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6년간 달력에 쓴 ‘범행 일지’ 덜미

입력 2011.08.29 (09:03)

수정 2011.08.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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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년 동안 상습적으로 좀도둑질을 벌인 혐의로 40대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는데, 꼼짝 못할 물증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기 손으로 스스로 쓴 범행 일지였는데요.



80건이 넘는 절도 행각을 상세히 기록해 뒀다가 경찰에 발각되는 바람에 쇠고랑을 찼습니다.



정수영 기자, 자승자박이라는 말도 떠오르는데요.



도둑질을 왜 이렇게 상세히 기록한 건가요?



<리포트>



언제 어떤 집에서 얼마를 훔쳤는지를 기록해 두면 다음 번 범행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입니다.



도둑질로 큰 돈을 손에 쥔 집들은 범행일지에 이른바 ‘왕대박'이라고 따로 표시했습니다.



두 번 세 번씩 또다시 침입했습니다.



둑질에도 이른바 길일이 있었나 봅니다.



운세가 나쁜 날, 좋은 날을 달력에 일일이 표시해 범행 날짜를 택일했습니다.



바로 이 일지가 경찰 손에 들어갔고 6년 범죄 행각은 낱낱이 들통 났습니다.



40대 남성 한 명이 운동 기구를 손에 든 채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해 승강장 쪽으로 들어섭니다.



6년간 상습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 42살 김모 씨가 거주지 주변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습입니다.



30살 김모 씨는 지난 5월 결혼 뒤 신혼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안방 장롱 서랍에 넣어둔 축의금 백만 원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 00 ( 피해자) : "5월 1일 결혼해서 축의금 받은 게 좀 있었는데 그거하고..."



도둑이 든 사실을 직감하고 집안 곳곳을 확인했 귀금속 장신구들도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녹취> 김 00 (피해자/부인) : " 귀걸이 빼놓은 것도 하나 가져가고 커플반지 제 것만 해서 놓아둔 것 위에 얹어 놨는데 가져갔더라고요."



운이 없었다고 체념하고 방범창이며 현관문 열쇠를 바꿔 달았지만 불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불과 한 달 뒤 6월 3일 또다시 도둑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 00 (피해자) : "저희 금요일 퇴근해서 저녁 늦게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문 열고 들어오지 않고 창문 깨고 들어왔더라고요. "



두 번째로 침입한 도둑은 아예 작정을 하고 찾아온 듯 전자게임기와 결혼 예물, 현금 등 값나가는 물건은 닥치는 대로 싹쓸이해 달아났습니다.



<녹취> 김 00 ( 피해자) : " 제 게임기랑 디지털 카메라랑 부인 가방하고 또 돈도 얼마라고 했었는데... 그리고 또 그때도 금, 귀걸이. 저금통, 꽉 차 있는 것 2개 (도난당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김 씨 부부가 살던 아파트를 중심으로 절도 사건이 잇따르면서 경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도둑맞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현금인출기 CCTV 화면을 확보했고 용의자를 추적한 끝에 인상착의가 선명하게 촬영된 지하철 CCTV 화면을 입수했습니다.



<인터뷰> 이현민(형사 / 중랑경찰서 강력 2팀) : "(범인이) 현금인출을 시도를 했고 3회 오류가 나니깐 피해자가 자기 핸드폰에 3회 오류가 났다고 해서 인출을 시도했던 곳으로 가서 CCTV를 분석을 한 겁니다."



경찰은 피의자 42살 김모 씨를 체포하고 거주지를 수색한 끝에 뜻밖의 물증을 확보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 씨가 지난 6년간 저지른 절도 행각을 스스로 상세히 기록해 둔 범행 일지가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현민(형사 / 중랑경찰서 강력 2팀) : "2005년도부터 11년도까지 탁상용 달력인데, 몇 호, 작업, 기록해서 자기가 절취한 데는 그런 식으로 표시를 해놓았습니다."



범행을 기록한 달력에는 도둑질한 집 주소와 일시는 물론 훔쳐온 물품 내역까지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훔친 물건을 팔아치워 현금으로 만든 영수증까지 꼼꼼히 첨부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최근 6년 간 김 씨가 달력에 기록한 범행은 모두 80여 건에 이릅니다.



<인터뷰> 이현민(형사 / 중랑경찰서 강력 2팀) : "장물 처리해서 영수증을 받아서 항상 붙여 놓았습니다. 귀금속을 모았다가 어느 정도 양이 되면 한꺼번에 처리했습니다."



특히 훔쳐낸 물건으로 유독 범죄 수익을 많이 올린 집은 이른바 왕대박이라고 따로 표시해 또다시 도둑질하는 데 써먹었습니다.



<인터뷰> 이상은(팀장 / 중랑경찰서 강력 2팀) : "물건이 많이 나온 집은‘왕대박'이라고 하든가 또 아니면 자기가 키를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재차 한 2번, 3번 들어간 집도 있습니다. 그런 집에 대해서는 ‘계속 나온다'고 표시를 해놨습니다."



4년 전 2000만원 상당의 패물을 몽땅 도둑맞은 절도 피해자는 자신이 입은 피해가 김 씨 범행일지에 ‘왕대박'으로 기록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 황 oo (피해자) : "가만두고 싶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나네요.. 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까 뭐라고. 처리가 되겠죠."



도둑질을 하는 날짜를 잡기 위해 이른바 길일을 신중하게 골라 범행 일지용 달력에 표시해 놓은 뒤 실제 절도를 감행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상은(팀장 / 중랑경찰서 강력 2팀) : "한 달 운세를 미리 뽑아서 일일이 기재해놓고 나쁜 날은 (절도를) 안 하고, 보편적으로 좋은 날에 했는데 자기가 취미 삼아 그랬다고 하는데 (운세에) 좀 의존하지 않았나합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7년간 건축 설비업자로 일했던 경험을 범행에 악용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김 씨는 지난 6년 간, 이렇다 할 직업 없이 지내며 절도 행각으로 훔친 돈으로 여자친구와 해외여행까지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현민(형사 / 중랑경찰서 강력 2팀) : "보험도 가입을 해서 보험료도 내고, 방세도 냈고, 자기 부모님 병원에 있는데 병원비도 보태줬다 그러고 일반 사람들이 월급 받아서 생활하는 것처럼 장물 판 돈으로 그렇게 썼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 씨가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서울 중랑구 일대 아파트를 돌며 80여 차례에 걸쳐 훔친 금품은 2억 7천 여 만원에 이릅니다.



경찰은 김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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