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군인 정신’ 다시 강조…군부 달래기?

입력 2019.08.10 (08:08) 수정 2019.08.10 (08:5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요즘 북한 TV를 보면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군대, 그리고 무기와 관련된 내용이 적잖게 나옵니다.

과거 열병식 장면은 물론이고 최근엔 군인과 가족들을 다룬 프로그램도 새롭게 만들어 방송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은 이를 통해 군인정신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김정은 시대의 군인 정신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구월산 자락에 위치한 황해남도 안악군.

넓고 비옥한 농경지를 품은 이곳에서 주민 대부분은 농사일에 종사하고 있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한자리에 모인 마을 사람들.

안악군 리당위원장이 들고 온 것은 다름 아닌 군에 간 자녀들이 보내온 편지다.

대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열일곱 나이에 군 복무를 시작하는 북한.

어린 자녀를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은 남과 북 할 것 없이 걱정과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김순애 : "딸의 감사 편지를 받고 보니까 딸이 고향에 온 것만 같고, 얼굴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민명녀 : "저는 세 자식을 초소로 떠나보냈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감사 편지를 받아봤습니다. 그런데 셋째 소식이 없어 기다려지게 됩니다."]

[렴창섭 : "우리 순영이 군대 갈 때는 진짜 군사 복무를 하려고 하나 그렇게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감사편지를 받고 보니까 ‘이제 됐다 하고 한잠도 못 잤습니다."]

["시원하게 오이 냉국 합시다."]

자녀들의 안부를 확인하고야 휴식 시간을 가지는 부모들.

기분 좋은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처럼 북한 조선중앙TV는 북한 군인들에게 고향의 소식, 부모 형제들의 안부를 전하는 ‘병사의 고향 소식’ 프로그램을 자주 제작, 방영하고 있다.

김정일의 지시로 제작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병사의 고향 소식’은 실제 북한 군인들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차리혁/전 북한군 지휘소대장/2014년 탈북 : "군인들 같은 경우에는 군중문화오락시간 이나 이런 시간에 영화 보면서 보도 통치 시간이 있어요. 그 시간에 정치지도원들이 위에서 지시를 내려와요. 영화 어떤 걸 감상시켜라 하게 되면 그걸 보여주는 거죠. 그런데 그거를 보면서 사실은 북한군인들 같은 경우에는 뭘 생각하냐면 부모님을 생각해요. 10년 세월을 하다 보니까 노래 부르고 영화를 보면 눈물이 그냥 나와요."]

프로그램은 단순히 가족의 안부를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군인 가족들을 출연시켜 북한군의 위상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최응남 : "6월 30일 날도 편지가 왔는데 조선노동당의 영예를 지녀서 당원증을 받았다는 희소식이 왔습니다."]

북한에서는 당원이 되거나 주요 고위직에 오르려면 군 복무 경력이 필수적인데 자녀들의 복무가 곧 가족의 자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최응남 : "여기 우리 사위도 제대군인입니다. 우리 가정이 몽땅 다 막내까지 군사복무해서 당원의 영예를 지니고 오게되면 가정에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게다가 군인 가족들의 생활상 역시 누구보다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일꾼, 국가와 당에 충성하는 주민으로 그려진다.

시골, 도시, 농장, 공장 할 것 없이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라면 자녀만큼의 열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 ‘병사의 고향 소식’ : "초병 동무들! 동무들 부모님들의 자주 외우는 소리가 있습니다. 인민의 행복을 지켜 섰던 어제 날 화선병사의 임무는 전우가 바뀌었을 뿐 오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군인의 위상을 띄우는 것은 물론 그 가족들에게까지 군인정신을 강조하는 북한.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1990년대 중반, 지속된 경제난과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외교적 고립까지 닥쳐온 북한사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이 가진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주민 경제를 회복시키고, 저하된 사회통제 기능을 재결속 시키려 했다.

이른바 북한식 ‘선군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식량난, 경제난이 아주 극심하게 이루어지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군이 위기를 관리하는 기본적인 틀이었다고 봐야겠죠. 그렇기 때문에 정책과 그다음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모든 것에 군이 전면으로 나서는 위기관리시스템 핵심 동력이었다 볼 수 있고. 특히 특권경제라고 하는 영역에서 군이 갖고 있던 위상이 굉장히 컸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회 통제 구상은 군부의 활용에서 그치지 않았다.

군인들의 가족까지 군인정신으로 무장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기록영화 ‘군인 가족 예술 소조 공연에 깃든 위대한 사랑’ : "그 어떤 고생도 달게 여기며 혁명의 한계를 변함없이 걸어가려는 억척같은 신념으로 가슴을 데우는 군인 가족들."]

특히 군인 가족들을 선전·선동의 주요한 도구로 삼아왔다.

군인 가족들에게 각종 악기를 보급하고, 정기 공연을 개최하게 함으로써 선군정치와 함께 구소련의 스탈린식 사회주의 사상을 주민들에게 끊임없기 각인시켰다.

["장군님 곁에서 우리를 떼어내려고 별의별 짓을 다 하고 있지만. 장군님 한 분만을 하늘처럼 믿고 이 세상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사회주의는 우리 거야. 사회주의는 우리 거야."]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첫해인 2012년 1월 1일.

새해 첫 일정으로 `근위서울류경수 제105 탱크사단'을 시찰하며 군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처음으로 육성을 공개한 자리에서도 선군 정신을 언급했다.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년 경축 중앙보고 대회 : "나는 성스러운 선군혁명의 길에서 언제나 동지들과 생사운명을 함께 하는 전우가 될 것이며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조국과 혁명 앞에 지닌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

리설주 여사까지 대동해 여군 부대를 시찰, 격려했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전략군을 자신의 직속 관할로 배치시켰다.

지난 2017년,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출생일을 맞아 열린 대규모 열병식 당시엔 특수부대인 특수작전군까지 처음으로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7년 4월, 조선중앙TV : "김영복 육군 상장의 인솔하에 지축을 뒤흔들며 나아가는 특수작전군 열병 종대!"]

그렇게 2017년 11월,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할 때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곁에는 항상 북한 군부가 함께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군부 강조는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선군정치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2017년 11월 29일 핵 무력 완성 선언까지가 너무 지나치게 과도하게 군을 앞에 내세우고 특히 핵미사일 관련 군의 활동을 과도하게 과시할려고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 한 3~4년 동안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군이 너무 과도하게 앞서있었다 앞서내세웠다라고 봐야 되는 거고 김정일 시대와의 정치적인 관리 정치 체제에서의 차별성이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과거 김일성 시대 할아버지 시대에서 가졌던 당 중심의 국가 운용의 정상성 이것이 굉장히 김정은 위원장이 보기에는 필요했다고 봐야겠죠."]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제 환경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선군정치를 견지하면서도, 노동당 중심의 권력 체계를 복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비핵화 카드를 들고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나선 이후론 적어도 매체를 통한 군부의 노출만큼은 철저히 관리했다는 분석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군이 뭔가 군사적인 행동 특히 핵미사일과 관련된 행동을 한다는 자체를 외부에 보이는 거 자체를 공약 소위 구두로 합의한 내용들을 위반으로 본 거죠. 위상이 약화했다기보다는 전술적으로 전략적으로 대화국면에서 군을 관리했다고 봐야겠죠."]

그러나 최근 북한은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고 군부의 노출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

이는 북미 협상의 교착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북한 스스로도 군부의 불만이나 회의감, 불안감 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걸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월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인 가족 예술 공연에 참석해 군부의 사기를 북돋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 당국의 노력에도 군부의 위상 강화, 군인정신 독려 같은 선전·선동은 더 이상 북한 주민들에게 와 닿지 않을 것이라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이미 시장화에 익숙해진 주민들은 군 복무나 당에 대한 충성이 출세의 보장이 아니라는 인식이 크고, 장마당을 경험한 젊은이들의 경우 군 복무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차리혁/전 북한군 지휘소대장/2014년 탈북 : "지금 나간 애들은 모두가 다 장마당 세대예요. 돈이라는 가치를 아는 세대거든요. 돈에 대한 가치를 아는 세대가 과연 군 복무를 하면 김정은이가 이런 지시를 내리게 되면 거기에 따를 수... 안 따르는 거죠. 김정은이 지시보다 돈이 더 중요하니까."]

고난의 행군이라 불릴 만큼 심각한 경제위기 가운데서도 군부를 앞세워 주민통제와 체제결속을 도모했던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문제가 장기화 국면을 맞은 가운데 다시 한번 꺼내 든 군인정신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군인 정신’ 다시 강조…군부 달래기?
    • 입력 2019-08-10 08:29:02
    • 수정2019-08-10 08:54:13
    남북의 창
[앵커]

요즘 북한 TV를 보면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군대, 그리고 무기와 관련된 내용이 적잖게 나옵니다.

과거 열병식 장면은 물론이고 최근엔 군인과 가족들을 다룬 프로그램도 새롭게 만들어 방송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은 이를 통해 군인정신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김정은 시대의 군인 정신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구월산 자락에 위치한 황해남도 안악군.

넓고 비옥한 농경지를 품은 이곳에서 주민 대부분은 농사일에 종사하고 있다.

잠시 일손을 멈추고 한자리에 모인 마을 사람들.

안악군 리당위원장이 들고 온 것은 다름 아닌 군에 간 자녀들이 보내온 편지다.

대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열일곱 나이에 군 복무를 시작하는 북한.

어린 자녀를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은 남과 북 할 것 없이 걱정과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김순애 : "딸의 감사 편지를 받고 보니까 딸이 고향에 온 것만 같고, 얼굴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민명녀 : "저는 세 자식을 초소로 떠나보냈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감사 편지를 받아봤습니다. 그런데 셋째 소식이 없어 기다려지게 됩니다."]

[렴창섭 : "우리 순영이 군대 갈 때는 진짜 군사 복무를 하려고 하나 그렇게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감사편지를 받고 보니까 ‘이제 됐다 하고 한잠도 못 잤습니다."]

["시원하게 오이 냉국 합시다."]

자녀들의 안부를 확인하고야 휴식 시간을 가지는 부모들.

기분 좋은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처럼 북한 조선중앙TV는 북한 군인들에게 고향의 소식, 부모 형제들의 안부를 전하는 ‘병사의 고향 소식’ 프로그램을 자주 제작, 방영하고 있다.

김정일의 지시로 제작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병사의 고향 소식’은 실제 북한 군인들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차리혁/전 북한군 지휘소대장/2014년 탈북 : "군인들 같은 경우에는 군중문화오락시간 이나 이런 시간에 영화 보면서 보도 통치 시간이 있어요. 그 시간에 정치지도원들이 위에서 지시를 내려와요. 영화 어떤 걸 감상시켜라 하게 되면 그걸 보여주는 거죠. 그런데 그거를 보면서 사실은 북한군인들 같은 경우에는 뭘 생각하냐면 부모님을 생각해요. 10년 세월을 하다 보니까 노래 부르고 영화를 보면 눈물이 그냥 나와요."]

프로그램은 단순히 가족의 안부를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군인 가족들을 출연시켜 북한군의 위상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최응남 : "6월 30일 날도 편지가 왔는데 조선노동당의 영예를 지녀서 당원증을 받았다는 희소식이 왔습니다."]

북한에서는 당원이 되거나 주요 고위직에 오르려면 군 복무 경력이 필수적인데 자녀들의 복무가 곧 가족의 자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최응남 : "여기 우리 사위도 제대군인입니다. 우리 가정이 몽땅 다 막내까지 군사복무해서 당원의 영예를 지니고 오게되면 가정에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게다가 군인 가족들의 생활상 역시 누구보다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일꾼, 국가와 당에 충성하는 주민으로 그려진다.

시골, 도시, 농장, 공장 할 것 없이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라면 자녀만큼의 열의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 ‘병사의 고향 소식’ : "초병 동무들! 동무들 부모님들의 자주 외우는 소리가 있습니다. 인민의 행복을 지켜 섰던 어제 날 화선병사의 임무는 전우가 바뀌었을 뿐 오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군인의 위상을 띄우는 것은 물론 그 가족들에게까지 군인정신을 강조하는 북한.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1990년대 중반, 지속된 경제난과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외교적 고립까지 닥쳐온 북한사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군이 가진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주민 경제를 회복시키고, 저하된 사회통제 기능을 재결속 시키려 했다.

이른바 북한식 ‘선군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식량난, 경제난이 아주 극심하게 이루어지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군이 위기를 관리하는 기본적인 틀이었다고 봐야겠죠. 그렇기 때문에 정책과 그다음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모든 것에 군이 전면으로 나서는 위기관리시스템 핵심 동력이었다 볼 수 있고. 특히 특권경제라고 하는 영역에서 군이 갖고 있던 위상이 굉장히 컸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회 통제 구상은 군부의 활용에서 그치지 않았다.

군인들의 가족까지 군인정신으로 무장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기록영화 ‘군인 가족 예술 소조 공연에 깃든 위대한 사랑’ : "그 어떤 고생도 달게 여기며 혁명의 한계를 변함없이 걸어가려는 억척같은 신념으로 가슴을 데우는 군인 가족들."]

특히 군인 가족들을 선전·선동의 주요한 도구로 삼아왔다.

군인 가족들에게 각종 악기를 보급하고, 정기 공연을 개최하게 함으로써 선군정치와 함께 구소련의 스탈린식 사회주의 사상을 주민들에게 끊임없기 각인시켰다.

["장군님 곁에서 우리를 떼어내려고 별의별 짓을 다 하고 있지만. 장군님 한 분만을 하늘처럼 믿고 이 세상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사회주의는 우리 거야. 사회주의는 우리 거야."]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첫해인 2012년 1월 1일.

새해 첫 일정으로 `근위서울류경수 제105 탱크사단'을 시찰하며 군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처음으로 육성을 공개한 자리에서도 선군 정신을 언급했다.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년 경축 중앙보고 대회 : "나는 성스러운 선군혁명의 길에서 언제나 동지들과 생사운명을 함께 하는 전우가 될 것이며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조국과 혁명 앞에 지닌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

리설주 여사까지 대동해 여군 부대를 시찰, 격려했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전략군을 자신의 직속 관할로 배치시켰다.

지난 2017년,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출생일을 맞아 열린 대규모 열병식 당시엔 특수부대인 특수작전군까지 처음으로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7년 4월, 조선중앙TV : "김영복 육군 상장의 인솔하에 지축을 뒤흔들며 나아가는 특수작전군 열병 종대!"]

그렇게 2017년 11월,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할 때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곁에는 항상 북한 군부가 함께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군부 강조는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선군정치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2017년 11월 29일 핵 무력 완성 선언까지가 너무 지나치게 과도하게 군을 앞에 내세우고 특히 핵미사일 관련 군의 활동을 과도하게 과시할려고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 한 3~4년 동안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군이 너무 과도하게 앞서있었다 앞서내세웠다라고 봐야 되는 거고 김정일 시대와의 정치적인 관리 정치 체제에서의 차별성이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과거 김일성 시대 할아버지 시대에서 가졌던 당 중심의 국가 운용의 정상성 이것이 굉장히 김정은 위원장이 보기에는 필요했다고 봐야겠죠."]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제 환경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선군정치를 견지하면서도, 노동당 중심의 권력 체계를 복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비핵화 카드를 들고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나선 이후론 적어도 매체를 통한 군부의 노출만큼은 철저히 관리했다는 분석이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군이 뭔가 군사적인 행동 특히 핵미사일과 관련된 행동을 한다는 자체를 외부에 보이는 거 자체를 공약 소위 구두로 합의한 내용들을 위반으로 본 거죠. 위상이 약화했다기보다는 전술적으로 전략적으로 대화국면에서 군을 관리했다고 봐야겠죠."]

그러나 최근 북한은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고 군부의 노출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

이는 북미 협상의 교착상태가 장기화 되면서 북한 스스로도 군부의 불만이나 회의감, 불안감 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걸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월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인 가족 예술 공연에 참석해 군부의 사기를 북돋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 당국의 노력에도 군부의 위상 강화, 군인정신 독려 같은 선전·선동은 더 이상 북한 주민들에게 와 닿지 않을 것이라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이미 시장화에 익숙해진 주민들은 군 복무나 당에 대한 충성이 출세의 보장이 아니라는 인식이 크고, 장마당을 경험한 젊은이들의 경우 군 복무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차리혁/전 북한군 지휘소대장/2014년 탈북 : "지금 나간 애들은 모두가 다 장마당 세대예요. 돈이라는 가치를 아는 세대거든요. 돈에 대한 가치를 아는 세대가 과연 군 복무를 하면 김정은이가 이런 지시를 내리게 되면 거기에 따를 수... 안 따르는 거죠. 김정은이 지시보다 돈이 더 중요하니까."]

고난의 행군이라 불릴 만큼 심각한 경제위기 가운데서도 군부를 앞세워 주민통제와 체제결속을 도모했던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문제가 장기화 국면을 맞은 가운데 다시 한번 꺼내 든 군인정신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