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규 객원 해설위원]
요즘 영화 「도가니」가 우리 사회에 던져 준 충격으로 장애인이나 아동 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들 성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한 것 아니냐는 의문과 법원과 법조인들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조두순 사건으로 작년 4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법정형을 상당히 높이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도 성범죄에 관한 양형기준을 작년 7월에 이어 지난 4월 다시 상향조정 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와 같이 자주 법정형과 양형기준을 바꾸는 것은 법적안정성을 해하는 측면이 있고 사건이 터지거나 충격적인 사회고발이 있을 때마다 형성되는 국민여론에 편승해 양형기준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의 법령과 양형기준으로는 영화「도가니」에서와 같이 처벌을 면하거나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또` 심신미약 장애 아동에 대한 성범죄 처벌규정이 신설되고 학교나 보호시설 종사자 등의 성범죄를 가중 처벌하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에 대한 현재의 처벌강도가 국민의 눈높이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과연 맞는 것이냐는 문제는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어제 아동․장애인에 대한 성범죄에 관한 양형기준과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 등을 재검토하기로 하고, 이를 위하여 전문가를 초청한 공개토론회와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이는 신임 대법원장이 언급한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을 구현하는 방안도 될 것입니다.다만, 과거처럼 문제가 생길 때마다 냄비 끓듯 분노하고 부산을 떨다가 마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고 성범죄에 관해 쉽게 바뀌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양형기준을 확립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고 그 무엇보다도 먼저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법조계는 물론 교육계, 복지관련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