20대 국회 비례대표 중 직능단체 출신은 11명, 선거법 개정으로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면 직능단체 출신도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거대 직능단체 목소리만 대변…"정치적 약자" 외면 우려

[리포트]

국회 입성을 노리는 건 외식업 중앙회뿐만이 아닙니다.

회원 수 13만 명의 의사협회, 내년 총선을 위해 의사 후보를 발굴하겠다며 최근 '총선 기획단'을 출범했습니다.

[최대집/대한의사협회 회장 : "내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의료계 역량 극대화를 위한 사업도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려고 합니다."]

단체나 협회 출신 의원이 있는 것과 없는 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카풀 사태'.

택시업계 주장대로 '출퇴근 시간 제한'으로 합의됐는데, 같은 내용의 법안이 1년 전 이미 발의돼 있었습니다.

발의자는 택시노조 위원장 출신 비례대표 한국당 문진국 의원이었습니다.

[카풀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이용자들은 카풀 서비스를 되게 기다리고 환영했지만, 의원실에서 직접 의원님한테 들은 얘기 중 하나는 '조직화되지 않은 목소리는 힘이 없다."]

경제력과 조직력을 갖춘 거대 직능단체들이 비례대표를 이른바 싹쓸이한다면, 청년과 장애인,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창구는 그만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남신/한국 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사회적인 발언권이 약한 약자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서도 대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 당 지도부와 직능단체 사이의 '밀실공천', 비례대표 거래를 끊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일부 직능단체에게 당 대표나 지도부가 공천을 주는 형식, 비민주적인 공천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에는 비례대표 후보를 투표를 통해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 입법이 이뤄질지는 미지숩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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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당원 줄게, 비례 다오”…거대 직능단체 목소리만 대변
    • 입력 2019-06-06 21:37:03
    • 수정2019-06-06 22: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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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한 종교단체 대표의 노골적인 정치적 주장의 문제점 보셨지만, 각종 직능단체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국회를 향해 뛰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외식업 중앙회, 대한미용사회, 의사협회, 택시업계 등은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아예 노골적으로 표를 몰아주겠다, 당원도 몰아주겠다, 그러니 비례대표 의석달라, 이런 식으로 대놓고 말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배출해서 직능단체의 이해관계를 직접 대변하겠다는거죠. 이렇게되면 어떻게 될까요.

돈과 조직이 없는 청년, 장애인, 비정규직같은 사회적 약자의 정치적 자리는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최형원, 강나루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듣는 민주당 현장 간담회.

회원수 40만 명인 외식업 중앙회를 찾았습니다.

회의가 시작하자 마자 중앙회장이 황당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제갈창균/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 : "내년 (총선) 비례대표는 당연히 우리 이해찬 충남 출신 대표님께서 한자리를 주셔야 합니다."]

지난 대선 때 당원 20만 명을 모아줬다고 말합니다.

[제갈창균/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 : "5대 일간지에 1억을 들여서 우리는 지지 성명한 바도 있습니다. 저희는 이 당에서 결코 버림받을 수 없습니다."]

그 뒤 이해찬 대표가 선을 그었지만.

[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달 29일 : "매우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야당은 뒷거래라며 비판했습니다.

[조경태/자유한국당 최고위원/지난달 30일 : "지금 대한민국의 비례대표는 이런 식의 매관매직의 대상으로…."]

하지만 공방 당일 외식업중앙회 총회, 언제 그랬냐는 듯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정세균/전 국회의장 : "제갈창균 회장님도 상을 받아야 할 정도로 동분서주 열심히 뛰고 있다…."]

[나경원/한국당 원내대표 : "외식업중앙회하고 굉장히 친하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만여 명의 회원을 거느린 대한미용사회 경기지회,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33개 지부에서 수십 명씩 한국당 당원 가입을 했습니다.

[미용사회 경기지회 회원/음성변조 : "비례대표 받는데 힘을 보태야 된다고 해서 한 거였고요. 위에서 (당원 가입을) 하라고 하니까 '해야하나 보다' 해 가지고 한 거죠."]

결국 지회장은 상위순번으로 한국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습니다.

[한OO/경기도의원/미용사회 경기지호 회장 : "비례를 나가는 사람으로서 그건 도리라고 생각하는 거죠. 당원 한명도 없이 어떻게 제가 비례를 넣겠어요."]

20대 국회 비례대표 중 직능단체 출신은 11명, 선거법 개정으로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면 직능단체 출신도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KBS 뉴스 최형원입니다.

거대 직능단체 목소리만 대변…"정치적 약자" 외면 우려

[리포트]

국회 입성을 노리는 건 외식업 중앙회뿐만이 아닙니다.

회원 수 13만 명의 의사협회, 내년 총선을 위해 의사 후보를 발굴하겠다며 최근 '총선 기획단'을 출범했습니다.

[최대집/대한의사협회 회장 : "내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의료계 역량 극대화를 위한 사업도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려고 합니다."]

단체나 협회 출신 의원이 있는 것과 없는 건,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카풀 사태'.

택시업계 주장대로 '출퇴근 시간 제한'으로 합의됐는데, 같은 내용의 법안이 1년 전 이미 발의돼 있었습니다.

발의자는 택시노조 위원장 출신 비례대표 한국당 문진국 의원이었습니다.

[카풀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이용자들은 카풀 서비스를 되게 기다리고 환영했지만, 의원실에서 직접 의원님한테 들은 얘기 중 하나는 '조직화되지 않은 목소리는 힘이 없다."]

경제력과 조직력을 갖춘 거대 직능단체들이 비례대표를 이른바 싹쓸이한다면, 청년과 장애인,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창구는 그만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남신/한국 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사회적인 발언권이 약한 약자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서도 대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 당 지도부와 직능단체 사이의 '밀실공천', 비례대표 거래를 끊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일부 직능단체에게 당 대표나 지도부가 공천을 주는 형식, 비민주적인 공천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에는 비례대표 후보를 투표를 통해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 입법이 이뤄질지는 미지숩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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