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열살 아들 숨지게 한 비정한 아버지

입력 2006.02.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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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랜만에 반가운 가족들을 만나 회포를 풀었던 지난 설 연휴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혼한 뒤 따로 살던 아들을 아버지가 숨지게 한 사건이었죠?

이번에도 가정 폭력이 낳은 비극인데요, 우리 가정 열 가구 중 세 가구가 폭력에 시달린다는 조사도 있던데 도대체 언제쯤 이런 가정폭력에서 우리사회가 벗어날 수 있을까요?

홍희정 기자.

역시 가정폭력의 최대 희생자는 우리 아이들이죠?

<리포트>

네. 한 조사에 따르면 아내를 폭행 하는 남편의 경우 70% 이상이 자녀에게도 폭력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당하는 자녀들의 충격과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문제의 아버지는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술만 마시면 폭력성향이 나오곤 했고, 그 날도 술을 마신 뒤 아내를 묶어놓고 이를 말리는 아들을 숨지게 했다는데요. 명절날 이들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1일, 숨진 열살 이 모 군의 시신이 안치된 빈소를 찾았습니다. 조문객도 거의 없는 듯, 굳게 닫힌 문안에는 친척 대 여섯 명만 둘러앉아 있었는데요.

<인터뷰>이모군 친척 : “부산에 사는 가까운 친척들도 안 불렀어요. (저희가) 제정신이 아니니까요. 경찰서 가서 조사 받고 하다가 조금 전에야 왔어요. (엄마는) 쓰러졌어요. (아들) 사진보고 울다가요.”

밤새 혼절해 있던 이 군의 어머니는 화장터로 향하는 아들의 관을 붙잡고 계속해 눈물만을 흘렸습니다. 이 군의 사인은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

지난 칠 개월 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함께 설을 쇠러왔다 변을 당했는데요.

<인터뷰>이 모군 친척 : “아버지가 아들(이군)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대요. 평소에는 아들을 그렇게 아꼈어요. 그런데 술만 먹으면 사람이 변하니까요.”

주변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 군의 아버지는 심각한 알콜 중독 증세를 보였었다고 합니다.

술만 마시면 폭력성향이 드러나곤 해, 3년 전 이혼도 했다는데요. 어떻게든 고쳐보려 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인터뷰>이씨 이웃주민 : “자주는 아니지만 술은 오시면 사갔어요. 다른 건 잘 안 사는 것 같던데요. 그냥 술만...”

<인터뷰>병원 관계자 : “조금 (폭력적인)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그런 (심한) 일은 없었고요. 술이 만취가 되거나 하면 본인의 행동을 기억을 못해서 충동적인 행동이 나오는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죠.”

하지만, 이씨는 입 퇴원을 반복하다 결국 일년만에 치료를 포기했습니다. 벌여놓은 사업까지 실패한 뒤론 술을 마시는 일이 더 잦아졌다는데요.

<인터뷰>이모군 친척 : “(이씨는) 실업자 아닙니까. 실업자인데, 어머니랑 누나가 생활비를 계속 대주고 했으니까요. (그렇게) 자꾸 돌봐주니까 거기에 의지를 하다가 이런 결과가 나온 거죠.”

<인터뷰>옥치대(형사/부산사하경찰서) : “(이씨가) 술을, 당일 날도 아침부터 범행 시각까지 소주하고 복분자 술을 약 네 병에서 다섯 병정도 마셨습니다. 평상시에도 정확히 몇 병이나 마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술을 자주 마시는 편입니다.”

그런 이씨였지만 설날 당일만큼은 친절했다고 합니다.오랜만에 가족이 회를 먹고 노래방을 가는 등 화목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다음날 오후, 술에 취한 이씨는 다시, 아내와 말다툼을 벌였다고 합니다.

<인터뷰>이 모씨(피의자) : “(이군 어머니가) 하루만 더 자고 가라 말했더니 자신은 오늘 가야한다, 늦어도 밤에는 (집에) 가야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초조해진 거죠. 자식하고 아내를 또 언제 만날지 기약이 없으니까요.”

결국, 이씨는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아내를 테이프로 묶어 감금하고, 아들은 수면제를 탄 술을 먹이고 재워보려 했다는데요.

그러나, 이 군은 잠도 자지 않고 엄마를 풀어달라고만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박경표(형사/부산사하경찰서) : “인터넷에서 구입한 경찰 수갑을 아내 양손에 뒤로 채우고, 그 다음에 노란 테이프로 입하고 눈을 막고, 결박시켜 놓은 상태에서 아들이 엄마를 풀어달라고 사정하면서 귀찮게 하니까 아들도 노란 테이프로 목을 감았어요.”

질식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이 군은 결국, 31일 열 살의 나이로 숨지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술이 깬 뒤에야 모든 일을 기억하고 후회하는 듯 했는데요.

<인터뷰>이 모씨(피의자) : “아침에 일어나서 (제가) 아이 엄마하고 할 말이 있었는데 그 전에 애가 일어나서 혹시나 엄마를 풀어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를 죽게 만들었는데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알콜 중독 아버지의 가정폭력은 결국, 어린 아들의 죽음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가장 큰 희생은 아이의 몫이었던 건데요.

목숨까지 잃지는 않더라도 가정폭력은 자녀들에겐 그에 못지 않은 위협과 충격입니다.

<인터뷰>신의진(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 “아이들이 가정폭력에 많이 노출되면 뇌 발달조차 정상적으로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충동조절이나 감정조절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요. 심한 경우에는 지능이 저하될 수도 있습니다.”

끊임없는 남편의 의심과 구타를 무려 이십 년이나 참아온 김씨!! 본인이 고아였던 탓에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애써왔는데요.

그러나, 남편의 횡포는 갈수록 심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김 모씨(가정폭력 피해자) : “보리차를 안 끓였다, 그러면 누굴 생각하다 안 끓여놨냐. 이런 식이에요. 무조건이죠. (그 다음엔) 계속 발로 차고 때리고 하는데 몇 시간은 무슨...동네 사람들이 와서 말려주고 그래야 끝나는 거죠.”

결국, 이대로 살다간 죽을 것만 같아 2년 전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왔다는데요.

처음엔 두 자녀와 떨어져 길거리를 전전해야 했지만 다행히 후견자를 만나 전셋집을 얻은 뒤론, 자녀들과 함께 살게 됐습니다.

<인터뷰>이기영(서울시 여성복지팀 팀장,김 씨 후견인) : “제가 크게 경제적인 도움은 못 드렸지만 심리적으로, 자립의지 같은 것을 심어드리고,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겨우 생지옥에선 벗어났지만, 이들에겐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는데요. 바로, 남매의 심각한 우울증이 그것입니다.

<인터뷰>김 모씨 딸 : “좀 무섭기도 하고 우울했다고 해야 되나. (아버지가) 제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거든요.”

<인터뷰>김 모씨(가정폭력 피해자) : “아들이 상처가 더 심한데, (아들은) 매일 죽고 싶다 그러고 텔레비전에서 (아버지 장례식 장면이 나오면) 아버지 죽었다고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우느냐고 이해가 안 간다고 그럴 정도로 심했어요.”

이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이들은 술에 취해 자신과 엄마를 때리던 아버지를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그 기억만큼이나 마음 속 상처도 선명합니다.

<인터뷰>김 모씨 딸 : “(나중엔) 아빠가 때리려고 그러면 (집에서) 나왔어요. 찜질방 같은 곳에 가서 하룻밤 자고 아침엔 아빠가 술이 깨 있으니까 (다시 집에) 들어가고 그랬어요.”

늘 자살을 생각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기까지 한다는 남매!!

김씨는 모두가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가슴이 미어집니다.

<인터뷰>김 모씨(가정폭력 피해자) : “집에 있을 때는 (식구들이) 독하게 버텼는데요. 나오니까 몸도 이미 다 망가졌고요. 그런 게(스트레스가) 우울증이 되더라고요. 부모가 돼서 (재산도) 없어서 뭘 해주지도 못하고, 좀 다른 거라도(우울증) 낫게 해줘야 되는데요.”

한국여성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열 집 가운데 세 집에서 가정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더 두려운 건 그 안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미래인데요.

<인터뷰>민호기(한국가정상담센터 소장) : “가정폭력은 학습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릴 때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가장 가까운 자기 가족에게 또 그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검찰은, 피해자가 신고를 못해 경찰의 응급조치가 없었더라도, 가해자를 격리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인데요. 가정 폭력,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폭넓은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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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열살 아들 숨지게 한 비정한 아버지
    • 입력 2006-02-03 08: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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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랜만에 반가운 가족들을 만나 회포를 풀었던 지난 설 연휴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혼한 뒤 따로 살던 아들을 아버지가 숨지게 한 사건이었죠? 이번에도 가정 폭력이 낳은 비극인데요, 우리 가정 열 가구 중 세 가구가 폭력에 시달린다는 조사도 있던데 도대체 언제쯤 이런 가정폭력에서 우리사회가 벗어날 수 있을까요? 홍희정 기자. 역시 가정폭력의 최대 희생자는 우리 아이들이죠? <리포트> 네. 한 조사에 따르면 아내를 폭행 하는 남편의 경우 70% 이상이 자녀에게도 폭력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당하는 자녀들의 충격과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문제의 아버지는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술만 마시면 폭력성향이 나오곤 했고, 그 날도 술을 마신 뒤 아내를 묶어놓고 이를 말리는 아들을 숨지게 했다는데요. 명절날 이들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취재했습니다. 지난 1일, 숨진 열살 이 모 군의 시신이 안치된 빈소를 찾았습니다. 조문객도 거의 없는 듯, 굳게 닫힌 문안에는 친척 대 여섯 명만 둘러앉아 있었는데요. <인터뷰>이모군 친척 : “부산에 사는 가까운 친척들도 안 불렀어요. (저희가) 제정신이 아니니까요. 경찰서 가서 조사 받고 하다가 조금 전에야 왔어요. (엄마는) 쓰러졌어요. (아들) 사진보고 울다가요.” 밤새 혼절해 있던 이 군의 어머니는 화장터로 향하는 아들의 관을 붙잡고 계속해 눈물만을 흘렸습니다. 이 군의 사인은 기도폐쇄에 의한 질식사. 지난 칠 개월 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함께 설을 쇠러왔다 변을 당했는데요. <인터뷰>이 모군 친척 : “아버지가 아들(이군)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대요. 평소에는 아들을 그렇게 아꼈어요. 그런데 술만 먹으면 사람이 변하니까요.” 주변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 군의 아버지는 심각한 알콜 중독 증세를 보였었다고 합니다. 술만 마시면 폭력성향이 드러나곤 해, 3년 전 이혼도 했다는데요. 어떻게든 고쳐보려 병원에 입원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인터뷰>이씨 이웃주민 : “자주는 아니지만 술은 오시면 사갔어요. 다른 건 잘 안 사는 것 같던데요. 그냥 술만...” <인터뷰>병원 관계자 : “조금 (폭력적인)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그런 (심한) 일은 없었고요. 술이 만취가 되거나 하면 본인의 행동을 기억을 못해서 충동적인 행동이 나오는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죠.” 하지만, 이씨는 입 퇴원을 반복하다 결국 일년만에 치료를 포기했습니다. 벌여놓은 사업까지 실패한 뒤론 술을 마시는 일이 더 잦아졌다는데요. <인터뷰>이모군 친척 : “(이씨는) 실업자 아닙니까. 실업자인데, 어머니랑 누나가 생활비를 계속 대주고 했으니까요. (그렇게) 자꾸 돌봐주니까 거기에 의지를 하다가 이런 결과가 나온 거죠.” <인터뷰>옥치대(형사/부산사하경찰서) : “(이씨가) 술을, 당일 날도 아침부터 범행 시각까지 소주하고 복분자 술을 약 네 병에서 다섯 병정도 마셨습니다. 평상시에도 정확히 몇 병이나 마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술을 자주 마시는 편입니다.” 그런 이씨였지만 설날 당일만큼은 친절했다고 합니다.오랜만에 가족이 회를 먹고 노래방을 가는 등 화목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다음날 오후, 술에 취한 이씨는 다시, 아내와 말다툼을 벌였다고 합니다. <인터뷰>이 모씨(피의자) : “(이군 어머니가) 하루만 더 자고 가라 말했더니 자신은 오늘 가야한다, 늦어도 밤에는 (집에) 가야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초조해진 거죠. 자식하고 아내를 또 언제 만날지 기약이 없으니까요.” 결국, 이씨는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아내를 테이프로 묶어 감금하고, 아들은 수면제를 탄 술을 먹이고 재워보려 했다는데요. 그러나, 이 군은 잠도 자지 않고 엄마를 풀어달라고만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박경표(형사/부산사하경찰서) : “인터넷에서 구입한 경찰 수갑을 아내 양손에 뒤로 채우고, 그 다음에 노란 테이프로 입하고 눈을 막고, 결박시켜 놓은 상태에서 아들이 엄마를 풀어달라고 사정하면서 귀찮게 하니까 아들도 노란 테이프로 목을 감았어요.” 질식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이 군은 결국, 31일 열 살의 나이로 숨지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술이 깬 뒤에야 모든 일을 기억하고 후회하는 듯 했는데요. <인터뷰>이 모씨(피의자) : “아침에 일어나서 (제가) 아이 엄마하고 할 말이 있었는데 그 전에 애가 일어나서 혹시나 엄마를 풀어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를 죽게 만들었는데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알콜 중독 아버지의 가정폭력은 결국, 어린 아들의 죽음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가장 큰 희생은 아이의 몫이었던 건데요. 목숨까지 잃지는 않더라도 가정폭력은 자녀들에겐 그에 못지 않은 위협과 충격입니다. <인터뷰>신의진(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 “아이들이 가정폭력에 많이 노출되면 뇌 발달조차 정상적으로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충동조절이나 감정조절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요. 심한 경우에는 지능이 저하될 수도 있습니다.” 끊임없는 남편의 의심과 구타를 무려 이십 년이나 참아온 김씨!! 본인이 고아였던 탓에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애써왔는데요. 그러나, 남편의 횡포는 갈수록 심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김 모씨(가정폭력 피해자) : “보리차를 안 끓였다, 그러면 누굴 생각하다 안 끓여놨냐. 이런 식이에요. 무조건이죠. (그 다음엔) 계속 발로 차고 때리고 하는데 몇 시간은 무슨...동네 사람들이 와서 말려주고 그래야 끝나는 거죠.” 결국, 이대로 살다간 죽을 것만 같아 2년 전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왔다는데요. 처음엔 두 자녀와 떨어져 길거리를 전전해야 했지만 다행히 후견자를 만나 전셋집을 얻은 뒤론, 자녀들과 함께 살게 됐습니다. <인터뷰>이기영(서울시 여성복지팀 팀장,김 씨 후견인) : “제가 크게 경제적인 도움은 못 드렸지만 심리적으로, 자립의지 같은 것을 심어드리고,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겨우 생지옥에선 벗어났지만, 이들에겐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는데요. 바로, 남매의 심각한 우울증이 그것입니다. <인터뷰>김 모씨 딸 : “좀 무섭기도 하고 우울했다고 해야 되나. (아버지가) 제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거든요.” <인터뷰>김 모씨(가정폭력 피해자) : “아들이 상처가 더 심한데, (아들은) 매일 죽고 싶다 그러고 텔레비전에서 (아버지 장례식 장면이 나오면) 아버지 죽었다고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우느냐고 이해가 안 간다고 그럴 정도로 심했어요.” 이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이들은 술에 취해 자신과 엄마를 때리던 아버지를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그 기억만큼이나 마음 속 상처도 선명합니다. <인터뷰>김 모씨 딸 : “(나중엔) 아빠가 때리려고 그러면 (집에서) 나왔어요. 찜질방 같은 곳에 가서 하룻밤 자고 아침엔 아빠가 술이 깨 있으니까 (다시 집에) 들어가고 그랬어요.” 늘 자살을 생각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기까지 한다는 남매!! 김씨는 모두가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가슴이 미어집니다. <인터뷰>김 모씨(가정폭력 피해자) : “집에 있을 때는 (식구들이) 독하게 버텼는데요. 나오니까 몸도 이미 다 망가졌고요. 그런 게(스트레스가) 우울증이 되더라고요. 부모가 돼서 (재산도) 없어서 뭘 해주지도 못하고, 좀 다른 거라도(우울증) 낫게 해줘야 되는데요.” 한국여성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열 집 가운데 세 집에서 가정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더 두려운 건 그 안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미래인데요. <인터뷰>민호기(한국가정상담센터 소장) : “가정폭력은 학습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릴 때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가장 가까운 자기 가족에게 또 그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검찰은, 피해자가 신고를 못해 경찰의 응급조치가 없었더라도, 가해자를 격리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인데요. 가정 폭력,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폭넓은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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