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미국 땅] ③회장님은 이웃사촌 ‘뉴요커’

입력 2014.06.24 (14:15) 수정 2014.10.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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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중심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큰 공원이 있다. 맨해튼의 허파 또는 정원이라고 불리는 ‘센트럴파크’다. 이 공원과 가깝고 마천루 전경이 잘 보이는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맨해튼의 콘도 가격은 천정부지로 뛴다. 집 한 채 값이 천억 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그래서 맨해튼은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로 손꼽힌다.

센트럴파크에서 남쪽으로 두 블록 내려가 보자. ‘셰필드’라는 이름의 50층짜리 콘도가 있다. 지난 2007년 리모델링해 깔끔한 내부 시설과 도심 접근성 때문에 인기가 높은 곳이다. 한국인 소유주도 50명 가까이 되는데, 특히 한국 재벌과 유명인들이 몰려 있다.

이 콘도 33층에는 탤런트 송혜교 씨가, 39층에는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콘도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43층에, 농심그룹 신동원 대표이사는 박 회장보다 3개 층 위에 콘도를 매입했다. 노루표 페인트로 유명한 한영재 회장도 이 집을 보유하다 지난해 말 팔았다. 금액은 집의 층수와 넓이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회장들의 집은 대략 20억 원에서 30억 원 대다.

각 기업들은 회장들이 출장을 가거나 자녀들의 유학을 목적으로 콘도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애경 장영신 회장의 경우 조세피난처에 세운 ‘해피갤럭시’라는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콘도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세금을 아낄 목적이라고 밝혀왔다. 구입 경위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매입자금 대부분을 한국에서 송금해 현금으로 집을 샀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만난 미국인들은 이런 거래에 대해 ‘Black Money(검은 돈)’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집값의 대부분을 모기지로 충당하고, 수십 년 동안 빚을 갚아 나가는 ‘원조 뉴요커’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기업들은 회장들의 개인 돈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정상 매입한 부동산이라고 밝혔다.



뉴욕뿐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하와이에서도 우리 기업 회장님들은 한 빌딩 안에서 이웃사촌이었다. 하와이에서도 최고 명소인 와이키키 해변에는 지난 2008년 분양한 ‘워터마크’란 콘도가 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셋째아들인 조현상 효성 부사장이 34층에 26억 원 짜리 집을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인 한솔 조동길 회장 남매와 LG그룹 창업주인 故 구인회 회장의 며느리,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대유신소재 박영우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씨가 이 콘도에 별장을 보유하고 있다. 콘도 전체의 40%인 78채가 한국인 소유라고 하니, 사실상 하와이에 있는 ‘한국인 건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해외 부동산을 사면서 당국에 취득신고나 송금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이 콘도를 사들인 국내 거주자 44명 가운데 28명이 관련법을 어겨 관계당국에 적발됐다. 효성 조현상 부사장도 그 중 한 명이다. 조 부사장은 재판을 받던 도중 ‘미신고 외국 부동산’을 국가가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도록 한 옛 외국환거래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까지 제청했다. 그렇다면 결과는? 헌재는 이 조항이 합헌이라며 조 부사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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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10-07 17:27:56
    경제



뉴욕 맨해튼 중심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큰 공원이 있다. 맨해튼의 허파 또는 정원이라고 불리는 ‘센트럴파크’다. 이 공원과 가깝고 마천루 전경이 잘 보이는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맨해튼의 콘도 가격은 천정부지로 뛴다. 집 한 채 값이 천억 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그래서 맨해튼은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로 손꼽힌다.

센트럴파크에서 남쪽으로 두 블록 내려가 보자. ‘셰필드’라는 이름의 50층짜리 콘도가 있다. 지난 2007년 리모델링해 깔끔한 내부 시설과 도심 접근성 때문에 인기가 높은 곳이다. 한국인 소유주도 50명 가까이 되는데, 특히 한국 재벌과 유명인들이 몰려 있다.

이 콘도 33층에는 탤런트 송혜교 씨가, 39층에는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콘도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43층에, 농심그룹 신동원 대표이사는 박 회장보다 3개 층 위에 콘도를 매입했다. 노루표 페인트로 유명한 한영재 회장도 이 집을 보유하다 지난해 말 팔았다. 금액은 집의 층수와 넓이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회장들의 집은 대략 20억 원에서 30억 원 대다.

각 기업들은 회장들이 출장을 가거나 자녀들의 유학을 목적으로 콘도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애경 장영신 회장의 경우 조세피난처에 세운 ‘해피갤럭시’라는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콘도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세금을 아낄 목적이라고 밝혀왔다. 구입 경위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매입자금 대부분을 한국에서 송금해 현금으로 집을 샀다는 점이다. 현지에서 만난 미국인들은 이런 거래에 대해 ‘Black Money(검은 돈)’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집값의 대부분을 모기지로 충당하고, 수십 년 동안 빚을 갚아 나가는 ‘원조 뉴요커’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 기업들은 회장들의 개인 돈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정상 매입한 부동산이라고 밝혔다.



뉴욕뿐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하와이에서도 우리 기업 회장님들은 한 빌딩 안에서 이웃사촌이었다. 하와이에서도 최고 명소인 와이키키 해변에는 지난 2008년 분양한 ‘워터마크’란 콘도가 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셋째아들인 조현상 효성 부사장이 34층에 26억 원 짜리 집을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인 한솔 조동길 회장 남매와 LG그룹 창업주인 故 구인회 회장의 며느리,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대유신소재 박영우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씨가 이 콘도에 별장을 보유하고 있다. 콘도 전체의 40%인 78채가 한국인 소유라고 하니, 사실상 하와이에 있는 ‘한국인 건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해외 부동산을 사면서 당국에 취득신고나 송금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이 콘도를 사들인 국내 거주자 44명 가운데 28명이 관련법을 어겨 관계당국에 적발됐다. 효성 조현상 부사장도 그 중 한 명이다. 조 부사장은 재판을 받던 도중 ‘미신고 외국 부동산’을 국가가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도록 한 옛 외국환거래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까지 제청했다. 그렇다면 결과는? 헌재는 이 조항이 합헌이라며 조 부사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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