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금강산 지구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남측 인원들이 모두 내려왔습니다.
금강산 지구 시설을 관리하던 현대아산 직원 등 우리 국민 14명과 중국동포 2명입니다.
<녹취> 이형균(금강산사업소 총소장) : "금강산에 근무하는 모든 인력이 철수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6월부터 금강산 지구에 있는 호텔과 골프장 같은 시설을 다른 사업자들에게 매각하거나 임대하겠면서 재산정리방안 마련을 요구해왔습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자 마지막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녹취> 금강산관광특구 지도국 대변인 담화 (조선중앙tv, 지난 22일) : "모든 재산들에 대해 실제적인 법적 처분을 단행한다."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녹취> 천해성(통일부 대변인/지난 22일) :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일방적 조치를 인정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금강산 지구에는 이산가족면회소를 비롯해 호텔, 콘도, 골프장, 상업시설까지 5천억원 가량의 남측 자산이 있습니다.
북한은 남측 관리인원을 모두 추방하면서 금강산 지구의 남측 시설을 접수했습니다.
또 금강산 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현대아산측 발전기에도 군인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북한이 금강산 지역을 외국인에게 허용을 했을 경우에 숙박시설이나 또는 그 지역에 어떤 발전 용량을 갖추고 있는 것도 결국은 현대아산이 소유하고 있던 기자재거든요. 운송수단도 그렇고."
현대아산을 비롯한 금강산 진출 기업들은 신변안전을 위해 직원들을 귀환시켰지만 북한의 재산몰수 조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노지환(현대아산 경영지원본부 과장) : "지금 관광이 재개 된다면 지금 북쪽에서 하는 일련의 조치들이 다 해결될 거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측이 금강산 내 시설물을 실제로 제3자에게 팔거나 임대할 경우 국제기구 중재신청 같은 법적 외교적 조치를 취할 계획입니다.
<녹취> 천해성(통일부 대변인/지난 22일) : "북한이 실제 조치를 위해나가는 걸 보가면 서 정부도 사업자와 협의해나가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금강산 지구가 북한의 실효적 지배구역인데 통상 중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당분간 북한의 조치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 달부터 중국 상하이와 평양을 오가는 전세기를 띄워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미국내 한인회사와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함경북도 나선에서 배로 금강산까지 이동하는 관광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카지노와 골프, 온천, 안마가 포함된 초호화 관광상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남측의 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활용해서 단기간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인터뷰>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과연 그만한 비용과 시간 들여서 북한에 금강산 지역을 찾겠나. 초호화 금강산 상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나 그 수준은 미미하지 않을까 지금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1998년 11월 처음 시작됐습니다.
2003년에는 동해선 육로가 뚫려 관광이 본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지금까지 남한 국민 200만명 가량이 금강산 관광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7월 박왕자 씨 사망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습니다.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금강산 관광은 파국일로로 치달았습니다.
북측은 지난 해 4월 금강산 지구의 시설을 동결.몰수했고, 올해 4월에는 현대아산의 독점사업권을 취소했습니다.
또 5월에는 제3자가 금강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금강산 관광특구법을 제정했고, 6월에는 남측 재산을 정리할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이곳은 금강산 지구로 가는 관문,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입니다.
동해선은 그동안 경의선과 더불어 남과 북을 이어주는 통로였는데요.
북한이 금강산 지구에 체류하던 남측 인원마저 모두 철수시킴에 따라 동해선은 사실상 막힌 셈이 됐습니다.
금강산에서 마지막 인원이 철수한 뒤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는 오가는 사람이 전혀 없습니다.
많게는 하루에 천명이 넘게 오가던 출입경 게이트는 굳게 닫혀있습니다.
<녹취>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직원 : "당장 문을 닫을 순 없는 일이죠. 그래서 일단 최소한의 필수 요원들은 잔류를 해야죠."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는 육로를 통한 금강산 관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지난 2006년 문을 열었습니다.
금강산으로 오가는 사람들과 물자를 실은 차량으로 북적이던 남북출입사무소는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이제는 금강산 지구의 시설을 관리하던 필수인원마저 철수하면서 어렵게 열었던 동해선 육로는 다시 막히고 말았습니다.
<녹취>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직원 : "착잡하고 이게 매우 안타까운 그런 일인데 빨리 이런 일들이 남북간의 현안들, 문제들이 잘 해결이 돼서 빨리 잘 되기를 바라고."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이던 금강산 관광이 끝내 파국을 맞은데 대해 시민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심창옥(서울시 인사동) : "저는 많이 안타깝죠. 우리도 준비했었어요.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중단되는 바람에"
<인터뷰> 김혜희(서울시 성북동) : "화해분위기로 나가는 거 같더니 또 이런 식으로 되니까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가 있는 금강산으로의 통행이 막히면서 당분간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어렵게 됐습니다.
지난 해 추석 상봉 이후 1년째 상봉 재개를 기다리던 이산가족들의 실망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민태식(서울시 석관동/이산가족/평양 출신) : "나이가 이제 팔십 넘었는데. 뭐 소망이 없죠. 가는 소망은 없어."
<인터뷰> 지민선(서울시 사직동/이산가족/개성 출신) : "무슨 방법이 됐든 금강산에 갈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 질 수 있으면은 좋겠어요. 꼭 가고 싶으니까."
많은 사람들은 금강산 관광이 처음 시작됐을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하고 있는데요.
뱃길에 이어 땅길까지 열리면서 금강산 관광이 더욱 확대됐고, 이산가족 상봉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남북을 이어주던 관문이자, 화해협력의 상징이던 금강산 육로가 사실상 막히게 돼서 많은 분들, 특히 이산가족들이 몹시 안타까워하고 있는데요.
하루 빨리 금강산 육로가 활짝 열려서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이 예전처럼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