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무대로 공분을 사고 있는 인화학교와 인화원에서 지난해 학생 간 성폭행 사건도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교직원 성폭행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학교와 교육ㆍ행정당국은 또 한번 미온적인 대응으로 사태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와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인화학교와 인접한 복지시설 인화원에 거주하는 A(15)군이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 또는 추행했다는 신고가 지난해 7월 대책위에 접수됐다.
대책위 조사결과 피해 학생은 2명이며, 이 가운데 1명은 2년 넘게 기숙사, 학교 운동장 등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군은 지난해 5월 대전에서 열린 장애인 체전에 교직원과 함께 참석했다가 숙소에서 성폭행을 하기도 했다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이 사실은 다른 학생이 교사에게 말해 알려졌으며 인화학교 측은 진상조사를 해 지난해 7월 9일 광주시 교육청에 보고했지만 사후 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광주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접한 내용으로는 성폭행이 인화학교가 아닌 인화원에서 발생해 시청이나 구청의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당시 해당 팀이 적극적으로 진상파악을 하지 않은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A군은 현재 다른 학교로 전학했으며 피해 여학생들은 다른 시설에서 보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 등의 문제 제기를 접한 광주 광산구는 지난해 8월 '광주인화원 성폭력 의혹사건 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인화원을 대상으로 민ㆍ관이 참여한 성폭력 및 인권실태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인화원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고 대책위 측은 말했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학습된 성폭력이 교사에서 학생에게로 물려진 셈"이라며 "A군이 가해자가 되기까지 올바른 성 관념을 심어주고 교육해야 할 학교가 제 역할을 못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