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강 해설위원]
해병부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으로 해병대원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근래 북한의 연평도 도발때 해병대원들이 보여준 불굴의 투지와 유명 배우가 자원입대하면서 쏠린 관심이 더 큰 충격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국방장관과 해병장병이 한자리에서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토론을 벌이는 등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구타와 기수 열외 등 가혹행위에 가담한 병사는 해병임을 상징하는 빨간 명찰을 떼어낸다든지 구타와 폭행이 적발된 부대는 해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혁해야 할 병영문화는 해병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대마다 차이는 있지만 젊은 병사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의욕을 꺾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내무반이 생활관으로 이름이 바뀌고 구타와 가혹행위가 크게 줄었다곤 해도 선진국형의 강한 군대로 환골탈태했다고 하기에는 이르다는게 군관계자들의 진단입니다.
민주화된 분위기속에서 성장한 병사들에게 권위적인 통제는 쉽게 통할리 없습니다.
선진국형 병영문화는 통제보다는 자율로 운영되며 공간적으로나 부대운영에 있어서도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 해병이 쌓은 신화를 하나 소개합니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 2월 해병 청룡부대 1개 중대가 10배 가량 많은 월맹군 1개 연대의 전면적인 공격을 분쇄하고 승리를 거둔 짜빈동전투입니다.
전중대원이 일계급 특진한 이 전투는 한국군과 미군 교본에 모범적인 예로 기록됐습니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정경진씨는 적의 공격 직전 휘하 간부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준비한대로 훈련한대로 하면 된다고만 지시했고 함께 함성을 질렀다고 합니다.
이때 부대원들의 호흡 하나하나가 일치하는 것을 느끼면서 상호 신뢰와 자신감을 얻었다고 회고합니다.
당시 월남전에서는 소대장 등 일선 지휘관이 전사하면 부대가 궤멸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짜빈동전투에서는 상하간의 신뢰와 부대원들의 자율적인 임전태세가 승리의 요인이 됐다고 분석됩니다.
군 일각에서는 아직 일사불란한 통제와 폐쇄성에 의존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남녀 모두 의무병제를 실시하는 이스라엘을 참고로 하면 어떨까요?
우리 군보다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병영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세계적인 강군으로 평가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군도 그렇게 되려면 군 안팎의 조언을 들어가며 획기적이면서도 오랜 기간에 걸친 개선노력과 막대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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