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도시’ 뭄바이는 현실 속 고담시

입력 2011.07.14 (15:47)

인도 경제수도 뭄바이에서 대형 테러로 166명이 숨진 지 불과 2년 반 만에 13일 또다시 연쇄 폭탄공격으로 200명 가까운 사상자가 났다.

13일 영국 BBC방송은 전장도 아닌 거대 경제도시 뭄바이에서 대형 테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종교간 갈등과 공권력의 부패로 법치가 사라진 '무법도시'가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993년 이래 뭄바이에서 테러로 희생된 사람은 약 700명에 이른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인도 전역의 테러 희생자 800여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55명은 뭄바이 또는 인근에서 사망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같은 전장도 아닌 인도에서, 그것도 가장 번화한 경제수도 뭄바이에서 대형 테러가 빈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뭄바이가 유명 도시이고 피해도 크게 발생하므로 테러범이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이 도시를 노린다고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방송은 우선 1990년대 초반 뭄바이에서 힌두교도와 무슬림의 갈등이 고조된 데서 원인을 찾았다.

1992년 극단주의 힌두교도들이 무슬림 사원을 파괴한 데 이어 힌두교 폭동과 무슬림의 보복 폭탄공격 등 일련의 종교간 충돌이 발생해 1천150여명이 숨졌다. 희생자 대부분은 무슬림이었다.

사건 이후에도 정부는 폭동에 개입한 정치인과 경찰은 놔둔 채 폭탄공격 가담자만 처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 종교 갈등이 고착화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패와 법질서 실종도 뭄바이에 테러범이 꼬이게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인도 유명 저술가인 기얀 프라카시는 "정치인과 건축업자, 범죄자, 힌두 군부, 무슬림 조직 보스 등이 만들어낸 음모가 뭄바이를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고 묘사한 바 있다.

뭄바이가 2015년에 인구 2천300만을 헤아리는 인도의 경제수도라고는 하나 극히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시민 대부분은 열악한 슬럼에 살고 있으며, 수백만명은 아예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명 사건기자가 살해당해 시신이 유기되고, 전사자들의 부인용이라며 만든 아파트는 정치인과 퇴직군인 등에게 특혜분양되는 등 부패가 만연해 있다.

방송은 뭄바이가 여러 면에서 낙원이 아니라 암울한 '디스토피아'에 가깝다면서 이 도시는 "부유한 맨해튼과 1920년대 무법도시 시카고, 그리고 미국 만화 배트맨의 무대가 되는 악명 높은 '고담시'가 뒤엉킨 이미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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