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기캐 열전]① 새벽 3시에 출근하는 그녀, 강아랑

입력 2017.01.07 (17:07) 수정 2017.01.07 (17:34)

요즘 기상캐스터 가운데 가장 바쁜 사람 중 한명은 KBS 강아랑(26)이다. 일요일만 빼고 매일 아침(월~토) KBS 1TV '뉴스광장'에 5번씩 출연한다. 그 뿐이 아니다. 방송 중간인 오전 7시30분에는 'KBS 뉴스 페이스북'에서 '강아랑의 날씨랑'이란 코너로 다시 10분 정도 오늘의 날씨를 라이브로 전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 때는 페이스북 라이브로 현장 상황을 중계하기도 했다. 가끔 '진품명품' 등의 프로그램에 패널로도 나선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지난 달 27일 오후 KBS 신관 카페에서 강아랑 캐스터를 만났다. 강아랑 캐스터의 첫 인상은 웃음이 많고 꾸밈없이 밝았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눴던 대화를 머릿속으로 되감으면서 카페를 나오는데 문득 "의외다"란 생각이 들었다. 해맑은 첫인상보다 인터뷰 때의 진지하고 철저한 모습이 더 기억 속에 박혀 있었다.

부산 '꼬마 스타' 강아랑


강아랑은 1991년 부산광역시 진구 초읍동에서 1남 1녀중 장녀로 태어났다. 외식업을 크게 하던 아버지 강수규 씨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배순자 씨 밑에서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욕심이 많은 어머니는 어린 강아랑에게 연기, 국악, 미술을 두루 가르쳤다. 특기 뿐만 아니라 한자, 영어, 일본어에 이르기까지 온갖 사교육을 다 시켰다. '첫째 딸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어머니 때문에 강아랑은 무척 바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덕분에 강아랑은 6살 때부터 아역 모델로 활동하는 등 부산에선 꽤 유명한 아이였다.


"6살부터 8살까지 아역 배우를 했었어요. '새우깡' '디즈니 아동복' 등 광고에 주로 출연했는데 부산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한 아역이였어요. 그 당시 대형 백화점에 가면 제 얼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어요. 사진 속 포즈와 표정이 자연스러운 것을 보면 지금 봐도 신기할 정도예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건 미술밖에 없었어요. 어린 나이지만 엄마가 너무 이것저것 많이 시켜서 힘들었어요"

무대 뒤에서 키운 기상캐스터의 꿈


강아랑은 부산 초읍초-초읍중-성모여고를 거쳐 2010년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강아랑은 고등학교 때 전교 20등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하지만 예술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공간연출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강아랑의 꿈은 대학 3학년때까지 영화 미술 감독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방송인으로 바뀌었다.

"막상 무대 뒤에서 스탭으로 일하다 보니까 무대 앞에서는 주인공들이 부러웠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보니까 연기보다 남들 앞에서 말하거나 설명하는 일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2년부터 강아랑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쇼핑몰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 강아랑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쇼핑몰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다. 강아랑이 대학교 3학년 때인 2012년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갑자기 기울었다. 매달 두둑히 보내주던 학비와 생활비가 갑자기 끊겼다. 강아랑은 쇼핑몰 모델, 벽화 그리기, 영화 촬영현장 스탭, 카페 서빙 등 온갖'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학비는 대출로 충당했다. 그는 눈물을 머금고 '돈이 많이 드는' 미술감독의 길을 포기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유학하는 데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잖아요. 집에서 보내주는 생활비가 끊겨서 햇빛이 안드는 방에 살면서 하루 한끼 학식만 먹으면서 강제 다이어트를 한 적도 있어요. 학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대출금이 점점 불어나니까 제능력으로 하루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게 됐고, 그렇게 방송계 문을 두드리게 됐어요. 지금도 학자금 대출 갚고 있어요"

강아랑은 2013년 중앙대 선배가 연출한 우리카드 CF에 모델로 등장했다. 풍선껌을 부는 사람이 강아랑이다.강아랑은 2013년 중앙대 선배가 연출한 우리카드 CF에 모델로 등장했다. 풍선껌을 부는 사람이 강아랑이다.

강아랑은 대학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아나운서나 기상캐스터 준비에 들어갔다. '부산 아가씨' 강아랑의 목표에 첫번째 걸림돌은 사투리였다. 특히 그는 동향의 '부산 아가씨'들과 주로 어울리느라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 뒤에도 사투리를 고치지 못한 터였다.

"'성대모사' 한다는 생각으로 서울 친구들 말투를 따라해보기 시작했더니 금세 서울말이 늘었어요. 대학교 4학년 스물 세살무렵부터는 완벽하게 서울 사람으로 위장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방송 준비를 위해 스피치학원도 다녔거든요. 하지만 지금도 카메라 앞에서는 100% 서울 토박이 같지만, 친구들이나 부모님 앞에서는 영락 없는 부산 아가씨랍니다"

미스 춘향에서 KBS 기상캐스터로

막상 결심은 했지만 기상캐스터가 되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KBS에 들어오기까지 2년 6개월이 걸렸다. 2013년부터 크고 작은 방송을 하면서 실력을 쌓은 결과다. 도중에 슬럼프도 있었다. 2014년, 이력서를 넣는 곳마다 떨어졌고 '난 진짜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2015년 7월, 마침내 KBS 기상캐스터 공채에 합격했다.

"당장 안 된다고 좌절하지 말고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 같아요. 전 제 자신이 정말 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노력하면서 기다리니 기회가 오더라고요"



강아랑 캐스터는 KBS 기상캐스터가 되기 전 해인 2014년 제84회 전국춘향선발대회 미스춘향 미로 선발됐다. 부모님은 그가 당연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위로해주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방송은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기 때문에 호감이 가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평가받았다는 경력이 될 것 같아 출연했어요. 야외무대에 벌레가 엄청 많았어요. 대회 당일 벌레에 쏘여서 오른쪽 눈이 잘 안 떠지는 거예요. 마음을 비우고 즐기자는 생각으로 하니 잘 됐어요. "제가 꽃이어서 벌에 쏘였나봐요"라고 하니 다들 웃으셨어요. 아마 현대판 춘향이의 모습을 재밌게 그려내지 않았나 싶어요"



강아랑의 특징은 크고 '또랑또랑'한 눈이다. 요즘 인기 있는 단어인 '만찢녀(만화에서 찢고 나온 여자)'가 떠오르는 외모다. 늘 '생글생글' 웃는 얼굴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특징이 그에게는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매력포인트 역시 다르지 않았다.

"잘 웃는 게 매력이라고 해요. 또 솔직한 성격을 말해주시는 분도 있어요. 단어 선택에서도 너무 솔직해요. 늘 웃는 게 장점이기도 하지만 신뢰성이 중요한 뉴스를 할 땐 단점이 되기도 해요. 지금 제 성격도 좋지만 조금 더 지적인 분위기가 풍겼으면 좋겠어요(웃음)"

방송·디지털 '종횡무진' 날씨 전도사

그의 하루는 새벽 3시에 시작된다. 4시 30분까지 출근해 예보를 보며 원고를 쓴다. 날씨는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자주 확인하며 원고를 수정해야 한다. 그러다 오전 7시, 뉴스 생방송을 시작하면 2시간 동안 총 5번 날씨 예보를 한다. 뉴스하기도 빠듯한 시간에 짬을 내서 페이스북 라이브로 '강아랑의 날씨랑'을 진행하고, 8시 30분엔 라디오에도 출연한다. 오전 9~10시는 돼야 일이 끝난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기상캐스터 1人'란 말은 이런 살인적인 스케쥴 때문이다.

"일이 짧고 굵어요. 방송 중엔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올라와요. 끝나면 다시 쭉 내려가고요. 특히 1분~1분 30초 정도 되는 뉴스 멘트를 다 외워야 해서 압박이 커요. 또 날씨가 시시각각 변해서 계속 수정하고 다시 외워야 해요. 지역, 강수량, 수치 등도 까다롭고요. 최근에는 방송하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앞에 조명이 쓰러진 거예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바람이 거세서 앞의 조명이 쓰러졌습니다"라고 말해버렸어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너무 솔직한 표현을 썼던 것 같아요.

강아랑 기상캐스터는 매일 오전 7시 30분, KBS 뉴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라이브로 ‘강아랑의 날씨랑’을 진행한다.강아랑 기상캐스터는 매일 오전 7시 30분, KBS 뉴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라이브로 ‘강아랑의 날씨랑’을 진행한다.


강아랑 캐스터는 지난 해 6월부터 'KBS 뉴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매일 아침 라이브로 날씨를 전하고 있다. 처음에는 KBS 디지털뉴스쪽에서 '시범삼아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재밌을 수도 있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방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강아랑의 날씨랑'이 방송 못지 않게 중요한 활동이 됐다. 특히 '페이스북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똑같이 날씨를 전달하지만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뉴스에선 가면을 쓴 것처럼 철저하게 저를 숨기고 방송하는데 페이스북 라이브는 제 그대로의 성격을 보여드려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 본연의 모습을 좋아해 주셔서 놀랐어요. 특히 팬클럽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세요. 최근엔 400명이 조금 넘었어요(웃음). 핸드폰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다가 거치대가 부러진 적이 있는데, 그걸 보시고 새 거치대를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그 마음이 정말 감사하죠."

강아랑이 밝히는 일과 사랑

1991년생인 강아랑 캐스터는 현재 만 25살이다. 젊고 매력적인데다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인기 직업 '기상캐스터'로 활동하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의 '로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그는 현재 불행하게도(?)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 방송이 너무 좋아요. 아침방송을 하느라 저녁 약속을 잡지 못하고 연애도 못 해요. 보통 직장인들은 저녁에 만나잖아요. 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가끔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KBS엔 총각이 없어요. 조금 서글프지만 그래도 방송을 포기할 순 없네요"

그가 밝힌 연애사와 이상형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연애는 학창시절 저의 가장 큰 관심사였어요. 고등학교 때는 입시 준비를 해야 해서 연애를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여고에 다니다보니 남학생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적었고요. 대신 당시 사직 야구장이 집 근처에 있어서 야구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롯데 자이언츠 야구선수들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여고 시절에는 야구와 연애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성인이 되고 부터는 오히려 연애에 대한 관심이 줄었어요. 지금까지 만난 남자는 2.5명이요. '쩜오'는 연락만 주고 받던 애매한 관계의 '썸'이었던 것 같아요. 이상형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대화가 잘 통하는 남자,나의 일을 존중해주는 남자,일 할때는 카리스마 있지만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는 남자가 좋아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잘생긴 남자를 보면 심장이 두근거려요. 이제 우리 나이로 20대 후반에 들어섰기 때문에 슬슬 진짜 사랑을 찾아야 될 때가 된 것 같아요. 한번쯤은 영화처럼 애틋한 사랑을 해 보고 싶어요"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여주인공역을 맡은 공효진은 '표나리' 기상캐스터로 등장했다. 앞서 2015년 개봉한 '오늘의 연애'에서도 문채원이 기상캐스터로 열연했다. 기상캐스터라는 직업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노출되며 기상캐스터의 역할과 기상캐스터 자체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극중 기상캐스터와 실제 기상캐스터는 얼마나 비슷할까?

"아무래도 드라마다 보니까 재미를 위해 기상캐스터를 더 극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드라마 '질투의 화신' 표나리 캐릭터는 잡무도 많이 하고 제작 PD가 몸매를 부각하도록 지시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제작진이 잡무를 시키거나 몸매를 부각하도록 지시하는 일은 없어요. 기상캐스터는 기상캐스터 대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방송국 내 직원들과는 모두 동료라고 생각하고 서로 존중해요"

 강아랑 캐스터가 현장에서 날씨 정보를 전하고 있다. 강아랑 캐스터가 현장에서 날씨 정보를 전하고 있다.

강아랑은 앞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더라도 계속 기상캐스터로 시청자들을 만나기를 바란다. '젊고 예쁠 때' 기상캐스터로만 '잠깐' 활동하는 한국에서는 롤모델이 없다. 그래서 강아랑은 늘 책을 보고 공부를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기 위해 주요 뉴스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우리나라에선 나이 많은 기상캐스터가 아직 흔하지 않지만 전문성을 쌓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공부하는 기상캐스터'가 되려고 노력해요. 방송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오늘 비가 온다면, 왜 오는지, 왜 갑자기 추워진 것인지 그 원인까지 설명해 드려요. 앞으로도, 10년 후에도 공부하는 기상캐스터로 살고 싶고요. 제가 서점 가는 걸 되게 좋아해요. 서점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서 책 보려고요. 집에 가선 보통 누워서 핸드폰으로 뉴스를 봐요. 포털에서 재밌는 기사 찾아보는 게 삶의 낙이에요"


강아랑 캐스터와의 인터뷰는 시청자와 팬들에 대한 새해 인사로 마무리됐다. 마지막까지 그는 생글생글 웃었다. 요즘같이 어수선한 때 강아랑의 웃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가끔 핫팩이나 목도리 같은 선물을 주시는 학생, 취준생 분들이 있으세요. 응원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선물까지 주시니 제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합니다!"

K스타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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