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참 깊고 맑았던 사람, 소설가 박완서씨가 지상에 영원한 이별을 고했습니다.
가난한 문인에게 부의금 받지 말라던 그 유언대로 장례는 소박했습니다.
조성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떠난 이는 환하게 웃고 있는데 남은 이들은 서럽게 울고 있습니다.
영원한 현역 작가의 마지막 가는 길은, 권위와 허세를 멀리했던 평소 모습 그대로 소박하고 겸손했습니다.
생전에 다니던 조그만 성당에서 평범한 가족장으로 세상과 작별했습니다.
<녹취> 김성길 신부(토평동 성당) : "당신을 내어주고 희생하며 섬기는 사랑의 삶을 사셨습니다."
비록 육신은 떠났지만, 그 깊고 맑은 향기는 고인이 남긴 이야기들 속에서 오롯이 살아 있습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는 참척의 아픔 속에서도, 사나운 시대의 광폭한 질주에도 늘 환한 웃음으로 마주했던 작가,
40여 년 동안 쉼없는 열정 속에 피어난 작품들은 우리 시대의 희망을 품은 나목이었습니다.
<녹취> 정호승(시인/조시 中) : "일찍이 이 시대의 '나목'이 되어 문학의 언어로 위안과 행복의 열매를 나누어 주셨는데..."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이해인 수녀도 고인과의 생전 약속대로 마지막을 배웅했습니다.
<녹취> 이해인(수녀/추모 기도) : "지상의 소임을 다하고 눈 오는 날 눈꽃처럼 깨끗하고 순결하게 생을 마무리하신 우리 어머니를.."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며 생의 마지막 순간을 담담히 받아들였던 작가 박완서.
고인의 말처럼 '부드럽고 따숩은' 흙속에서 세상의 상처를 모두 지우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