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속칭 꽃뱀에 마약까지 동원한 사기 도박단이 붙잡혔습니다.
공무원까지 당했는데, 뒷탈이 날까 신고도 못하고 전전긍긍했습니다.
송명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23년째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박 모씨, 2년 전 음식점에서 한 여성이 박씨에게 접근해 왔습니다.
<녹취> 피해자 : "고기가 안 익었으니까 같이 먹으면 안되냐고..술도 한잔 따라주고..언제 한 번 쭈꾸미나 먹으러 가자고."
여성은 박씨를 도박판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박씨는 도박판에서 한 번에 수천만 원씩 돈을 꿨다가 그 자리에서 모두 잃었습니다.
어떤 날은 여성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박씨를 간통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1억 5천만 원을 뜯어갔습니다.
이렇게 사기도박단이 2년 동안 박 씨에게서 뜯은 돈은 모두 3억 원으로, 박 씨는 20여 년 꾸려온 슈퍼를 은행담보로 내놔야했습니다.
박씨처럼 사기도박단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평범한 자영업자부터 공무원까지 53명, 피해액은 31억 원에 이릅니다.
사기단은 음료에 마약을 섞어 넣어 도박판에 온 피해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 "심부름하는 여자가 커피를 가지고 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커피는 저만 마신거예요."
검찰은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갑근(수원지검 제2차장검사) : "사기도박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신고하면 자기 자신도 상습사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고 여자들이 개입돼 있어서..."
검찰은 사기도박조직 총책 홍 모씨 등 21명을 구속기소하고, 달아난 24명을 수배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