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아침]한반도 ‘배꼽’ 자리 놓고 3파전

입력 2006.02.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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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반도의 한 가운데, 다시 말해 정중앙이 되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이른바 이 '배꼽'자리를 놓고, 지금 강원도 양구와 경기도 포천, 그리고 충북의 충주가 한창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지리적, 역사문화 적으로 나름의 이유를 내세워 한반도 중심을 자처하고 있다는데요.

벌써부터 국토중심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최영철 기자. 어떤 잇점이 있길래 이렇게 서로 자처하고 나서는거죠?

<리포트>

정부의 지원금이나 정책 지원 등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땅끝마을로 알려진 전남 해남 같은 곳처럼 이름이 알려질 경우 유명 관광지로서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뿐더러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도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렇게 치열한 신경전들을 벌이고 있는데요.

화면 보면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최병태(66살/강원도 양구군) : "대한민국 국토 정중앙 마을이 양구 여기예요. 여기."

<인터뷰> 정운학(40살/충북 충주시) : "충주가 한반도의 중심이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인터뷰> 조중행(77살/경기도 포천시) : "대한민국의 중심은 우리 포천입니다."

한반도의 정중앙은 바로 이 곳입니다.

한반도 이른바 '배꼽' 마을을 둘러싼 세 지역의 기 싸움이 팽팽합니다.

'배꼽' 논쟁에 첫 포문을 연 곳은 바로 강원도 양구군.

지난 2002년부터 강원대와 함께 국토 정중앙점 찾기 사업을 벌여왔는데요.

<인터뷰> 홍종국(양구군청 군정시책개발팀) : "2002년 5월 8일, GPS 위성측량에 의해서 (양구군을) 국토 정중앙 지점으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양구군이 한반도의 중앙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섬을 포함한 한반도의 네 극지점을 연결해보면그 정중앙에 양구가 위치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앙 위선과 중앙 경선이 교차하는 양구군 남면 도촌리에는 '배꼽' 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국토의 정중앙을 알리는 표지석까지 세워졌습니다.

지역주민들은 우리나라 헌법상 국토의 정의는 도서지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양구가 국토의 정중앙이 틀림없다며 다른 지역과의 ?배꼽? 논쟁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였는데요.

<인터뷰> 홍상기(31살/강원도 도촌리) : "마라도도 우리나라 국토이지 않습니까? 섬을 모두 포함해서 국토의 정중앙을 따져야지."

양구군은 맨 처음 국토 정중앙 사업을 시작한 만큼 2008년까지 112억을 투자해 '국토 정중앙 테마공원'을 조성, '배꼽' 논쟁에 종지부를 찍자는 각오였습니다.

<인터뷰> 홍종국(양구군청 군정시책개발팀) : "국토 정중앙을 국민적인 명소로 가꾸기 위해 상징적인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바로 국토 정중앙 테마공원을 조성하게 된 동기입니다."

이러한 양구의 주장에 반기를 드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경기도 포천입니다.

포천시는 섬을 제외한 육지만을 기준으로 4극점을 삼아야 정확한 국토의 중심이며 바로 그 중앙지점이 포천시 영중면 성동리 지역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인터뷰> 윤석희(포천시청 문화공보담당관) : "역사적인 분단 선인 38도 선이 지나가는 점이 우리 포천시입니다. 그래서 우리 포천시가 한반도의 중심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성동면 일대 주민들 역시 포천이 한반도의 중심임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대단했는데요.

<인터뷰> 이봉구(78살/경기도 성동리) : "포천이 중심이에요. 여기가 말하자면 '배꼽'과 똑같은 거예요."

<인터뷰> 류승태(53살/경기도 성동리) : "포천이 한반도의 중심이어서 국민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여기에 사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포천시는 국토 중앙사업의 일환으로 38선이 지나는 포천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38선 하프마라톤 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윤석희(포천시청 문화공보담당관) : "한반도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지역을 특화·발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구와 포천이 경도와 위도를 따져가며 한반도의 중심을 주장한다면 충주는 역사와 문화적 관점에서 중심임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안승준(충주시청 기획감사과장) : "한반도의 중심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국토 지리적·역사적·문화적인 중심지임을 입증할 수 있는 이런 곳에서 (한반도의) 중심지라는 말을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지역은 충주라는 지명을 쓰기 시작한 고려 태조 왕건 이전부터도 국토의 중앙을 의미하는 '국원' '중원' 으로 불리어 왔는데요.

<인터뷰> 길경택(충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 "국원이라는 의미는 나라의 본디가 되는 땅, 중원도 나라의 중심이 되는 땅, 충주도 중심고을, 이런 의미가 고구려시대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 유적도 남아 있습니다.

가금면 탑평리에 위치한 중원탑평리 7층 석탑.

충주시민들이 중앙탑이라 부르는 이 탑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통일신라시대, 왕이 국토의 정중앙을 알려고 보폭이 같은 사람들을 남과 북에서 동시에 출발시켰는데 모두 지금의 중앙탑 자리에서 만났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상규(47살/충북 충주시) : "우리나라의 정중앙에 중앙탑을 세워놓았으니까 충주가 중앙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국토의 정중앙을 인증하는 기관도 없고, 이를 정할 일반적인 원칙이나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불거진 한반도 '배꼽'논쟁. 관광 효과나 지역민들의 자긍심 고취라는 선의의 목적이 있다지만 세 곳의 팽팽한 기 싸움에 한반도의 '배꼽'이 세 개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선의의 목적인 만큼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이 돼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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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2-03 0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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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반도의 한 가운데, 다시 말해 정중앙이 되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이른바 이 '배꼽'자리를 놓고, 지금 강원도 양구와 경기도 포천, 그리고 충북의 충주가 한창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지리적, 역사문화 적으로 나름의 이유를 내세워 한반도 중심을 자처하고 있다는데요. 벌써부터 국토중심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최영철 기자. 어떤 잇점이 있길래 이렇게 서로 자처하고 나서는거죠? <리포트> 정부의 지원금이나 정책 지원 등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땅끝마을로 알려진 전남 해남 같은 곳처럼 이름이 알려질 경우 유명 관광지로서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뿐더러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도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렇게 치열한 신경전들을 벌이고 있는데요. 화면 보면서 자세한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최병태(66살/강원도 양구군) : "대한민국 국토 정중앙 마을이 양구 여기예요. 여기." <인터뷰> 정운학(40살/충북 충주시) : "충주가 한반도의 중심이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에요." <인터뷰> 조중행(77살/경기도 포천시) : "대한민국의 중심은 우리 포천입니다." 한반도의 정중앙은 바로 이 곳입니다. 한반도 이른바 '배꼽' 마을을 둘러싼 세 지역의 기 싸움이 팽팽합니다. '배꼽' 논쟁에 첫 포문을 연 곳은 바로 강원도 양구군. 지난 2002년부터 강원대와 함께 국토 정중앙점 찾기 사업을 벌여왔는데요. <인터뷰> 홍종국(양구군청 군정시책개발팀) : "2002년 5월 8일, GPS 위성측량에 의해서 (양구군을) 국토 정중앙 지점으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양구군이 한반도의 중앙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섬을 포함한 한반도의 네 극지점을 연결해보면그 정중앙에 양구가 위치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앙 위선과 중앙 경선이 교차하는 양구군 남면 도촌리에는 '배꼽' 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국토의 정중앙을 알리는 표지석까지 세워졌습니다. 지역주민들은 우리나라 헌법상 국토의 정의는 도서지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양구가 국토의 정중앙이 틀림없다며 다른 지역과의 ?배꼽? 논쟁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였는데요. <인터뷰> 홍상기(31살/강원도 도촌리) : "마라도도 우리나라 국토이지 않습니까? 섬을 모두 포함해서 국토의 정중앙을 따져야지." 양구군은 맨 처음 국토 정중앙 사업을 시작한 만큼 2008년까지 112억을 투자해 '국토 정중앙 테마공원'을 조성, '배꼽' 논쟁에 종지부를 찍자는 각오였습니다. <인터뷰> 홍종국(양구군청 군정시책개발팀) : "국토 정중앙을 국민적인 명소로 가꾸기 위해 상징적인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바로 국토 정중앙 테마공원을 조성하게 된 동기입니다." 이러한 양구의 주장에 반기를 드는 곳이 있으니 바로 경기도 포천입니다. 포천시는 섬을 제외한 육지만을 기준으로 4극점을 삼아야 정확한 국토의 중심이며 바로 그 중앙지점이 포천시 영중면 성동리 지역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인터뷰> 윤석희(포천시청 문화공보담당관) : "역사적인 분단 선인 38도 선이 지나가는 점이 우리 포천시입니다. 그래서 우리 포천시가 한반도의 중심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성동면 일대 주민들 역시 포천이 한반도의 중심임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대단했는데요. <인터뷰> 이봉구(78살/경기도 성동리) : "포천이 중심이에요. 여기가 말하자면 '배꼽'과 똑같은 거예요." <인터뷰> 류승태(53살/경기도 성동리) : "포천이 한반도의 중심이어서 국민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여기에 사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포천시는 국토 중앙사업의 일환으로 38선이 지나는 포천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38선 하프마라톤 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윤석희(포천시청 문화공보담당관) : "한반도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지역을 특화·발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여건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구와 포천이 경도와 위도를 따져가며 한반도의 중심을 주장한다면 충주는 역사와 문화적 관점에서 중심임을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안승준(충주시청 기획감사과장) : "한반도의 중심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국토 지리적·역사적·문화적인 중심지임을 입증할 수 있는 이런 곳에서 (한반도의) 중심지라는 말을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지역은 충주라는 지명을 쓰기 시작한 고려 태조 왕건 이전부터도 국토의 중앙을 의미하는 '국원' '중원' 으로 불리어 왔는데요. <인터뷰> 길경택(충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 "국원이라는 의미는 나라의 본디가 되는 땅, 중원도 나라의 중심이 되는 땅, 충주도 중심고을, 이런 의미가 고구려시대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 유적도 남아 있습니다. 가금면 탑평리에 위치한 중원탑평리 7층 석탑. 충주시민들이 중앙탑이라 부르는 이 탑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통일신라시대, 왕이 국토의 정중앙을 알려고 보폭이 같은 사람들을 남과 북에서 동시에 출발시켰는데 모두 지금의 중앙탑 자리에서 만났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상규(47살/충북 충주시) : "우리나라의 정중앙에 중앙탑을 세워놓았으니까 충주가 중앙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국토의 정중앙을 인증하는 기관도 없고, 이를 정할 일반적인 원칙이나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불거진 한반도 '배꼽'논쟁. 관광 효과나 지역민들의 자긍심 고취라는 선의의 목적이 있다지만 세 곳의 팽팽한 기 싸움에 한반도의 '배꼽'이 세 개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선의의 목적인 만큼 어디까지나 선의의 경쟁이 돼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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