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한데?”…21세기 신문맹족 ‘논란’

입력 2022.08.24 (18:00) 수정 2022.08.24 (18: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어서 ET콕입니다.

요 며칠 많은 이들 입에 오르내린 '사과'가 있습니다.

바로 '심심한 사과'인데요.

무슨 얘긴가 싶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올린 공지문에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라고 쓴 게 논란의 발단입니다.

일부 누리꾼들이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앞으로 공지 글은 생각 있는 사람이 올려라" 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비난하는 댓글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카페 측이 올린 '심심한 사과'에서 '심심하다'의 의미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걸 뜻합니다.

심심한 위로, 심심한 감사처럼 말이죠.

그런데 일부 누리꾼들이 지루하고 재미없단 뜻의 '심심하다'로 의미를 오해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입니다.

덕분에 글을 이해하는 능력, 이른바 '문해력'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 고등학교 수업 현장, 교사가 영화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기생충의 가제(假題·임시제목)는 데칼코마니였다"고 말하자 한 학생이 반문합니다.

"가제는 랍스터 아닌가요."

임시 제목이라는 뜻의 '가제'를 ‘바닷가재'의 가재로 받아들인 겁니다.

발음이 섬세하게 다른 데도 말이죠,

지난해에는 “무운을 빈다”는 말의 ‘무운’이 전쟁에서의 승리를 뜻하는 줄 모르고, 운이 없단 뜻으로 잘못 전달한 방송 뉴스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금일’을 ‘금요일’로 '사흘'을 '4일'로 알고 항의한 일도 있습니다.

‘암살(暗殺·몰래 죽이다)’의 뜻을 몰라 “김구 선생이 암(癌)에 걸려 돌아가신 거예요?”라고 질문했단 사례 앞에선 쓴 웃음이 나옵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읽은 문장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이른바‘실질 문맹률’이 75%에 이른다고 합니다.

'21세기 신문맹' 이란 말이 나오는 이윱니다.

[KBS2 '안녕? 나야' : "레전드는 바로 이거였죠. 소 잃고 '뇌 약간' 고친다..."]

문해력이 떨어지니 맞춤법도 엉망입니다.

'삶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골이 따분한 성격' (고리타분한), '나물할때 없는 며느리'... (나무랄데 없는), '곱셈 추위' (꽃샘 추위), 거의 맞춤법 파괴에 가까운 사례가 허다합니다.

이같은 신문맹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디지털 접속을 꼽습니다.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면서 듬성듬성 건너뛰며 읽거나 빠른 겉핥기식 읽기에 익숙해져 문해 능력이 갈수록 퇴보한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해결책은 독서로 보입니다.

독서를 통한 '깊이 읽기' 역량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판적이고 추론적이며 반성적 사고와 사색을 가능케하는 '깊이 읽기'야 말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될 수 있단 겁니다.

마침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처서가 어제였습니다.

걸러지지 않은 인터넷 글과 비문의 세계에서 벗어나 지금부터는 책을 더 가까이해보는 여유를 가지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ET]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한데?”…21세기 신문맹족 ‘논란’
    • 입력 2022-08-24 18:00:46
    • 수정2022-08-24 18:42:50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요 며칠 많은 이들 입에 오르내린 '사과'가 있습니다.

바로 '심심한 사과'인데요.

무슨 얘긴가 싶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올린 공지문에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라고 쓴 게 논란의 발단입니다.

일부 누리꾼들이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앞으로 공지 글은 생각 있는 사람이 올려라" 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비난하는 댓글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카페 측이 올린 '심심한 사과'에서 '심심하다'의 의미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걸 뜻합니다.

심심한 위로, 심심한 감사처럼 말이죠.

그런데 일부 누리꾼들이 지루하고 재미없단 뜻의 '심심하다'로 의미를 오해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입니다.

덕분에 글을 이해하는 능력, 이른바 '문해력'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 고등학교 수업 현장, 교사가 영화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기생충의 가제(假題·임시제목)는 데칼코마니였다"고 말하자 한 학생이 반문합니다.

"가제는 랍스터 아닌가요."

임시 제목이라는 뜻의 '가제'를 ‘바닷가재'의 가재로 받아들인 겁니다.

발음이 섬세하게 다른 데도 말이죠,

지난해에는 “무운을 빈다”는 말의 ‘무운’이 전쟁에서의 승리를 뜻하는 줄 모르고, 운이 없단 뜻으로 잘못 전달한 방송 뉴스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금일’을 ‘금요일’로 '사흘'을 '4일'로 알고 항의한 일도 있습니다.

‘암살(暗殺·몰래 죽이다)’의 뜻을 몰라 “김구 선생이 암(癌)에 걸려 돌아가신 거예요?”라고 질문했단 사례 앞에선 쓴 웃음이 나옵니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읽은 문장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이른바‘실질 문맹률’이 75%에 이른다고 합니다.

'21세기 신문맹' 이란 말이 나오는 이윱니다.

[KBS2 '안녕? 나야' : "레전드는 바로 이거였죠. 소 잃고 '뇌 약간' 고친다..."]

문해력이 떨어지니 맞춤법도 엉망입니다.

'삶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골이 따분한 성격' (고리타분한), '나물할때 없는 며느리'... (나무랄데 없는), '곱셈 추위' (꽃샘 추위), 거의 맞춤법 파괴에 가까운 사례가 허다합니다.

이같은 신문맹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디지털 접속을 꼽습니다.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면서 듬성듬성 건너뛰며 읽거나 빠른 겉핥기식 읽기에 익숙해져 문해 능력이 갈수록 퇴보한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해결책은 독서로 보입니다.

독서를 통한 '깊이 읽기' 역량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판적이고 추론적이며 반성적 사고와 사색을 가능케하는 '깊이 읽기'야 말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될 수 있단 겁니다.

마침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처서가 어제였습니다.

걸러지지 않은 인터넷 글과 비문의 세계에서 벗어나 지금부터는 책을 더 가까이해보는 여유를 가지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