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통신망 폭증…긴급 지원 요청에 통신 3사 대응은?

입력 2023.02.03 (19:02) 수정 2023.02.03 (19: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기간통신사업자인 이동통신 3사는 어떤 대응에 나섰을까요?

참사 발생 직후 소방 당국은 밤 10시 45분을 기해 구조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밤 11시 13분 구조 대응 2단계, 그리고 밤 11시 54분 구조 대응 3단계를 발령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 3사 등에 따르면, 당시 통화 성공률은 99.9%로 데이터상 이태원 참사 현장에 통신 장애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장 소방대원들의 말은 다릅니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쏟아져 나오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선 소방대원들은 다급한 현장 상황을 전파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국회 국정조사 특위 등에서 증언합니다.

현장 소방차 등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실시간 영상을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로 송출하는 시스템도 먹통이었습니다.

유해진/ 서울 용산소방서 현장대응단 (1월 4일 국정조사 특위)
"사진을 찍어서 카톡 상황 공유방에 올리려고 했지만, 통신 불량으로 전송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당시 무전도 되지 않았습니다."

박완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통신 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 이태원의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참사 전주 토요일인 10월 22일 밤 11시~자정까지 한 시간 동안 이태원동의 통신 3사 5G 데이터트래픽은 53만MB입니다.

그런데 참사 발생 1시간이 지나고 구조 대응 단계가 격상되던 29일 밤 같은 시간의 데이터트래픽은 99만MB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특히, 소방과 경찰, 의료진, 취재진 등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좁은 참사 현장 주변으로는 더 많은 통신 트래픽이 집중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통신망이 원활하지 않다고 판단한 참사 현장 소방 관계자는 참사 발생 2시간 정도가 지난 30일 새벽 0시 6분 서울 소방종합상황실로 통신사 이동 중계기 배치를 요청합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서울소방 상황실 무전(30일 새벽 0시 6분)
"여기 본부회복차인데. 이쪽 용산현장으로 각 통신사 중계기 요청 좀 해주세요."

서울소방 상황실은 현장 무전을 받은 직후인 0시 7분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0시8분 KT, 0시15분 SKT로 각각 현장 상황을 전화로 전달했습니다.

가장 먼저 답이 온 건 LG유플러스로 0시 15분 회신이 왔는데, 중계기 배치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LG유플러스→서울소방 상황실 전화(30일 새벽 0시 15분)
"저희 상암사옥에서는 중계기나 이런 거를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지난해 10월 30일 0시 15분)

SKT는 소방 당국의 연락을 받은 지 1시간 정도가 지난 새벽 1시경 참사 현장에서 400여미터 떨어진 지점에 나와 통신 품질을 점검했는데, 특이 사항이 없다며 역시 중계기는 보내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이동 중계기 배치에 응한 건 KT였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요청 2시간이 지난 뒤였고, 통신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대기만 했습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참사 이후인 지난해 11월 7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계기 배치 관련 질의에 "요청 받은 적이 없다"고 사실과 다른 답변을 했습니다.



소방 당국과의 통화 기록이 남아 있는데도 LG유플러스 측은 왜 허위 사실을 보고한 것일까요.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당시 소방 당국이 지원 요청 전화를 한 곳은 담당 부서가 아닌 서울 상암사옥을 관리하는 당직실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과기정통부 보고 당시에는 지원 요청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협조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말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소방과 기간통신사업자 사이의 연락망 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게 드러난 겁니다.

LG유플러스는 "소방 요청과 별도로 트래픽을 인근 지역 기지국으로 분산했고, 30일 새벽 1시30경 현장에 출동해 트래픽 용량을 증설하는 등 통신이 원활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SKT는 참사 당일 현장 상황 대응에 대해 "당시 상황 전후 지속적으로 서비스 품질 모니터링을 실시했다"며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통화 품질 이슈나 고객 민원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KT는 "출동 요청에 최대한 신속하게 응해 현장에 이동형 중계차를 출동시켰다"며 "당일 통신 장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태원 참사’ 당일 통신망 폭증…긴급 지원 요청에 통신 3사 대응은?
    • 입력 2023-02-03 19:02:42
    • 수정2023-02-03 19:40:36
    취재K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기간통신사업자인 이동통신 3사는 어떤 대응에 나섰을까요?

참사 발생 직후 소방 당국은 밤 10시 45분을 기해 구조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밤 11시 13분 구조 대응 2단계, 그리고 밤 11시 54분 구조 대응 3단계를 발령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 3사 등에 따르면, 당시 통화 성공률은 99.9%로 데이터상 이태원 참사 현장에 통신 장애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장 소방대원들의 말은 다릅니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쏟아져 나오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선 소방대원들은 다급한 현장 상황을 전파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국회 국정조사 특위 등에서 증언합니다.

현장 소방차 등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실시간 영상을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로 송출하는 시스템도 먹통이었습니다.

유해진/ 서울 용산소방서 현장대응단 (1월 4일 국정조사 특위)
"사진을 찍어서 카톡 상황 공유방에 올리려고 했지만, 통신 불량으로 전송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당시 무전도 되지 않았습니다."

박완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이 통신 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 이태원의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참사 전주 토요일인 10월 22일 밤 11시~자정까지 한 시간 동안 이태원동의 통신 3사 5G 데이터트래픽은 53만MB입니다.

그런데 참사 발생 1시간이 지나고 구조 대응 단계가 격상되던 29일 밤 같은 시간의 데이터트래픽은 99만MB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특히, 소방과 경찰, 의료진, 취재진 등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좁은 참사 현장 주변으로는 더 많은 통신 트래픽이 집중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통신망이 원활하지 않다고 판단한 참사 현장 소방 관계자는 참사 발생 2시간 정도가 지난 30일 새벽 0시 6분 서울 소방종합상황실로 통신사 이동 중계기 배치를 요청합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서울소방 상황실 무전(30일 새벽 0시 6분)
"여기 본부회복차인데. 이쪽 용산현장으로 각 통신사 중계기 요청 좀 해주세요."

서울소방 상황실은 현장 무전을 받은 직후인 0시 7분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0시8분 KT, 0시15분 SKT로 각각 현장 상황을 전화로 전달했습니다.

가장 먼저 답이 온 건 LG유플러스로 0시 15분 회신이 왔는데, 중계기 배치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LG유플러스→서울소방 상황실 전화(30일 새벽 0시 15분)
"저희 상암사옥에서는 중계기나 이런 거를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지난해 10월 30일 0시 15분)

SKT는 소방 당국의 연락을 받은 지 1시간 정도가 지난 새벽 1시경 참사 현장에서 400여미터 떨어진 지점에 나와 통신 품질을 점검했는데, 특이 사항이 없다며 역시 중계기는 보내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이동 중계기 배치에 응한 건 KT였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요청 2시간이 지난 뒤였고, 통신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대기만 했습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참사 이후인 지난해 11월 7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계기 배치 관련 질의에 "요청 받은 적이 없다"고 사실과 다른 답변을 했습니다.



소방 당국과의 통화 기록이 남아 있는데도 LG유플러스 측은 왜 허위 사실을 보고한 것일까요.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당시 소방 당국이 지원 요청 전화를 한 곳은 담당 부서가 아닌 서울 상암사옥을 관리하는 당직실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과기정통부 보고 당시에는 지원 요청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협조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말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소방과 기간통신사업자 사이의 연락망 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게 드러난 겁니다.

LG유플러스는 "소방 요청과 별도로 트래픽을 인근 지역 기지국으로 분산했고, 30일 새벽 1시30경 현장에 출동해 트래픽 용량을 증설하는 등 통신이 원활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SKT는 참사 당일 현장 상황 대응에 대해 "당시 상황 전후 지속적으로 서비스 품질 모니터링을 실시했다"며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통화 품질 이슈나 고객 민원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KT는 "출동 요청에 최대한 신속하게 응해 현장에 이동형 중계차를 출동시켰다"며 "당일 통신 장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KBS는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 자유로운 댓글 작성을 지지합니다.
다만 해당 기사는 댓글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자체 논의를 거쳐 댓글창을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