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화력발전이 성공적 한류 산업? ‘찌레본의 눈물’

입력 2019.02.16 (22:08) 수정 2019.02.1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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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는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 세계 3위 투자국인데요,

인도네시아 찌레본 발전소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현재 인근에 2기 발전소까지 건설 중인데 삶을 위협받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현지 상황을 김민지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3시간 정도 떨어진 곳.

자바섬의 대표적인 항구도시 찌레본입니다.

이곳 18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8년째 운영중입니다.

바로 찌레본 1기 발전소입니다.

한국전력이 설계와 감리를, 두산중공업이 시공을 했고, 중부발전이 투자와 운영, 정비까지 맡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한류사업이라는 언론 보도들이 잇따르기도 한 곳입니다.

제 뒤로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가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전 수출사업으로 꼽히는 찌레본 발전소 1기입니다.

그런데 이 발전소가 운영된 2012년부터 이 곳 주민들의 삶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발전소 바로 앞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 젊은 어부.

["(물고기 있어요?) 없어요."]

오늘 하루 동안 잡은 물고기는 겨우 3마리.

[디킨/찌레본 어민 : "발전소가 없을 때는 물고기가 많았는데 오염 물질이 많아진 이후부터는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습니다."]

요즘은 먼 바다로 나가야만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가 없는 어민들에겐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와르파/찌레본 어민 : "나는 배가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해변에선 고기가 안 잡히기 때문에 바다 저 멀리 나가서 잡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발전소 근처의 염전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염전은 마을 주민들의 주된 수입원 중 하나.

발전소가 들어선 후부터 염전에선 석탄이 묻은 검은 소금이 나오고 시작했습니다.

[주네잇/찌레본 염전 주인 : "(소금에서)흙은 씻겨내기 쉽지만, 석탄과 먼지는 정말 씻겨내기가 어렵습니다."]

세척 작업 등이 늘면서 수익도 줄어들었습니다.

[주네잇/찌레본 염전 주인 : "(염전)매출 감소 영향은 50%에서 60% 정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주민들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발전소 인근에 사는 압둘라 씨 가족도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발전소가 들어선 후부터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겁니다.

[압둘라/찌레본 주민 : "숨쉬기도 어렵고 피부도 가렵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말할 수 없지만 분명히 그전엔 안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거든요."]

보건소에도 피부와 호흡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었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습니다.

[께께/찌레본 보건소 직원 : "(발전소가 생기면서부터)피부에 붉은 반점, 종기가 많이 생기고요, 아이와 어른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고 어릴수록 더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어떻게 발전소 하나로 주민들의 삶이 이토록 위협받고 있는 걸까.

찌레본 1호기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입니다.

이산화황과 이산화질소 모두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국내 발전소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찌레본 발전소에는 오염물질 저감장치인 탈질, 탈황 장비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두 우리나라 석탄발전소에는 필수로 설치된 환경오염 방지설비입니다.

현지 환경단체에서도 발전소가 들어설 때부터 지속적으로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드위 사웅/왈히 활동가 : "한국의 기준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나쁜 발전소입니다."]

찌레본 석탄발전소 1호기 바로 인근에서는 현재 발전소 2호기까지 2022년 준공 목표로 추가로 건설 중입니다.

[드위 사웅/왈히 활동가 : "지금 1호기도 문제도 이렇게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량도 더 큰 2호기까지 더 짓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겠죠."]

하지만 발전소의 투자부터 운영까지 담당한 중부발전은 현지 환경기준에 맞췄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2호기에는 탈황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환경기구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화력발전의 3위 투자국입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공공기관들이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한 금액은 10조 원이 넘습니다.

["석탄 싫어!"]

급기야 지난해 12월 UN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선 한국의 석탄 화력발전 투자를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탄소세 등 환경 부담금 증가로 석탄 발전 투자의 경제성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잇따라 석탄 발전 투자를 철회하고 있습니다.

[앨 고어/환경운동가/전 미국 부통령 : "전 세계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오히려 이런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제발 중단하십시오."]

현지 주민들의 환경과 건강까지 해치고 있는 석탄 발전 투자.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에서 우리나라 역시 자유로울 수 없듯, 이제는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답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김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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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화력발전이 성공적 한류 산업? ‘찌레본의 눈물’
    • 입력 2019-02-16 22:33:38
    • 수정2019-02-16 22: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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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는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 세계 3위 투자국인데요,

인도네시아 찌레본 발전소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현재 인근에 2기 발전소까지 건설 중인데 삶을 위협받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현지 상황을 김민지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3시간 정도 떨어진 곳.

자바섬의 대표적인 항구도시 찌레본입니다.

이곳 18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8년째 운영중입니다.

바로 찌레본 1기 발전소입니다.

한국전력이 설계와 감리를, 두산중공업이 시공을 했고, 중부발전이 투자와 운영, 정비까지 맡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한류사업이라는 언론 보도들이 잇따르기도 한 곳입니다.

제 뒤로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가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전 수출사업으로 꼽히는 찌레본 발전소 1기입니다.

그런데 이 발전소가 운영된 2012년부터 이 곳 주민들의 삶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발전소 바로 앞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는 젊은 어부.

["(물고기 있어요?) 없어요."]

오늘 하루 동안 잡은 물고기는 겨우 3마리.

[디킨/찌레본 어민 : "발전소가 없을 때는 물고기가 많았는데 오염 물질이 많아진 이후부터는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습니다."]

요즘은 먼 바다로 나가야만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가 없는 어민들에겐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와르파/찌레본 어민 : "나는 배가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해변에선 고기가 안 잡히기 때문에 바다 저 멀리 나가서 잡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발전소 근처의 염전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염전은 마을 주민들의 주된 수입원 중 하나.

발전소가 들어선 후부터 염전에선 석탄이 묻은 검은 소금이 나오고 시작했습니다.

[주네잇/찌레본 염전 주인 : "(소금에서)흙은 씻겨내기 쉽지만, 석탄과 먼지는 정말 씻겨내기가 어렵습니다."]

세척 작업 등이 늘면서 수익도 줄어들었습니다.

[주네잇/찌레본 염전 주인 : "(염전)매출 감소 영향은 50%에서 60% 정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주민들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발전소 인근에 사는 압둘라 씨 가족도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알 수 없지만, 발전소가 들어선 후부터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겁니다.

[압둘라/찌레본 주민 : "숨쉬기도 어렵고 피부도 가렵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말할 수 없지만 분명히 그전엔 안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거든요."]

보건소에도 피부와 호흡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었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습니다.

[께께/찌레본 보건소 직원 : "(발전소가 생기면서부터)피부에 붉은 반점, 종기가 많이 생기고요, 아이와 어른 관계없이 발생하고 있고 어릴수록 더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어떻게 발전소 하나로 주민들의 삶이 이토록 위협받고 있는 걸까.

찌레본 1호기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입니다.

이산화황과 이산화질소 모두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국내 발전소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찌레본 발전소에는 오염물질 저감장치인 탈질, 탈황 장비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두 우리나라 석탄발전소에는 필수로 설치된 환경오염 방지설비입니다.

현지 환경단체에서도 발전소가 들어설 때부터 지속적으로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드위 사웅/왈히 활동가 : "한국의 기준에 비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나쁜 발전소입니다."]

찌레본 석탄발전소 1호기 바로 인근에서는 현재 발전소 2호기까지 2022년 준공 목표로 추가로 건설 중입니다.

[드위 사웅/왈히 활동가 : "지금 1호기도 문제도 이렇게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량도 더 큰 2호기까지 더 짓고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겠죠."]

하지만 발전소의 투자부터 운영까지 담당한 중부발전은 현지 환경기준에 맞췄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2호기에는 탈황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환경기구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화력발전의 3위 투자국입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공공기관들이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한 금액은 10조 원이 넘습니다.

["석탄 싫어!"]

급기야 지난해 12월 UN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선 한국의 석탄 화력발전 투자를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탄소세 등 환경 부담금 증가로 석탄 발전 투자의 경제성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잇따라 석탄 발전 투자를 철회하고 있습니다.

[앨 고어/환경운동가/전 미국 부통령 : "전 세계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오히려 이런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제발 중단하십시오."]

현지 주민들의 환경과 건강까지 해치고 있는 석탄 발전 투자.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에서 우리나라 역시 자유로울 수 없듯, 이제는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답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김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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