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수상한 법인] ④ 해외 부동산, 어떻게 추적했나?

입력 2014.07.01 (15:32) 수정 2014.10.07 (17: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규모 부동산 데이터와의 싸움
이번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회장님의 미국 땅’과 ‘회장님의 수상한 법인’을 보도하기까지 무엇보다 미국 부동산 거래 자료에 대한 수집이 가장 선행돼야 할 과제였습니다. 이번 보도를 하기 위해 취재팀은 뉴욕시 5개 보로와 보스톤이 속한 매사추세츠 서포크 카운티, 뉴저지 21개 카운티, 캘리포니아 주의 LA와 오렌지, 산마테오, 산타클라라 그리고 하와이 4개 카운티의 모든 부동산 현 소유자 명단(2013년 초 기준)을 구했습니다. 사실 정확하게 집계는 해보지 않았지만 뉴욕시 백만 개, LA카운티는 2백만 개 가량의 부동산 필지 소유주 정보를 수집했으니 전체 규모는 어느 정도 짐작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모은 부동산 소유주 자료를 하나하나 검색해 한국인 추정 소유주들을 선별했고, 이를 다시 조사 대상이 된 1,825명의 이름과 비교해 최종적인 조사 대상과 부동산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내 프로그래머 동기들을 갈구어서(?) 도움을 받았기에 망정이지 엄청난 데이터를 서로 비교해가며 대조, 추출해내는 작업을 사람 손만으로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겁니다.


<사진 1. LA 카운티 부동산 소유자 데이터>

ICIJ 페이퍼컴퍼니 보도가 남긴 한계

사실 이번 보도는 재벌과 주식 부호 일가에 대한 해외부동산 추적은 지난해 보도했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보도가 계기였습니다.
각 국의 유명 기업인은 물론 정치인과 연예인들까지 앞다퉈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는데, 이를 계기로 각국 정부가 역외 탈세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함께 조세회피에 대한 국제 공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안언론 ‘뉴스타파’가 ICIJ와 단독 협력을 통해 국내 유명인사들의 페이퍼컴퍼니 실태를 보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들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로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는 것 그 자체가 범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은 자본이 머물다 간 자리
그렇다면 왜 해외 부동산을 취재했을까요? 그것은 부동산 거래는 제 3자가 자금 흐름의 흔적을 당당히(?)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본거래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국제 거래에 있어서 대차(貸借) 거래나 주식, 예금, 채권과 같은 금융 거래는 물론이고 상품 거래 역시 상세한 내역에 기자들이 접근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동산만큼만은 예외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 특히 미국의 경우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정보는 제3자에게 매우 폭넓은 정보가 공개됩니다. 그러다보니 자금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부동산을 거래할 경우 그 흔적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사진 2. 탐사보도팀이 취재한 미국 부동산 사진들>

미국 부동산은 이름 검색이 가능

그렇다면 미국 부동산 거래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 거래를 알아보려면 부동산 등기 내역을 봐야하겠죠? 미국은 우리와 달리 부동산을 매매할 때 매입 또는 매도증서 원본을 그대로 등기소에 제출하는데(부동산 거래시 이뤄지는 담보 대출 서류 포함),이 같은 매매 및 담보대출(모기지) 증서들은 무료로 또는 약간의 수수료만 내면 제3자가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지만 일부 지역(뉴저지 버겐카운티 등)은 온라인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http://a836-acris.nyc.gov/CP/CoverPage/MainMenu 이곳은 뉴욕시(맨해튼 등 5개 보로) 온라인 부동산 등기 서류 검색 사이트 ’ACRIS’인데, 한 번 경험해 보십시오.


<사진 3. 뉴욕시 온라인부동산 등기 검색 결과 화면>

특히 기자로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각 카운티마다 부동산 소유 및 거래 내용을 ‘이름’으로도 검색해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뉴욕시 등기소에서 ‘Sung, Jae Ho’라는 이름을 넣으면 제가(저와 동명이인까지 포함) 갖고 있거나 사고팔았던 부동산 내역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취재팀은 이처럼 이름 검색을 활용하여 등기 서류를 발급받아 1,825명 조사대상자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추적했습니다.
사실 미국은 부동산 관련 재산세까지도 모두 공개가 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부동산은 근본적으로 공적 자산-우리의 토지공개념과 비슷한-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만일 우리나라도 이 처럼 부동산에 대한 검색과 공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부동산 투기를 막는데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러다보니 미국 자산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감추기 위해 신탁(Trust)이나 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보유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회장님의 수상한 법인] ④ 해외 부동산, 어떻게 추적했나?
    • 입력 2014-07-01 15:32:53
    • 수정2014-10-07 17:27:56
    사회

대규모 부동산 데이터와의 싸움
이번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 ‘회장님의 미국 땅’과 ‘회장님의 수상한 법인’을 보도하기까지 무엇보다 미국 부동산 거래 자료에 대한 수집이 가장 선행돼야 할 과제였습니다. 이번 보도를 하기 위해 취재팀은 뉴욕시 5개 보로와 보스톤이 속한 매사추세츠 서포크 카운티, 뉴저지 21개 카운티, 캘리포니아 주의 LA와 오렌지, 산마테오, 산타클라라 그리고 하와이 4개 카운티의 모든 부동산 현 소유자 명단(2013년 초 기준)을 구했습니다. 사실 정확하게 집계는 해보지 않았지만 뉴욕시 백만 개, LA카운티는 2백만 개 가량의 부동산 필지 소유주 정보를 수집했으니 전체 규모는 어느 정도 짐작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모은 부동산 소유주 자료를 하나하나 검색해 한국인 추정 소유주들을 선별했고, 이를 다시 조사 대상이 된 1,825명의 이름과 비교해 최종적인 조사 대상과 부동산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내 프로그래머 동기들을 갈구어서(?) 도움을 받았기에 망정이지 엄청난 데이터를 서로 비교해가며 대조, 추출해내는 작업을 사람 손만으로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겁니다.


<사진 1. LA 카운티 부동산 소유자 데이터>

ICIJ 페이퍼컴퍼니 보도가 남긴 한계

사실 이번 보도는 재벌과 주식 부호 일가에 대한 해외부동산 추적은 지난해 보도했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보도가 계기였습니다.
각 국의 유명 기업인은 물론 정치인과 연예인들까지 앞다퉈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었는데, 이를 계기로 각국 정부가 역외 탈세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함께 조세회피에 대한 국제 공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안언론 ‘뉴스타파’가 ICIJ와 단독 협력을 통해 국내 유명인사들의 페이퍼컴퍼니 실태를 보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들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로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는 것 그 자체가 범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은 자본이 머물다 간 자리
그렇다면 왜 해외 부동산을 취재했을까요? 그것은 부동산 거래는 제 3자가 자금 흐름의 흔적을 당당히(?)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본거래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국제 거래에 있어서 대차(貸借) 거래나 주식, 예금, 채권과 같은 금융 거래는 물론이고 상품 거래 역시 상세한 내역에 기자들이 접근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동산만큼만은 예외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 특히 미국의 경우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정보는 제3자에게 매우 폭넓은 정보가 공개됩니다. 그러다보니 자금이 흘러가는 과정에서 부동산을 거래할 경우 그 흔적이 오래도록 남습니다.


<사진 2. 탐사보도팀이 취재한 미국 부동산 사진들>

미국 부동산은 이름 검색이 가능

그렇다면 미국 부동산 거래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 거래를 알아보려면 부동산 등기 내역을 봐야하겠죠? 미국은 우리와 달리 부동산을 매매할 때 매입 또는 매도증서 원본을 그대로 등기소에 제출하는데(부동산 거래시 이뤄지는 담보 대출 서류 포함),이 같은 매매 및 담보대출(모기지) 증서들은 무료로 또는 약간의 수수료만 내면 제3자가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지만 일부 지역(뉴저지 버겐카운티 등)은 온라인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http://a836-acris.nyc.gov/CP/CoverPage/MainMenu 이곳은 뉴욕시(맨해튼 등 5개 보로) 온라인 부동산 등기 서류 검색 사이트 ’ACRIS’인데, 한 번 경험해 보십시오.


<사진 3. 뉴욕시 온라인부동산 등기 검색 결과 화면>

특히 기자로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각 카운티마다 부동산 소유 및 거래 내용을 ‘이름’으로도 검색해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뉴욕시 등기소에서 ‘Sung, Jae Ho’라는 이름을 넣으면 제가(저와 동명이인까지 포함) 갖고 있거나 사고팔았던 부동산 내역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취재팀은 이처럼 이름 검색을 활용하여 등기 서류를 발급받아 1,825명 조사대상자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추적했습니다.
사실 미국은 부동산 관련 재산세까지도 모두 공개가 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부동산은 근본적으로 공적 자산-우리의 토지공개념과 비슷한-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만일 우리나라도 이 처럼 부동산에 대한 검색과 공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부동산 투기를 막는데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러다보니 미국 자산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감추기 위해 신탁(Trust)이나 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보유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